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은평재활원에 기름진 음식 냄새가 풍겨납니다. 재활원 거실에는 북적북적 사람들도 많고 여기저기 화기애애한 웃음소리도 들립니다. 이런 걸 명절 분위기라고 하죠? CJ 임직원 봉사단이 추석을 맞아 엔젤스헤이븐을 방문해 ‘평범한 명절풍경’을 만들어주셨습니다.
이번 봉사활동의 테마는 ‘추석’입니다. 명절음식도 함께 만들고, 전통놀이도 함께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췄습니다.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간단한 교육을 받습니다. 아무래도 장애인들과 시설 거주자들과 접촉할 때는 조심해야 할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반갑게 손을 잡고 먼저 웃어준다면 함께하는 시간이 더 즐거워진다는 사실은 봉사단원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제 봉사단은 은평천사원과 Ah’늘함께지역아동복지센터, 서울시립은평청소년수련관,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누야하우스, 갈현데이케어센터, 은평재활원 등으로 흩어져 활동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은평재활원의 봉사단의 뒤를 따라가 봅니다.
봉사단 앞에 승합차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차에 타니 꼬불꼬불하고 좁은 언덕길을 한참을 넘어갑니다. “어? 은평재활원은 엔젤스헤이븐 가까운데 있는 게 아니었나 봐요?”
“사실 재활원도 엔젤스헤이븐 다른 시설 옆에 있었어요. 아까 올라오시면서 공터 보셨죠? 거기 있었는데요. 세월호 사고 이후에 실시한 안전진단에서 D,E등급을 받아서 철거한 상태에요. 지금은 임시로 빌라를 얻어서 생활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장애인들이 생활하기에는 불편한 부분들이 많아요. 잠시 후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엘리베이터도 없거든요. 지역주민들 때문에 창문도 가려져 있어서 답답하기도 하고요.”
“그랬구나. 빨리 건물이 있어야겠네요. 저부터 장애인분들을 당연한 사회구성원 중 하나로 받아들이고 살아야겠네요. 사회가 이런 분들을 끌어안고 갈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되는데…….”
재활원 건물에 도착해보니 온 거실에 테이블과 상이 펴져 있고, 요리재료와 위생장갑도 놓여있습니다. 거주하는 장애인분들도 도란도란 앉아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교육에서 배운 그대로 먼저 미소를 지어봅니다. 당연히 장애인분들의 더 큰 웃음을 돌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분은 여기서 가장 나이가 많은 분이시니 형님이라고 부르셔야 해요. 옆에 계신 그분은 흥이 많으신 분이에요. 이따가 기분 좋으면 노래나 춤도 보여줄지도 몰라요.”
간단하게 소개를 마친 장애인들의 옆에 봉사단들이 앉습니다.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맞댑니다. 의사소통이이 원활하지는 않아도, 장애인분들이 어떤 기분인지는 알 것 같습니다. 신난다는 표현이 어울리겠네요. 사실 재활원 장애인들에게 손님을 맞거나 외출하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닙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게 명절이라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봉사단은 오늘 하루 가족이 되어주기로 했습니다.
명절이라면 음식이 빠질 수 없죠? 추석에 어울리는 부침과 전을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지난번 CJ에서 후원해주신 동그랑땡이 큰 역할을 하겠네요. 손을 동그랗게 말아 호떡과 동그랑땡을 만듭니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지만, 옆자리에는 든든한 봉사단원이 있습니다. 전이 부쳐질 수 있도록 친절하게 마무리작업을 도와줍니다. 평소 볼 수 없는 창조적인 모습의 전들이 나오지만 다 같이 한번 웃고 맙니다. 조금 후에 우리가 다 먹어버리면 되니까요.
“봉사활동은 처음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도 많이 했어요. 막상 와서 장애인분들과 음식을 만들어보니 의사소통이 쉽지 않고요. 근데 조금 있다 보니까 저랑 이분들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마음으로 다 이해가 되고 어느 순간에는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없어졌어요. 진작 봉사활동 다닐 걸 후회가 되네요.”
이제 먹는 시간입니다. 장애인 형님들이 봉사단 입에 음식을 자꾸 넣어줍니다. 배가 충분히 불렀지만 봉사단들은 거절하지 못합니다. 장애인분들의 경우 식욕이 강한 경우가 많은데 음식을 옆 사람들에게 양보하다니요. 아마 이분들이 봉사단에게 최고의 감사표현을 하는 게 아닐까요?
자, 이제 속을 든든히 했으니 몸을 움직여야겠죠. 오랜만에 외출입니다. 봉사단원들 손을 꼭 잡고 느긋한 오후 햇살과 함께 도착한 곳은 지노도예학교입니다. 오늘은 ‘그림머그컵’을 만들어 봅니다. 종이 위에 각자 개성 있는 그림과 문양을 만들어 냅니다. 도예용 흙으로 도기도 만들어 보려하는데 잘은 되지 않네요. 그래도 간만에 흙을 만지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놀랍게도! 아까 그렸던 그림을 컵과 함께 기계에 넣었더니 그 무늬가 컵에 그대로 들어갔네요. 오늘 장애인들과 봉사단원 모두 기념품을 챙겨갈 수 있게 되었네요. 단순한 활동인데도 장애인들에겐 봉사단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여기 장애인들도 사람들 다 기억하는 분들이에요. 나중에 다시 만나면 먼저 인사할걸요. 봉사단이 이렇게 정기적으로 와주고 그러니 저희는 고맙죠. 지금 거주시설 형편상 장애인 분들 활동량이 적어요. 자원봉사자들이 오면 이렇게 활동도 하고 외출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집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이분들에겐 기쁘고 즐거운 일이에요”
아쉽게도 이제 헤어질 시간입니다. 은평재활원으로 가는 차에 장애인들을 태우는 자원봉사자들 표정에 아쉬움이 묻어납니다. 마치 명절 마지막 날 함께 지내던 가족들과 헤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오늘 행복했어요. CJ 임직원 봉사단과 특별한 하루를 보낸 한 장애인의 담백한 소감이 봉사단활동 마무리를 하는 장소에 전해졌습니다. 오늘 몸은 조금 고되었더라도 따뜻한 마음은 가져가게 되셨네요. 항상 저희 이웃들과 따뜻한 온정을 나누어 주는 CJ 임직원 봉사단 여러분 고맙습니다. 다음 달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