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에서 송년 등산을 하다
1. 일자 : 2008. 12. 13(토)
2.
장소 : 변산
관음봉/세봉
3.
행로 및 시간
[내소사 매표소(10:55) -> 내소사 삼거리(11:02) -> (좌측) -> 능선 이정표(11:28) ->
관음봉 삼거리(11:40) -> 관음봉(12:07,424m) -> (간식) -> 세봉(12:50) -> (우측샛길)
-> 청련암(10:15) -> 내소사(13:30)]
4.
동행 : 강형, 성우, 진기
송년회를 겸한 등산의 행선지를 변산으로 정한 후, 숙소를 예약하고 산행코스를 검토하는 등 분주한 한 주를 보냈다. 성우가
이동 차편과 대부분의 음식을 준비한다 하여 강형과 진기, 나는 몸만 따라가게 되었다. 작년 한라산 송년 등산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나름 한 해를 마무리 한다는 생각에 들뜬 기분으로 아침 7시 50분 변산을 향해 출발했다.
전북 부안에 소재하는 ‘변산’, 독립된‘산’이라는 보다는 변산국립공원 전체를 통칭하는 지명의 의미가 더 크며, 산으로만 보면 쌍선봉을 비롯하여 관음봉, 세봉 등 주요 봉우리가
산군을 이루고 있고, 바다 쪽 외변산에는 채석강, 적벽강과
격포, 고사포, 변산 등 이름난 해수욕장이 여러 곳 있는
국립공원이다. 시원스레 뚫린 서해안 고속도로를 3시간여 달려
줄포 IC를 거쳐 내소사 입구에 도착하니 11시가 조금 안
되었다.
오늘 산행 코스는 내소사 매표소를 출발 관음봉, 세봉, 청련암을 거쳐 내소사로 원점회귀 하는 코스로 3시간 내외가 소요될
것이다. 시원하게 뻗은 내소사 일주문 앞 전나무 숲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전나무 숲이 벗나무로 바뀌기 전, 좌측으로 관음봉으로 향하는 길이
나 있다. 완만한 오르막 길을 30여 분 힘겹게 오르니 이정표가
보인다. 본격적인 능선 길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직소폭포까지의 거리를 알리는 표지판이다. 잠시 숨을 고른다. 항상 그랬지만 이 정도 거리와 시간이 가장 힘겹다. 몇 주 산행을 쉰 성우가 오늘따라 힘들어 한다. 이곳부터 좌우로
볼만한 주변 경관이 눈에 들어온다. 진행 방향 우측 밑으로 내소사의 전경이 내려다 보이고, 위로는 우리가 가야 할 관음봉, 세봉이 우뚝 쏟아 있다. 좌측으로는 이름 모를 호수와 산들의 너울이 이어진다.
400m급의 산 높이에 비하면 주변의 경관이 예사롭지 않다. 날씨가 흐려서 그렀지 멀리 서해바다도 조망되고 주로 바위로 구성된 산세도 험하다. 능선 표지판에서 10여 분을 오르니 관음봉 삼거리가 나온다. 좌측으로 내려서면 직소폭포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우측 길로 들어서니
산허리를 끼고 길이 나 있고 그 위로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우뚝 솟아 있다. 관음봉이다. 규모는 작지만 웅장함이 월악산 영봉의 축소판이다. (한 번 월악산을
오른 이후 비슷한 바위 봉우리를 보면 영봉과 비교하는 습관이 든 것 같다) 지난 지리망산에서도 그랬지만
해안에 인접한 산은 높이는 낮아도 산세는 험하기가 내륙산과 비할 바 아니다.
< 관음봉으로 향하는 첫 등선 갈림길에서
>
< 관음봉에서 / 관음봉에서 세봉가는 길에서 >
내소사를 출발한지 1시간 만에 관음봉에 오른다. 한 시간만 분리해서 보면 변산은 난이
도가 어느 고산준령 못지
않다. 힘도 들고 쉬어갈 겸 간식을 편다. 초라한 식단이다. 빵과 초콜릿 등 밥이 없는 음식은 역시 우리 입에는 영 아니다. 펜션에서의
화려한 만찬을 위해 요기만 하고 세봉 방면으로 다시 길을 나선다.
< 세봉에서 / 내소사에서 >
내리막 끝에 계단 난간에서 내려다 보는 바다 방향의 전망이 그만이다. 멋진 사진을 위한 강형의 모험을 무릅쓴 도전(암벽에 올라 사진을
찍는)에 힘입어 그럴듯한 사진 한 장이 완성되었다. 관음봉에서
한 참을 내리막을 걷다가 다시 바위 길을 오르니 평탄한 지점에 세봉이 있다. 높이는 관음봉보다 높다
하나, 몸으로 느끼는 고도는 관음봉보다 아래다.
세봉을 지나 하산 길을 찾는데 예상한 삼거리 길에 출입금지 표지가 있다. 이곳을 놓치면 가마소 삼거리까지 가야 하는데 산세로 보아 하산 길이 쉽지 않아 보인다. 금지된 표지를 무시하고 낙엽으로 쌓인 길을 내려서니 이내 제 길이 보이고 청련암의 지붕이 눈에 들어온다. 청련암 앞에서 스님을 만나 인사하고 산허리를 돌아 내려오니 이내 내소사가 모습을 드려내고 오늘 등산이 끝나옴을
느낀다. 기대했던 내소사의 전경은 절집 이곳 저곳을 수리하는 관계로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다. 절 중앙에 천년 세월을 살아 돈 고목을 배경으로 내소사에서의 흔적을 남기고,
진기가 기다리고 있는 베이스캠프로 향한다.
예약을 해둔 ‘변산휴’에 도착하여 짐을 푼 후 가까운 격포항으로 바람을 쐬려 나갔다. 강변에
여러 지층의 암석이 마치 책이 쌓여 있는 듯 하다고 이름 붙여진 채석강을 구경하고 항구에서 해물 몇 가지를 구입하여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4시경부터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차린다. 성우표 1등급 한우, 격포항에서 구입한 쭈꾸미, 새조개 등을 숯불에 구워 포식했다. 소주가 몇 순 배 돌고 오랜
시간이 지났을 것이라 생각했는데도 체 6시도 되지 않았다. 피곤이
몰려온다. 추위와 바람을 피하려 실내에 차려진 바베큐장이 붐빈다. 이웃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숙소로 오른다. 다시 술상을 차리고 앉아 있는데 이미 흥이 식었다. 8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모두 골아 떨어진다. 이런, 올 때는 밤새고 이것 저것 한다던 사람들이 초저녁에 나가 떨어지다니, 역시
세월에는 장사가 없는가 보다. 초저녁 잠의 약효는 12시가
못되어 떨어져, 모두 다시 깨어 말똥말똥하다. 밤 바다를
본다며 강형과 진기가 바다로 나가더니 이내 돌아온다. 별 볼 것이 없단다. 그리고, 찌개를 끊이고 밥을 볶아 다시 술상을 차린다. 한 순배 도는가 싶더니 이제 잠잠하다. 또 힘에 겨운가 보다. 그렇게 아침을 맞는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올라갈 짐을 챙기는
것으로 송년 등산 모임은 종을 고한다. 젊은 날 한 때의 즐거웠던 추억의 재현을 기대하며 먼 곳으로
여행을 오지만, 변해 버린 세월과 우리 자신 앞에서 한계를 느끼며, 먼
훗날 오늘이 또 다른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되길 기대해 본다.
< 하루 밤을 묵었던 ‘변산휴’에서 >
숙소를 떠나며 주인 부부께 인사를 드린다. 꼭 숙박이 아니더라도 다음에
근처에 들리면 차라도 한 잔 하고 가란다. 말씀에 인정이 묻어난다.
9시. 바로 서울로 향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다. 변산
해수욕장과 새만금 방조제에 들리기로 한다. 한 때는 국내 3대
해수욕장 중 하나였다는 변산 해수욕장, 물 빠진 바다의 풍경이 싸늘한 겨울 날씨와 어우러져 을씨년스럽다. 이어 도착한 곳은 새만금 방조제, 장장 16년 동안 33km의 제방을 쌓아 바다를 육지로 만드는 대 공사장
앞에 서니 그 규모에 압도 된다. 바다 물이 빠지고 소위 ‘육지화’ 작업이 또 얼마나 걸릴지는 몰라도 그 날을 기대해 본다. 새만금을
끝으로 1박 2일의 ‘변산유희’는 끝이 났다. 아쉬움이 남지만 이것 또한 새로운 현실이라 믿으며
다음을 기약한다.
< 변산 해수욕장에서 / 새만금 방조제 전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