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또폭포와 외돌개코스에서
아침에 깨어보니 창밖은 안개로 자욱했다...아~산행은 틀렸구나...올레책을 뒤적였다. 요즘 비가 많이와서 '엉또폭포' 생각이 났다. 올레 7-1코스를 가기로했다. 월드컵경기장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엉또폭포로 걸어갔다. 출발지 근처에 거대한 아파트단지가 공사중이라 아스팔트길을 걸어야해서 초장부터 습기와 열기로 땀을 많이 흘렸다. 1시간 반정도민에 엉또폭포에 도착했다. 시원한 폭포수를 기대했지만 졸졸 절벽 아래쪽에서만 물이 내리고 있었다. 하늘이 흔들리는 것처럼, 우뢰같은 소리로 떨어진다는 폭포를 보기위해선 타이밍을 잘 맞춰야한다. 세 번째 왔지만 놓치고 말았다. 이 동네 어르신이 비가 많이 온 다음날 오는 것이 좋다고 한다.
7-1코스인 고근산과 하논으로 이어지는 길을 여기서 접고, 올레7코스 외돌개를 향했다.
엉또폭포의 암벽은 10층 높이만큼 높다. 갈라진 절벽의 가슴팍에 얼마나한 흙이 붙어있을까...쪼개진 가슴팍에 뿌리박고 사는 소나무들이 오히려 짙푸렀다...
월드컵경기장 건너편 행단보도 근처에 축구공 돌조각품들이 리얼해 보였다...누군가 발끝으로 찰 것 같이...
월드컵경기장은 돛배를 형상화한 건축작품이다...지금은 극장과 축구연습장 그리고 물놀이동산으로 이용되고 있다...
외돌개 근처 용머리형상의 바위에 어찌 이동했나 싶은 강태공 둘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아래가 외돌개 옆모습인데 이 곳에도 두 사람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희뿌옇게 보이는 것은 해무 때문이다...저렇게 외딴 바위에 보트로 이동했겠지만 하루 종일 낚시가 끝날 때까지 장시간 바위처럼 앉아있을 사람들...고기 입질에나 일어나겠지...점점 사람은 바위처럼, 바위는 사람의 체온을 빼앗을 것이다. 그리고 침묵속에 인내를 나눌 것이다...
아래는 정면 외돌개모습이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있다. 나는 사진찍고 있는 외돌개를 배경으로 서있는 모두를 담았다...
외돌개바다를 배경으로 노란 칸나꽃이 캉캉춤을 준비하는 무희처럼 준비자세를 취해보인다...
7월의 코스모스가 생뚱맞다...철을 잃어버린 코스모스를 종종 본다. 사람들의 조작에 속는 것일까...
호근동바닷가 민물이 내려와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아예 천막을 치고 상까지 차려버린 상행위...이런 것은 절제시켜야하건만...ㅠㅠ
손바닥선인장에 노란 꽃이 만발하다...
손바닥선인장의 노란 꽃과 능소화의 주황 그리고 야자수같은 종려나무군락지...이 길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월평포구에 도착한 것이 1시반...포구식당에서 매운탕을 시켜놓고 기다리고 있던 중...벽에 걸닌 태왁...진짜냐고 주인에게 물었더니 정말 사용하던 것을 장식으로 걸었단다...저 가벼운 태왁 하나 의지하고 파도치는 바당에서 소라전복을 캐는 해녀들의 거친 삶의 상징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걷고 집으로 돌아가기로했다. 4시간 반동안 엉또폭포와 외돌개구간 일부를 걸었다. 몹씨 습도가 높고 더운 날씨라 한여름 같다. 너무 무리하지않기로 했다. 이런 날은 '중대가리 깨지는 날'이라는 제주말이 있다. 민머리에 열이 높아진다는 날, 아침부터 해무가 마을을 덮으면 지독한 더위를 암시했다는 것이다. 아스팔트길을 많이 걸었던 폭포를 향한 길 보다 나무테크길을 걸으며 절벽 아래 풍광에 젖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불쾌지수와 행복지수의 차이라 할까...이 외돌개코스를 걸어본 사람은 정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고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짜증나는 사람들이여 이 외돌개코스를 걸어보라~~~
첫댓글 보름전쯤에 저도 이길을 걸었다는... 정말 환상적이었는데 그걸 저는 가슴에만 담아놓고 있었는데. 이렇게 풀어내 놓으시는 님이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다시 듭니다. 와싱토니아 야자수가 거대한 성을 이루던 모습, 두고두고 생각이 날 것 같습니다.
야자수이름이 멋있군요...와싱토니아...야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