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露店) 성체조배
날로 상승되는 기운에 봄꽃들이 화들짝 피어나는 사월의 첫날이다.
코로나가 맥을 못 추도록 늘 사람들로 붐비는 착한 ‘ㅃㅃ 재래시장’을 찾았다.
이 시장은 ‘위치·물건 좋음·저렴한 가격’ 세 가지가 착하다.
그러니 선한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당연히 늘 붐빈다.
골목 입구에 노점상 할머니 한 분, 물건이라곤 민들레와 쑥 달랑 두 가지.
그런데 정작 장사보다 기도에 집중하시는 모습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발 아래 놓인 묵주기도와 레지오 교본을 보아하니 딱 천주교 신자셨다.
‘어머나 세상에~‘
마트에서 따듯한 베지밀 한 병을 사 들고 가만히 다가갔지만, 전연 미동도 없으시다.
감히 하느님과 데이트 중이셨지만 타오르는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찬미 예수님! 무슨 기도 중이세요?”라고 여쭈었다
옷이 천주교 신자에 수도자임을 보여주니 돌아보시며 이내 환히 웃음으로 인사하셨다.
“거시기....”
보시던 책은 ‘성체조배’였다.
그런데 내 눈엔 책을 보시는 것이 아니라 성체조배 하시던 것으로 보였다.
'노점 성체조배'
무소불위(無所不爲) 하느님은 아니 계시는 데 없으시니, 성체조배가 꼭 성당 안이라야 할 이유가 없다.
사모하는 분을 불현듯 참과 진실로 만나면 그곳이 성전이다.
요 몇 년 큰 주목을 받는 지도자님은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라고 하지만
천만에.
진정한 고수는 존재와 의식으로 공간을 관리 하는 법이다.
모전여전 두 분이나 되는 따님을 수녀로 봉헌하셨다는 어르신은 이것을 보여주고 계셨다.
당신 소유 큰 밭에 민들레와 쑥이 지천이라, "용돈 벌러 나오셨다"라면서 한 소쿠리 쑥을 선물로 주셨다.
내일 점심상에 맛난 쑥버무리를 어르신들께 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