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의 새로운 시도. 벽돌쌓기 이론.
부제: 이놈아! 그게 최선이야? 확실해?
<5편>
이야기 3.(미쳐야(狂) 미친다(到), 부제: 25살. 영어공부에 미치다.)
“이후 나는 여차저차해서 94년 9월 모 대기업이 운영하는 6개월 코스의 직업 훈련원에 들어갔어. 첫날 원장이 하는 말이 매 3개월 마다 영어 시험을 보겠다는 거야. 그것도 오랄(Oral)로”
“오랄이라면? 그 남녀가 입으로..”
딱!(머리 때리는 소리)
“집안이 너무 가난해 그 흔한 정철 영어 TAPE 하나 살 형편이 안 되었던 우리 집에서 나같이 특별히 똑똑하지도 않은 애가 영어에 흥미를 가져서 좋은 성적을 내기는 어려운 일이었지. 그래서 중학교와 고등학교 영어 시험 때 난 항상 연필을 굴려서 나오는 숫자를 답으로 적어냈어. 대학을 갈 형편이 안 되었다고 공부를 더 열심히 안한 내 자신이 후회스러웠지만 그 후회가 그때의 내게 도움 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 미쳐야(狂) 미친다(到). 그래 한번 미쳐보는 거야!”
“계속하세요~”
“그날 오리엔테이션을 마치자마자 영어 학원에 등록하고 수업을 받았어. 난 미인회화를 신청했어. I'm tom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첫 수업부터 외국인을 택한 것이란 말야. 수업이 끝나고 밖에 나온 난 제일 먼저 보이는 외국인에게 말을 걸었어. 아니 손짓 발짓을 했다고 하는 것이 맞겠지. 바디랭귀지로 난 그를 원하는 곳까지 태워다줄 수 있었어. 까막눈인 내가 영어 공부를 시작한 거야. 내 나이 25살. 이 나이에 시작해서 중, 고, 대학 10년을 배운 사람들과 경쟁할 수 있을까? 싶었지.”
“쉽지 않겠는데요. 형님”
“초기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 영어 공부를 해본 적이 없었으니 뭘 알겠냐? 그래서 학원을 며칠 다니면서 물리적으로 가장 많이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서 실천했지”
1.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으며 영어 Tape 듣기(15분)
2. 훈련원 가는 차안에서 영어 Tape 듣기(30분)
3. 점심 먹고 영어 Tape 듣기(30분)
4. 쉬는 시간 영어 Tape 듣기(total 30분)
5. 집에 가는 차안에서 영어 Tape 듣기(30분)
6. 집에서 예습하기(1시간)
7. 저녁 먹으면서 영어 Tape 듣기(15분)
8. 영어 학원가는 차 안에서 영어 Tape 듣기(15분)
9. 수업하기 전에 예습(10분)
10. 수업(50분)
11.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영어 Tape 듣기(15분)
12.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며 영어 Tape 듣기(30분)
12. 복습(1시간)
13. 잠자리에 들어서 영어 Tape 듣기(30분)
14. 아직 잠이 안 들었으면 다시 듣기(30분: 오토리버스가 안 되는 구식이라 잠이 안 들었으면 Tape을 한 번 뒤집어 줘야 됨)
“하루에 최소한 7시간은 공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고 그렇게 했다. 누나가 사서 1개만 듣고 처박아 놓았던 English Alive라는 영국제 영어 교제를 매일 몇 시간씩 들었어. 가장 쉬운 제일 첫 Tape을 무려 두 달이나 들었지. 정말 쉬웠지만 처음엔 무슨 소린지를 몰랐어. 하지만 두 달째 들으니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으니- 입에서 같이 줄줄 나오려고 하데. 그래서 두 달 후 책을 보고 뜻을 이해했지. 최소한 그 Tape 앞 뒤 1시간의 내용은 모두 이해했고 말 할 수 있을 정도가 되더라. 두 번째 Tape는 1달 만에 끝냈고 세 번째는 2주가 걸렸고 그 후론 1주일 정도 들으면 모두 이해가 되었지.”
“그렇겠네요. 아무 말도 모르는 우리 조카가 형수 말 듣다가 말 배우듯이요.”
“그렇지. 기분이다 한 대 맞아라!”
“아~이. 왜 때려요?”
“일요일엔 거리에 나가 외국인을 찾았지.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 아는 말 아무거나 꺼내며 말을 붙였어. 처음엔 디게 쪽팔리데. 걔들 대개는 귀찮아했지만 간혹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사람도 있더라. 그렇게 해서 만났던 한 미국인 군무원은 나중에 우리 회사의 본사에 소포를 보내 온 거 있지? 파견 나와 상태라 본사에서 전화를 건 여직원 더러 그걸 뜯어보라고 했다가 그냥 놔두라고 했는데 뜯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그 속에는 하드코어 포르노 잡지가 있었던 거야”
“그거 지금도 있으면 저 좀 빌려줘요”
딱!(머리 때리는 소리)
“당시 거리에서 외국인을 찾는다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시간 낭비가 많았지. 그래서 좀 더 경제적인 방법이 필요해서 생각한 것이 미군부대. 내가 사는 곳에는 미 고문단이 있어 미군을 자주 볼 수 있었어. 그래서 어느 날 이어폰으로 영어 Tape을 들으며 미군 부대 앞에서 그들을 기다렸어. 날씨가 매서운 겨울이라 나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10명은 채우고 집에 돌아가려고 오돌오돌 떨며 그렇게 몇 시간을 서 있었다. 가끔 나오는 미군더러 ‘오늘 날씨가 좋지?’하고 말을 걸었다. 황당한 질문이지만 난 그 사람을 알지도 못할 뿐더러 뭘 어떻게 말해야할지도 몰랐단 말이야. 그렇게 몇 명에게 겨우 몇 초씩을 말하던 중 한 사람이 나더러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더라. 그는 나를 미군이 자주 가는 바(Bar)에 데려간 거야. 아니! 이런 곳이?”
“그 후 미군부대 앞에서 떨 일은 없어졌지. 그 Bar에는 항상 외국인들이 있었고 난 영어 사전을 옆에 차고 칵테일을 홀짝거리며 옆에 앉은 외국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공부 삼매경에 빠지게 되었던 거야”
“나는 매일 1시간씩 미리 학원 수업 내용을 예습했는데 예습하면서 모르는 것은 노트에 적어두었다. 수업시간에 나온 질문은 수업시간에 물었고 수업이 끝나고 다른 학생들이 모두 돌아간 후에 선생을 붙잡아두고 노트에 적어놓은 질문을 했다. 그렇게 내 질문은 하루에 10개가 넘었다. 6~7명이었던 한 반 학생들 모두가 하루에 질문하는 수보다 더 많았던 거야. 내 질문은 정말 형편없이 쉬운 것들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런 수준 낮은 것들은 질문하지 않았어. 하지만 그들도 그것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들은 부끄러웠던 거지. 3개월이 지나자 춥다, 덥다, 배고프다 등 간단한 수준의 대화는 별 무리가 없게 되었어.”
“훈련원 입학 3개월 후, 나는 영어 ‘중등반’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6개월 후엔 시험이 없었지. 있었다면 아마도 ‘상’에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훈련원을 수료하고 얼마 후 서류를 찾을 일이 있어서 다시 그곳을 찾았다가 내가 ‘하’시절에 만났던 호주 교포 영어 선생을 만났어. 그는 내게 서툰 한국말을 했지만 난 영어로 답했어. 헤어지며 내가 마지막으로 건낸 ‘Take care!’란 말에 그는 흠짓 놀라는 표정을 지었지. 대개의 초급자들이 'Good bye'라고 할 그 상황에서 난 정확한 R사운드가 들어간 발음으로 그에게 ‘잘 지내세요.’라고 말을 했던 것이야.”
“감동인데요~ 형님”
“훈련원 수료 후 따로 학원까지 다녀 훈련원 동기 중 유일하게 CAD 자격증을 땄지만....,”
“CAD 자격증도 땄어요?”
<벽돌쌓기5, CAD>
“바로 직장을 구할 수 없던 나는 다시 카센타에 다녔고 엔진오일을 갈기 위해 오일펜의 코크를 열고 오일이 내려오는 그 몇 십초 사이에도 한 손에는 영어 단어장이 들려있었다. 카센타는 마치는 시간이 너무 늦어 학원에 갈 상황이 안 되어서 손님이 없을 때 사장님의 양해를 얻어 선교사들이 무료 교습을 해주는 몰몬 교회를 찾기도 했지. 그곳에서 난 이미 중/상급자에 속해 있었다. 그리고 그 교회 신자의 소개로 CAD 용역회사에 일자리를 얻은 것이 1995년 9월이었다. 영어 배우려고 갔다가 직장까지 얻었단 말이야. 그래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고 하는 것인가 보다.”
“우와~ 감동의 도가니탕인데요!”
<벽돌쌓기6>
“나는 5개의 면허증, 2개의 중장비 자격증, CAD 자격증을 따고 영어도 어느 정도 할 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중장비를 생산하는 대기업내의 CAD 용역업체 직원으로 취직했지. 용역업체 사장은 내 이력서에 굴삭기, 지게차, CAD 자격증을 써 넣어서 대기업에 제출했어. 이 3개의 자격증과 정비 경력, 그리고 영어공부는 직업의 이해에 아주 유용했지. 왜? 도면이 모두 영어니까. 대기업 직원들보다 내 회화실력이 더 좋았던거야.”
<벽돌쌓기7>
“그러니까 굴삭기, 지게차, CAD라는 벽돌을 쌓아 두셨기 때문에 취직을 하셨고 거기다 영어를 배워둬서 직장에 도움이 되었다는 말이네요. 도면이 전부 영어니 까막눈이었다면 굉장히 고생했겠네요?”
“그랬겠지.......,”
- 6편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