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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인터넷에서 ‘빵으로 알아보는 당신의 성격’이라는 페이지가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바게뜨나
호밀빵을 좋아하는 사람은 단 것을 싫어하며, 활동적이고 서구적인 스타일로,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사람이라고 한다. 담백한 빵 맛과 어울리는 성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게뜨와 호밀빵은 둘 다 일반적으로
그저 달지 않은 식사용 빵으로 알려져 있다. 맛과 쓰임새 면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는 이 두
가지 빵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숨어 있을까? 물론 가장 큰 차이는 각각 밀가루와 호밀을 사용했다는
점이겠지만, 이 외에도 둘은 서로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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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고 긴 바게뜨는 파리의 에펠탑만큼이나 프랑스를 상징한다. 프랑스인뿐 아니라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바게뜨는 사실 의외로 역사가 짧은 빵이다.
원래 프랑스에서 주로 먹었던 빵은 ‘팽 드 캄파뉴(Pain de Campagne, 직역하자면 시골
빵)’라고 하는 빵인데, 무게가 2킬로그램에 달하는 초대형 빵으로 일주일에 한 번 만들어 먹는 빵이었다.
그 후 18세기 전반 파리가 도시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살게 되면서 라틴어로 ‘막대기’라는 의미의
바게뜨가 탄생하게 되었다. 1930년대 하얀 빵이 보편화되고 이스트의 성능이 발전하면서 바게뜨 만드는
법도 급격히 발전하게 되었다. 팽 드 캄파뉴에 비해 구운 지 4시간 안에 먹어야 할 정도로 노화가
빠른 바게뜨의 특징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식사 때마다 갓 구운 바게뜨를 준비하는 것이 관습화되어 있다.
빵의 가치를 높여주는 짧은 수명과 고소한 맛이 바게뜨가 까다롭고 자존심 센 프랑스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이유이다. 바게뜨는 베이커리에서 만들기가 가장 어려운 빵이다. 프랑스의 각종 요리들과 맛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밀가루, 소금, 이스트, 물’이라는, 빵을 만드는데 필요한 오직 네 가지 재료만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버터나 우유, 설탕 등의 맛을 빌릴 수가 없이, 빵 그대로의 맛으로
평가받는다. 바게뜨는 믹싱 시간을 비롯하여 얼마나 적절히 발효를 시켰는가, 어떻게 성형을 하였는가,
그리고 어떻게 구워냈는가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그렇다면 맛있는 바게뜨란 무엇일까? 일단
한 눈에 알 수 있는 것이 적당하게 단단한 ‘크러스트(Crust, 껍질)’와 약간 노르스름하면서
불규칙적인 구멍이 숭숭 나있는 ‘크럼(Crum, 속)’이 그 기준이다. 크러스트가 얇고 구운 색깔이
흐리거나 크럼이 마치 식빵처럼 하얗고 구멍이 자잘하게 나있는 것은 진정한 바게뜨라고 할 수 없다.
또 하나가 바로 ‘쿠프(Coupe, 칼집)’이다. 쿠프는 장식용으로 잘라둔 것이 아니라, 빵 속에
있는 필요 이상의 가스와 압력을 빼내어 빵을 일정하게 부풀어오르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 쿠프가
깨끗하게 갈라져 있어야 한다.
보통 빵집에서 가장 높은 사람만이 쿠프 작업을 할 정도로, 쿠프는 바게뜨의 맛을 판가름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물론 갓 구워져 나왔을 때 크러스트가 빠지직거리며 갈라지는 소리나 오랜 시간 발효로 인한
향긋한 냄새, 그리고 촉촉한 내상(內相)은 글로 차마 표현할 수 없는 바게뜨의 매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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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도시 파리에서 태어난 바게뜨에 비해 척박한 기후에서 자라나는 호밀을 이용하여
만든 호밀빵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호밀빵은 언제부터 만들어 먹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옛날부터 독일 주부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많은 양의 호밀빵을 만들어 구운 후 이웃들과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이러한 호밀빵에는 바게뜨처럼 여러 가지 모양이 존재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약간 긴 타원형 정도이거나 틀에 넣고 발효시킨 후 구워 그 틀 모양대로 나오는 정도이다. 따라서
고유의 특이한 모양을 지닌 바게뜨와는 전혀 다른 소박한 빵이라고 할 수 있다.그렇다면 왜 호밀빵의
모양은 단순할까?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호밀가루에는 글루텐의 성분 중 하나인
글리아딘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 펜토산이라는 흡수력 강한 성분이 있어, 둥글리기를 할 때
반죽이 작업대에 들러붙어 매끄럽게 모양을 낼 수가 없다. 할 수 있는 성형이라고는 손바닥으로
반죽을 접어가면서 둥글게 만드는 것뿐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간단한 성형에도 이유가 있다. 확실하게
가스를 빼내면서 반죽 안의 기공을 골고루 퍼뜨림으로써 효소의 활동을 도와 호밀빵 특유의 구수한
향과 맛을 낸다.
또한 호밀빵의 단순한 형태는 빵 내부의 촉촉함을 더 오래 간직하게 하여, 빵의 저장성을 좋게
한다. 그렇다고 호밀빵에 장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단순하게 성형이 되면 그 위에 호밀가루를
흩뿌린 후, 칼로 십자가를 그어 그 갈라진 사이로 모양을 낸다. 유럽의 많은 빵이나 과자들을
접하다 보면 거의 대부분 종교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호밀빵의 경우도 그러하다. 굽기 전에
십자가를 그리면서 신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이다. 호밀빵 하면 독일이 유명한데, 호밀이 독일에서
많이 나기 때문에 자연히 이곳에서 호밀빵이 발달했다.
독일의 빵은 크게 호밀가루로 만든 ‘러겐브로트(Roggenbrot)’나 ‘슈바르쯔브로트(Schwarzbrot)’와
밀가루로 만든 ‘봐이첸브로트(Weizenbrot)’로 나누어지는데 호밀가루가 들어간 비율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분류된다. 대부분의 호밀은 독일 북부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주로 북부 지방으로
갈수록 호밀가루의 비율이 커지면서 진한 색을 띠게 된다. 특히 전립 호밀가루로 만든 새까맣고
단단하고 밀집된 조직을 가진, 신맛을 지닌 품파니켈(Pumpernickel)은 호밀빵의 전설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하다. 최저 16시간을 구워 만드는데 저온에서 오랜 시간 스팀으로 굽기 때문에
당분이 증가하고 독특한 색와 향, 그리고 신맛을 지니게 된다. 이 빵에 소금기가 있는 햄이나
치즈를 함께 얹으며 훌륭한 카나페가 된다. 일반적인 호밀 빵은 사워크라우트(독일식 야채 절임)나
소시지, 스튜 등과 함께 즐긴다. 독일에만 호밀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호밀빵은 호밀이
잘 자라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그리고 러시아에서도 많이 애용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도
호밀빵은 인기가 있는데 이 호밀빵을 좀 더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사워종이 아닌 이스트를 넣어
발효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프랑스에서도 호밀가루와 밀가루를 50퍼센트 정도씩 섞은 ‘팽
드 세이글(Pain de Seigle)’이라는 호밀빵이 있는데 특이하게도 생굴과 함께 먹는다고
하니 같은 호밀빵이라도 분위기는 역시 다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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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바게트 웹진에서 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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