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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화의 바닥
저마다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산을 오르지만 본격적으로 산행을 하려다 보면 등산장비부터 산행방법까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마구잡이 산행에서 진일보하기 위해 첫 산행 때부터 가져온 각종 궁北塚� 하나씩 풀어 보자.
본격적인 등산의 시작은 뭐니뭐니해도 등산화를 고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등산화를 제대로 고른다 는 것은 예상과 달리 쉽지 않은 작업이다. 아무 등산용품점이나 가서 덥석 사면 될 것 같지만 막상 가 보면 수많 은 종류의 등산화에 압도돼 선택에 애를 먹게 된다.
등산화를 고르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역시 잘 미끄러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 하산길에서 아차 하는 순간 미끄러져 발목을 다치거나 심할 경우 목숨이 위태로운 사고를 만날 수도 있기 때문에 미끄럼 방지는 등산 화의 가장 일차적인 기능이다. 이 미끄럼 방지 기능은 등산화의 바닥, 아웃솔(Outsole)에 달려 있다.
등산업체마다 온갖 명칭을 단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이 아웃솔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어 있다. 바로 부틸이라는 성분의 함량이다. 동전을 거꾸로 붙여도 들러붙어 있을 정도로 점성이 좋은 이 성분의 함량이 등산화의 접지력을 좌우한다. 하지만 부틸이 많이 들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아웃솔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부틸이 많이 들어 있을 수록 내구성이 약해 그만큼 쉽게 마모되기 때문이다. 접지력을 높인다고 부틸을 많이 넣어 몇 번 신지도 못할 등 산화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등산업체들은 이 부틸의 황금비율을 찾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부산지역 등산화 전문업체인 트렉스타의 '하이퍼그립'이나 캠프라인의 '릿지엣지' 등은 바위산이 많은 한국 지형 에 맞춰 이 부틸의 가장 적절한 함량을 찾아낸 아웃솔들이다.
※. 아웃솔(Outsole)이란? 구두창 중에서 땅바닥에 닿는 부분을 말한다. 가죽 밑창 외에 러버 솔, 우레탄 솔, 주트 밑창 등이 있다.
비브람(Bibram)! 뭐지?
산에 가면 등산화 바닥을 들어 보이며 서로 비교하는 모습들을 더러 보게 된다.
새까만 등산화 바닥에서 노란색 팔각형 모양이라도 발견하게 되면 한쪽에서는 "와" 하는 탄성을 지르기도 한다. 이 노란색 팔각형 모양이 바로 등산 재킷으로 치면 '고어텍스' 정도에 해당하는 '비브람'창을 상징한다.
먼 거리에서도 눈에 잘 띄도록 고안된 이 비브람 문양은 최근 들어 등산화 앞과 옆을 가릴 것 없이 날렵한 모양의 글씨로도 등장, 등산화 자체가 홍보까지 겸하게 한다. 전 세계 산악인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이 비브 람창은 이탈 리아에서 개발된 아웃솔의 대명사.
평범해 보이는 등산화도 비브람창을 달았다는 문구 하나만으로도 가격이 크게 오를 정도로 세계적인 명성을 지 니고 있다. 하지만 국내 등산 전문가들은 이 비브람창에 대해 그다지 높은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있다. 비브람창이 부틸 함유 아웃솔과는 달리 접지력보다는 내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틸 함유 아웃 솔과 비브람창을 놓고 손톱으로 살짝 긁어보면 부틸 함유 아웃솔이 부드러운 데 비 해 비브람창은 상당히 딱딱한 느낌을 준다. 등산용품 전문업체인 오케이아웃도어
적어도 비브람창 등산화를 산다면 급격한 온도변화에도 고무의 탄성을 유지하는 비브람의 특징을 먼저 염두에 두고 내구성을 우선으로 등산화를 장만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 비브람(Bibram)이란?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등산가가 고안한 등산화의 고무창 이름. 지금은 고무창을 댄 등산화의 총칭이 되었다. 1950년 힌드 쿠시(Hind Kush)의 티리치 미르(Tirich Mir, 7,708m) 등정한 노르웨이의 안 내스(Arne Naess) 대장 팀이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오늘날 등산화의 주종을 이루고 있다. 비브람은 고무회사의 이름.
등산화 교체는 언제?
등산화를 산 지가 좀 됐다면 자동차 타이어를 살피듯 밑창을 가끔 살펴야 한다.
일반 운동화에 비해 내구성이 높기는 하지만 험한 산길을 주로 다니다 보니 아무래도 마모 정도가 심할 수 밖에 없다. 주말마다 산행을 1회 이상씩 하는 산꾼들이라면 1년 정도 지나면 반드시 밑창을 살펴보고 6개 월가량 더 신은 뒤 등산화 교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내구성이 강한 비브람창일 경우에는 3년 가까이 신을 수도 있고 부틸이 많이 함유된 밑창이라면 1년 만에 닳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판단하긴 곤란하다.
일단 하산길에 이전보다 등산화가 미끄럽다는 느낌이 든다면 주저하지 말고 교체 여부를 고려하자. 고급 등산화 는 갑피 상태가 괜찮을 경우 밑창만 2~3회 갈아 신는 산꾼들도 있다. 오랫동안 신어 발에 착 감기는 등산화를 무 턱대고 바꾸기 어렵거니와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한다면 꽤 괜찮은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방법을 쓸 때에는 반드시 제대로 된 곳에서 밑창갈이를 해야 한다. 고어텍스 등산화의 경우 밑창을 갈 면서 고어텍스 부티크(버선모양의 내피)가 찢어지면 고어텍스 기능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으므로 책임 질 수 있 는 곳을 찾아야 한다.
1990년대 중반부터 등산화 밑창갈이 서비스를 해 오고 있는 부산지역 등산용품 제조사 트렉스타의
등산화의 피부
"등산화를 산 지 2년이 지났는데 고어텍스가 다 닳아서 엉망이 됐어요."
한 달에 두 번 가량 가까운 근교산을 찾는 직장인
살 때는 비와 바람은 막아주고 땀은 배출한다는 고기능성 고어텍스가 좋았는데 몇 년 지나고 보니 등산화 갑피가 닳아 발에 땀도 많이 차는 것 같다는 푸념이다.
이씨의 이 푸념은 제2의 피부라고까지 불리며 등산용품 소재로서는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고어텍스에 대한 오 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등산용품에 사용되는 고어텍스는 갑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갑피 안쪽에 부착된 고기 능성 필름을 의미한다.
등산화의 경우 발과 직접 맞닿는 쪽이 고어텍스이며 갑피는 등산화의 종류에 따라 가죽이나 메시 등 숨을 쉴 수 있는 소재가 덧붙여져 만들어진다.
방수는 일차적으로 발수성(물을 튕겨내는 성질)을 띠는 갑피가 물을 막는 기능을 담당한다. 갑피의 발수성은 고 어텍스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투습성(땀을 배출해 내는 성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갑피가 물 에 젖어 수 막이 형성돼 버리면 등산화 안쪽에서 고어텍스를 통과한 땀이 밖으로 나갈 길이 없게 되기 때문 이다.
이씨가 닳았다고 푸념하는 것은 갑피일 뿐이며 고어텍스의 기능은 등산화 안쪽에 상처가 나지 않았다면 아직 남 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씨는 발에 땀이 찬다면 갑피의 발수성이 떨어졌는지를 살펴 등산화 갑피에 발수 제를 바르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옳다.
배낭을 사랑하라!
우연히 가까운 산을 올라가 본 사람들은 군인도 아닌데 배낭을 메고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보고 속으로 웃는 다.
'물병 하나만 들면 가뿐하게 갔다 올 수 있는데 왜 저 사람들은 저렇게 난리법석을 떨고 있나?'
주말을 맞아 야트막한 산을 찾는 직장인들도 대부분은 홀가분한 빈손이거나, 물병 하나 정도만 들고 산에 오른 다. 그래서 회사마다 자칭 '물병 산악회'라고 부르기도 하는, 아직은 산악회라 부르기 낯간지러운 조직 이 한둘은 꼭 생긴다.
하지만 사계절을 한 번만이라도 겪어 본 등산객이라면 가벼운 등산에서조차 산꾼들이 왜 배낭을 꼭 메고 산을 오 르는지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요즘 같은 환절기에 배낭 없이 산을 오른다는 것은 불편을 넘어 위험 을 자초하는 셈이 되기도 한다.
해발 800여m가량인 부산의 금정산을 오를 때에도 산 아래에서 느끼는 기온과 산 정상에서 느끼는 기온은 4도 가 량 차이가 난다. 바람이라도 많이 부는 날이면 체감기온은 훨씬 떨어진다. 자칫 체온조절에 실패, 감기 에 걸리기 십상이다.
따라서 물과 함께 바람막이 하나쯤 넣어갈 수 있는 배낭을 메는 것은 등산을 위한 필요 조건이다. 등산은 99%의 행운보다 1%의 불운에 대비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배낭은 하산길에 뒤로 넘어질 때에도 엉덩이나 등, 머리를 바닥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당일 3~4시간 산행에도 옷가지를 비롯해 온갖 준비물을 넣어 불룩해진 배낭을 메고 다니는
배낭이 필요하거들랑
"내게 등산이 맞는 운동인지도 모르는데 배낭을 덥석 사자니 부담스러워요."
주말 등산길에 만난 한 초보 여성 등산객은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다 배낭 크기부터 종류도 고민이라는 푸념까지 덧붙였다. 옳은 말이다. 서민 운동의 대명사로 꼽히는 등산도 막상 시작하고 보면 여기저기 돈 들어 가는 것이 만만치 않음을 금세 느낀다.
등산화만 하더라도 10만원을 넘기 일쑤이며 괜찮은 웃옷이라도 장만하려면 수십 만원이 들어가는 것이 예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등산객들로서는 당일치기 산행에 굳이 배낭까지 장만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푸념은 잠시 접어두고 집 안을 한번 살펴보자. 학생이 있는 집이라면 공부방을 들여다봐도 좋다. 반드시 학생용 배낭 한두 개쯤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배낭을 메고 산에 가면 된다. 등산용품은 자연에 순응하며 최소한 으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 패션용품이 아니므로 이 정도면 된다.
배낭의 크기와 종류는 당일치기 산행에서 벗어나 적어도 1박 이상의 산행을 하게 될 때 고민해도 무방하다. 웬만한 겨울 산행이라도 당일치기라면 어지간한 학생용 배낭이면 충분하다. 학생용 배낭이 폼이 나지 않는다는 사람들은 본보 산&산팀
늘 학생용 배낭을 메고 산행에 나서는 홍 대장은 말한다. "자주 봐야 하는 지도를 넣고 빼는 데는 이만 한 게 없어 요. 고급 배낭은 복잡해서 넣고 빼기가 불편하거든요."
배낭의 크기는?
산행을 시작하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산행시간과 이동거리가 점점 늘어난다. 등산에 재미를 느끼는 자신을 발 견하는 이 시기부터 제대로 된 배낭 구입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등산에 필요한 소지품은 옷가지와 음식, 물 등이 기본이다. 키가 작거나 몸무게가 적게 나간다고 해서 산에서 음 식을 먹지 않거나 옷가지가 필요 없을 수는 없으므로 기본적인 소지품은 줄이기 어렵다. 따라서 배낭을 구입하는 데 있어 몸무게나 남녀의 구분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1박 이상의 종주 산행이라면 당연히 대형 배낭을 메고 가야 하겠지만 그 외의 경우라면 배낭의 크기를 좌 우하는 가장 큰 변수는 계절이다.
봄·가을 산행의 경우 간단하게 물 한 병과 약간의 음식, 바람막이 등만으로도 산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의외로 조 그만 배낭만으로 산행이 가능하다. 어떤 등산객들은 15L가량의 소형 배낭만 짊어지고도 당일 코스를 무난히 견 딘다.
겨울산행은 기본적으로 두꺼운 옷가지와 아이젠, 스패츠 등 준비해 갈 등산용품이 많다. 35L 이상은 되는 배낭이 겨울에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여름철 산행이 가장 애매하다. 비올 때를 대비해 비옷이나 방수 바람막이 등을 준비해야 하는 데다 물이 많이 필 요하기 때문에 소형배낭으로 모자라는 경우가 꽤 있다.
모든 여건을 고려할 때 처음 배낭을 구입한다면 용량이 35L가량은 되는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1박 이상의 장기 산행이 아니라면 모든 경우에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60L 이상의 대형배낭은 추가 구입 품목으 로 봐야 한다.
내려가는 것이 더 힘들다
산을 오르는 것이 힘들까, 내려오는 것이 힘들까.
대부분의 등산 초보자들은 산을 오르는 것이 힘들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등산을 조금 해 본 사람들은 하산길이 더 힘들다는 답을 자주 내 놓는다. 경험적으로 봐도 올라갈 때의 시 간보다 내려올 때의 시간이 훨씬 덜 드는데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하산길이 더 힘들다는 점을 이해하려면 등산할 때 사용하는 근육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등산할 때 주로 사용하는 다리 근육은 허벅지 바깥쪽 근육이다. 전문용어로 대퇴사두근이라고 하는 이 근육이 수 축을 하면서 만들어 내는 힘으로 산을 오르게 된다. 등산을 많이 한 사람들의 허벅지가 바위처럼 단단한 것은 이 근육을 끊임없이 수축, 단련하기 때문이다.
이 근육은 사이클을 탈 때도 거의 똑같이 사용된다. 평소 사이클을 자주 타는 사람들이 산을 잘 올라가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산할 때는 이 근육이 팽창하면서 만들어 내는 힘이 주로 쓰인다. 문제는 이 근육이 팽창할 때 만드는 힘을 평소 에 단련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헬스장을 가더라도 이 같은 운동은 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올라갈 때 잘 올라가 는 사람들도 급경사 내리막 등을 만나면 힘들어하는 것이다. 산행 후 다리 통증은 하산 시 대퇴사두근의 팽창 과 정에서 발생한 미세한 근육파열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유일하게 이 근육을 단련시킬 수 있는 방법은 계단을 평소에 내려가는 것이다. 이 운동을 함에 있어서도 무릎과 발목 등 관절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천천히 내려가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젊은 사람이 웬 지팡이?
산을 내려가는 것이 더 힘들다는 내용의 글을 쓴 뒤 독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계단을 내려가는 훈련을 하는 것 이외에 하산길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느냐고?
사실상 하산길은 익숙해지는 것 이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지만 옛 도인들처럼 지팡이를 짚고 내려가면 약간은 부 담을 덜 수 있다. 중국 싼칭산을 방문했을 때 산 입구에서 나무를 깎아 만든 지팡이를 팔고 있는 것을 보고는 하 산길에 대해 느끼는 부담은 전 세계가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들어 등산 장비가 발달하면서 이 지팡이도 필수 장비화하고 있다. 특히 해외원정대들이 유럽의 산악인이 사 용하는 알파인 스틱을 국내에 들여오면서 젊은 층도 지팡이 사용을 거리낌 없어 할 정도가 됐다. 알파인 스틱은 초기에 강철 소재로 만들어진 것이 주류를 이뤘으나 소재의 발달로 최근에는 무게를 크게 줄이면서도 탄성과 강 도가 높은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많은 제품군들이 두랄루민을 사용하고 있으나 고가의 제품들은 골프채 등에서나 보던 카본 소재를 도입, 더 욱 무게를 줄여나가고 있다. T자 형태와 I자 형태 두 가지가 생산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산행에는 I자 형태를 많 이 사용한다.
알파인 스틱은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초보 등산객들은 어떤 제품을 사야 할지 혼란스럽기 일쑤다.
등산용품 전문점 관계자는 "가격의 차이는 소재의 무게에서 오는 것이지만 극한 상황에서가 아니라면 그 정도 무 게 차이는 그다지 큰 것이 아니므로 적당한 가격의 제품을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팡이 제대로 알고 쓰자 - 1
하산길에 겪는 고통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지팡이(알파인스틱)를 쓰기로 해 놓고도 궁금증은 가시지 않는다. 한 개를 사야 하는지 두 개를 사야 하는지부터 길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손잡이에 달려있는 끈은 어 떻게 걸어 야 하는지,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은 뭔지 등등.
우선 알파인 스틱을 몇 개 들고 다녀야 하는지부터 알아보자.
스키어들을 보면 스틱을 항상 두 개씩 들고 다닌다. 좌우 균형을 급히 맞춰야 하는 스키의 특성상 스틱 한 개로는 효과적인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알파인 스틱도 기본적으로 두 개를 사용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등산은 스키와는 달리 급한 방향전환을 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두 개의 스틱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두 개를 들고 산행을 해 보면 익숙해 진 경우에도 거추장스러울 때가 간혹 있다.
본보 역대 산행대장들은 대부분 한 개의 스틱만으로 하산길을 나는 듯이 잘 내려 갔다. 옛 지게꾼들이 하나의 지 팡이만으로 산길을 평지처럼 다닌 것을 보면 중요한 것은 요령이지 스틱의 개수는 아니다. 스틱을 하나라도 사용 해 보고 하나만으로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면 하나를 더 구입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스틱의 길이는 키 170㎝의 성인을 기준으로 120~130㎝ 정도가 적당하다. 스틱을 잡았을 때 팔이 90도에서 약 간 더 구부러지는 느낌이 들어야 편안하다. 올라갈 때는 약간 짧게 내려갈 때는 약간 길게 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10㎝ 내외의 길이를 일일이 조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지팡이 제대로 알고 쓰자 - 3
"알파인 스틱 손잡이를 잡을 때 옆을 쥐어야 하나요, 위를 쥐어야 하나요?"
등산을 다니며 알파인 스틱을 꽤 사용했다는 등산객들도 간혹 이 같은 질문을 해 오곤 한다.
알파인 스틱을 쥐는 방법을 알기 위해서는 손잡이 위에 붙어있는 끈(스트랩) 사용법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스틱은 일반적인 지팡이와는 달리 손으로 꽉 쥐어 힘을 아래 방향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손은 스틱을 놓치 지 않을 정도로만 쥐고 오히려 스트랩이 아래 방향으로 힘을 받도록 내리 누르는 것이 정석이 다.
정석대로 하려면 스트랩을 손에 올바로 거는 방법부터 익혀야 한다. 스틱을 세웠을 때 아래쪽으로 늘어진 스트랩 에 손을 아래에서 위 방향으로 넣고 스트랩과 스틱 손잡이를 함께 움켜쥐는 것이 올바른 파지법이다. 이렇게 스 트랩을 쥐면 유사시 손을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손잡이를 놓기만 해도 스틱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늘어뜨려 지기 때문에 손을 사용하기 수월하다.
뿐만 아니라 스트랩이 손날과 손목 사이에 걸쳐지면서 힘을 받아 자연스럽게 스트랩을 이용한 힘 전달이 가능해 진다.
하산길을 내려갈 때에는 스틱 손잡이의 윗 부분을 감싸 쥐듯이 잡고 내리 누르는 것이 올바른 파지법이다. 이때에도 스트랩은 일반적인 경우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걸어 놓으면 가장 자연스럽게 힘이 전달된다.
스틱은 수직 방향 이외의 힘에는 아주 약하기 때문에 스틱을 짚을 때에는 수직을 유지하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 나무지팡이처럼 남은 한 손으로 스틱 중간 부분을 잡고 올라가거나 다른 사람을 당길 때 사용하다 가는 큰 봉변 을 당할 수도 있다.
물 좀 주소, 목 마르오
신 낙남정맥 2차 구간 종주를 하면서 물 부족으로 인해 상당한 곤란을 겪었다. 3L 정도의 물이면 적당하리라 생 각했으나 마지막 구간인 봉화산 자락에 이르러 물이 고갈돼 버렸다. 탈수증세가 이런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무 기력증에다 판단력 저하까지 몰려와 즐거워야 할 산행이 악몽이 됐다. 물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대비책을 세 우지 않는다면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등산객들은 옷이 가벼워지는 여름철이 다가오면 배낭이 꽤 가벼워지리라 예상한다. 그러나 겨울 철 보다 많은 땀 배출로 인해 물을 상당히 지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여름철 배낭이 되레 겨울철보다 무거워지기 도 한다.
등산 시 소비되는 물의 양은 얼마나 되고 여름철 등산 강도에 따라 물은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땀 배출량은 개인차가 커서 정확하게 어느 정도의 수분을 섭취해야 하는지를 일률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 계절별로도 겨울철과 여름철 땀 배출량은 천지 차이다.
다만 목이 매우 마를 때까지 물 섭취를 자제했던 이전의 등산상식이 요즘 들어서는 수시로 물을 섭취해야 한다는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평소 운동을 통해 시간당 땀 배출량을 계산해 놓았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30분에 200mL의 물은 마셔주 는 것이 좋다. 여름철일 경우 오르막길을 오른다면 최소한 그 정도의 땀이 배출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6시간 정도 장거리 산행을 준비하는 등산객들이라면 여름철 최소 2.4L 정도의 물은 가져가야 물 부족으 로 인한 고통을 예방할 수 있다. 시간당 500mL들이 생수 한 병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등산 후 목욕은 어떻게? 관절 살리는 목욕법
"등산 후에는 역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근육을 풀어주는 게 최고야."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등산을 하고 나면 목욕을 해야 등산을 마쳤다는 생각이 들 만하다.
그러면 등산 후 목욕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평소 하던 방식대로 목욕을 하면 될 것 같지만 등산은 의외로 관절을 심하게 혹사시키는 격렬한 운동이기 때문에 목욕도 요령 있게 해야 한다. 많은 산꾼들은 등산 후에 뜨거 운 물로 몸을 이완시켜 줘야 한다고 오해를 한다. 근육의 이완을 생각하면 한편은 타당한 방법인 것 같지만 무릎 이나 골반, 발목 등 관절 부위를 염두에 둔다면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등산을 하고 난 뒤 관절 부위의 연골은 열로 인해 부어 있는 상태다. 이런 관절에 뜨거운 물로 열을 보태는 것은 자칫 연골을 상하게 할 수 있는 행위다. 따라서 등산 후 관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차가운 물로 연골 의 열을 식 혀주는 목욕법이 효과적이다. 격렬한 축구경기 후에 선수들이 무릎에 냉찜질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본 기억을 떠올 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하지만 넘치면 모자라느니만 못한 법. 갑자기 너무 차가운 물로 연골을 식히는 방법도 좋은 것은 아니다. 인체는 기계와는 달리 적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목욕탕에 들어가면 일단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해 온 몸의 긴장을 약간 푼 다음 냉탕에다 무릎과 발목, 골반 등의 부위를 담그는 방법이 가장 좋을 듯하다. 산행 후에는 48시간가량 지난 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 는 것이 좋다는 전문가도 있으니 가급적 산행 직후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은 삼가자.
지겨워? 사진을 찍어 봐
마음먹고 제대로 하려면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운동이 등산이지만 겉보기에 우직하게 걷기 만 하는 이 운동과 초보자가 친해지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처음 접하는 등산장비의 성능에 감탄하면서 산에 대해 하나 둘 알아가는 재미에 산행을 즐기던 중급자도 어느 순 간 매너리즘에 빠지면서 비라도 올라치면 한 주씩 산행을 미루다 한동안 산을 찾지 않게 되기 일쑤다.
등산은 단순한 만큼 쉽게 질리기 쉬운 운동이다.
하지만 가기 싫은 걸음을 억지로 떼면서 정상에 오르고 나면 멋진 경치와 성취감에 가슴이 더할 수 없이 뿌듯해 지는 것 또한 등산이 가진 매력이다.
이 매력을 극대화하고 매너리즘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진을 찍는 것이다.
산에서 찍어 온 사진을 정리하며 멋진 풍경들을 다시 감상하노라면 어느덧 등산화에 눈길을 주고 있는 자신을 발 견하게 된다.
주위의 산꾼들 가운데 등산보다 사진에 더 의미를 두면서 '출사'(사진을 찍으러 가는 행위)라는 표현을 쓰며 등산 날짜를 꼽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리라.
개인 블로그를 가꾸고 있는 블로거의 경우 이 사진을 바탕으로 산행기를 써 본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본보 산 행 대장들이 평생의 산행기록을 꾸준히 관리하며 블로그를 가꾸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꼭 해봄직하다.
등산용 개인 위성항법장치(GPS)를 구비해 다녀 온 궤적(트랙)을 위성사진을 통해 정리하고 거리나 고도 변화에 따른 별도의 기록을 남겨보는 것도 산행의 즐거움과 추억을 배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