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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강국 추진과 자력갱생·자급자족
[해설] 북 8차 당대회, 대외전략은 ‘강대강 선대선’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은 제8차 당대회가 진행된 5,6,7일 사흘간 9시간에 걸쳐 당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를 보고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은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 5,6,7일 사흘 간 9시간에 걸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에 대한 보고’에 나서 핵무장력 강화를 담보로 자력갱생의 길을 걷겠다고 밝혔다. 2019년 12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전원회의’에서의 ‘정면돌파전’ 결정과 같은 맥락이다.
북한 언론이 9일 보도한 김정은 위원장의 보고는 △총결기간 이룩된 성과, △사회주의건설의 획기적전진을 위하여, △조국의 자주적통일과 대외관계발전을 위하여, △당사업의 강화발전을 위하여라는 네 분야로 진행됐다.
무게중심은 두 번째 주제인 ‘사회주의건설의 획기적 진전’에 두어졌고 ‘당사업 강화발전’도 비중있게 다뤄졌다. 관심을 모았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대해서는 현실을 직시하며 원칙적 입장을 재천명하고 남측과 미측의 태도변화 만큼 대응하겠다는 ‘강대강(强對强), 선대선(善對善) 전략’을 천명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8차 당대회를 조망해 보면,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굳히고 ‘핵무기 강국’을 추진함으로써 군사적 억제력을 갖추고, 이를 담보로 자력갱생의 길을 걷겠다는 선언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전략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유일사상체계 강화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당분간 핵강국 건설 목표에 매진하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주도적 위치에서 북미협상에 나서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핵무기 보유국’ 기정사실화와 ‘핵무기 강국’ 추진
북한의 올해 달력에는 11월 29일이 항공절이자 ‘로케트 발사절’로 표시돼 있다.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하자 김정은 위원장은 “오늘 비로소 국가핵무력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케트강국위업이 실현되였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17년 9월 3일 풍계리에서의 6차 핵실험인 ‘수소탄 시험’에 성공한 직후였다.
핵무기와 핵무기 운반수단(ICBM)의 시험에 성공한 북한은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해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천명하고 이를 토대로 2018년 4월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기존의 ‘경제발전과 핵무력발전 병진노선’에서 ‘경제건설 총력 집중 노선’으로 전환하며 곧바로 4.27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나섰다.
4.27판문점선언에는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이 포함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이 명기됐고, 이어 6.12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노력’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포함됐다. 국가핵무력이 완성된 ‘핵무기 보유국’ 북한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조건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한 것. 이른바 ‘조건부(가역적) 핵무기 보유국’ 지위로 협상에 나선 것.
8차 당대회는 7천명의 대표자와 방청인이 참석한 가운데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진행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핵보유국으로서 역사상 처음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경험은 이번 당대회에서 ‘우리 국가제일주의 시대’로 압축적으로 표현됐다. 김 위원장은 이번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우리 국가제일주의시대는 조선로동당이 력사의 온갖 도전을 과감히 맞받아 인민을 위함에 일심전력하고 자체의 힘을 완강히 증대시킨 결과로써, 국가의 존엄과 지위를 높이기 위한 결사적인 투쟁의 결과로써 탄생한 자존과 번영의 새시대”라고 공식화 했다.
그러나 각 세 차례의 남북·북미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2019년 2월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빈손(no deal)으로 끝난 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멈춰섰고, 남북·북미관계는 예전으로 돌아갔다.
김정은 위원장은 사업총화 보고에서 “북남관계의 현 실태는 판문점선언발표이전시기로 되돌아갔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며 통일이라는 꿈은 더 아득히 멀어졌다”고 진단하고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따라서 북측의 결론은 “지금 현시점에서 남조선당국에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선의를 보여줄 필요가 없으며 우리의 정당한 요구에 화답하는만큼, 북남합의들을 리행하기 위하여 움직이는것만큼 상대해주어야 한다”, “새로운 조미관계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데 있다고 하면서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것”임을 천명했다. 이른바 ‘강대강(强對强), 선대선(善對善)’ 전략이다.
물론,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남조선당국의 태도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전 봄날과 같이 온 겨레의 념원대로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에로 돌아갈수도 있을것”이라고 좀더 유연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첨단군사장비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계속 외면”하며 “북남합의리행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해 남북관계 역시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결국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 획기적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북한은 핵무장력 강화에 전력질주한 뒤 2017,2018년과 유사하게 한층 업그레이드 된 핵무력을 과시하며 ‘핵무기 강국 진입’을 선언하고 이를 토대로 다시 공세적 위치에서 북미대화 재개에 나설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사업총화 보고에서 핵기술 고도화를 천명하며 △전술핵무기들 개발 △초대형핵탄두 생산 △1만 5,000㎞ 사정권 명중률 제고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 개발 도입 △수중 및 지상 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로케트 개발 추진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 보유 등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군사정찰위성 운용과 500㎞ 전방종심까지 정밀정찰할수 있는 무인정찰기 개발 등도 언급했다, 제시된 목표들이 달성될 경우 ‘핵무기 보유국’에서 명실상부한 ‘핵무기 강국’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며, 인공위성 운용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 공화국이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우리를 겨냥하여 핵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람용하지 않을것”이라고 핵무기 보유국의 국제적 의무를 재확인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핵억지력에 근거한 평화 유지의 역설
김 위원장은 보고에서 “세계병기분야에서 개념조차 없던 초강력다련발공격무기인 초대형방사포를 개발완성하고 상용탄두위력이 세계를 압도하는 신형전술로케트와 중장거리순항미싸일을 비롯한 첨단핵전술무기들도 련이어 개발함으로써 믿음직한 군사기술적강세를 틀어쥐였다”거나 “우리 식의 주력땅크개발방향을 바로 정하고 생산공정을 일신하며 자기의 새로운 발전궤도에 들어서기 시작하였으며 반항공로케트종합체, 자행평곡사포, 반장갑무기들도 세계적수준에서 개발하는 성과를 이룩하였다”고 밝혔다.
미국을 겨냥한 핵무기와 장거리 핵무기 운반수단 뿐 아니라 핵전술무기와 초대형방사포 등 남측을 겨냥한 국방력 강화를 천명한 것. 실제로 지난해 3월 김정은 위원장은 포사격에 중점을 둔 여러 군사훈련을 연거푸 현지지도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4.27판문점선언과 9.19군사분야합의에도 불구하고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비한다는 명목을 앞세우며 미국의 첨단 무기를 대거 구매하는가 하면, 사드 배치를 비롯한 미국의 대중국 포위작전에 사실상 동조해 나선 것으로 판단하고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방위력강화를 위한 중대과업들은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분별없는 군비증강으로 국제적인 힘의 균형이 파괴되고있는 실정에서 이 땅에서 전쟁접경과 완화, 대화와 긴장의 악순환을 영원히 해소하고 적대세력들의 위협과 공갈이라는 말자체가 종식될 때까지 나라의 군사적힘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 철의 신념과 의지의 표명으로 된다”는 것.
남북간의 군사적 대치와 동북아에서의 북중러-한미일 군사적 대치가 강화되고 핵무기를 매개로 한 북미간 직접적 군사적 대치가 더욱 치열해지는 형국이다. 그만큼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이고 역으로 팽팽한 핵억제력이 작용함으로써 평화가 유지되는 역설적 군사력 구조가 구축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8차 당대회 주석단에서 김정은 위원장 오른쪽에 자리잡은 리병철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눈에 띄는 흰색 복장으로 유난히 두드러져 보였다. 핵무기와 ICBM 개발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리병철 부위원장은 지난해 10월 5일 조선인민군 원수 칭호를 수여받고 10월 10일 당창건 기념 열병식을 지휘하고 김정은 위원장을 수행한 바 있다.
자력갱생·자급자족과 ‘당중앙의 유일적 영도체계’ 강화
북한이 국제적 제재 완화나 남북간 경제협력 본격화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아래 핵무기 강국과 국방력 강화를 추구한다면, 결국 자력갱생에 근거한 경제발전을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북한 내부의 일심단결과 사상무장이 필수적이다.
김 위원장은 보고에서 “객관적조건에 빙자하면 아무 일도 할수 없고 주체의 작용과 역할이 필요없게 되며 불리한 외적요인이 없어지지 않는 한 혁명투쟁과 건설사업을 내밀수 없다는 결론에 떨어지게 된다”고 심각히 지적하고 “새로운 5개년계획은 현실적가능성을 고려하여 국가경제의 자립적구조를 완비하고 수입의존도를 낮추며 인민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한 요구를 반영하였다.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기본종자, 주제는 여전히 자력갱생, 자급자족이다”라고 밝혔다.
향후 새로운 5개년 계획에는 금속공업, 화학공업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과업들이 제시됐지만 구체적인 목표치는 공개되지 않았고,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건설, 검덕지구에 2만 5,000 세대 살림집 건설, 800만 톤 세멘트 고지 등 몇 가지 수치만 제시됐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하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보고의 상세한 내용은 당내본으로 전당의 각급 조직들에 전달침투하게 된다”는 보도로 미루어 보아 당원들에게 전달되는 ‘당내본’에는 보다 구체적인 목표 수치들이 제시됐을 가능성도 있다.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으로 경제 건설에 나서는 데는 한계도 있고 여러 난관도 예상된다. 결국 일심단결과 내부 사상투쟁이 중요시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의 보고 중 ‘당사업의 강화발전을 위하여’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이유이자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재차 주창하는 이유이다.
특히 “당중앙의 유일적령도체계를 세우기 위한 사업을 주선으로 틀어쥐고 계속 심화시켜나가는것을 첫째가는 과업으로 천명하였다”고 밝혀 주목된다. 기존의 ‘수령-당-대중’의 유일적 영도체계에서 수령보다 당에 방점을 찍은 것.
‘당중앙’은 일반적으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를 지칭하지만,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을 보좌하며 등장하던 시기 ‘당중앙’이라는 호칭으로 유일적 영도체계를 세웠던 적도 있다. 지금은 당 위원장인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해 당중앙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한편, 대미·대남 메시지 발신 등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도 ‘당중앙’에 비중있게 포함될 수 있어 주목된다.
‘친인민적, 친현실적 사업’과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
김정은 위원장은 8차 당대회에 참석한 대표자들에게 ‘친인민적, 친현실적인 사업’을 주문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 위원장은 이번 보고에서 당사업을 ‘친인민적, 친현실적인 사업’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강조해 주목된다. 기존의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행위’에 대한 비타협적 투쟁의 귀결이 바로 친인민적 친현실적 사업으로 구체화돼 제시된 셈이다. 당의 체질을 바꾸는 이같은 전환은 인사 조치로 나타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세대교체와 물갈이의 폭이 클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보고에서 “당중앙위원회는 전당의 당조직들이 생활상곡절을 겪거나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진정으로 도와주고 참되게 이끌어주도록 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하나의 대가정으로 단합시키는데서 소중한 성과들을 이룩하였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대규모 수해 발생시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시 전체 당원들에게 공개서한을 발표, 평양시 당원들에게 수해피해 복구에 나설 것을 호소했고, 12,000명의 평양시 핵심당원들이 수도당원사단을 구성해 함경남북도에서 복구작업에 나선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믿음과 헌신, 보답과 의리로 충만된 조선로동당의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에 의하여 우리 혁명의 정치사상진지가 튼튼히 다져지고 어떤 장애와 도전도 뚫고나갈수 있는 불가항력적힘이 축적되였으며 인민대중중심의 우리 식 사회주의의 우월성과 생활력은 뚜렷이 부각되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와 더불어 “당중앙위원회가 인민군대를 군사적위협뿐아니라 돌발적인 비군사적위협으로부터도 조국과 인민을 철벽으로 보위하는 국가방위의 주체, 참다운 인민의 군대로서의 사명과 본분을 다하게 한것은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의 중요한 구성부분으로 되었다”고 수해복구 등에 앞장선 인민군의 대민활동을 평가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10일 당창건 75돌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인민’을 수없이 호명하며 이례적으로 깊은 고마움을 표시했던 기억과 2018년 연말 정면돌파전 결정을 앞두고 두 차례 백두산에 올라 ‘백두의 혁명전통’을 강조했던 이 두 축이 이번 당대회를 통해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로 공식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8차 당대회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을 꼽으라면 8차 당대회를 준비하는 4개월 동안의 현지 요해검열이다. 김 위원장은 8차 당대회 개회사에서 “비상설중앙검열위원회를 조직하고 아래에 파견하여 실태를 료해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로동자,농민,지식인당원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듣도록 하였다”며 “료해검열소조들에서는 당 제7차대회 결정관철에서 잘못한것은 무엇인가,할수 있는것을 하지 않고 태공한것은 무엇인가,실리적으로 한것은 무엇이고 형식적으로 한것은 무엇인가,잘못한것이 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가,당적지도에서의 결함은 무엇인가 하는것을 비롯하여 그 진상을 빠개놓고 투시하였다”고 밝혔다.
8차 당대회 대표자 구성에서 ‘현장에서 일하는 핵심당원대표’는 2016년 5월 7차 당대회 당시 786명에서 1,455명으로 거의 배 가까이 늘어난 점도 이같은 맥락에서 유의미하게 살필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7차 당대회 당시 3,467명 대표자가 5년 만에 열린 8차 당대회에서는 4,750명으로 대폭 확대됐다. 당원 1,300명 당 1명의 대표를 선출했다는 보도에 근거해 단순 계산하면 총당원수가 617만 5천명에 이르러 북한 성인인구 대비 당원비율이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