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은 어렵다고들 한다.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사실 난해한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근대 이후, 미술은 대중성 혹은 공공성과는 거리를 뒀던 게 사실이다. 일반대중들은 미술을 일종의 사치품으로 여긴다. 시간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나 즐기는 것으로 생각하기 일쑤이다. 뿐만 아니라 사진, 영화, TV 등 대중미디어의 발전은 순수예술의 영역을 위협한다. 때문에 순수예술이 대중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기회는 매우 적다. 우리 주변에는 미술을 접해 보지 못한 사람들도 많고 미술관을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그런데 이제 미술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퍼블릭아트 혹은 공공미술이라 불리는 미술경향은 아직 그 개념이 모호해서 장식미술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이제 대중들에게도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이미 도내에서도 많은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진행됐거나 진행되고 있다. 여전히 실험중이지만 미술이 얼마만큼 대중성을 회복할 수 있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진행됐던 '유토피아로'는 문화관광부와 서귀포시가 공동으로 주최한 공공미술프로젝트로 서귀포 구도심, 특히 도시 공동화현상이 두드러졌던 송산동, 천지동, 정방동 일원에서 진행됐다. 특히 거주환경이 열악한 지역이 오히려 공공미술프로젝트의 대상지가 되는 것은 미술을 통해서 도시를 재생시키는 실험이 이미 성공한 예가 있기 때문이다. 일약 세계적인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른 일본 나오시마나 부산 감천마을이 그 좋은 예이다. 두 곳 모두 쇠락해가던 지역이었지만 미술이 그 빈 공간을 채우기 시작하자 이제는 완전히 활기 넘치는 마을로 변모했다.
서귀포의 송산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행정, 경제의 중심지였지만 점차 쇠락해가는 구도심의 전형을 보여준다. 인근의 초등학교 학생 수가 해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처음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마을주민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었다. 심지어 반대를 하기도 했었다. 미술작품 몇 개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정작 중요했던 것은 닫혀있던 마을주민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다. 무표정했던 마을 골목 풍경이 작품들이 하나하나 생길 때마다 아름답게 바뀌는 것을 본 마을주민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벽화가 마을의 자랑거리가 되고 마을주민들 간에 담소 공간이 되면서 차츰 마을에 활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을길은 소문을 듣고 찾아온 올레꾼들의 포토존이 되고 카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불과 1년 새에 마을의 지형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이렇게 공공미술은 주민들의 닫혀있던 마음을 치유하고 삶의 태도를 바꾸는 힘이 있다.
공공미술프로젝트에서 주민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공공미술은 결코 몇 사람의 예술가들에 의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마을주민들이 협심하고 그 과정에 참여하면서 마을에 대해 좀 더 깊은 고민과 애정이 생겨난다. 잠자고 있던 소소한 마을의 이야기들이 미술작품을 통해 재생산됨으로써 동기와 가치부여가 된다. 그래서 공공미술프로젝트는 완결된 것이 아니라 진행형인 프로젝트이다.
대중들과 소통하는 미술, 공공미술이 영역을 넘어 확대되고 전이되는 행복바이러스가 되기를 희망한다.
첫댓글 공감합니다~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