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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신부님은 탐정》
## 제45화 ― 「사진 속에서 지워진 여자」
금요일 오전 열 시.
은솔성당 사무실에는 오래된 사진 냄새가 가득했다.
정확히 말하면 사진 자체의 냄새라기보다 오래된 종이와 풀, 먼지 냄새가 섞인 것이었다.
한서윤 세실리아 기자가 커다란 갈색 봉투에서 흑백사진 여러 장을 꺼내 책상 위에 펼쳐놓았다.
최병철 사무장이 난처한 표정으로 물었다.
“기자님, 신문사는 이제 사진관 일도 합니까?”
한서윤이 웃었다.
“제가 하는 게 아니라 은솔사진관에서 부탁받았어요.”
오미자 안나 사목회장이 얼른 가까이 다가왔다.
“무슨 사진인데요?”
“옛날 사진이요.”
“그건 보면 아는데.”
최병철이 중얼거렸다.
“회장님께서는 질문도 참 구체적이십니다.”
오미자가 그를 흘겨보았다.
김맑음 프란치스코 신부는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사진에는 여섯 사람이 서 있었다.
부부로 보이는 중년 남녀.
젊은 남자 두 명.
열 살쯤 된 여자아이.
그리고—
한 여자.
정확히는 여자가 있었던 자리였다.
몸은 남아 있었다.
흰 블라우스.
검은 치마.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서 있는 모습.
그런데 얼굴만—
거칠게 긁혀 있었다.
김맑음 신부가 안경을 고쳐 썼다.
오미자가 바로 말했다.
“나왔어요.”
“뭐가요?”
“신부님 저 표정.”
“무슨 표정입니까?”
“사건 냄새 맡은 표정.”
김맑음 신부가 사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저는 냄새 맡는 사람이 아닙니다.”
한서윤이 웃었다.
“그런데 저도 이 사진은 좀 이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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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은솔사진관 주인 서재훈이 가져온 것이었다.
서재훈은 올해 예순셋.
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며칠 전 한 노인이 낡은 가족사진을 복원해달라며 맡겼다.
사진은 약 사십 년 전 촬영된 것이었다.
“원래도 얼굴이 지워져 있었습니까?”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서재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손상이 자연스럽게 된 것은 아닙니까?”
“아닙니다.”
그는 확대된 사진을 보여주었다.
얼굴 부분에만 여러 번 날카로운 물건으로 긁은 자국이 있었다.
“송곳 같은 것으로 일부러 긁었습니다.”
한서윤이 물었다.
“사진을 맡긴 분은 뭐라고 하셨어요?”
“그냥 복원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지워진 여자 얼굴도요?”
“네.”
“누구냐고 안 물어보셨어요?”
서재훈이 씁쓸하게 웃었다.
“사진관은 물어보면 안 되는 것도 많습니다.”
김맑음 신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군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서재훈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어젯밤 누가 사진관에 들어와 복원 중이던 사진을 망가뜨리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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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솔사진관.
낡은 간판 아래 작은 가게였다.
벽면에는 졸업사진과 가족사진, 증명사진들이 빼곡했다.
가게 안쪽에는 복원작업용 컴퓨터와 스캐너가 놓여 있었다.
서재훈이 화면을 켰다.
사진은 이미 상당 부분 복원되어 있었다.
색이 바랜 부분은 깨끗해졌고—
긁힌 여자 얼굴도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
눈.
코.
입술.
젊고 아름다운 여자였다.
하지만 완전히 복원되지는 않았다.
왼쪽 눈과 입 주변은 아직 흐릿했다.
서재훈이 말했다.
“어젯밤 작업을 저장하고 퇴근했습니다.”
“몇 시였습니까?”
“아홉 시쯤이요.”
“문은 잠갔고요?”
“네.”
“그런데?”
“아침에 와보니 컴퓨터 전원이 켜져 있었습니다.”
이도현 형사가 사진관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그리고 외부 저장장치 하나가 사라졌답니다.”
김맑음 신부가 돌아봤다.
“또 왔네.”
둘만 가까이 있어서 말투가 편해졌다.
이도현이 말했다.
“신고가 들어왔으니까.”
“내가 부른 거 아니야.”
“그 말부터 하는 거 보니까 찔리네.”
“안 찔려.”
주변에 사람들이 다가오자 두 사람은 다시 존댓말을 썼다.
이도현이 설명했다.
“문을 강제로 연 흔적은 없습니다.”
최병철이 말했다.
“그러면 열쇠를 가진 사람 아닙니까?”
서재훈이 대답했다.
“열쇠는 저랑 아들뿐입니다.”
“아드님은 어디 계십니까?”
“서울에 있습니다.”
“확인됐습니까?”
이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젯밤 서울 회사에서 근무 중이었던 게 확인됐습니다.”
오미자가 말했다.
“그럼 사진관 주인밖에 없잖아요.”
최병철이 바로 말했다.
“회장님, 본인이 자기 사진을 왜 훔칩니까?”
“위장할 수도 있죠.”
김맑음 신부가 조용히 말했다.
“아직 누가 들어왔는지는 모릅니다.”
오미자가 입을 다물었다.
“알았어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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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맑음 신부는 복원된 사진을 다시 바라보았다.
여섯 사람.
중년 부부.
두 아들.
어린 여자아이.
그리고 얼굴이 지워진 젊은 여자.
그가 물었다.
“사진을 맡긴 노인은 누구입니까?”
서재훈이 접수증을 보여주었다.
**김성태. 78세.**
주소는 은솔시 서쪽 오래된 주택가였다.
한서윤이 말했다.
“제가 찾아볼게요.”
이도현이 말했다.
“경찰이 먼저 연락하겠습니다.”
오미자가 물었다.
“저희도 가나요?”
이도현이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요.”
오미자가 김맑음 신부를 바라봤다.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저도 일단 성당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이도현이 의심스럽다는 듯 바라봤다.
“정말입니까?”
“미사 준비가 있습니다.”
“오늘은 왜 이렇게 정상적이지?”
김맑음 신부가 작게 말했다.
“나 원래 정상적이야.”
이도현이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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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오후 세 시.
한서윤에게 전화가 왔다.
“신부님.”
“네.”
“김성태 씨가 사진을 찾으러 오지 않았대요.”
“연락은요?”
“전화가 꺼져 있어요.”
김맑음 신부의 표정이 달라졌다.
“집에는요?”
“경찰이 갔는데 사람이 없답니다.”
잠시 후—
이도현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맑음아.”
“응.”
“김성태 씨 집에서 사진 한 장 더 나왔어.”
“무슨 사진?”
“같은 가족이 찍힌 사진.”
“여자 얼굴은?”
“멀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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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의 집.
낡은 장롱 서랍 안에서 발견된 사진은 같은 날 찍힌 듯했다.
같은 옷.
같은 사람들.
조금 다른 자세.
이번에는 얼굴이 지워지지 않았다.
김맑음 신부는 사진 속 젊은 여자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옆에는 열 살쯤 된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있었다.
한서윤이 말했다.
“둘이 닮았어요.”
이도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눈매가 비슷하군.”
사진 뒤에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1986년 5월**
**김성태, 박영숙, 김동식, 김정식, 김희정, 이선미.**
김맑음 신부가 이름을 하나씩 읽었다.
김성태.
박영숙.
두 아들 김동식, 김정식.
딸 김희정.
그리고—
이선미.
성씨가 달랐다.
한서윤이 말했다.
“가족이 아닌 사람인가 봐요.”
김맑음 신부가 사진을 뒤집어 다시 보았다.
이선미와 김희정은 서로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런데 아주 가까운 사이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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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장남 김동식은 은솔시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차남 김정식은 인근 도시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딸 김희정은 서울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세 사람은—
이선미라는 이름을 듣자 모두 반응이 달랐다.
김동식은 대답했다.
“모르는 사람입니다.”
김정식은 잠시 침묵한 뒤 말했다.
“옛날 이웃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희정은 전화를 받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끊었다.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세 사람 모두 같은 사진 속에 있는데 기억이 다르군.”
한서윤이 말했다.
“누군가는 거짓말하고 있다는 뜻 아닐까요?”
김맑음 신부가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은 맞을지 몰라도 이유부터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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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오전.
김동식이 성당으로 찾아왔다.
예순을 바라보는 남자였다.
그는 사진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 일은 그만해주십시오.”
김맑음 신부가 차분하게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우리 집안일입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왜 신부님까지 나섭니까?”
“제가 먼저 나선 것은 아닙니다.”
김동식의 표정이 굳었다.
“사진만 복원하면 됩니다.”
“그런데 누군가 복원 파일을 훔치려고 했습니다.”
“그건 경찰이 알아서 하겠죠.”
“맞습니다.”
김맑음 신부는 사진을 바라봤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뭡니까?”
“왜 이선미 씨의 얼굴만 지워져 있습니까?”
김동식의 눈빛이 흔들렸다.
“모른다고 했습니다.”
김맑음 신부는 그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더 몰아붙이지 않았다.
대신 물었다.
“김희정 씨와는 어떤 관계였습니까?”
김동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이름 다시 꺼내지 마십시오.”
그는 그대로 성당을 나갔다.
오미자가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들어왔다.
“수상하죠?”
최병철이 말했다.
“회장님은 또 시작하십니까?”
“저렇게 화내는데 안 수상해요?”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화가 난다는 것과 범인이라는 것은 다릅니다.”
“그럼 뭔데요?”
“상처가 있다는 뜻일 수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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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오후.
김희정이 은솔성당에 찾아왔다.
쉰 살의 단정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사진을 보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김맑음 신부는 아무 말 없이 물 한 잔을 내밀었다.
한참 뒤—
김희정이 입을 열었다.
“선미 언니는…….”
목소리가 떨렸다.
“제 언니예요.”
김맑음 신부가 조용히 기다렸다.
“친언니는 아니지만요.”
이선미는 김성태 부부가 정식으로 입양하기 전까지 함께 살았던 아이였다.
당시 열여덟 살.
부모를 잃고 친척집을 전전하다 김성태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
박영숙은 선미를 친딸처럼 아꼈다.
어린 희정도 선미를 언니라고 따랐다.
“그럼 왜 가족사진에서 얼굴을 지웠습니까?”
김희정이 눈물을 닦았다.
“오빠 때문이에요.”
“김동식 씨요?”
“네.”
김동식과 이선미는 혈연관계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성장하면서 서로 좋아하게 됐다.
하지만 부모는 반대했다.
법적인 입양 절차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어도 이미 한집에서 가족처럼 살았기 때문이다.
동네에서도 소문이 퍼졌다.
김성태는 크게 화를 냈다.
결국 이선미에게 집을 나가라고 했다.
그 뒤—
선미는 사라졌다.
“엄마는 평생 후회했어요.”
김희정이 말했다.
“선미 언니를 쫓아낸 걸.”
박영숙은 몇 번이나 선미를 찾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남편 몰래 사진을 간직했다.
얼굴이 지워지지 않은 사진.
김성태는 반대로—
가족사진에서 이선미 얼굴을 긁어버렸다.
“없던 사람처럼 만들려고요?”
김희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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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김성태 씨가 왜 사진을 복원하려고 했습니까?”
김희정이 고개를 저었다.
“저도 몰라요.”
그때 이도현에게 전화가 왔다.
김성태가 발견됐다.
병원이었다.
전날 길에서 쓰러져 행인이 신고했다.
휴대전화는 방전되어 있었고, 기억이 조금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김맑음 신부와 이도현은 병원으로 갔다.
김성태는 병상에 누워 있었다.
사진 이야기를 꺼내자 눈을 감았다.
“제가 맡겼습니다.”
“왜 복원하려고 하셨습니까?”
노인은 한참 침묵했다.
“찾았습니다.”
“누구를요?”
“선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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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미는 살아 있었다.
지금은 예순을 넘긴 나이.
전라도의 작은 도시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김성태는 몇 달 전 우연히 지인을 통해 그녀의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알게 됐다.
이선미가 오랫동안 가족사진 한 장을 가지고 싶어 했다는 것을.
“그 아이는 우리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김성태가 말했다.
“그래서 얼굴도 지웠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런데 내가 틀렸더군요.”
아내 박영숙은 세상을 떠나기 전 남편에게 말했다.
‘당신이 사진에서 얼굴을 지워도 그 아이가 우리 집에서 살았던 시간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에요.’
그 말이 오래 남았다.
김성태는 결국 사진을 복원해 이선미에게 보내주려고 했다.
“내가 죽기 전에 한 번은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사진관에 누가 들어갔는지는 아십니까?”
김성태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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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며칠 뒤 밝혀졌다.
김동식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사진을 복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다.
과거 이선미를 사랑했지만—
그녀가 떠난 뒤 한 번도 찾지 않았다.
처음에는 부모 탓을 했다.
그러다 세월이 흐른 뒤에는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알았다.
사진이 복원되면—
자신이 평생 외면했던 과거가 다시 눈앞에 나타날 것 같았다.
그래서 밤에 아버지에게서 예전에 받아둔 사진관 예비열쇠를 이용해 들어갔다.
복원 파일이 담긴 저장장치를 가져갔다.
하지만 삭제하지 못했다.
저장장치는 그의 자동차 안에서 그대로 발견됐다.
이도현이 물었다.
“왜 버리지 않았습니까?”
김동식이 대답했다.
“못 버리겠더군요.”
“없애려고 가져간 것 아닙니까?”
“그랬습니다.”
“그런데?”
김동식은 한참 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사진 속에서 선미 얼굴을 다시 봤습니다.”
그의 눈이 붉어졌다.
“사십 년 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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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은솔사진관.
복원된 사진이 인화됐다.
흑백사진 속 여섯 사람.
이번에는 아무도 지워져 있지 않았다.
이선미.
젊은 시절의 그녀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김동식은 사진 앞에 오래 서 있었다.
김희정이 옆에서 말했다.
“오빠.”
“응.”
“선미 언니한테 보내자.”
김동식이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김성태는 직접 편지 한 장을 썼다.
짧은 내용이었다.
**선미야.**
**너를 사진에서 지워버린 사람은 나였다.**
**그런데 이제야 알았다.**
**사진에서 지운다고 가족이었던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더구나.**
**미안하다.**
사진과 편지는 이선미에게 보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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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뒤.
은솔성당 사무실로 작은 소포 하나가 도착했다.
보낸 사람은 이선미였다.
봉투 안에는 복원된 가족사진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아저씨.**
**사진 잘 받았습니다.**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 사진 속에 있었습니다.**
**얼굴이 지워져 있을 때도요.**
**이제는 미워하지 않습니다.**
그 아래—
한 줄이 더 있었다.
**그리고 동식 씨에게도 전해주세요.**
**저도 잘 살았습니다.**
김맑음 신부는 사진을 한동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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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미사.
김맑음 신부는 강론 마지막에 말했다.
“우리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마음속에서 지우려고 할 때가 있습니다.”
성당 안이 조용했다.
“사진을 찢고.”
“편지를 버리고.”
“이름을 부르지 않습니다.”
그는 잠시 멈추었다.
“하지만 함께 살았던 시간까지 지울 수는 없습니다.”
맨 뒤쪽에는 김성태와 김동식, 김희정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때로는 지우는 것보다 다시 바라보는 데 더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아팠던 시간도 내 삶의 일부였음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내가 상처 준 사람이 있었다면 늦게라도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김맑음 신부가 조용히 말했다.
“그것이 우리가 과거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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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가 끝난 뒤.
박복례가 사제관에서 저녁상을 차리고 있었다.
오미자가 사진을 들고 들어왔다.
“신부님.”
“예.”
“저도 옛날 가족사진 좀 복원해볼까요?”
“왜요?”
“젊었을 때 정말 예뻤거든요.”
최병철이 뒤에서 말했다.
“복원한다고 다른 얼굴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오미자가 천천히 돌아봤다.
“최 사무장님.”
최병철이 멈칫했다.
“예.”
“오늘 저녁 안 드실 거예요?”
“먹겠습니다.”
박복례가 웃었다.
김맑음 신부도 웃으며 숟가락을 들었다.
그날 은솔사진관에서는—
얼굴 하나가 다시 사진 속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정말 되돌아온 것은 얼굴이 아니었다.
한 가족이 사십 년 동안 없었던 사람처럼 취급했던—
**한 사람의 자리였다.**
**― 제45화 끝 ―**
### **제46화 ― 「비 오는 날의 빈 유모차」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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