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치솟는 환율로 금융시장이 더욱 혼란스러운 가운데 해외펀드 투자자들의 엇갈린 모습이 눈에 띄고 있다. 이는 환율변동이 해외펀드의 수익률에 차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인데 그 기준이 되는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환헤지란 투자하는 국가의 통화 가치가 하락할 때 발생하는 환차손을 예방하기 위해 환매 시 환율을 미리 정해 두는 것이다. 이처럼 펀드 가입자가 환헤지를 신청할 때는 가입 시점에 판매사와 선물환 매도 계약을 맺는다. 예를 들어 1년 후 1달러를 1000원에 팔 수 있도록 미리 확정 짓는 방식이다.
반면 환차익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것을 환노출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역외펀드는 환노출형이 대부분이지만, 국내 운용사의 경우 환율을 투자대상으로 보기보단 리스크 차원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환헤지형 펀드가 대다수다.
이처럼 환헤지형을 선택했을 경우 계약이 끝난 후 달러가치가 크게 올라도 환율 상승에 따른 차익을 얻을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최근처럼 주가가 크게 떨어져 원금 손실 폭이 커진 상태에서 환헤지를 연장하기 위한 돈을 추가로 지불해야 할 경우 손실은 더욱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지난달 달러당 원화 가치가 3년9개월 사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환헤지를 선택한 펀드 투자자들은 연수익률의 최대 20%를 손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환헤지 계약을 하지 않은 투자자들은 환율급등에 따른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해외펀드에 가입하는 투자자중 대부분은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선물환계약을 하지만 투자성향이나 자금여건 등으로 환헤지를 하지 않고 거래를 하는 투자자들도 상당수 있다. 은행권에서는 선물환계약을 하지 않고 해외펀드에 투자한 고객들이 전체 해외펀드 투자자들의 20%가량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환헤지를 하지 않은 해외펀드가 최근 환율 상승의 수혜를 입고 있는 것으로 해외펀드의 손실이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 속에서 환헤지를 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투자손실을 줄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환노출형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한 펀드 투자법은 아니다. 최근 환율이 급등한 덕분에 환차익이 있었지만 반대로 환율이 하락하는 경우 그만큼 손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 투자의 본 목적은 펀드상품의 시세차익에 의한 수익률이며 환차익까지 고려하며 투자할 시에는 또 다른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환헤지여부의 판단에 있어서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 우선 단순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만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는 원/달러 환율뿐만 아니라 달러화 대비 유로화, 엔화 환율도 수익률에 영향을 미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화 가치에 대한 전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 지역과 기간 등에 따른 차별화가 필요하다. 특히 소액의 적립식 투자라면 투자 기간이 분산되는 만큼 굳이 비용을 지불하며 환헤지를 할 필요성은 적어 보인다.
한편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이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의가 필요하다. 즉, 환노출로 가입한 펀드가 손실을 기록했더라도 환율로 인한 수익 부분에 대해서는 과세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FP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