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중앙여고 재직 시절, 의령 자굴산 자락에 있는 '의령교육원'으로 2년간 파견을 간 적이 있다.
그 때만 해도 낙동강 교육원은 생기지도 않았고, 덕유교육원이 본원, 의령교육원은 덕유교육원 소속 분원이었는데
지금은 직속기관 시스템이 몇 차례 바껴 의령교육원이 경남학생교육원으로 정식 본원이 되고
덕유교육원, 낙동강 수련원이 경남학생교육원의 분원이 되었다.
올해 직속기관 시스템이 또 바꼈단다. 학생교육원, 덕유교육원, 낙동강 수련원이 각자 독립된 기관으로 위상이 같아졌고,
칠북교육원(남학생)이 다시 생기면서 기존에 있던 진산교육원(여학생)과 함께 낙동강 교육원 분원이 되었다.
덕유교육원과 낙동강, 2개 교육원을 거느리고 있던 학생교육원 원장의 직급도 3급에서 4급으로 격하,
관용 자동차와 기사까지 회수, 올 8월이 퇴직인 그 원장의 퇴직금 역시 깎이지 않을까?
진산교육원장으로 있던 자굴팀 선생님도 원장에서 분원장으로 호칭이 강등되었다.
의령교육원 시절은 내 인생의 황금기였다.
마흔 한 살에 공립으로 넘어와 마흔 다섯살이란 적지 않은 나이에 수련기관으로 파견을 갔지만
거기서 근무한 2년은 정말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으로, 내 마음속에 항상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오죽하면 내가 죽으면 화장을 해 교육원이 바라보이는 산자락에 뿌려 달라는 유언장까지 썼을까?
자굴산 자락에서 같이 고생한 인연으로 그 때 같이 근무한 사람들 모임을 하고 있는데
2002년, 2003년 근무한 사람들이라 모임 명칭도 '자굴 23'으로 명명, 두 달에 한 번 정도 얼굴 보고 사는 얘기도 하고 ..
교육원 파견 근무는 따로 점수가 있어 같이 근무한 사람들 대부분이 그 점수 덕택에 승진을 했다.
의령교육원은 1999년에 개원을 했지만 점수가 생긴 것은 2001년 1월, 내가 가던 그 해 1월부터였다.
나는 점수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 채 그냥 학교를 떠나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가서 운동이나 하면 좋겠다 싶은
단순한 생각으로 갔지만, 2002년에 온 사람들은 다 승진에 뜻을 둔 야심만만한 사람들이었다.
교육원 파견 근무는 1년 의무, 1년 연장 해서 2년까지 가능한데
개원하던 해에 온 내 전임 여교사는 점수가 없어도 2년 동안 눌러 앉았지만, 남선생님들은 1년 만에 다 학교로 복귀,
나는 2001년엔 한 해 전에 온 남선생님들과, 2002년엔 새로 온 남선생님들과 같이 근무를 해야 했었다.
남자 파트너가 한 번 바뀐 셈이었는데 여교사는 나 하나뿐이라 정말 공주 대접을 받으며 행복하게 근무를 했다.
그 때 같이 근무했던 사람들이 나중에 교육장도 하고 도교육청의 국장도 하고.
지금 모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전원이 승진을 해 현직 교장, 교감으로 있다.
물론 퇴직한 사람들도 있고, 한 학기 단위로 순차적으로 퇴직을 하니 앞으론 퇴직자가 더 많아지겠지만 말이다.
밴드도 하나 만들어 운영을 하고 있는데 그 밴드에 어느날 보니 이름 앞에 뭔가가 붙어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난번 모임 때 그게 뭐냐 물어봤더니 누가 지어준 호란다.
퇴직 후 자연인으로 돌아갔는데 여전히 무슨 교장, 무슨 교육장으로 불리는 게 어색해 호를 하나씩 지어
그걸로 서로를 부르는 게 휠씬 자연스럽고 좋았단다. 수긍가는 얘기다 싶어 내 호도 하나 지어달라고 했다.
아호의 뜻을 찾아보니 '문인, 학자, 예술가 들이 본 이름 외에 따로 지어 부르는 이름'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문인, 학자, 예술가만 아호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은 아니겠지 싶어 나도 내 호를 열심히 궁리해 보았다.
옛날에 나를 아는 어떤 사람이 지어준 '가림(아름다울 가, 수풀 림)' 이라는 이름이 있는데 너무 작위적인 거 같아 맘에 안들고
개인적으로 노을 하자를 좋아해 '우하(부드러울 우, 노을 하)'라고 나름 내 이름을 지어 보았다.
이제 나도 곧 퇴직을 할테니 부르기 쉽고 듣기 좋은 이름이면 그만.
얼마 전 조카가 첫 애(딸)를 낳아 이름을 지어 달라기에 고민 고민하다 '지유'란 이름을 지어 주었다.
지혜로울 지 자에 부드러울 유 자. 지혜롭고 부드러운 여자가 되라고 말이다.
성이 왕씨라 웬만한 이름은 도대체 어울리지가 않는다.
외자 이름으론 '왕비'가 젤 좋은 이름이겠지만 학교 가면 얼마나 놀림을 당하겠냐.
남자애라면 '왕초"보다 더 좋은 이름은 없지 싶은데 말이다. 하 하 하
이번 여행 때 조 편성을 하면서 부부팀 외에 혼자 온 사람 8명이 네 명씩 두 조를 만들었는데
그 중 자야가 네 명이나 있어 자야조가 하나 만들어 질 정도로 이름 끝자에 숙, 옥, 자 가 흔한 시절도 있었다.
이제는 개명도 보편화 되어 이름에서 벌써 자기만의 뚜렷한 개성이 나타나는 이름을 선호하게 되는 거 같다.
이제 우리 세대는 져가는 노을 같은 세대. 계절로 치면 늦가을이나 초겨울, 하루로 치면 일몰 무렵이 아닐까?
가능하면 부드럽게, 품위있게, 넉넉하게 삶을 마무리 하고 싶은 바람이 담긴 이름, 우하.
우리 회원님들 어떻습니까? 호가 있으신 분, 이 참에 소개를 해보시는 것도.
그리고 너한테는 이런 이름이 어울릴 것 같다, 이름도 하나 지어주시구요.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누군가의 의미가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회장님, 회장님의 호는 달재인가요? 조광제님의 호는 나골인가요? 궁금합니다.
첫댓글 어제는 봄을 재촉하는 비소식에 아침일찍 산방으로 가서 온 종일 봄맞이 준비를 하고
점심, 저녁까지 해먹고 늦게 집으로 귀가했습니다.
이곳저곳에서 불쑥불쑥 머리 내밀며 봄나들이 나온 냉이랑, 쑥을 한옹큼 뜯어다 된장국 끓여먹고 왔어요.
산방의 매화, 산수유도 꽃망울 틔웠고요.
마리사님이 순례여행 후유증에서 이제 기운차렸군요
'아호'에 대한 의견 주셨네요.
은퇴후 과거 직책 부르기도 그렇고, 이름 부르기도 그렇긴 하지요.
제 생각에는 종교적 본명이기는 하지만
'마리사'가 가장 잘어울리는 것 같아요.
향후 엄청난 문학, 예술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가림', '우하' 보다 부르기도 편하고, 의미도 있다고 여겨져요
냉이 쑥 된장국, 듣기만 해도 입 안에 침이 고입니다.
오늘 미애랑 만나 점심 같이 먹기로 했는데 냉이가 든 된장국 하는 집을 찾아봐야겠어요.
어제 아는 밥집에 점심 먹으러 갔더니 싱싱한 미나라를 덤으로 주길래
미나리 실컷 먹고 왔습니다.
겨울방학 내내 천장 석면교체, 천장 냉난방기, LED 등, 선풍기, 책걸상 교체,
학교 외벽 도색, 용역업체 불러 학교 전체 청소 등 등을 하다보니
계속 학교에 출근을 해야 하고 결재를 해야 하고 ...
신입생 맞을 준비, 새학년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제 잠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저도 남자라면 회장님처럼 퇴직 후의 조그만 산방이라도 하나 만들고 싶네요.
부럽습니다. 땀흘려 일하고 갖게 되는 휴식이 얼마나 맛있을까요?
달재산방 만드신 거는 정말 백 번 잘한 일인 거 같습니다.
가끔 우리도 초대해 주시지, 너무 비밀스럽게 혼자만 좋은 거 하지 마세요. 질투나니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