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교육 노사가 고공농성 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교섭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의견차가 여전해 사태가 단시간에 해결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는 "사측이 지난 8일 노조에 교섭요구 공문을 전달해 왔고, 지부도 15일 교섭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사측에 전달했다"고 17일 밝혔다. 교섭의사를 확인한 노사는 최근 교섭단 간사회의를 개최했다. 간사회의에서 양측은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부 관계자는 "사측은 간사회의에서 새로운 안을 제시하지 않았고 교섭을 진행하는 자리에서 얘기를 해 보자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지부는 사측이 지난해 제시한 최종안을 기준으로 교섭을 진행하려 할 경우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지부는 고 이지현 조합원을 포함한 전 조합원 원직복직과 단체협약 원상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복직 후 단체협상 시작과 고 이지현 조합원에 대한 보상을 제시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노사는 교섭일자도 확정하지 못했다.
지부 관계자는 "두 농성자가 종탑농성을 벌이고 있어 상황을 빨리 타개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지금까지 싸워 온 원칙을 훼손할 수는 없다"며 "교섭과 농성투쟁을 지혜롭게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재능교육 전직 교사들은 15일 오전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본사 앞에서 '재능교육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전직 재능교사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 해결을 요구했다. 이들은 "재능교육에서 사람이 다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이 자리에 섰다"며 "노조탄압 중단과 해고자 전원 원직복직, 그리고 단체협약 원상회복을 진심으로 촉구한다"고 말했다.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 오수영·여민희 조합원의 혜화동성동 종탑 고공농성은 18일로 13일째를 맞는다.
경남 창원에 있는 진해동의요양병원은 지난해 11월 간병노동자 33명을 계약해지했다. 간병노동자들은 17일 현재 78일째 계약해지 철회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동의요양병원 간병노동자 계약해지 사태를 통해 본 요양병원 간병노동의 질 향상과 고용안정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보건의료노조·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이목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15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한국 요양병원의 현황과 환자안전·간병노동의 질 향상·고용안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민간부문 공급 유인으로 서비스 질 낮아져”
임준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예방의학)는 이날 발제를 통해 “급격한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더는 가족에게 간병과 부양책임을 전가하기 어렵게 돼 사회가 그 부담을 떠맡을 시기가 도래했다”며 “만성질환 증가로 간병서비스 요구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도입됐지만 서비스 대상자의 실제 요구 수준을 포괄하지 못하는 데다, 급여범위도 제한적이어서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 교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재활요양에 대한 공공인프라 구축에 대한 요구가 있었지만 정부는 민간시설 진입을 완화해 민간부문의 공급을 유인하는 방식을 택했다”며 “시장 중심의 공급체계로 인해 공급은 늘어났지만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고 환자안전도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공공영역에 속하는 의료공급을 시장에 맡기는 바람에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간병서비스도 파견 금지업무에 넣어야”
임 교수는 “일하는 사람의 노동권과 건강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정부는 요양병원의 간병 문제를 시장에 무책임하게 맡겨 놓을 게 아니라 공적영역으로 공식화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파견법을 개정해 파견대상에 간병업무 인력을 제외함으로써 요양병원·의료기관에서 제공되는 간병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실질적으로 지배적 위치에 있는 병원의 책임을 제고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병원이 사용사업주로서 간병인에 대한 근로기준법 준수·4대보험 가입·최저임금법 등 노동관계법을 준수하고 책임을 다하도록 정부가 지도·감독하고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시행령에 따르면 파견 금지업무에는 의료법에 따른 의료인·간호조무사 업무가 포함돼 있다. 입원환자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인 간병서비스도 파견 금지업무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요양보호사 근로자 지위 보장 시급”
최영숙 경남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창원상담팀장은 “동의요양병원 사태는 간병사들의 고용조건을 시급히 바꿔 내지 않으면 집단 계약해지가 빈번이 벌어진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라며 “제도개선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의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0년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요양병원에 직접고용된 간병인은 27.6%에 그쳤다. 72.4%는 용역·파견업체 소속이었다.
최 팀장은 “협회 소속 파견 간병노동자를 이용하는 것이 이익임을 아는 요양병원들이 솔선수범해서 이들을 직접고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고용노동부는 20만명에 달하는 간병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불법파견 여부를 적극적으로 조사해 근로자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이 지난 1월 16일과 2월 6일 치 공문을 통해 학교비정규직에 대해 무기계약직 전환을 확정하면서 전문상담사에 대해서는 상담복지사로 바꿔 자격 요건을 강화하기로 하고, 신규 채용을 결정하자 비정규직 전문상담사들이 해고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1월 16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전문상담사 직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무기계약직종인 상담복지사를 신설해 초등학교 58곳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월 6일 발표한 자료에서는 전문상담사에 대해 전원 계약이 만료되면 상담사 및 상담복지사를 새롭게 채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구시교육청은 현재 192명의 전문상담사가 각급 학교에 근무하고 있지만 계약이 2월 말로 만료되면 올해 3월부터는 상담복지사로 명칭을 바꿔 155명을 신규로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37명의 전문상담사는 일자리를 잃게 된다.
현재 192명의 전문상담사 중 대구시교육청이 올해 신규로 채용하기 위해 제시한 상담복지사 자격에 해당하지 않은 인원은 7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중등교사 자격증을 가진 인원이 40명으로 가장 많고 유아교사 자격증 4명·상담전공자 10명·기타 1명이다. 나머지 121명도 신규로 채용이 불확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비정규직 노조 "37명 일자리 없애다니... 이게 고용안정 계획?"
이에 대해 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는 15일 오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담분야는 아이들의 연속성있는 정서적 교감이 중요함에도 이런 점은 완전히 무시한 채 전원해고 및 신규채용을 발표했다"며 "2013년에는 155명으로 줄여 37명의 일자리를 없애버렸는데 이것이 교육청이 말하는 고용안정 계획인가"라고 따졌다.
더욱이 "2013년에는 자격요건을 대폭 강화시켜 전문상담사로 근무했던 일부는 아예 응시조차 못하도록 했다"며 동일학교에서의 계약갱신을 통해 꾸준하고 연속성 있는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지적하며 "전문상담사들의 자격증 취득이 필요하다면 취득 기간을 유예시키고 재게약 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전국학교비정규노조 대구지부 최영오 조직국장은 "2009년부터 전문상담인턴교사로 채용해 근무해 왔으나 2012년에는 전문상담사로 명칭을 바꾸어 재계약했다"며 "지난해 자격요건을 강화했는데 올해에는 아예 응시조차 못하도록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배종호 대구시교육청 생활문화과장은 "전문상담사가 처음 도입된 2009년에는 청년일자리 창출이 목적이었고 지난해에는 학생들의 상담에 치중해 뽑았다"며 "하지만 올해에는 학생들에게 양질의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문상담사 자격증을 가진 분들로 제한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상담사들의 요구는 수긍이 가지만 올해부터는 전문상담교사가 확대되기 때문에 보장할 방법이 없다"며 "전문상담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응시할 수는 잇을 것'이라며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정찬호씨는 이번 설 처음으로 명절보너스를 받았다. 기간제 근로자로 일할 때는 상상할 수도 없던 일이다. 2004년부터 경기도 안산시에서 산림·배수로를 정비하며 기간제 근로자로 일했던 정씨는 올해 1월 무기계약직이 됐다.
무기계약직이지만 58세까지 정년을 보장받게 된 정씨는 "보통 12월이면 계약이 끝나고 재계약이 안 될까봐 마음이 불안해 잠들지 못했는데, 이제는 두 발 뻗고 잘 수 있다"며 웃었다.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시간당 최저임금이었던 정씨의 월급은 경력이 인정되는 호봉제로 바뀌었다. 시간외 수당도 받을 수 있다. 그는 "일이 달라진 건 아니지만 일에 대한 만족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시는 1월 15일 정씨와 같은 비정규직 상시 근로자 51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안산시 총무과 인사계 임은철씨는 "비정규직을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 안산시의 예산이 추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점차 많은 분들을 정규직화 하겠다는 게 현 시장(김철민)의 공약이었고 이를 지켰다"고 말했다.
"기쁘지만 아직도 어리둥절하다"
전라남도 광주광역시 농업기술센터 분석보조원으로 일했던 송옥순씨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기쁘지만 아직까지도 어리둥절하다"는 송씨는 "보통 계약을 3월에 새로 하기 때문에 겨울에 일을 한 적이 없는데 정규직이 된 덕분에 올해 처음으로 2월에 일을 한다"며 "남들은 눈 내리는 날 출근이 힘들다고 하는데, 마냥 좋았다"고 말했다.
송씨는 정규직이 된 후 가장 좋은 점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그는 "언제 잘릴지 모르니까 적금 같은 건 엄두도 못 냈었다"며 "올해 처음 적금이라는 걸 들어봤다" 고 웃었다. 또 최근 "집을 넓혀 이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앞으로도 하나씩 다른 계획을 세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무기계약직 전환으로 정년 60세를 보장받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의료급여, 호봉제 전환으로 보수역시 155% 인상됐다. 휴가·의료보험 등 처우도 개선돼 준공무원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8월에는 비정규직 50여 명을, 2월 3일에는 51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만약 고용노동부에서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소극적 지침이 내려와도 기관장의 의지가 강하다면 정규직 전환은 더 많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안산시 관계자 역시 정규직전환이 가능했던 이유로 '시장의 의지'를 꼽았다.
한편 광주시 관계자는 "2년 이상 기간제 근로자를 쓰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전환은 하지 않고 재계약만 계속하는 악습이 있는 곳도 있다"며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악습을 꼬집기도 했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상시적 업무에 2년 넘게 고용한 직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규직 전환? '이게 끝이 아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정년을 보장받는 경우도 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는 고백도 있다. 김성민씨(가명)과 박정민(가명)씨는 2011년, 서울메트로에 '지하철보안관'으로 입사했다.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지하철 성범죄 예방을 위해 도입된 지하철 보안관은 지하철 내 이동상인의 판매행위, 기부요청 행위 등 질서 저해행위를 계도 단속하고, 승객들을 보호하는 일을 한다.
김씨와 박씨는 2012년 5월 무기계약직이 됐다. 박씨는 "재계약만을 기다리기 불안해 대학입학을 알아보는 등 다른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면서도 "막상 정규직이 되고 나니 재계약의 불안함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들은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은'점을 가장 큰 아쉬움으로 꼽았다. 김씨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후에도 기본급이 일급으로 계산된다. 최저 임금을 적용받는 셈이다"며 "이렇게 10년, 20년이 지속되면 일을 계속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또 "무기계약직은 또 다른 이름의 비정규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같은 무기계약직이라도 처우는 시·도·산하기관 마다 다를 수 있다. 무기계약직에게 어떤 처우들을 제공해야 한다는 정해진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무기계약직이 아닌 일반 정규직의 경우 호봉제는 물론 명절휴가비, 선택적 복지포인트, 자녀학비보조수당 등이 무조건 지급된다. 반면 무기계약직에게는 선택적으로 적용된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지하철보안관의 처우와 관련 "호봉제가 바로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점차 추진할 계획"이라며 "복지포인트, 건강검진 등 복지에 관해서는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12년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34만1000여 명 가운데 9만7000여 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수준이며 비정규직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기간제 근로자의 임금도 6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기간제 정규 근로의 임금격차와 추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기간제 근로자의 평균 월 임금은 154만5000원으로 정규직 임금(246만원)의 62.8% 수준으로 조사됐다. 전체 비정규 근로자의 임금은 139만3000원으로 정규직의 56.6%에 불과했다.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은 2003년 168만8000원, 2005년 184만6000원, 2007년 200만9000원, 2009년 220만1000원 등으로 계속 증가했다.
기간제 근로자의 임금도 2003년 108만2000원, 2005년 125만8000원, 2008년 148만9000원 등으로 매년 오르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31만1000원으로 뚝 떨어졌다. 이후 2010년 136만원, 2011년 146만3000원, 지난해 154만5000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남재량 연구원 노동정책분석실장은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에 기간제 근로가 특히 민감한 모습을 보여 임금이 크게 하락했다”며 “시간제, 비전형 근로 등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 근로에서는 관찰되지 않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현상은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기간제 법’이 2009년 시행돼 이를 전후해 법 적용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규직과 기간제 근로자 간의 임금격차는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기간제의 상대임금은 2003년 64.5에서 2008년 70으로 오르며 간극을 좁히다가 2009년 59.6으로 주저앉았다. 이후 2010년 59.3, 2011년 61.3, 지난해 62.8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격차가 크고 2003년 수준에도 못 미쳤다.
임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근로시간은 2008년 8월 기준으로 정규직은 주당 44.2시간, 기간제는 39.3시간, 전체 비정규직은 37.7시간이었다.
근로시간을 반영한 기간제 근로자의 임금은 정규직의 69.4%, 전체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64.3%로 조사됐다.
남 실장은 “근로시간 외에 임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별, 연령 등 주요 요인을 통제해 조사할 때도 기간제와 정규직 간의 임금격차는 확대되는 추세”라며 “임금격차 확대 원인을 찾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 6월부터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고용형태 공시제’가 도입된다. 비정규직 근로자 남용을 자제하고 자율적인 고용 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비정규직 채용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올해 비정규직 채용시장은 어떨까.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www.saramin.co.kr 대표 이정근)이 296개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비정규직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34.8%의 기업이 채용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대비 채용 규모를 살펴보면, ‘증가할 것’(22.3%)이라는 응답이 ‘감소할 것’(14.6%)이라는 기업보다 많았다. 또, 이들 기업 중 10.7%는 지난해에는 채용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비정규직 채용이 소폭 증가할 것임을 알 수 있다.
채용 형태는 가장 많은 62.1%(복수응답)가 ‘계약직’이라고 답했으며, ‘인턴직’(17.5%), ‘파견직’(15.5%), ‘일용직’(15.5%) 등이 뒤를 이었다.
비정규직 직무는 ‘일반사무’(35.9%, 복수응답)와 ‘제조/생산’(30.1%)이 주를 이뤘다. 이외에도 ‘서비스’(17.5%), ‘단순노무’(12.6%), ‘영업’(10.7%), ‘고객상담’(7.8%) 등이 있었다.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이유로는 ‘업무능력을 검증한 후 뽑기 위해서’(37.9%,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계속해서 ‘단기 업무 등 한시적 인력이 필요해서’(28.2%),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25.2%), ‘고용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서’(17.5%), ‘전문적인 업무가 아니라서’(13.6%)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서는 절반에 가까운 48.5%가 ‘역량에 따라 일부 가능하다’라고 답했고, 35%는 ‘모두 고려 대상이다’를 선택했다.
반면, 비정규직 채용 계획이 없는 기업(193개사)은 그 이유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40.9%, 복수응답), ‘인재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서’(23.3%), ‘회사 방침이라서’(19.7%), ‘조기퇴사자가 많을 것 같아서’(11.4%), ‘조직문화 저해가 우려되어서’(8.3%) 등을 들었다.
케이블방송 씨앤앰 협력업체(도급업체)에서 7년째 일하고 있는 A씨는 1주일에 평균 54시간을 근무한다. A/S와 철거작업을 담당하는 기사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영업이 주요 업무가 됐다. 매달 인터넷 10건, 디지털TV 10건, VoIP(인터넷전화) 10건, 아날로그TV 15건 이상 건수가 할당된다. 매일 아침 조회에서 영업실적을 체크·강요받는다. 그렇다고 영업만 하는 것도 아니다. 하루에 많을 때는 30~40건씩 케이블 철거작업도 한다.
A씨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시간이 넘고 토요일에도 7~8시간 일한다. 휴일근무도 다반사다. 한 달에 쉬는 날은 2~3일이 고작이다. 월 평균 216시간을 허리가 휘도록 일하지만 A씨가 손에 쥐는 돈은 각종 수당과 인센티브를 포함해 250만원도 안 된다. 입사 초기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협력업체 사람들이 노조를 결성한다더라"는 소문을 귀엣말로 전해 들은 A씨가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의 문을 두드린 이유다.
◇근기법 위반은 기본, 저임금에 고통=최근 케이블방송통신업종에서는 최초로 비정규직노조가 설립됐다. 지난해부터 물밑으로 노조설립을 추진해 온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지부장 김영수)는 지난 13일 창립총회를 갖고 18일부터 공개활동을 시작했다.
지부는 수도권 최대 규모의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씨앤앰의 2·3차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만들었다. 현재 130여명이 지부에 가입했다.
씨앤앰의 22개 협력업체에서 A/S·설치·철거업무를 하는 이들이 노조 건설에 나선 이유는 과중한 노동량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복지, 과도한 영업실적 압박 때문이다.
김진혁 지부 사무국장은 "아침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한다고 돼 있지만 퇴근시간이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퇴근을 해도 A/S나 민원이 생기면 해당 팀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특히 "영업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며 "매일 아침조회에서 영업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면전에다 대고 욕을 하거나 핀잔을 주고 무시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전했다.
게다가 연봉협상이 없거나 입사시 연봉을 그대로 유지하는 업체들이 많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곳은 부지기수다. 협력업체 어디에서도 취업규칙을 노동자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부에 따르면 A/S 기사들의 경우 당직과 영업수당까지 포함해야 월 230여만원 정도가 된다. 일부 설치 기사들은 건당 수수료 형태로 임금을 받는다. 다른 케이블TV업체들은 대개 설치 건당 2만원까지 쳐 주지만 씨앤앰은 그 반토막 수준으로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치·철거 기사들은 전봇대를 타다 다치는 경우가 많지만 안전장비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부 관계자는 "전봇대를 탈 때 전기에 감전될 수 있다고 하니까 사무실 여직원이 '고무장갑은 줄 수 있다'고 말하더라"며 "대부분 다치면 공상처리나 병가를 내고 자비로 처리한다"고 말했다.
◇다단계 하도급에 노동자만 죽을 맛=이들의 열악한 형편 속에는 다단계 하도급이라는 구조적인 족쇄가 도사리고 있다. 씨앤앰의 대주주는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펀드와 MBK파트너스다. 맥쿼리와 MBK가 2007년 씨앤앰을 인수하면서 A/S·설치·공사 업무 등을 전부 지역별 협력업체에 외주화했다. 협력업체들은 다시 설치·철거 업무를 개인사업자에 넘겨 재도급화했다. 건설현장의 다단계 하도급 형태가 일상화된 것이다.
씨앤앰은 하도급 계약기준과 달리 여러 가지 지표와 평가항목을 만들어 협력업체별로 등급을 매기고, 평가를 통해 감액하는 방식을 도입해 업체 간 경쟁을 유발했다. 업체 간 경쟁은 고스란히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졌다.
지부는 "씨앤앰에서 요구하는 실적과 성과에 얽매여 노동자들의 고용이 매우 불안정하다"며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노조를 만든 만큼 업체의 부당노동행위 근절과 임금인상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희망연대노조와 지부는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씨앤앰 비정규 노동자 노동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콜센터 노동자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캠페인단이 최근 위촉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콜센터 노동자를 해고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를 비판했다.
캠페인단은 콜센터 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제도보완을 이끌어 내기 위해 사무금융연맹·공공운수연맹·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 19개 노동·사회단체가 지난해 9월 결성한 조직이다.
캠페인단은 18일 오후 서울 공덕동 중노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노위가 콜센터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판정으로 40만 콜센터 노동자들의 희망을 짓밟았다”고 비난했다.
캠페인단에 따르면 중노위는 지난달 28일 현아무개씨 등 3명이 한국고용정보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재심에서 해고사유가 정당하다고 판정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현씨가 회사와 위촉계약(자유직업 소득자)을 맺었지만 업무 이행 과정을 감안했을 때 노동자성이 인정된다”며 부당해고 판정을 내린 것을 뒤집은 것이다.
한국고용정보는 지난해 8월 "현씨와 콜센터 노동자 2명의 위촉계약이 만료됐다"며 해고했다. 현씨 등은 “회사 대표이사가 친인척에 대해 일감을 몰아준다”는 의혹을 제기해 한국고용정보와 마찰을 겪은 바 있다.
현씨 등은 자신의 해고가 보복적인 성격을 띠며 회사가 업무지시를 내리고 근태를 관리하는 등 실질적인 사용자 역할을 해 온 만큼 위촉기간 만료에 따른 해고는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캠페인단은 “장애인 활동보조인과 요양보호사는 수년 전에 노동자성을 인정받았는데, 중노위가 지노위의 판정까지 되돌리며 콜센터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보는 시대 역행적인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캠페인단은 특히 한국고용정보의 원청업체인 한국교직원공제회가 노조의 교섭요청을 거부하며 중노위 판정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캠페인단은 “판결문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가 ‘중노위가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한국교직원공제회와 중노위 간 암묵적 동조가 있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호정 캠페인단 공동집행위원장은 “어느 기관보다도 공정해야 할 중노위가 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해 저임금·여성 콜센터 노동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며 “모든 역량을 동원해 콜센터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이 인정될 수 있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안암병원 청소노동자들이 정시출근 투쟁에 나선다.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는 18일 오전 서울 동대문 고대안암병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노동자 인력충원을 위해 19일 새벽 6시 정시출근 투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지부에 따르면 고대안암병원과 용역회사는 최근 5년간 인력을 충원하지 않았다. 반면 병상은 계속 늘었고 20여곳의 전문센터가 새로 생겼겼다. 청소노동자들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이들의 출근시간은 새벽 6시다.
그런데 정시에 출근하는 노동자는 한 명도 없다. 인력이 부족해 정시에 출근하면 업무량을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부가 이달 5일부터 8일까지 고대안암병원 청소노동자 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의 평균 출근시간은 새벽 4시54분으로 조사됐다. 업무가 많은 곳은 새벽 4시30분부터 일을 시작한다.
지부는 "청소노동자들의 무료노동 시간을 합하면 하루 평균 50시간인데 1년이면 1만3천시간이나 된다"며 "이를 시간외수당으로 환산하면 연간 1억원으로 고대안암병원이 부당이득을 갈취하며 청소노동자들을 등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서울대병원은 매년 청소노동자들을 충원하고 있다. 고대구로병원은 지난해에만 10여명을 새로 뽑았다. 하지만 고대안암병원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인력충원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부는 전했다.
지부 관계자는 "최소한 8명 정도는 충원해야 청소노동자들의 정시 출근이 가능한 실정"이라며 "청소노동자가 안전하고 인간답게 일할 수 있을 때 병원에서 일하는 다른 노동자와 환자·보호자들도 안전한 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미(가명)씨는 새벽 3시에 일어나 가족의 아침식사를 준비한 뒤 첫차에 오른다. 정시출근 시간은 오전 6시인데, 한 번도 지켜 본 적이 없다. 그는 새벽 4시30분부터 일한다. 할당된 업무가 많아 매일 한 시간씩 무료노동을 한다. 고대안암병원에서는 환자들의 밥차와 쓰레기 반출차량이 같은 엘리베이터를 사용한다. 밥차 배달이 시작되기 전에 쓰레기 반출을 끝내야 한다. 종종 주삿바늘에 찔릴 때도 있지만 검사받을 틈이 없다. 용역회사가 제공하는 안전장비는 고무장갑과 면장갑이 전부다. 박씨는 "바쁠 때는 빨리 일을 끝내기 위해 비닐장갑을 끼고 쓰레기를 만질 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휴게실은 고사하고 청소물품을 보관하는 곳도 없다. 물품이 떨어지면 지하실 창고까지 다녀와야 한다.
박씨는 "병원이 주삿바늘통 관리 등 일반적인 청소업무를 벗어나는 일까지 시킨다"며 "사람은 그대로인데 기존에 창고나 계단이었던 곳이 병실로 바뀌면서 한 사람이 두 사람 이상의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18일 고대안암병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이 병원 앞 정문에 모여 '정시출근 투쟁'을 선언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가 이달 5일부터 8일까지 안암병원 청소노동자 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0%가 "인력부족으로 휴가를 사용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들은 하루 20여개의 방과 10여개의 변기를 청소한다. 하루에 수거하는 쓰레기는 100킬로그램에 달한다. 적게는 30번, 많게는 80번까지 대걸레를 빤다. 응답자의 70%는 "일하는 동안 1번 이상 주삿바늘에 찔렸다"고 답했다.
게다가 배설물과 의료폐기물에 노출된 작업복은 집에서 세탁해야 한다. 지부에 따르면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전염을 막기 위해 병원노동자들의 작업복을 전문업체에 맡겨 세탁하고 있다. 지부는 "안암병원은 국제 의료기관평가위원회 인증(JCI)을 받아 가장 안전한 병원이라고 홍보하지만 이는 안전의 기본인 청결을 책임지는 청소노동자들의 희생을 담보로 한 것"이라며 "청소동자의 노동건강권을 위협하는 병원은 환자들에게도 안전한 병원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미용실에서 미용업무를 배우고 디자이너 보조 역할을 하는 미용실 스태프의 저임금·장시간 노동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유니온(위원장 한지혜)이 전국 198개 매장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평균 시급은 3천원에 못 미쳤고,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65시간이나 됐다.
청년유니온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미용실 스태프 근로조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주요 프랜차이즈 매장을 포함한 전국 198개 매장을 대상으로 전화 실태조사와 심층면접을 진행한 결과다.
조사 결과 월 평균 급여는 93만원으로 집계됐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64.9시간, 평균 시급은 2천971원으로 나타났다. 청년유니온은 박승철·이철·준오헤어 등 5개 주요 프랜차이즈 매장의 예상 체불임금을 534억4천만원으로 추산했다.
미용업 스태프들은 산업재해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하지정맥류·피부질환·허리디스크 등 업무상재해를 빈번하게 경험하는데도 산재 보상을 받지 못한 채 대부분 자비로 치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미용실 스태프의 열악한 노동조건 문제는 우리나라 뷰티산업 성장 속에 묻힌 어두운 그늘의 한 단면”이라며 “학계와 노동계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관심과 정책적 개선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지혜 위원장은 “미용산업과 유력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성장은 청년노동자에 대한 광범위한 임금체불에 기반한다”며 “미용산업 전반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긴급 실태조사가 필요하며 미용실 스태프의 노동조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유니온이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지각하면 10분당 벌금이 5천원이에요. 최저임금은 지키지 않으면서 지각비는 꼬박꼬박 체크해요. 월 260시간 일하고 80만원 받습니다. 벌금으로 월급이 깎이면 눈물이 찔끔 나요.”<김병철(20) 청년유니온 조합원>
김씨는 지난해 11월1일부터 같은해 12월19일까지 유명 프랜차이즈 미용실에서 스태프로 일했다. 한 매장에서 3년간 헤어 스태프 과정을 거쳐야 헤어 디자이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한 달 반 만에 그만뒀다. 김씨는 “하루 10시간 넘는 장시간 노동이 힘들었고 이에 대한 수당도 지급하지 않는 현실을 견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198개 미용실을 조사해 18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모든 미용실에서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체불임금 지급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저임금법까지 어겨 가며 돈을 벌고 있는 프랜차이즈 미용업계의 관행에 화가 났다”며 “청년유니온 활동을 통해 미용실 스태프의 열악한 근무실태를 사회에 알리고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은 20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프랜차이즈 본사 상대 체불임금 지급 고소장을 접수하고, 특별근로감독 요청서를 제출한다.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대부분의 미용실은 최저임금 미지급·각종 수당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다. 이기중 공인노무사(노무법인 기린)는 “원칙대로 하면 헤어 프랜차이즈 사업주는 몇 년간 징역을 살거나 벌금 수천 만원을 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며 “고용노동부는 미용업계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철저한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파견직원들이 실제 일한 곳이 사용사업주의 사업장이라도 파견사업자와 고용관계가 계속됐다면 고용보험관계 역시 유지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대한통운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상대로 낸 실업급여부정수급액납부고지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대법원은 “대한통운과 Al Nahr Co., LTD.(이하ANC)사이에 근로자 파견과 유사한 법률관계가 형성되었는데 대한통운과 파견직원들 사이의 고용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고용보험관계 역시 유지된다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고용보험법 적용에 있어 고용관계의 유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한통운은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시공하다 회사정리절차가 시작되자 2004년 리비아 대수로관리청과 합의서를 작성했다. 대수로공사 및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리비아 현지법인 ANC가 공사를 이행하는데 기술용역과 숙련 인력을 제공해 모든 지원과 조력을 하는 내용이었다.
대한통운은 이듬해 ANC에 기존 직원 및 신규 채용 직원들을 파견하고, 파견직원 가운데 한국 국적소지자들이 소속 근로자임을 전제로 고용보험료를 냈다. 이후 대수로공사가 끝난 2008~2009년 파견직원 105명은 대한통운에 사직서를 내고 근로복지공단에 실업급여를 신청해 받아갔다.
서울지방노동청은 실업급여를 받아간 직원들이 고용보험 피보험자 자격이 없다며 2010년 11월 실업급여의 반환 명령과 함께 추가징수 결정을 통지했다. 노동청은 대한통운에게도 연대책임을 물어 부정수급액 납부고지 처분을 했고, 대한통운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에선 파견직원들이 대한통운과 실질적인 근로관계 단절 없이 계속 고용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앞서 1심은 “파견직원들이 근무한 사업장은 대수로공사 시행자인 ANC의 사업장으로, 달리 원고가 ANC로부터 공사를 하도급받았다거나 그밖에 ANC의 공사현장이 대한통운의 사업장이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파견직원들의 실질적 사용자는 ANC”라며 “직원들에 대한 실업급여 반환명령 및 추가징수결정 통지는 대한통운의 거짓된 신고·보고 또는 증명으로 인한 것으로 연대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뒤이은 2심은 그러나 “종전부터 대한통운에 근무하다가 인사명령으로 ANC에 취업한 직원은 물론 국내에서 새로 근로계약을 체결해 파견된 직원의 경우도 근로계약이 명목상에 불과하다 볼 수는 없다”며 고용관계를 인정했다.
이어 “파견직원들은 파견 전에 이미 대한통운을 사용자로 한 고용보험관계가 성립되어 있었고, 이는 파견으로 인해 고용관계가 단절되는 것이 아닌 한 계속 유지된다”며 “실제 근무한 곳이 대한통운이 아닌 ANC의 사업장이라는 점 등만으로 대한통운을 사업주로 한 고용보험의 피보험자 지위를 잃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해 1심과 달리 원고 승소 판결했다.
2심은 다만 “대한통운과 파견직원들과의 관계는 근로자 파견과 유사한 법률관계가 성립했다고 볼 수 있다”며 “법률에서 금지된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더라도 벌칙이 따르는 것은 별론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은 건설공사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업무의 경우 파견을 제한하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회사에도 책임을 묻도록 하고 있다. 또 고용노동부장관은 파견사업 허가를 취소하거나 6월 이내 영업정지를 명할 수 있다.
동대문구가 자치구 최초로 용역회사를 통해 구청사를 관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구는 구청사 청소관리를 하던 비정규직 근로자 14명을 신분이 보장되는 ‘준공무직’으로 전환 고용했다고 11일 밝혔다. 청사 청소용역 정규직 전환은 구청사 청소를 용역업체와 계약해 실시하는 자치구 중에서는 최초다. 이번에 전환 고용된 근로자는 그 동안 민간용역 회사에 소속된 단순노무 용역근로자들이었다.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들은 올해부터 2년간 자동계약갱신을 통해 신분이 보장되는 ‘준공무직’ 신분을 유지하게 된다. 정년도 현재 민간용역업체 청소분야 통상정년인 65세까지 보장된다. 이들의 임금은 용역업체에 고용되었을 때 보다 평균 10.3% 인상된다. 추가소요 예산은 민간용역업체에 지불할 일반관리비, 부가가치세 등을 줄여 마련했다.
유덕열 구청장은 “고용 불안과 열악한 임금 등으로 인한 비정규직의 사회문제를 해소하고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최소화하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새 학기를 앞두고 1만여명에 달하는 학교비정규직이 해고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를 담당하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여태껏 해고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유기홍 민주통합당 의원실과 학교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교과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교과부는 17개 시·도교육청을 통해 사상 처음으로 학교비정규직 해고실태를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었으나 뚜렷한 사유 없이 사업 진행이 미뤄지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6명은 지난달 25일 교과부에 학교비정규직 해고실태 자료를 요구했다. 이에 교과부는 같은달 29일 17개 시·도교육청에 '학교회계직원 계약만료 현황 자료 제출' 협조공문을 보내 "2월15일까지 현황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교과부는 이날 오전까지 전날 취합한 1곳과 당일 자료를 보내온 3곳 등 4곳에서만 자료를 확보했다. 나머지 13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는 자료를 받지 못했다. 확보한 4곳도 국회에서 자료 제출을 압박해 급히 취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과부 관계자는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하다 보니 한 학교라도 보고가 늦으면 취합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해 전체 파악이 늦어지고 있다"며 "이번주 중에 취합이 완료되면 늦어도 다음주에는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어수선한 부처 분위기도 실태조사 취합을 늦춘 배경으로 보인다. 교과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 등으로 업무가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학교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관계자는 "신속하고 정확한 실태조사 취합을 위해서는 교과부가 시·도교육청과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했어야 했다"며 "교과부가 잘려 나가는 비정규직의 상황은 외면한 채 업무 해태를 한 결과 취합이 늦어지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연대회의는 학교비정규직 해고실태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할 예정이다. 유기홍 의원실 관계자는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학교비정규직 해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대회의는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교과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중·고 Wee클래스 전문상담사와 학습보조교사 등 최근 발생한 학교비정규직 2천여명 해고사태를 해결하라고 정부에 촉구할 예정이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던 수도권 최대 규모 케이블방송사 씨앤앰의 22개 협력업체 비정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자 씨앤앰과 협력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협력업체는 직원들에게 "노조에 가입하면 해고하겠다"고 협박을 하는 등 노조가입 확산 차단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지부장 김영수)는 19일 "본사(씨앤앰)와 협력업체들이 노조 결성에 당황하고 있다"며 "매각을 추진 중이라서 그런지 3년 전 씨앤앰에 정규직노조가 만들어졌을 때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올해 초부터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씨앤앰은 지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부가 단체행동에 나설 경우 매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협력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지부가 지난 13일 창립총회를 열고 18일 각 업체 앞에서 퇴근 선전전을 벌이는 등 활동을 본격화하면서 몇몇 업체들은 조합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부에 따르면 강동지역의 A업체는 사장과 팀장들이 각각 "노조에 가입하면 해고하겠다", "노조에 가입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진해서 그만두라"는 엄포를 놓고 있고, 심지어 업무용 차량에 부착된 GPS 기록을 조회해 직원들의 퇴근 후 동선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지역의 B업체는 총괄부장 명의로 전 직원에게 "현재 씨앤앰 노조원들이 씨앤앰 매각과 관련해 우월적인 위치를 확보하고자 세를 불리고 있다"며 "현재의 노조는 자신들의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파트너사 직원들을 동원시키려 하니 이에 흔들림 없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합시다. 최아무개 드림"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지부 관계자는 "최씨가 직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노조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있고, 지부 사무국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타 업체 직원들의 노조가입을 회유했냐'고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경기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C업체 대표는 케이블 설치담당 기사들에게 "노조가입을 하면 일을 안 주거나 업체를 날려 버리겠다"며 압박을 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업체는 노조가입이 확인됐다는 이유로 A/S 업무 기사를 공사팀으로 전직명령을 내렸다가 지부가 항의하자 철회하기도 했다.
지부 관계자는 "부당노동행위를 일삼는 관리자와 업체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불사할 것"이라며 "노조와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다면 부당노동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일부 업체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지부 가입자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창립 전 130여명이던 조합원이 일주일도 안 돼 250여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케이블방송통신업종에 종사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을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공동대책위를 꾸리는 등 연대투쟁에 나섰다.
민주노총과 시민·사회·지역단체들이 모인 '케이블방송 공공성 보장과 비정규직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희망연대노조는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케이블방송 비정규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이종탁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은 "케이블방송 업계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은 주당 평균 56시간, 한 달 평균 27일을 일하면서도 200만원에서 250만원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며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비정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건설했다"고 말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케이블방송이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데 정작 업계 종사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연대투쟁 의사를 밝혔다.
공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매년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케이블방송사들이 주주 배당과 수익 올리기에는 열중하면서 협력업체들에게는 인건비 지급을 줄여 왔고, 이 과정에서 하청·재하청·특수고용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개선하고 불공정 거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8일부터 각 업체 앞에서 출퇴근 선전전을 하고 있는 공대위는 일부 협력업체들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지부와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3~4월에는 국회의원들과 함께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실태 토론회를 서너 차례 진행할 방침이다.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에서 최근 넉 달 새 3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숨져 파문이 일고 있다.
19일 조선하청노동자연대에 따르면 대우조선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건의 산재사고가 발생해 3명이 사망하고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지난해 11월 특수선 선체 3공장에서 일하던 박아무개(사망당시 48세)씨가 협착사고로 숨진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325톤 무게의 블록이 떨어지면서 1명이 목숨을 잃고 9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달 7일에는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뒤 학비를 벌기 위해 수원에서 거제로 내려와 일하던 19살 전아무개씨가 해치커버를 닫는 작업 중 26미터 아래로 추락해 그 자리에서 사망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지난해 11월 사고의 희생자는 원청 노동자였고 올해 발생한 2건의 사고 희생자는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몇 달 새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대우조선 내부 노동자단체와 외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원청인 사측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이유가 개인 과실이 아닌 대우조선 사측의 안전불감증으로 보고 공동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조선하청노동자연대 관계자는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우조선 사망사고를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 나갈 것"이라며 "뜻을 같이하는 단체들이 모여 사측의 책임을 묻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에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거제고성통영 노동건강문화공간 새터·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창원지부가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