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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4일 (파리 도착- 개선문 야경)
영국을 떠난다는 아쉬움과 파리가 다가오고 있다는 가슴 벅찬 설레임이 차 창밖의 평화로운 정경과 어울려 3박자 변주곡을 시도 때도 없이 울려되는 통에 2시간 35분이 언제 갔나 싶게 Gare du Nord역에 도착했다.(유럽 대륙이 영국에 비해서 1시간 빠르다.)
런던에서 지하철의 유용성을 정말 실감했는 데다, 우리는 수요일부터 그 주 내내 파리에 있을 거였기 때문에, 카르트 오랑주(Carte Orange) 1주일권을 구입했다. 그런데, 런던에서는 어린이는 대중교통비가 무료인데, 이 카르트 오랑주는 어른,어린이 할 것 없이 동일하게 EUR 16.00이라, 처음 살 때는 비싸다는 생각을 했지만, 일요일 밤 세느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숙소로 돌아 올 때는 정말 본전 뽑고도 남은 장사구나 싶기도 했다.
지하철을 타고 오는 데, 파리의 지하철은 런던처럼 에스컬레이터가 잘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갈아타는 곳도 무슨 달팽이 등딱지 마냥 어찌나 돌고 도는 지, 1번 갈아타고는 9호선 역중의 하나인 Miromesnil역에 내렸는 데, 출구를 잘 확인하고 나오지 않아, 바로 근처에 호텔을 놔 두고도, 지나가는 사람에게 지도 들이대고는 묻기도 하고, 호텔 바로 한 블록 앞 거리를 두 세 번 왔다가다 하다가, 찾았는 데, 런던에서도 느꼈지만, 아주 번화가 아니면, 밤에는 어떻게 사람 그림자 찾기가 이리도 힘든지. 어느 골목에선가 누군가 툭 튀어 나올 것 같은 느낌. 물론 그냥 내 안의 공포겠지만.
사이트를 통해서 민박집들을 알아봤을 때, 민박집들은 대부분 외곽인 것 같아, 밤에도, 구경다닐려면, 불편할 것 같아, 되도록 다니기 편할 곳을 구했다. 중심부에 물론 한국 민박집도 있었지만, 꽤 비싸서, 샹젤리제에서 한 블록 떨어진 투 스타급 호텔로 정했었다.
호텔 아줌마에게 샹젤리제로 가려면 어떻게 가면 되냐 하니,“ 아 두와트(to right), 뚜 두와드(straight ahead), 뚜 두와트"하길래, 가방만 던져두고, 개선문을 보러, 또 야 밤의 그 거리로 나섰다. 지금 생각해도, 참 겁대가리 상실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물론 아줌마가 한 '아 두와뜨'는 2블럭 정도 더 내려 가서 였는 데, 바로, '아 두와뜨' 해서 go straight했었니, 바로 나올 리가 없어서, 돌고 돌았지만, 파리에서의 첫날 밤에 샹젤리제 거리에서 빵도 사먹고, 약간 노르스럼한 밤의 옷을 걸친 개선문도 보고, 저 멀리서 머리만 조금 보여주는 에펠탑도 떨리는 가슴으로 바라봤었다.
* 4월 5일(개선문-루브르 박물관-튈르리 정원-에펠탑)
나, 참! 먼저 호텔에서 보내 준 바우처엔 조식을 특별히 깎아서 6유로씩에 준다 하더니만, 달랑 주는 건 크로와상 하나, 바게트 1조각, 커피나 코코아 한 잔이다. 샹제리제 거리로 걸어 나오면서 보니, 맥도날드에는 크로와상 하나와 커피 한잔에 1.5유로라 씌어 있길래, 5일이면 돈이 얼마고 하며 계산하니, 속이 쓰려서... 그래, 쓴게 여러 가지가 있지. 파리의 커피(에스프레스)도 쓰지, 그래도, 지금 내 마음에 들어 있는 파리라는 기억의 열매는 다니, 조식 바가지 쓴거 용서해야 겠지.
한 친구가 관광객으로 보는 파리는 한 집 건너 한 집이 미술책에 나오는 것 같다 하던 말이 정말 그렇다 하면서 샹젤리제 거리를 걸어 개선문으로 향했다. 지하로 내려가 매표소에서 박물관 패스 4일권을 45유로에 샀다. 에펠탑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적용되는 듯했다. 물론 어린이는 공짜다.
당당한 개선문을 배경삼아 사진만 찍어 두는 것도 폼 나지만, 가파른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간 개선문 위에서 에투알 광장을 중심으로 쭉쭉 뻗어 있는 거리와 저 멀리 카루젤 개선문, 미스타 빈의 할러데이에 나오는 라데팡스, 더더욱 저만치에서 보이는 에펠탑이 자아내는 파리의 전경은 에펠탑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과는 또 다른 감상으로 다가오지 않을 까 싶다.
개선문에서 내려 와서는 그 근처에 있는 Hop-on, Hop-off Bus를 탔다. 아들 녀석은 엄마 우리 어제 지하철표도 샀으니, 걸어가다 지하철 타요 하는 걸 이번에는 내가 타보자고 해서 탔었다. 이미 지난번에 언급해서 감상은 생략하고, 우리는 유럽 여행 중 제일 가고 싶은 곳 1위였던 루브르 박물관에 도착했다.
여행 오기전에, 가이드 북이나, 박물관에 관한 책들을 읽어라고 했더니,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얼마전에 알게 됐는 데, <미리 가 본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이라는 책이 있는 데, 우리는 갔다오고 나서 지금 보지만, 가기 전에 미리 보고 가면 어떨가 싶다. 너무 많은 작품들 중에, 그래도, 이국땅에서 알고 있는 게 보이면 애들 입에서 “엄마 나 저거 책에서 봤어요?”로 시작되는 멘트가 나오기 시작하지 않을 까 싶다.
루브르에 대한 정보는 너무도 많으니, 내가 뭘 더 보태겠는 가? 그냥 모나리자 그림 앞에는, 어린이들을 배려해서 앞으로 따로 공간이 있으니, 마음껏 리자 여사의 미소속으로 빠질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거, 최소한 안내 지도에 나와 있는 거는 보물 찾기하듯 다 보면 좋을 것 같다는 거, 물 한병이 3.5유로정도 한거같아 비싸다 하면서도, 영혼 살찌운다고, 육신이 지쳐하는 아이들과 먹는 빵들. 사실 글로 쓰고 있으니 그럴 듯 하지, 그때는 외투도 미리 맡기지 않아 들고 다녔지, actually,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거의 오후를 루브르에서 보내고, 박물관을 통해서 지하로 걸어 오니, 스낵 바같은 게 있어 여기서, 간단히 햄버거와 감자칩을 먹고는 나오니, 튈르리 정원이 나왔다. 나중에 가 본 서민적인 룩셈부르 공원에 비하면, 튈르리는 루브르 궁전에 어울리는 왕실의 정원 같지 않나 싶다. 그런데, 이 루브르와 튈르리 정원에 대한 묘사는 다빈치 코드 앞의 몇 페이지를 읽어 보면 괜찮을 지 않을 까 싶다. 갔을 때는 하나도 생각 안나더니만, 와서 다시 앞 부분만 읽어보니, 왠지 비하인드 스토리 읽는 기분이 드는 것 같았다.
내가, 단체 관광으로 안 가고, 배낭여행으로 와서 제일 잘했다 싶은 게, 여기 튈르리 정원과 룩셈부르 공원이 아닌가 싶다. 루브르에서 하도 이것저것 봐 벙벙한 머리를 공원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카루젤 개선문 봐라 보기, 분수에 조각배을 띄우고, 아이들이 작대기를 들고는 배를 가운데로 밀어 넣는 다고, 몸을 한껏 호수로 기울이고 있는 모습 조용히 봐라 보기, 눈을 들어 봐라보면, 그 모든 게 Life & Art 같았었다면, 심한 오바일까?
RER C선 Champs de Mars Tour Eiffel역에서 내렸는 데, 6호선 메트로를 타고 오던지, 아니면 9호선 사이요궁역인 Trocaderodo역에서 내려 Pont d'lena 다리를 걸어 에펠탑으로 가는 건 어떨까 싶다.
내가 느낀 에펠탑은 Chic한 아가씨가 그물 스타킹을 신고는 도도하게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물 스타킹 같은 섹시함과 Steel이 주는 차가움의 낮과, 봐라만 봐도, 조명이 쏘아대는 그 빛속에 녹아 내릴 것 같은 화려한 온기의 밤. 어쩌면, 파리 사람들의 차가운 도도함과 열정의 상징이 아닐까, 에펠탑이. 라고 생각했는 데, 다빈치 코드에 나온 기호학자들의 견해를 보고나니, 참 나도 우찌 그리 각도기를 못 맞추노 싶지만, 내가 받은 느낌은 그렇다는 건데, who cares?
우리가 도착했을 때도 이미 늦은 시간이었는 데, 줄들이 얼마나 길던지, 보니, 계단으로 올라가는 줄은 그나마 짧아서 애들한테 올라갈 수 있겠나 물어보니, 아들은 오히려 더 신나하길래, 2층까지 걸어 올라가는 데, 어른은 4유로, 어린이는 3.1유로씩이었다.
오히려 한참 기다렸다가, 콩나물시루같은 엘리베이트로 쑥 올라가는 것보다, 힘들면 숨 돌린다고, 불빛이 반짝거리는 Paris를 내려다 보는 것도 좋았던 것 같다. 캠코더로 당겨서 볼 수도 있지만, 간단한 망원경이라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세느강 유람선을 타면 파리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을 돌아서 가지만, 망원경으로 보면 여기서도 잘 볼 수 있는 지, 아이들은 연신 망원경으로 이 곳 저곳을 둘러 보았었다.
2층에서 3층까지는 2층 매표소에서 표를 다시 끊어 엘리베이트를 이용해서만 올라갈 수 있다. 사실 춥고, 어두웠던 거 정도 기억에 나고, 다시 계단으로 내려 오는 데, 10시가 되어 조명 쇼를 하는 게, 마법사가 마법봉을 휘두르니, 쇠막대기가 황금으로 변해 그 빛을 내는 듯한 에펠탑이 아련함으로(벌써)기억에 남아 있다.
사실, 파리에서 제일 무서웠던 기억은(생각하면 별거 아니지만) 에펠탑 구경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RER선으로 타러 가기는 싫고, 사람들이 앞에 있던 회전 목마를 지나 다리쪽으로 걸어가길 래, 우리도 따라 그냥 걸었다. 그런데, 그때는 사이요 궁 뒤에 메트로역이 있는 줄은 모르고, 큰길을 따라 옆의 큰길로 걸어가는 데, 개미 새끼 하나 없는 게, 슬슬 겁이 나는 게 어떻게 해야 될 지 모르겠는 게, 거리 이름도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는 게, 지금 생각하면 돌아 가면 사이요궁역으로 가는 거 였는 데, 택시라도 오면 타야지 싶었지만, 택시도 안 오지, 그래서 계속 걸어가니, 메트로 표시가 보여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내려가니, 흑인 몇 명이서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게, 무서워서, 뛰어 나왔다. 그런데, 생각하니, 이 역 말고는 지금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아, 다른 쪽 출구로 해서 가니, 아까 그 출구와 거의 연결된 작은 역이었고, 흑인들은 자기들끼리 장난치고 있는 것 였었다.
메트로가 다음 역인 사이요궁 근처의 역에 도착하니, 에펠탑 구경을 마친 관광객들이 우르르 타는 데, 누구 하나 아는 사람 없어도, 사람들이 많다는 게 너무나 고맙게 느껴졌었다.
*4월 6일(노트르담 대성당-오르세 미술관-몽마르뜨 언덕-샹젤리제)
이 날 아침도 호텔에서 개선문으로 걸어나와 이틀 동안 이용할 수 있는 Hop-on, Hop-off Bus를 타고는 파리 시내 구경에 나섰다. 앵발리드의 번쩍 번쩍 거리는 황금 돔, 알렉상드르 3세다리에 올려져 있는 황금 조각상이 화려한 파트를 맡아 준다면, 카페의 길가에 놓인 의자에 앉아 커피 잔을 기울이는 있는 그들은 낭만를, 하얀 새틴 블라우스에 목 까지 촘촘히 단추를 잠근듯한 그들의 주택들에서는 격조를...
내가 머문 며칠은 제 3세계인으로서 파리에서 생활을 꾸려가는 게 아니라, 관광객으로 벌렁거리는 가슴으로 며칠 다녀 가면서 느끼는 환상으로만 보였는 지는 모르지만, 내 마음은 그랬다, 그때는.
루브르에서 다시 내려 퐁네프 다리를 건너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갔다. 길거리에서 그림 구경도 하고, 꽃집도 지나면서 시테섬으로 걸어갔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세인트 폴 대성당과는 달리, 훨씬 서민적으로 느껴진다면, 나폴레옹 황제가 기겁을 할까, 감히 황제들의 대관식을 거행하였던 곳에 서민적이라는 형용사를 갖다 붙인다고.
마침 신부님이 의식을 거행하고 계셨고, 누구나 앞으로 나와, 원판(카톨릭교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에 입맞춤 할 수 있어서, 비록 우리는 신자는 아니지만, 우리도 의식에 참여 했는 데, 지친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로마에는 트레비 분수가 Come back to Roma이라면, 파리에서는 노트르담 앞의 포앵제로를 밟으면 Come back to Paris할 수 있다해서, 열심히 신발로 꾹꾹 눌러 밟았는 데, 언제쯤 , 다시 가 볼 수 있을 까?
우리는 걸어서 오르세 미술관으로 갔다. 입구 들어가는 편 방향 쪽으로 카페들이 많이 있어서, 그 곳 한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런던보다, 가격대비 훨 맛이 나은 것 같다. 그런데, 오르세 미술관 들어가면 맨 위층에 카페가 있어서, 그 곳에서도 식사를 할 수 있다. 어린이 메뉴도 있고, 가격은 바깥의 카페나 비슷한 것 같았다.
오르세 미술관도 빨리 빨리 열심히 움직이지 않으면, 금세 문 닫는 시간이 되어, 나중에 못 보고 놓친 그림들이 있게 되니, 유명한 그림들은 미리 전시실을 체크해서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천천히 둘러 본다고 하다, 고갱의 작품도 못 보고,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도 문 닫는 소리 들리자 허겁지겁 보고 왔었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나와서는 몽마르트 언덕으로 갔다. 보통 Abbesses역에서 내리면 사크레쾨르 사원으로 쉽게 올라가는 데, 나는 그때 한 칸 앞인지 (벌써 기억이 안 나지만,)에 내려 좀 많이 헤매었다. 지나가는 아저씨, 아줌마한테 물어도 보고, 가다가 만난 시장에서 딸기도 샀는 데, 딸기는 런던이 싼 것 같다. 정말 작은 소쿠리 양 밖에 안 되보이더만, 만원이 훨씬 넘는 단다. 그래도, 가다가 지도를 떨어뜨렸더니, 뛰어와 가져다 주기도 하는 게, 사람 사는 데는 어디든 인정도 있구나 싶기도 하고.
하도, 사크레쾨르 사원 올라가는 계단이 무섭다고 해서 겁을 잔뜩 집어 먹었었는 데, 그 많은 관광객들을 흑인들이 다 팔로 잡아 당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물건 사라 할 때, 눈길 조차 주지 않으면, 별 걱정 할 것도 없을 것 같다. 사크레쾨르 사원 안의 천장 모자이크는 꼭 빼 놓치 말고 보고 오면 좋을 듯하다. 사진으로 본 거랑 그 곳에 서서 받는 느낌은 말 할 필요도 없겠지만.
사원 뒤로 해서 가면 정말 좁은 길에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그림이나 기념품들을 팔고, 조금 내려오면 또 카페들이 내 놓은 의자에 여유로이 앉아 저녁을 즐기는 모습들, 비스듬한 언덕에 있는 집들 사이로 비치는 집안의 모습들. 몽마르뜨 언덕에 오길 너무 잘 했죠 하는 아이들의 말에 너거가 인생을 좀 아는 갑다고 속으로 생각했던 게 생각난다.
어차피 숙소로 돌아가려면 9호선으로 갈아타야 해서 샹젤리제 거리로 다시 나왔다. 애들이 배고프다 해서 모든 가이드 북에 소개되어 있는 레옹의 홍합집으로 갔더니만, 9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인데도, 자리가 없어 밖에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일 오자고 아이들을 달래서는 다시 걸어가다가, 애들이 디즈니 샵에 가자고 해서 들렀는 데, 어린이들이 있으면, 그냥 눈요기삼아 한번 정도, 가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 까 싶다.
사실 우리 딸은 파리에 온 가장 큰 목적 중에 하나가 유로 디즈니랜드에 가보는 거 였는 데, 루브르보다 어린 자기한테는 더 큰 감동을 줄 수도 있는 것을 일언지하에 안된다고, 했던 게 사실은 지금도 조금은 미안하기도 하다.
* 4월 7일(베르사이유 궁전-퐁피두센터-포름데알-루브르야경-사이요 궁전)
점점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어지고 있었다. 그런데다, RER선을 잘 못 타서 같은 곳을 몇 번 내렸다 다시 타고, 하다가, 마침 경찰 아저씨 두 명과, 사람들이 여럿이 와서 베르사이유하고 웅성거리길래, 눈치로 보니, 목적지가 같은 것 같아서, 따라 탔었다. 그런데, 중간에 RER선 선로가 공사 중이라고해, 다 내려서 특별 버스라는 거에 나누어 타고 갔는 데, 꽤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것 같다.
역에 내려서도, 조금 걸어서 궁전에 도착하니, 벌써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그래도 다행히 박물관 패스가 있어서 빨리 입장 할 수 있었다. 가이드 북에는 견학의 종류가 여러 가지 이더만, 사실 안에 들어가니, 그런 구분이 있기는 있는 건지 싶었다. 로마 가이드가 금박을 많이 쐬면 몸에 좋다나, 그래서 교황님들이 장수하시고, 미켈란 젤로도 오래 살았다나.
하도 번쩍거려서, 금 이온으로 샤워 한 느낌이랄까, 베르사이유 궁전은.
궁정 정원으로 갈려면 박물관 패스가 적용이 안되어 다시 표를 구입해야 되는 데, 어떤 외국인 여자가 자기는 다 보고 나온다며, 나한테 표 두장을 그냥 줘서(어린이는무료), 7유로 아끼고, 긴 줄에서도 벗어나, 걸어가다 만나는 아래로 쫙 펼쳐진 정원은 너무나 잘 다듬어져 있어, 오히려 담담하게 아래를 내려다 봤던 것 같다.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중간쯤에 작은 스낵 코너도 있고, 화장실도 근처에 있으니, 연료도 채워가며, 다녀야 하지 않을 까 싶다. 과거 왕국의 유희를 즐기 듯 대운하에서 뱃놀이를 해 보는 것도, 낭만적이지 않을 까 싶다. 우리는 그냥 그 호수 근처에서 아이스크림만 사 먹고 지친 발을 쉬게 했었지만.
운하근처에는 기차가 운행하는 데, one-way에 2유로인지 해서 타면 정원을 산책하다가, 언덕위 궁정앞까지 태워줬었다.
밖으로 나와서는 지하철을 타러 갈려니, 아침 나절에 선로 고장이라는 게 생각나서 9호선역 종점인 Pont de Sevres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 노선도가 있고, 정류장마다 이름이 씌여 있어서, 시간은 걸렸지만, 오히려 쾌적하게 왔던 것 같다.
루브르가 17, 18세기작품을 전시한다면, 오르세는 19세기의 작품을 그 이후의 현대 미술은 퐁피두센터에서 전시한다고 하여 퐁피두로 향했다. 여기와 근처의 포름데알은 파리가 가진 또 하나의 자유의 모습이었던 것 같다. 퐁피두 센터 앞에는 연인이나, 아니면 한 무리의 사람들기리 아무데나 눕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는 듯 했고, 한쪽에는 구경꾼들이 모여 연신 하늘로 물건을 올렸다가, 갖가지의 방법으로 받아내는 쇼를 부리고 있는 남자를 향해 박수를 보내고 하는 게, 퐁피두의 컨셉처럼 구경끼리를 오히려 안보다, 바꺝으로 꺼집어 내 놓은 듯 하기도 했다.
그동안 보면 무얼 그린 건지 알 것 같은 관람 속에 익숙하다,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 온통 파란색만 있건만, 이 유명한 박물관에 걸려 있으니, 필시 유명한 거인가본데, 왜일까? 인간에게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이끌어내게 해서 위대한가?
2층의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을 것 같은 물건 구경도 재미있었다. 절대 저 돈주고는 못산다싶기도 했지만, 아이디어가 반짝반짝한게, 볼 만하다.
퐁피두센터를 나와 시청사쪽으로 갈까 하다, 포름데알로 갔다. 유명한 채소 시장 자리에 세워진 곳 답게, 왜 우리도 배추 시장 서고 난 자리에 가면 곳곳에 배춧잎 떨어져 있고, 리어카가 지나가면서 밟은 배춧잎에서 나온 물들도 찐덕한, 그러나 배추를 파니, 정겹기도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유달리 흑인들도 많았고, 젊은 애들이 정말 자유롭게 지들끼리 노는 곳이, 이 곳 근처들 아닌가 싶었다.
여기 근처에도 레옹의 홍합집이 있어(샹젤리제보다는 화려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들어가 먹었는 데, 아이들은 배가 고팠는 지, 너무 맛있다고 했지만, 우리나라 시장가서 홍합사면 얼마나 싼가, 그거 그냥 홍합국 긇인데다, 버터나, 크림소스같은거 넣으면 이런 맛 나고도 남을 껀데, 돈은 몇 갑절인가?
아이들이, 루브르의 피라미드 불 켜진 거 보고 싶다고 해서 Musee du Louvre역에서 내려 건널목 건너 리슐리외 관쪽으로 와서는 한참 구경하다, 관람은 끝났지만, 피라미드 안으로는 들어 갈 수 있어 불켜진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가보기도 했다. 아이들이 화장실 가고 싶다 해서 물으니, 다녀 오라해서,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화장실도 다녀왔었다.
내친 김에 아들 녀석이 이번에는 에펠탑을 찍기에 best place인 사이요 궁으로 가보자고 해서, 그러자하면서 또 사이요궁으로 향했다. 너무 멋지다는 말은 해서 무엇하리 싶고, 그냥 디카로 찍어서는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이라도 얻으면 성공이지 싶다. 열심히 찍었건만, 사람이 환하게 나오면 에펠탑은 생뚱하게 저 멀리 있고, 아니면 퍼져 버리고, 나는 삼각대로 한 번도 안 찍어 봐서 잘은 모르지만, 다들 야경은 삼각대를 이용하라고 하는 것 같다.
어김없이 10시가 되자, 에펠탑은 그 빛을 큐피트의 화살마냥 쏘아대고, 여기서는 카메라의 플래쉬로 답례하고, 그러면서 이번에는 사이요궁역에서 우르르 사람들에 밀려 돌아왔었다.
*4월 8일 (루브르 박물관-예술의 다리-콩시에르주리-생사펠 교회-소르본 대학-팡데옹-룩셈부르 공원-라데팡스-오페라 가르니에-세느강에서 유람선 타기)
아들녀석이 루브르에 한 번 더 가봐야 할 것 같아해서 박물관패스도 오늘까진데 싶어 문 여느 시간에 거의 맞춰 갔었다. 지난 번에 못 본걸 중심으로 돌아 보았다. 물론 3빅 스타인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 승리의 여신인 니케상들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둘러싸여있어서, 밀로의 비너스와는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찍고 싶다는 내 생각은 애들만 찍으면 됐지 뭐 하고 돌아섰었다.
다시 가 보는 거였는 데도, 오전 반 나절을 다 보내고는 예술의 다리를 건너 다시 시테섬쪽으로 걸어갔다. 어제, 마리 앙두와네뜨의 침실을 본 뒤였기에, 초라한 지하 감옥에 검은 상복같은 걸 걸치고 조그만 어깨를 한껏 움추린 채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 인형에 마음이 짠했다. 나는 공화정도 모르겠고, 빵이 없으면 케잌을 먹으면 되지 한 그녀의 말들은 모르겠고, 그냥 한 여자의 극에서 극으로의 몰락이 한 여자로서 짠하게 느껴졌다. 얼마전에 나온 마리 앙투와네트 DVD를 봤는 데, 기대가 커서 그런지, 내용은 하나도 없고, 사치스러운 옷들만 펄럭거리는 모습만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고딕 교회 건축양식의 핵심은 이 스테인 글라스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다. 느끼고 싶다면 생사펠 교회의 이층으로 올라가 왼쪽 의자에 앉아 빛을 받고 쏟아져 내리는 글라스의 아름다움에 한 번 빠져 보라.
나는 여기 근처 어디엔가에 있는 <비포 선셋>에 나오는 Shakespeare & Company라는 꼭 가보고 싶었는 데, 근처에 두고도 못가서 지금도 아쉽다. 그래도, DVD로는 한 50번도 넘게 보고 있다. 두 배우가 끊임없이 주고 받는 대사는 나의 요즘 영어 선생님이다.
강가의 카페에서 점심을 먹고는 생 미셀 거리를 따라 가면서 소르본 대학 앞에 갔더니만, 일요일이라 문을 닫았는 지 닫혀있어 소르본이라는 번지 나와 있는 판을 배경삼아 사진도 찍고, 조금 걸어와서 왼쪽으로 가니, 팡데옹이 나왔다. 그런데, 6시 30분에 문 닫는 데, 우리가 6시쯤에 왔는 데도, 오늘 입장은 끝났다고 해서 그냥 주변만 어슬렁거리다, 룩셈부르 공원으로 갔다.
가는 도중에 정말 많은 노천 카페들을 만났다. 나도 아무데나 들어가 이제는 설탕 한 두 개 타면, 먹을 만하는 에스프레스 한잔 마시면서 지나가는 사람 구경도 하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 나의 파리에서 마지막 하루가 아쉽게 가고 있구나하면서 아쉬움을 달래보고도 싶었지만, 저 앞에 보이는 룩셈부르 공원으로 빨리 가보자는 아이들에 손에 이끌려, 내 감상은 주머니속에 대충 넣어두고는 공원으로 갔는 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번잡한 듯 했지만, 그들의 일요일 오후를 가장 편안하게 즐기고 있는 그들의 모습들은 언제나 오후의 나련함으로 기억될 것 같다.
생 미셀거리쪽로 안 나오고 몽파르나스 거리쪽로 나오다보니, 메트로까지 한참 걸었 것 같다,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밋밋한 파리의 거리를.
유럽여행을 오기전에 본 영화 <미스터 빈의 할러데이>에서 미스터 빈이 내린 미테랑 대통령때 만든 신 개선문인 라데팡스로 갔다. 망원경으로 보니, 카루젤 개선문과 샹젤리제의 개선문이 한 줄로 서 있다는 게 보인다는 게 외에 아직은 나는 라데팡스의 매력을 잘 모르겠다. 이름을 발음할 때 뉘앙스는 괜찮지만.
나는 샤갈의 천장화가 보고 싶어 가고 싶어했었는 데, 아들 녀석이 별로 흥미가 없어 미루어 두었던 오페라 가르니에는 관람 시간이 이미 지나 들어가보지는 못하고, 밖에서 사진만 찍고는 유람선을 타기위해 바토 무슈(Bateaux Mouches)로 갔다. 이 곳의 Pont de l'Alma근처에서 다이아나 황태자비가 교통사고를 당한곳이라 하니, 심숭생숭했다.
정말 한국단체 관광객들이 많았다. 오디오 가이드도 한국어로 설명도 해주곤 했는 데, 한무리의 이태리계쪽 젊은 애들이 다리밑으로만 가면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질러내는 통에 좀 기분이 언잖기도 했다. 젊으니까 그럴 수도 있다 싶기도 했지만, 배 위 에는 분명 소수의 자기들만 탄 게 아니라, 파리에서의 낭만적인 정취를 즐기고 싶은 다수에게는 얼마나 소음인가?
그래도,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은 여기 파리의 자유의 여신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 준 것이라고 동생에게 열심히 설명해주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흥분을 드러내고 싶은 그들의 자유로움에 ‘그래, 고색의 궁궐로 가득 차 갑갑해 보이기도 하지만, 얼마나 예술가들이 그들의 자유로운 생각을 펼치기 위해서 이 Paris로 왔었나’ 싶은 생각을 해가며, 공해도 자유로움을 향한 외침으로 들을 수 있어야 되지 않을 까 싶었다, 특히나, 파리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