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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년 만 의 일 출"
“팀장님! 반기 결산도 앞두고 있고, 7월엔 회장 보고, 부가세 신고도 있는데,
강행군에 대비하여 체력 테스트도 할 겸, 극기 훈련으로 설악산 대청봉 등산을
했으면 하는데요!”
이 무슨 해괴 망측한 소린가?
잠시 내 귀를 의심해 본다.
평소 “山”字만 꺼내도 기겁을 하던 신 인류님 들이, 감히 이런 고행을 자청하는
제안을 스스로 하다니…..?
그것도 대한민국(남한)에서 세번째로 높은 대청봉이라~~
분명 내 반응을 한번 떠 보자는 “수작” 이렸다…..?
“대청봉이 어떤 곳인지 가 보기나 했어?”
반가운 마음이야 굴뚝 같았지만, 시치미를 딱 떼고, 쉽사리 덥~썩 “입질(!)”을 하지
않기로 한다.
“저는 10년도 전에 한번 올랐고요. 나머지는 전부 초행인데, 잘 좀 부탁합니다!”
시네마의 맏형, 우리 팀의 영원한 향도(嚮導), “cinema-song”의 진지함이,
그냥 던져 보는 단순한 미끼(?) 만은 아닌 것 같다.
“그래? 나중에 마음 변하기 없는 거야?”
“그럼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환하게 웃는 “cinema-song”의 결의에 찬 얼굴과는 달리, 신 인류님 들은 걱정스런
얼굴에 수심이 어린다.
“강 대위”, “우 병장”, “도 병장”, 얼핏 스치는 무거운 표정들…
“맞아! 이런 기회가 아니면, 신 인류님 들이 언제 대청봉과 인연을 맺어 보겠어…?”
그래서 “동지” 들을 위해 기꺼이 온전한 하루를 투자 하기로 결심하게 되는데…..~
6월 24일~25일 무박 산행을 하기로 하고, 인터넷 검색, 전단지 입수, 본격적인
탐문 수사 끝에, 승용차를 운행 하려던 처음 계획을 바꾸어, “안내 산악회”를
이용 하기로 결정한다. 아무래도 이동간의 시간 절약이, 산악회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2차례 회의를 진행 하면서 필요한 준비물과, 복장, 산행코스 점검,
그리고 전날 밤 딴짓(?) 하지 말고 충분한 숙면을 취할 것, 등등을 일러 주는데,
다짐 半, 걱정 半인 표정들을 보니, 겁(!)을 주고 있는 본인도 괜한 염려로
시름이 더해 간다. ~자알 돼야 할텐데……~
드디어 D-day. 6월 24일!
아침 출근 길에 무거운 배낭을 둘러 멘다.
초행자 들을 안내하는 산행이라 이것 저것 챙길게 많다 보니, 무게가 만만치
않은데, 그러나 운명처럼 주어진 업보이고, 본인이 이미 허락한 일이니,
기꺼운 마음으로 감내 해야지…
헌데, 어제 퇴근 길에 찾아온 선배와 어울려 통음하다 보니, 새벽 1시가 넘어서야
귀가 했는데, 셋이서 작살 낸 두꺼비가 7마리였으니~
아직도 숙취에 젖은 띵~한 머리, 부족한 잠…..
산행 전날 밤에는 숙면을 취해야 한다고 대원들을 협박(?)해 놓고서,
정작 본인은 왜 이다지도 불량 하신고? 늘 하는 무박 산행이라 타성이 붙은 겐가?
어떻게 알았는지 조흥은행 김 지점장님께서 산행에 필요한 협찬품을 한 소쿠리
지원 하셨는데, 무사한 완주를 바라는 따뜻한 성원도 함께 담으셨네 그랴~!
산을 좋아 하시는 분이라, 준비 해 준 품목이 세심도 하시다.
지극 감동, 또 무한 감사! “무사히 다녀 와서 완주 보고 올리겠습니다!”
급여 및 정기 자금 결제일이라, 바쁜 은행 업무를 끝내고 나니, 이달 말로 그만
두는 영화 팀장 송별식이 퇴근 후에 있다는데, 팀장 이상은 꼭 참석하라는
전갈이고, “대표이사”까지 참석 한다는 협박(?)도 겻들여 알린다.
내일의 강행군에 혹시라도 실수 할까 염려 되어, 정형 외과에 들러 시원치 않은
무릎 때문에 물리 치료까지 받은 후, 저녁 식사 겸해 송별연에 참석 하는데,
오는 잔을 거절치 못하다 보니, one-shot, one-shot 한 것이 촉촉한 “참이슬”에
그만 온몸이 흠~뻑 젖고 말았다.
책임이 막중한데, 시작도 하기 전에 이렇게 풀어 져서야...원~~ㅊㅊㅊ…
서둘러 사무실로 들어 오니 출정 준비를 끝낸 대원들이 모두 기다리고 있다.
“cinema-song”, “강 대위”, “우 병장”, 막상 먼 길을 떠난다고 하니, 소풍을 떠나는
꼬마들처럼 조금은 들떠 있는 분위기가 미세하게 감지 된다.
(천부적인 오감이 아닌가……?)
“도 병장”은 그새 교회에 들렀다가 바로 합류하여 승차 지점인 모란 역으로 이동,
이틀 동안 생사 고락을 함께 할, “21세기 산악회” 고려 관광 버스에 탑승한다.
밤 10시 10분.
이 영길 산악 대장님의 안내 멘트를 듣고, 거마비를 자진 납세한 후,
이내 취기와 함께 몰려온 졸음에 빠져, 인사 불성의 나락으로 깊~숙이 빠져 든다.
우리 5명에게는 제일 뒷좌석이 배정 되었는데, 45명이 꽉 찬 산행객들 중 아는
사람이라곤 우리 일행 외에 이 영길 대장님 밖에 없다.
얼마를 곤하게 잠들었을까…..
30분간 쉬어 간다는 멘트에 깨어 보니, 벌써 원통 3거리, 민예단지다.
잠깐 잠든 것 같은데, 엄청 빠르기도 하다.
“새벽 참은 꼭 먹어 둬야만 아침 산행에 지장이 없어!”
오랜 경험을 거울 삼아 일행 들을 된장 찌개 앞으로 인도 하는데, “우” “도” 병장은
하나를 둘이서 나누어 먹겠단다.
등산은 A, B 팀으로 나뉘어, 서북 주릉을 탈 사람 들은 한계령에서 하차 하는데,
우리는 좀 가파르긴 해도 거리가 짧은 오색 입구에서 시작 하기로 한다.
(대부분의 일행 들이 오색 입구를 선택한다.)
6월 25일 새벽 2시 25분, 오색 입구 출발!
드디어 고행을 자청한 대 장정의 시작이다.
대청봉 일출은 아침 5시이고, 서울로 출발하는 차량은 설악동에서 오후 3시인데,
비선대 아래 두번쨋집 “이쁜이네” 식당에 가면 동동주가 무료이니, 너무 빨리
하산 하지 말고 오후 2시 50분 까지만 도착 하라는 이대장님의 당부이시다.
깜깜한 밤을 밝히는 반딧불처럼, 길게 이어진 등반 행렬.
산행을 서두르거나, 오버하지 말고, 꾸준히~ 지구력을 갖고 쉬임 없이 해야 된다고
미리 주의를 줬었는데, 길이 대로이고 헷갈릴 길도 별로 없고, 오색 폭포 쪽만 약간
내리막 길이라는 것을 미리 일러 주었고, 동료 산행객 들도 많으니 각자 알아서
출발 하기로 한다.
처음 1시간은 몸도 풀 겸 꾸준한 속도로 계속 오른다. 어차피 일출을 보기 위해선
3시간 안에는 대청을 올라야 한다.
1980년에 처음 대청에 오른 이후, 아직까지 대청의 일출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조상 대대로 3대에 걸친 공덕이 쌓여야만 볼 수 있다고 했던가!
그러나 이상하게도 대청봉에서의 “일출” 과는 여지껏 인연이 닿지 않았다.
오늘도 썩 좋은 날씨는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보름을 갓 지낸 달(음력 5월 18일)
이 길을 밝히고 있으니, 일말의 기대를 가져 본다.
꽁꽁 얼린 물 900ml, 생수 1500ml, 주스 500ml, 파워 에이드 600ml,
캔맥주 355ml, 그리고 서울 막걸리가 3통 2250ml,
6L가 넘는 물 무게와 도시락, 간식, 옷가지까지…
오르막 길에 배낭 끈이 숨통을 콱~콱~ 잡아 당긴다.
“에구 에구~ 힘들어…그런데 이 녀석들은 다 어디 가고 코빼기도 안 보인 다냐~?”
초행 길인데 잘 하고 있을 라나? 내 코가 석자이니, 그냥 믿어 볼 수 밖에……
지금부터가 인내심과 투지, 바로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 되는, 극기의 순간이다.
땀을 흠뻑 흘리니 저녁에 마신 이슬도 슬슬 걷혀 가는 것 같고…
1시간 남짓 오르는데, 우리의 영원한 향도대장, “cinema-song”이 뒤따라 출현 한다.
“우 병장”과 “도 병장”은 뒤 쳐져서 올라 오고 있는 중이라는데,
보조 맞추기가 힘들어서, 앞서서 먼저 올라 왔단다.
헷갈릴 길은 없으니, 걱정 없을 거라고 안심 시키고 향도대장을 먼저 가라고
이르는데, 우리의 “강 대위”는 어디 쯤에 있는지, 현재 위치가 오리 무중이다.
오늘은 그래도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흐르는 땀을 식히기에는 그만이다.
에어컨의 성능이 아무리 좋다 한들, 산 들 바람의 시원함에 비하랴!
잠시 배낭을 내리고, 오렌지 주스를 목구멍 너머 깊~숙이 밀어 넣는다.
달착지근한 향긋함이 지구의 끝까지 도달하는 것 같은 이 황홀감(orgasm)!
그 시간, 그 장소에서 그것을 마셔 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그 맛을 알랴…!
산을 타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런가!
“안돼, 일출을 봐야지!”
이내 배낭을 다시 둘러 메는데, 어디선가 서서히 물소리가 들려 오기 시작 하더니,
이내 세찬 폭우 소리로 바뀐다. 설악 폭포가 가까웠음을 안다.
계속 되는 철 계단을 여러 번 오르고 나서야 설악 폭포 위에 섰다.
체면 불구 하고, 배낭을 내려 놓고 계곡 물을 한~잔, 쭈~욱 삼키니 어이구~
온몸이 짜~릿 하다!
“아! 이 맛이야~! 달밤에 마시는 더운 여름, 깊은 밤 계곡의 생명수~!”
잠시 무아 지경에 빠져 보는데, 우리의 향도대장 “cinema-song”이 또 나타난다.
“물 좀 마셔봐. 얼마나 씨~원 한지 몰라!”
갈증을 달랜 후, 배낭을 메고 다시 오름 길…
시간이 지나면서 날은 서서히 여명이 밝아 오고, 산야초의 향기가 코 끝을
은밀하게 간지럽히는데, 길이 밝으면서 머리에 썼던 랜턴을 벗어 버리고,
제2 쉼터를 지나니, 어디선가 선잠을 깬 산새 소리가 너무도 정겹다.
속인(俗人)의 부산스러움이 이 심산(深山)의 평화를 깨뜨리는 것은 아닌가,
미안스러운 마음도 가져 보는데…..
그래도 산새 소리는, 새벽 산야의 오선지 위를 흐르는 그윽한 선율처럼,
더욱 정겹기만 하고, 나는 어느새, 오리지날 클래식의 운율에 묻혀 버린,
시인이 되어 있다.
산새 소리….. 바람 소리….. 나무 닢 흔들리는 소리…..
시름 많은 나그네의 발 디딤 소리…..
잠시의 상념을 거두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씩씩 거리며 급경사 오르막에서
마지막 피치를 올리니, 아침 5시 10분!
마침내 대청봉 정상이다! 해발 1708m!
오색을 출발한지 2시간 45분 만에야 오늘의 꼭지점에 섰다.
언제나 그렇듯이, 육중한 모습으로 뚱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표지석이
더없이 반가워서, 투박한 그 녀석을 으스러지게 한번 껴안아 준다.
먼저 온 일출맞이 산행객이 10여명, 막 구름 사이로 님의 입술보다 더 빨간
햇님이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한다.
부끄~** 부끄~** 잔뜩 얼굴을 붉힌 채~~**,
“와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새벽을 깨우는 산사람들의 우렁찬 고함 소리가,
감동의 메아리가 되어, 화채 능선으로~ 죽음의 계곡으로~ 울려 퍼져 나간다.
25년만의 일출!
얼마나 애태우던 “해맞이”던가!
대청봉 정상에서 맞이 하는 첫 일출이다.
1999년도에는 태백산 “천제단”에서 신년 일출을 보았고, 2001년에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신년 일출을 보았었는데, 그러나 설악만은 쉬이 허락을 하지 않더니,
오늘의 이 벅찬 순간을 위해, 그렇게 고이고이 아껴 둔 것이던가!
일출에 감사하는 기도를 올린 후, 나도 배에 잔뜩 힘을 넣은 채, 목청껏 외쳐 본다.
“야~~~!”
누구를 향한 외침이었을까?
아마도 오늘 이 순간을 같이 한 우리 일행들의 우정이,
영원히 한결 같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었을 테지…..!
붉은 태양은 5분간의 일출을 끝낸 후, 구름 속으로 다시 숨어 들어,
더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25년만의 일출은, 이렇게 짧은 순간의 퍼포먼스(performance)를 연출하고
사라지는, “찰나의 예술” 이었다!
먼저 도착해 있음직한 “강 대위”를 혹시나 해서 큰 소리로 불러 본다.
아니나 다를까? 부르는 소리에 갑자기 나타나는 “강 대위”.
30분 전에 먼저 올라 왔다는 “강 대위”의 늠름한 자태!
뒤 이어 올라 온 “향도대장”과 같이 안온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고,
서울 막걸리로 “정상주”를 나눈다.
막 도착하신 산악회 이대장님께도 2잔을 권했더니,
“이 귀한 것을…!” 하시며 고마워 어쩔 줄 모르신다.
“하산해서 제가 한잔 보답 하겠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우”, “도”, 두 병장은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청의 바람은 한 여름에도 악명이 높아서, 이내 한기가 몰려와, 방풍 복을 꺼내
입고 기다리는데, 우리의 “향도대장”은 기다리다 지쳤는지, 바위에 기댄 채로
얕은 잠에 빠지고, “강 대위”는 아래로 마중을 내려 가고, 나는 정상 입구에 있는
콘크리트 막사(?) 의 옥상 위를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별탈 없이 모두 무사히 올라
오기를 고대해 본다.
“우병장”이 디카(DICA)를 갖고 있으니, 증명 판이라도 남기려면 기다려 줘야지.
긴~ 기다림 끝에 6시 40분이 넘어서야 나타나는 “우” “도” 병장!
“장하다!”
개선 군은 아닐지라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에 박수로 반긴다.
졸음 때문에 힘들었다는 두 사람의 표정에 고생한 흔적이 역력 하다.
초행길에 이 정도면 그래도 썩 양호한 셈이지! 장래가 기대되는 훌륭한 자원들이야!
“도 병장”의 배낭은 “강 대위”가 메고 있는데, “역시 책임감 강한 중대장 일쎄!”
앞으로는, 깡으로 뭉쳐 진 “깡 대위”로 호칭을 바꾸기로 한다.
우선, 간단한 간식 거리와 “정상주”를 같이 나누며 급한 대로 먼저 허기를 달랜 후,
이산 가족 상봉을 한 우리들은, 정상에서의 기념 촬영을 시작 한다.
White fashion의 “Andre(앙드레)-Song”, Black fashion의 “본인”과 “깡 대위”와
“도 병장”, White & Black의 “우 병장”, 눈부신 fashion의 물결이 “대청봉”을
화려하게 수 놓는다. 박고 또 박고, 원 없이 박고 난 후, 중청 헬기장으로 내려 와,
조찬 식탁을 펼친다.
각자 준비해 온 식사를 마치니 아침 8시, 모닝 커피까지 마신 후,
배낭을 챙기고 희운각을 향해서 출발 한다. “깡 대위”가 앞서 하산하고 뒤이어 내가
내려 가는데, 희운각에 도착한 후, 일행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통나무 벤치에 누워
부족했던 잠을 한숨 청한다. 얼마 후 도착한 “Andre-song”, “우”, “도”, 병장과
같이 한잠 때리기로 하고, 단체로 휴식을 취한다.
오늘은 서울 출발이 오후 3시라 시간 여유가 매우 넉넉한 편이다.
무리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 하면서 양폭으로 하산, 산장에 들러 차 한잔씩을
나눈다. 천불동 계곡에는, 오랜 가뭄으로 물이 시원치 않으나 좌우로 암릉이
병풍처럼 둘러 쳐져 있어, 언제 보아도 웅장하고 신비스럽다.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멈추고, 자연 속의 미물이 되어 잠시 피사체가 되어 본다.
새벽에 불던 산들 바람도, 하산 길에서는 별로 불지 않으니 여간 무덥지 않은데,
우린 비선대 1km 전방(“잦은 바위 골” 앞) 계곡에서 실례를 무릅쓰고,
은폐-엄폐가 가능한 장소를 골라 잠시 더위를 식히기로 한다.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 간 우리는 모두 아담이 된 채, 설악의 맑은 계곡수에 풍~덩,
몸을 던진다. 종일 찌들은 더위와 땀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죄다 씻어 낸 후,
새로운 T를 꺼내 입으니 몸도 마음도 날아 갈 듯 가볍다.
몸 속의 노폐물도 죄다 빠지고~
그런데 여기서 평생 잊지 못 할, 엄청(!)난 “노 팬티 사건”이 2건 발생 하였으니,
실화의 주인공은 “깡 대위”와 “우 병장”!
제1화:
특공대 “깡 대위”는 2시간 15분 만에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주파하는 초인적인
주력을 선보인 바 있는데, 입고 있는 팬티가 찢어 지는 줄도 모르고 스피드를
냈다는 것인데~, 면 팬티가 땀에 젖으면 몸에 달라 붙게 되고, 과도한 스피드를
감당 할 수 없었으니 찢어 질 수 밖에…..
(그렇게도 면 팬티는 조심하라 일렀거늘~)
목욕 후 바위 밑에 버려진 처량한 신세의 줄 무늬 팬티…
오호라~ 세상에 나오면서부터 오직 한 지아비만 정성껏 섬겼거늘, 이렇게 병든
몸이라고, 물 설고 낯 설은 타향 땅 바위 밑에 버려지다니… 애닯고도 서럽도다!
그러나, 가장 청정한 설악의 넓은 품에 너의 최후의 옥신(玉身)을 묻었으니,
그 또한 축복이 아니랴!
잠시 줄 무늬의 명복을 빌며, 어쩌면 우리 인생과도 닮은 그 녀석의 기구한 운명을,
애석한 마음으로 반추해 보게 되는데…………..
제2화:
수줍음 많은 우리의 “우 병장”은 목욕을 모두 마친 후, 바위 위에서 팬티를
새 것으로 곱게 갈아 입었는데, 마침 그 때 계곡 아래에서 곰살 맞은 아줌마가
갑자기 출몰하는 바람에, 얼른 피한다고 바위를 건너다가 미끄러져 물 속에 풍덩
빠지고 말았는데, 다시 갈아 입을 팬티가 더 이상 없었으니…
속이 훤히 비치는 하얀색 홑겹 새 바지는 차마 갈아 입을 용기가 나지 않고,
오호 통제라~ 귀경 길엔 하는 수 없이 산행 중에 입었던, 땀 냄새 그윽한 검은
바지를, 보호대도 없이 도로 걸칠 수 밖에 없었다나 으쨋다나~~
이 또한 설악이 선물해 준,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노 팬티의 추억”이 아닐른지!
하산 때부터 다리를 절뚝거리기 시작한 “도병장”에게 여벌로 준비한 무릎 보호대를
채워 주고 다시 하산, 비선대를 지나 두번쨋집 “이쁜이네” 식당을 찾아 자리를
펴고, 산채 비빔밥과 냉면으로 각자 취향에 따라 점심 식사를 청하는데,
약속대로 “조껍데기 동동주”가 두 뚜가리나 서비스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이쁜이네” 집이라 상냥하고 친절하니, 그 맛이 더욱 각별 한데,
우리는 모두 한잔씩 따르고, (서~빙 아씨의 미모에 눈이 부시네 그랴~!)
“오늘,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잔과 잔끼리 부딪치며 건배를 하니, 하루의 고단함이 눈 녹듯이 모두 사라 지는
것만 같다.
수고한 후에 맛 보는 끼니는 또 얼마나 달고, 감칠 맛이 나던가!
그렇게 한 모금, 한 톨, 한 오라기까지 남김 없이 모두 깨끗이 비우고,
시간을 맞춰 하산 하여, 주차장 전용 버스에 오르니, 시각은 정확한 오후 2시 45분,
하루 12시간 여의 “극기 산행”이 대 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간이다.
“임전무퇴”, “백전불패”, 평소 족구(足球)로 다져 진, 강철 같은 체력에 대해서는
추호의 의심도 없었으나, 이렇게 힘든 설악 “대청봉” 산행까지, 초행임에도 무사히
완주하고 보니, 우리 앞에 주어 지는 어떤 “mission impossible”도 이미 우리에겐
결단코, 장애가 되지 않으리라!
5분간 떠오르고 다시 숨어 버리던 “대청봉”의 찬란한 일출이, 언제나 우리 곁에
함께 하리라!
영원한 우리 팀의 향도(嚮導)-백만불 짜리 다리를 가진 cinema-song!
이제 곧 결혼을 앞둔-큰 곰의 강한 심장을 가진 “강 대위”!
매사에 철저하고 신중한 “우 병장”!
충직한 하늘의 목자 “도 병장”!
맑고 심오한 설악 대청의 청정한 기운이 언제나 그대들과 늘 함께 하기를….!
그리고 오늘의 이 힘든 수고가 앞으로의 생애에서, 고비에 처할 때 마다
그 고난을 헤치는 비타민과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기를…..!
또 다시 더 힘든 산행이 그대 들을 시험 한다 하더라도, 결코 주저함 없이
마주 설 수 있기를….!
나 또한 그런 과정을 통하여 더 강한 존재로 “進化” 할 수 있다면,
기꺼이~,
나에게 주어 지는 그 어떤 도전도 두려워 하지 않으리~~!
2005. 6. 28. 火. 오후.
자 연 산 記.
첫댓글 귀가 꽉 막힐정도 펑!펑! 터졌군요.정말 끝내주는 주말을 보내셨군요..그러나 향시 우족를 조심해야죠 잘읽고감니다
즐산과 안산을 축하 드립니다.
언제들어도 설악대청봉은 맘설레는곳이지요 영화를본것같은 산행기를 감명깊게 보고갑니다.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