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 이렇게 마셔야 효과 만점.활용법.건강
최근 녹차의 효능이 과학적 연구를 통해 속속 밝혀지면서 건강식품으로 널리 애용되고 있다.
하지만 녹차를 어떻게 마셔야 효과적인지, 하루에 얼마나 마셔야 하는지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모레퍼시픽 녹차연구팀에서 10년간 녹차를 연구해 온 김영경 연구원이 책 ’녹차가 내 몸을 살린다’(한언)를 통해 밝힌 녹차 음용법을 소개한다.
◇ 70℃ 물에 티백은 20-30초, 찻잎은 2-3분 우려야
귀찮고 아깝다는 생각에 녹차를 마시는 내내 잔에 티백을 넣어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럴 경우 녹차 특유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달아나고 씁쓸한 맛만 진해진다.
녹차를 오래 우리면 몸에 좋은 카테킨이 더 많이 녹아나온다고 생각해 일부러 오래 우리기도 하지만 그러면 용출되는 카페인의 양도 덩달아 많아져 녹차 맛도 버리고 효능도 낮추는 셈이 된다.
티백은 70℃ 내외의 따끈한 물에 20-30초 가량 우리고, 잎차는 60-70℃의 물에 2-3분 동안 담가 연한 노란 빛을 띨 정도로 우리는 게 적당하다. 티백 안의 찻잎은 잘게 잘라져 있기 때문에 잎의 성분이 더 잘 우러나온다.
너무 뜨거운 물에 녹차를 우리거나 녹차를 넣고 끓이는 것도 피해야 한다. 열에 약한 찻잎의 여러 영양성분이 파괴되고 카페인 성분도 더 많이 용출된다.
◇ 성인 하루 3잔 이상 15잔 이하..20잔은 넘지 않도록
녹차의 항산화력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녹차를 하루에 3번 이상, 아침, 점심, 저녁에 4-5시간 간격으로 마시는 게 좋다고 한다.
카페인 때문에 녹차를 꺼리는 이들도 있지만 여러 실험 결과를 근거로 학계에서는 건강한 성인이라면 하루 20잔 정도의 녹차는 아무 부작용 없이 마실 수 있다고 말한다.
녹차 한 잔에 들어있는 카페인의 양은 30-50㎎로 커피 한 잔에 들어 있는 양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녹차에 들어있는 다른 성분들이 카페인의 흡수나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에 실제로 녹차 속 카페인이 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만약 카페인이 염려된다면 하루 15잔(캐나다의 카페인 일일 최대 섭취 권고량 기준)은 넘지 않도록 한다.
◇ 좋은 녹차 고르는 요령
좋은 녹차는 잎이 잘 말아져 있고 윤기가 있으며 약간 검은 녹색을 띤다. 잡았을 때 단단하면서도 무거운 느낌이 난다.
만약 찻잎이 황갈색을 띠고 쾌쾌한 묵은 냄새가 난다면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다.
수확 시기로 따지면 가장 먼저 수확한 첫물차가 잎이 여리고 작으며 맛이 좋다. 수확시기가 늦어질수록 잎은 커지지만 그 대신 떫은 맛이 강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4-5월에 첫물차를, 6월에 두물차를, 7-8월에 세물차를, 9-10월에 네물차를 수확한다.
◇ 소량씩 밀봉해 서늘한 곳에 보관
찻잎은 빛이나 열, 습기에 약하다. 따라서 소량으로 나눠 밀봉이 잘 되는 용기에 넣고 햇볕이 들지 않는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녹차는 주변의 냄새를 잘 빨아들이기 때문에 밀봉하지 않은 채 냉장고에 넣어두면 고기나 생선 냄새가 그대로 밸 수 있다.
만약 냉장고나 냉동고에 보관해야 할 때는 밀봉용기나 알루미늄 코팅 용기에 넣어 잘 밀봉한다. 또 냉장고 속의 온도와 밖의 온도 차이 때문에 물기가 생길 수 있으므로 마시기 전에 찻잎을 실온에 놔둬 찻잎의 온도가 실온과 같아질 때까지 기다린다.
녹차를 오래 묵히거나 잘못 보관하면 잎에서 묵은 냄새가 난다. 만약 어떤 식으로든 꼭 마셔야겠다면 기름을 두르지 않은 프라이팬에 녹차를 넣고 약한 불에서 서서히 볶아보자. 나쁜 냄새가 사라지고 구수한 향이 도는 녹차로 재탄생한다.
◇ 생활 속 녹차 활용법
녹차는 음료수 외에 여러가지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냄새 제거 능력이 뛰어나 탈취제로 유용하다.
프라이팬이나 입구가 큰 냄비에 물을 붓고 녹차 2큰술을 타서 끓이면 이때 발생하는 녹차 수증기가 새 집 페인트의 독한 냄새나 장마철 눅눅함 냄새를 완화시킨다.
가루녹차를 부직포나 향낭에 넣어 냄새나는 곳에 두거나 가루 녹차 우려낸 물을 수건에 적셔 냉장고나 신발장 등 냄새가 고약한 곳을 꼼꼼히 닦아내면 불쾌한 냄새를 없앨 수 있다. 이렇게 닦아내면 녹이나 찌든 때도 제거된다.
비린내가 나는 생선이나 고기 요리를 할 때도 가루녹차를 뿌리면 역한 냄새가 집안에 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생선류나 어패류에 가루녹차를 약간 뿌리면 냉장고에 보관해도 신선함이 오래 지속된다.
마늘이나 양파를 먹은 다음 양치질을 해도 입 안에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면 찻잎을 꼭꼭 씹어보자. 4-5분쯤 뒤 입안에 배어 있던 냄새가 사라진다.
녹차는 습기나 곰팡이 제거에도 유용하다.
옷장 서랍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그 위에 가루녹차를 골고루 뿌린 뒤 다시 신문지로 덮으면 습기는 물론 옷에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카펫이나 양탄자를 세탁할 때 가루녹차를 함께 넣거나 구입한지 오래된 찻잎을 카펫 위에 뿌려두면 곰팡이나 진드기, 먼지벌레 따위가 번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갑자기 설사가 났는데 상비약이 없다면 진하게 탄 녹차를 마시는게 좋다. 이 때 날달걀을 넣어 마시면 효과가 배로 높아진다. 달걀을 녹차 우린 물에 넣고 저으면 흰색 가스가 생기는데 이 가스가 설사를 멎게 한다.
모기에 물렸을 때 뜨거운 물에 살짝 우려 따뜻해진 녹차 티백이나 찻잎을 물린 부위에 올려놓으면 가려움이 금세 가시고 부기도 잘 가라앉는다. 녹차가루를 물에 개어 발라줘도 좋다.
녹차에 설탕 넣으면 건강효과 3배
녹차에 아스코르빈산(비타민C)이나 설탕을 첨가하면 녹차에 들어 있는 건강에 좋은 성분의 체내 흡수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퍼듀 대학의 마리오 페루지(Mario Ferruzzi) 박사는 녹차에 아스코르빈산이나 자당(설탕) 또는 둘 모두를 첨가하면 녹차에 들어 있는 항산화 폴리페놀인 카테친(catechin)의 혈관 흡수율을 3배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시험관 실험에서 얻어진 결과로 여러 달이 걸리는 동물실험이나 임상시험에 비해 몇 시간이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페루지 박사는 말했다.
아스코르빈산이 많이 들어 있는 레몬주스나 감귤류 주스를 녹차에 섞어 마시거나 녹차와 함께 주스 한 잔을 마셔도 좋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의학] 녹차, 전립선암 치료에 효과
녹차에 들어 있는 성분이 전립선암 종양을 축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 연구팀은 녹차에 들어있는 성분인 에피갈로카테친(EGC)과 폴리페놀E가 전립선암 종양을 축소시키는 것으로 쥐실험 결과 밝혀졌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전립선암세포를 주입한 쥐들을 3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물, 녹차의 EGC가 섞인 물, 녹차의 폴리페놀E가 섞인 물을 각각 먹인 결과 EGC와 폴리페놀E가 섞인 물을 먹은 그룹이 물을 먹은 그룹에 비해 전립선종양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녹차의 이 두 가지 성분이 전립선암세포의 증식에 필요한 세포신호경로(cell-signaling pathway)를 차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이 새로운 사실이 전립선암의 진행을 멎게 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의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녹차, 체중 증가 억제에 효과
녹차가 체중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식품영양학교수 조슈어 램버트(Joshua Lambert) 박사는 비만 쥐들에 고지방 먹이를 주면서 일부에만 녹차의 주성분인 갈산염 에피갈로카테킨(EGCG)를 투여한 결과 EGCG가 투여되지 않은 쥐들보다 체중증가 속도가 평균 45%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것으로 메디컬 뉴스 투데이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GCG가 투여된 쥐들은 또 대조군 쥐들보다 분변지방(fecal lipid)의 양이 평균 30% 많았으며 이는 EGCG가 지방흡수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램버트 박사는 지적했다.
두 그룹의 쥐들은 모두 같은 양의 고지방 먹이가 주어졌고 실제로 먹는 양도 같았다.
전체적으로 EGCG는 지방흡수 능력을 억제하고 지방활용 능력을 향상시키는 이중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램버트 박사는 밝혔다.
부담 없는 건강 음료, 녹차
녹차는 여러 연구를 통해 그 효능이 입증된 건강 음료로 최근에도 새로운 효능이 발견되고 있다. 특히 녹차는 다이어트하는 이들이 즐겨 마시면 좋다. 한잔에 1kcal 밖에 되지 않아 아무리 마셔도 살이 찌지 않기 때문이다. 녹차의 떫은맛의 원인이자 가장 중요한 성분인 카테킨은 체내에서 다양한 효능을 발휘한다.
혈관에 축적된 지방을 녹여 변비를 막는 데 도움을 주고, 알레르기를 경감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식품과학회가 주최한 ‘국제녹차심포지엄’에서 일본 시즈오카 현립대 한방연구소의 스기야마 기요시 교수는 “쥐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킨 다음 차를 투여한 결과, 카테킨 성분이 체내에서 작용해 알레르기를 경감시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발표했다. 효과의 지속시간은 3~6시간 이었으며, 알레르기를 감소시킬 목적으로 차를 마실 경우 3시간에 1번 정도 마시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녹차 카테킨 성분의 발암 억제 작용이다. 시즈오카 현 세이부 하마마쓰의료센터에서는 위염이나 위궤양, 위암 등의 원인인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에 대한 카테킨의 작용을 조사하는 실험에서, 34명의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 감염자가 1개월간 녹차 카테킨을 마신 결과 대부분 파일로리균 활성이 저하되었다. 하지만 녹차의 효능에 대한 대부분의 임상 연구는 아직도 진행 중인 것이 많으므로 효능을 맹신하는 것보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료로 여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카테킨 섭취는 티백 녹차로도 충분
녹차는 잎을 따는 시기에 따라 우전, 세작, 중작, 대작으로 나뉜다. 우전은 곡우(4월 20일) 이전에 처음 딴 잎, 세작은 입하(5월 5일) 전후에 딴 잎, 그 이후부터 여름 직전까지 딴 잎은 중작, 대작이라 부른다. 대작에서 우전으로 갈수록 잎이 여리고 작으며 품질이 좋고, 값도 비싼 편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티백은 대부분 대작이나 이후의 잎으로 만들어 대량 유통된다. 녹차의 부드러운 맛을 즐기려면 고급 잎으로 만든 잎차를 고르는 것이 좋다. 카테킨 섭취가 목적이라면 꼭 비싼 차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카테킨은 떫은맛이 강할수록 많이 들어있으므로 티백으로 마셔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카테킨은 뜨거운 물에 잘 우러나기 때문에 하루 5~6잔 뜨겁게 우려 마시는 것이 좋다.
똑똑한 녹차 활용법
녹차는 음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중국 당나라 육우(陸羽)가 쓴《다경》에 따르면 기원 전2700 년 경 신농(神農)시대 부터 차를 마셨다고 하니 그 역사가 5000년에 육박하는 것. 오랜 역사 만큼이나 요모조모 실속있는 일상 속 녹차 활용법.
How to 1 건강 지킴이, 녹차 녹차가 암을 예방하고 알츠하이머 병과 당뇨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녹차의 대표 성분인 카테킨은 항산화 효과가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주며 충치 예방 효과가 있다. 녹차 잎을 껌처럼 씹거나 녹차 잎을 물고 있는 것만으로도 구강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외출했다 집에 돌아와 녹차 우린 물로 입을 헹구면 목과 코에 살균 작용을 해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 녹차의 또 다른 성분인데 아닌은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How to 2 집 안을 향기롭게 녹차는 탈취 효과가 뛰어나 냄새 제거에 효과적이다. 우리고 난 녹차 잎 찌꺼기는 말려 두었다가 화장실, 냉장고나 전자레인지 속, 음식물 쓰레기 봉투 속 등 나쁜 냄새가 나는 장소에 두면 악취가 사라진다. 고기나 생선 등을 구울 때 녹차를 재떨이에 넣어 태우면 냄새가 나지 않는다. 녹차는 프라이팬이나 냄비, 도마 등에 밴 나쁜 냄새도 제거해준다. 생선을 손질한 뒤 손에서 비린내가 가시지 않을 때 녹차 가루를 비비면 비린내가 사라진다. 녹차 가루나 녹차 잎, 우리고 난 녹차 잎 찌꺼기를 화분에 넣으면 식물이 잘 산다. 우리고 난 녹차 잎 찌꺼기를 햇빛에 바삭바삭하게 말린 뒤 베개에 넣으면 숙면을 취하는 데도움을 주는 한방베개가 된다.
How to 3 아름다운 피부 만들기 녹차의 주성분인 카테킨은 새로운 피부 세포의 증식을 촉진해 피부 노화를 예방하고, 기미와 주근깨의 발생을 억제한다. 사용하고 난 녹차 티백을 넣어 10여 분 우린 차가운 물로 세안하면 피부의 칙칙함이 개선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가루 녹차를 넣어 만든 팩을 하고 나면 피부가 훨씬 생기있어 보인다. 아침마다 눈이 붓는다면 녹차 얼음을 이용해 부기를 해결할 수 있다. 녹차 우린 물로 얼음을 얼린 뒤 수건에 싸서 눈가에 갖다 대면 부기가 가라앉는다. 녹차 티백이나 녹차 잎을 이용한 반신욕도 좋다. 녹차 향이 피로 해소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How to 4 요리할 때도 만능 녹차는 생선 요리에 요긴하다. 구이, 조림, 회 등 생선 요리를 할 때 녹차 잎을 넣으면 녹차 속의 플라보놀 성분이 비린내를 없애준다. 녹차의 플라보놀 성분은 생선 살 입자 간의 밀착력을 강하게 만들어 생선살을 단단하게 하는 반면, 생선뼈는 부드럽고 연하게 해 소화를 돕고 신진 대사율을 높인다. 돼지고기 요리도 마찬가지. 돼지고기를 절일 때 녹차 잎을 넣으면 그 속의 플라보놀 성분이 돼지고기의 좋지 않은 냄새를 없애고 육질을 부드럽게 해 맛이 한층 좋아진다. 채소나 과일을 씻을 때 녹차 잎 우린 물을 사용하면 잔류 농약을 제거할 수 있다.
진짜 한국茶는 펄펄 끓는 물에 우려 마셔야"
초의선사 '茶脈' 3대째 잇는 박동춘 소장 내달 서울 시음회 식힌 물에 마시는 건 日녹차, 韓·中·日 중 찻잎 볶고 찌면서 절정의 맛 살리는 건 한국뿐 진짜 우리茶 맛 보여주겠다
박동춘(58) 동아시아 차문화연구소 소장이 차를 덖는 무쇠솥 뚜껑을 열 때마다 퍼져나오는 향이 마법처럼 변했다. 재스민 혹은 박하처럼 싱그럽고 달착지근한 허브향이 나던 생찻잎을 한 번 볶고 나자 매운 풋내가 나더니, 다시 한 번 더 볶았을 때는 고소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마지막 볶는 과정을 거쳐 솥뚜껑이 열렸을 땐 싱그러움과 구수함이 동시에 퍼졌다.
지난 13일부터 전남 순천 부근 깊은 산골 야생차밭에서 올해의 햇차를 만드는 박 소장은 불가 스님들과 다인들 사이에서 '동춘차'로 유명하다. 한국 차의 중흥조라 불리는 초의선사(1786~1866)의 다맥(茶脈)을 3대째 잇는 인물이다. 초의선사의 제자였던 대흥사 주지 고(故) 응송 스님으로부터 초의선사의 제다법(製茶法)을 전수받았다. 배우 배용준씨가 2009년 에세이집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을 통해 한국의 전통문화 장인 11명을 소개하면서 다도 분야에서는 그를 꼽았다.
▲ 박동춘 동아시아 차문화연구소 소장이 13일 전남 순천 야생 차밭에서 딴 생찻잎을 뜨겁게 달궈진 무쇠솥에 쓸어 넣고 있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박 소장은 "한국의 제다는 찌는 방법과 볶는 방법의 중간을 절묘하게 잡아낸 것"이라고 했다. "자부하건대, 차의 차가운 기운 혹은 독성을 중화시키면서 차의 효능을 드러내는 기술은 현재 한국·중국·일본 중에서 가장 정교하다"고도 했다. 일본은 찻잎을 찌기만 하고 중국은 찻잎을 볶기만 한다. 반면 우리는 찻잎을 볶는 것과 함께 뚜껑을 덮어 열기(熱氣)로 찌는 공정을 절묘하게 합쳐 차의 맛과 효능을 절정으로 드러내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펄펄 끓을 정도로 뜨거운 물인 '열탕'에 우려 마시는 것이 한국의 전통 차 문화라고 말한다. 끓는 물을 한 번 식혀 녹차를 우려 마셔야 한다는 '상식'과 대조된다. 박 소장은 "1970년대 후반 일본에 유학 갔다 온 한국 사람들이 차 보급 문화운동을 벌이면서 식힌 물에 우려 마시는 일본 개량종 녹차를 한국에 집중 소개했고 그 바람에 그 녹차가 한국 전통차처럼 대접받게 됐다"고 했다. "전남 보성과 제주 등에서 대량 생산되는 야부기다종 찻잎으로 차를 만들면 떫은맛이 강한데 뜨거운 물에 우리면 떫은맛이 더 강해서 미지근한 물에 우리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소장은 "구증구포(九蒸九曝)가 전통 제다법이라는 인식이 한국 다도계의 제일 큰 문제"라고도 했다. 구증구포란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려 차를 만든다는 뜻. "구증구포가 나온 근거가 19세기 유학자 이유원이 쓴 '임하필기'입니다. 여기서 이유원은 다산 정약용이 보림사 승려들에게 구증구포를 가르쳤다고 했지요. 그러나 이때의 구증구포는 아홉 번의 제다 공정을 뜻하기보다는 찻잎을 찌거나 말릴 때 가장 조심해야 함을 강조하는 말로 봐야 합니다. 나물도 한 번에 데쳐야 하는데 하물며 찻잎이야…. 전통적으로 불교문화의 핵심인 차를 다산이 스님들에게 가르쳤다는 것부터가 모순입니다."
박 소장에게 좋은 차 고르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차를 끓여 보세요. 물에 풀어진 찻잎이 또렷하고 차가 맑아야 합니다. 나쁜 차는 뿌연 기운이 돌죠. 향을 맡았을 때 싱그럽고 시원해야 하고요." 찻잎을 보관할 때는 비닐 은박지 또는 도자기처럼 잡향이 없어서 차의 맛과 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재질이 이상적이라고 했다. 찻잔은 배가 불룩하고 입이 좁아서 향과 온기를 다 마실 때까지 보존할 수 있어야 좋다고 했다.
박 소장이 한 해 생산하는 차는 500g짜리 500봉지가 채 안 된다. 가격 매기기도 어렵지만 굳이 매기자면 봉지당 100만원이 훌쩍 넘으니 팔 수도 없다. '가격을 매길 수 없는(priceless)'이란 표현이 꼭 맞는다. 스님들 그리고 동춘차후원회 회원들과 겨우 나누는 형편이다. 그런 그가 올해부터는 '진짜 전통차 문화' 보급을 위해 직접 나서기로 했다. "한국 차란 무엇이며 어떤 맛이고 어떻게 만드는지 표준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대중을 상대로 처음 열리는 '동춘차 시음회'는 6월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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