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연구 병행 대표적인 교수 불자들
박영재-30년간 참선 지킨 물리학자 /
서명원-프랑스인 신부가 성철 연구 /
이시우-천문학으로 불교 교리 설명 /
학자들의 불교 수행이나 교학 공부는 그 파급력에서 일반인의 그것과 다르다.
책을 쓰거나 강연에 나섬으로써 사람들에게
전문 수행자 못지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이들이 한국교수불자연합회에 소속돼 신행과 연구 활동을 병행하는 교수들이다.
1988년 창립된 이 단체는 매해 연합회 차원의 학술대회를 여는 것에 더해
2006년부터 해마다 불자·기독자 공동학술대회를 개최, 종교 간 깊은 대화를 실천함으로써
한국의 종교문화 발전에 큰 몫을 담당해왔다.
이 단체 소속이 아닌 채 불교에 심취해 홀로 수행이나 연구를 하는 학자들도 많다.
박영재(물리학) 서강대 교수는 재가수행단체 지도법사와 교수를 오가며
30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화두를 든 학자로 유명하다.
잠에서 깨어나 한 시간, 잠들기 전 한 시간 빠짐없이 참선을 하면서도
SCI급 논문 140여편을 발표하는 학문적 업적을 일궈냈다.
그는 연구 중 문제가 생기면 이를 화두로 삼고
참구, 생활과 수행을 일치시키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같은 서강대에서 종교학을 가르치는 서명원 교수는 프랑스인으로 예수회 신부이면서
성철스님의 선 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특이한 경우다.
성철스님으로부터 그리스도교 경전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빛을 제공받았다는
그는 불교와 그리스도교 사이의 깊은 대화를 위해 학자로서의 삶을 걸겠다고 말한다.
이시우(천문학) 전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전공인 천문학으로
불교를 설명하려 노력해 온 학자다. 불교 수행과 공부를 위해 정년을 5년 앞둔
1998년 서울대에서 조기퇴직한 이 전 교수는 한때 서울대 교수들 사회에서
“퇴직 뒤 입산했다더라”, “토굴에서 생활한다더라”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불교에 심취했다.
퇴직 뒤 불교의 가르침과 천문학의 본격적인 가로지르기를 시도,
‘천문학자와 붓다의 대화’,
‘천문학자, 우주에서 붓다를 찾다’, ‘천문학자가 풀어낸 금강경의 비밀’ 등을
펴낸 것에 이어 우주현상을 불교사상으로 풀어낸 명상집
‘별처럼 사는 법’을 내기도 했다.
배광식 서울대 치의대 교수는 염불선을 주창했던 청화스님에게 불법을 배워
2006년 11월부터 도반들과 함께 아미타불 염불선 1000일 수행을 하고 있는 학자다.
서울대 교수 불자회인 ‘불이회’회장이기도 한 배 교수는
불교 포교와 염불선을 위해 포털 사이트 다음에
‘금강(金剛)/불교입문에서 성불까지’(cafe.daum.net/vajra),
네이버에 ‘금강(金剛)/불교입문에서 성불까지(cafe.naver.com/huineng)’ 카페를 운영하는 등
4개의 인터넷 홈페이지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다음 카페에 5800명, 네이버 카페에 480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 중일 정도로 성황이다.
박희선(90·생활참선 석천선원 원장) 전 서울대 금속학 교수는 불교 신행이 아닌,
생활참선을 하는 이로 유명하다.
나이 50에 뒤늦게 일본 유학길에 올랐던 그는 현지의 노스님으로부터 참선을 배우면서
몸과 마음이 몰라보게 건강해진 뒤 90이 된 현재까지
생활참선을 보급하며 활발한 사회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9. 5. 1.
김종락 기자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