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한 소희. 하늘고등학교 2학년 생이지. 정말 g·o·d오빠들을 넘넘 좋아하는 순진한 모범생. 하지만 또한 놀때는 엄청 열심히 놀기에 주위에 친구들이 많구 암 탈없이 잘 지내. 아, 내가 지금 뭘 말하고 있는거지?
내 단짝친구는 김 민지야. 민지는 울 학교 퀸카야. 또 울 학교 짱이자 최고의 킹카인 이 동하와 사귀고 있지. 참고로 동하와 나는 소꿉친구야. 정말 친했어. 하지만 요새는 동하를 좋아하는 여자애들땜에 말을 걸구 싶어두 맘대루 못해. 뭐 동하랑 소꿉친구인 까닭에 민지를 비롯한 동하를 좋아하는 일명 동하팬클럽 떡볶이나 숙제등 많은 혜택을 받았지만 서두. 헤헤.
암튼 조용하구 정말 좋은 울 학교에 얼마전, 대형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바로 새로 전학온 박 인성이란 자식이 그 대형사고의 주인공이다. 박 인성은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또한 외모까지 결코 동하한테 뒤지지 않는 녀석이다. 그래서 동하팬클럽 중 대다수의 여자애들이 그 놈한테 붙었다. 이것까지는 괜찮아. 괜찮은데 하필이면 민지까지 그 놈한테 붙어버렸으니 동하 자존심이 엄청 구겨진 건 말할것두 없는 일이다. 에휴~ 정말 민지는 어쩌려고 그런 놈한테 붙어버렸다냐? 민지야, 제발 정신차리요! 너땜에 더 큰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아니 그보다 동하가 더 열받기 전에 빨리 정신차려!!!!!!!!!!
동하가 화나면 어떻게 되는지 너두 알자너. 그러니까 빨리 정신 차려!
그러나 이런 내 마음과는 달리 민지는 계속 그 자식한테 붙었구 결국 동하가 그 자식한테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아니, 결투장을. 이제 대형사고가 나는 건 식은죽먹기다. 지금까지의 사고와는 차원이 다른 마치 우주가 생겨날 때의 폭발인 '빅뱅'처럼 큰 사고가 날 것이다. 동하는 결코 자신의 자존심이 구겨지는 것을 허락치 않는다. 그런 성격에 민지까지 빼앗기고 나면 눈이 확 뒤집어 지는거지.
암튼 오늘 방과후에 학교 뒷담에서 결투를 벌이겠다고 한다. 동하야, 부디 참아줘.
동하가 한번 엄청 열받으면 사람 죽이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게 할텐데. 뭐, 정신이 든 후에 엄청난 충격을 먹겠지만.
암튼 그 자식은 엄청 재밌다는 표정이다. 쳇! 제섭써!!! 그와 반대로 동하는 초조해 보인다. 동하가 그동안 얼마나 맘 고생이 심했을까? 자기를 좋아하던 여자애들이 다 원수(?)한테 붙어버리고, 하나뿐인 여자친구 민지두 그 놈한테 가 버렸으니 굉장한 맘 고생을 했을 것이다. 그런 동하가 넘넘 안쓰러워 보여서 나는 살짝 동하에게 눈으로 '파이팅'을 보냈다. 아니 말했다. 동하도 내 눈이 말하는 걸 알아봤는지 조금 미소를 지어 보였다. 동하야. 제발 이기길. 난 동하를 좋아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소꿉친구니까. 울 엄마랑 동하네 엄마가 친한 아주 친한. 에, 그러니까 옛말로 하자면 '죽마고우'같은 사이셔서 어릴 적엔 우리도 참 많이 놀았었다. 게다가 같은 동네에 살구 바로 옆집이어서 방학때는 맨날 눈만 뜨면 동하를 불러서 밖으로 놀러나갔었다. 글구 그때도 동하는 힘도 세고 해서 골목대장이었다. 그 권세를 나도 조금 얻어서 골목의 악질 여걸이 된건 말할것도 없겠지. 암튼 그 후에 내가 초등학교 4학년때 이 동네로 이사를 왔다. 글구 동하는 중학교 2학년때 이 곳으로 전학을 아니 이사를 왔다. 덕분에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세월의 많은 차로 인해서인지 나도 동하도 꽤나 바빠졌고 또 이성적으로 다르기에 예전의 그 가까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특히 내가 더 그렇다. 동하 주의에 있는 동하팬클럽 때문에 친하게 지내고 싶어두 못가는 이런 인생(?)이여~
"야, 박 인성. 너 전학와서 계속 눈에 거슬린다. 뭣땜에 울 민지를 넘보는거지? 글구 내 팬클럽 애들
은 왜 데려간거야!"
"하, 나 이거 참. 무슨 소리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네. 그 애들이 따라붙은거라구. 게다가 내가 걔네
들땜에 얼마나 골치 아픈지 니가 아냐? 또! 내가 좋아하는건 니 여자친구 김 민지가 아니라 걔 단짝
친구 한 소희란 말씀야!"
"!?"
머라구?저녀석이 날 좋아한다고라고라? 아, 말도 안돼. 지금까지 한번도 사랑고백을 들어본 적이 없던 나였는데 또 저런 재섭고 싫은 녀석한테 고백을 듣다니. 아......
어느새 휘청이는 내 몸을 느낄 수 있었다. 몸을 제대로 가누려고, 노력도 해봤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픽 고꾸라져버렸다. 그것도 그 자식한테 안기는 포즈로 말이다. 스르륵 풀리는 내 몸과 함께 내 영혼도 탈출하여서 한동안 제 자리를 잡지 못하였다. 그렇게 망망대해를 떠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야! 한소희! 정신 차려! 얌마! 정신 차리래두!"
이 소리와 함께 내 정신도 차츰 제 자리를 찾았다. 한 웅큼 한 웅큼 그렇게 내 제 자리를 도로 찾으며 말이다. 눈을 떠 보니 동하가 내 눈 앞에 있었다.
"휴~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깨어나서."
"...동..하야. 나...얼마동안....기절해..있었어?"
"응. 한 시간동안."
"뭐어? 그렇게 많이? 야단났네. 아니, 근데 민지가 안 보이네?"
단짝친구인 내가 쓰러졌다고 민지가 당연히 와 주는 걸 바라는 건 내 마음속의 어쩔 수 없는 이기적인 마음이란 건 잘 알지만 그래도 조금 서운했다.
"...민지는 박 인성인가 뭔가 하는 녀석한테 가 있어."
"헤~ 근데 너 민지가 그녀석한테 가 있는데도 전혀 화가 난 얼굴이 아니다. 니가 웬일이냐?"
"응. 그게 말야. 실은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아이를, 그 아이가 누군지 알게 되었거든. 이번 사건으
로 말야."
"뭐라고? 그럼 민지가 니 사랑의 대상이 아니었단 말야? 그럼 그건 거짓사랑?"
"아니. 거짓사랑은 아니지만. 진정한 사랑은 아니었지."
"암튼... 동하 니가..... 좋아하는 애가 누군데?"
"..바로 내 앞에 있는 사람. 사랑해."
[촉!]
"!?"
으잉? 이거 고백이야? 어떻게 하루 사이에 고백을 두번씩이나 들을 수가 있을까? 그것도 울 학교 짱들에게 말야. 또 키스까지? 나는 넘넘 부끄러워서 얼굴이 달아올랐다.
"훗! 그거였나, 한소희? 니가 동하란 애를 사랑하고 있었다구?"
짱나는 인성자식이었다. 넌 저 자식 진짜 마음에 안 드는데 말야, 제섭고 싸가지 없구. 저러고도 울 학교 짱이 될 수 있었다니 신기할 뿐이다.
"웃기지 마셔! 난 말야. 지금 아무도 내 맘속에 두고 있지 않다구! 괜한 상관은 접어두시지 그래!"
동하한텐 약간 미안하긴 하지만 어쨌든 사실을 말한 것 뿐인걸. 난 실제로 아무도 마음에 두고 있지 않다. 동하한테 미안한 감정이 생긴 것은 소꿉친구로서니까.
"...그보다 민지는 어딨어? 너랑... 같이 있다고 들었는데."
"나두 몰라. 갑자기 뛰어갔어."
"응...그래."
그보다 한 시간씩이나 지났다니. 빨리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휘청이는 몸이 느껴졌다.
"..야, 어디갈려구?"
"집에 갈거야. 집에 갈거라구!"
"그렇게 아픈 몸으로 어딜 간다구 그래? 야, 박 인성! 너도 소희 부축하는거 도와!"
"내참......알았어."
동하랑 인성이가 날 부축하려고 했다. 싫은데. 더 이상 니들 장난감 같은 노릇이 되는건 그만둘래!
"이거...놔!!!"
"..하, 하지만."
"그딴 몸으로 혼자 가겠다는거야!"
"그래. 나 혼자 가고 싶어. 더 이상 너희들 장난감이 된 것 같은 기분은 갖기 싫다구!"
"갖기 싫음 갖지마. 그러나 난 널 포기못해!"
[촉!]
"뭐하는거야, 이 나쁜 자식!"
[짜악!]
하아하아. 인성이가 내 입술에 키스를 하다니. 더욱 더 내 신세가 비참해 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한 대 갈겨버렸다. 인성이는 내 싸대기에 조금도 동요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뭐, 뭐야? 싸대기를 맞고도 아무렇지도 않아?"
"니가 어떻게 나오든 나랑은 상관없어..."
"아니, 상관있어! 니가 날 좋아하는거라면 내 의사도 들어줘야 하는거 아냐? 근데 니 맘대로 다 해먹
겠다구?"
".........이리 나와! 언능 따라와, 박 인성!"
에? 동하가 인성이의 목덜미를 잡고는 끌고 나갔다. 내 기분을 눈치챈건가? 내가 지금 혼자 있고 싶어한다는 거. 잠시 머릿속이 혼란의 구덩이에 빠져서 가만히 있을 때 문이 삐걱 열리는 소리가 났다.
"...."
"민지야."
민지였다. 아까는 왜 안 온걸까? 하지만 상관없어. 지금이라도 왔으니까 말야.
[짜악!!]
헉! 민지가 갑자기 내 싸대기를 갈겼다.
"민...지야. 왜...그래?"
"재섭는 년!"
"민지야..."
"넌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하긴 모르겠지. 한번도 사랑에 빠져본 적이 없는 너였으니까."
"...민지야. 무슨 소리를.."
"동하랑 인성이. 둘다 널 좋아한다며? 이쯤 되면 알아차리겠지?"
동하랑 인성이? 아, 맞아. 민지가 동하랑 인성이를 사랑하지, 참. 글구 걔네들은 날 좋아하구. 민지가 날 미워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하는 짓이야, 김민지!"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동하랑 인성이가 들어왔다. 민지는 나랑 남자애들을 노려보더니 홱 나가버렸다. 난 순간 민지의 눈에 맺힌 결정체를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눈물이었다.
"한 소희, 괜찮냐?"
"소희야."
머릿속이 노래졌다. 글구 난 다시금 기절을 하고 말았다. 내 영혼은 훨훨 하늘 위를 날아다녔다.
"아~머리야. 어떻게 된거지?"
눈을 떠보니 난 내방 침대위에 누워있었다. 어떻게 된거지? 난 분명히 울 학교 양호실에 있었는데. 근데 부엌 쪽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울 집은 무남독녀, 즉 나 밖에 없구. 부모님은 삼일 전에 해외여행을 가셔서 지금 집에 안 계시는데. 일찍 온대도 두달은 족히 걸릴 부모님의 여행인데. 그렇다면 혹시 도선생? 이런. 나는 얼른 쇠자를 손에 꽉 쥐고는 살금살금 부엌으로 향했다.
"야, 한 소희. 너 뭐하냐?"
"!?"
에? 누구지? 홱 돌아보니 인성이였다. 인성이가 여긴 어떻게?
"이, 인성아. 니가 어떻게 울 집에?"
"야, 일어났냐?"
으잉? 그럼 부엌의 시끌벅적한 소리는 동하가 내는 소리였단 말야?
"이 동하, 박 인성. 니들땜에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기나 해!!!!!!!!!!!!!!!!!!!!!"
"하하. 미안미안."
"너야말로 니가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우리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나 해. 다행히도 동하가 니집
을 알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너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어. 야, 이 동하. 여기 사과 찾아왔다."
" 고마워."
"얘네집 다락 진짜 복잡해. 나 먼지를 뒤집어쓰고 죽는 줄 알았다니까."
"하하하하. 얘네집이 원래 그래. 가정부가 게을르거든. 암튼 소희야. 식탁에서 기다려. 내가 맛있는
요리 해줄게."
"야, 나두 요리 하잖아."
씨익 웃는 얘네들 얼굴 참 소년같이 맑다. 티없이 맑은 그런 웃음. 소년의 미소. 새하얀 이미지의 미소.
뭐 대충 이런 식으로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맑다.
"근데 있자나. 울 집엔 어떻게 들어왔어?"
"응. 니 가방을 뒤져서 열쇠를 찾아냈지. 그걸로 문을 따고 들어온거야,"
"야, 이 동하. 너 빨리 요리하러 안 올거야!"
"알았어. 내참. 그럼 요리가 끝나면 부를게."
"응."
[~~~]
"소희야, 요리 끝났어!"
[치지지직]
"우와. 맛있겠다. 이거 동하 니 솜씨니?"
"헤헤. 응. 별로 자랑할 만한 솜씨는 아니지만."
"야, 나두 같이 만들었다니까!"
"그래그래. 인성이 솜씨도 대단해."
[앙!]
"우....와........"
입안 가득 맴도는 이 감칠 맛. 진짜 일류요리사 같다.
"어때? 맛있어?"
"당연하지. 나랑 동하가 만들었으니까."
"너무너무 맛있어. 이 입안 가득 맴도는 감칠 맛. 글구 개운하면서 깔끔한 뒷맛. 일류요리사 솜씨야."
"특히 이 사과샐러드는 더 맛있을거야. 내가 제일 자신있어하는 요리거든."
"참. 방금 먹은 불고기 있잖아. 그거 내가 만든거다. 이 박인성 님이 말씀야."
"어디 그럼 사과샐러드도 먹어볼까?"
"..야, 남의 말 씹냐?"
"이 불고기 동하도 만든거래매. 근데 왜 다 니 솜씨로 만드는데?"
"헤헤. 그런건 좀 넘어가 줌 안돼겠냐? 내가 혼자 요릴 만들래두 이 녀석이 날 완전히 조수 삼듯 해갖
구 내 솜씨를 발휘하지 못했단 말야."
"하하하하하하하하. 니 솜씨를 내가 어떻게 믿냐?"
"우씨... 날 너무 무시하지 말라구. 이래뵈도 5년간 자취하면서 익힌 음식솜씨가 있단 말씀야."
"인성이 너 자취해?"
"응. 자취는 아니지만 뭐 비슷해. 암튼 밥이나 계속 먹자구. 떠들었더니 배가 더 고픈걸."
남자애들이 요리솜씨가 이렇게 뛰어날 줄야. 이래서 유명한 요리사들을 보면 남자들이 많은거구나. 여자들보다.
"암튼.... 민지 지금 뭐 하고 있을까."
"...."
"...."
"나..있지. 민지한텐 정말 미안해. 나땜에 걔가 상처받은거니까 말야."
"소희 넌 그런 말 하지 않아도 돼!"
"하 하지만 민지가 나땜에..."
"걔가 상처를 받은 건 지 마음 때문이라구! 그러니까 소희 니가 미안해 할 필요는 없다구!!"
"야, 박 인성! 소희 놀라겠다."
"......"
"......"
우리들이 음식을 먹고 있던 식탁에는 암흑같은 침묵만이 흐르게 되었다. 나는 무슨 말을 해서라도 이 침묵을 없애야 겠다구 생각했다.
"저기...인성아, 충고 고마워."
"...아니, 됐어. 밥이나 먹자."
내가 그렇게 애썼음에도 불구 여전히 침묵이 흘렀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얘네들을 내 보내는게 났겠단 생각이 들었다.
"저기....있자나......나 이제 괜찮으니까.....그만들....집에....가도 돼."
"...잘 있어."
"...간다"
"...."
난 집에 쓸쓸하게 혼자 남겨졌다. 하긴 난 이러는 편이 더 어울릴 지도 모르지. 난 항상 혼자였으니까. 유달리 여행을 좋아하시는 부모님이기에 난 늘 혼자 남겨져야만 했다. 그래서 어쩌면 친구들한테 더 의지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친구들과 막 놀아도 헤어지면 어느새 축 늘어진 쓸쓸한 아이. 그게 바로
나이다. 정말 쓸쓸한 모습의 아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강한 척, 밝은 척 해대지만 뒤로 돌아서면 언제나 외롭고 쓸쓸한 내 모습이 정말 싫다. 정말 너무 싫다. 이런 내 맘에 문득 인성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애써서 인성이의 인상을 지우려고 하였다. 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성이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생각해보면 깨어났을 때 인성이의 고백이 그리 싫게 느껴지진 않았었다. 단지 내가 충격을 먹은 이유는 난생처음 들은 고백이었구 나는 동하편인데 인성이한테 고백을 받았다는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난 그렇게 나 혼자 몽상에 빠졌다. 생각해보면 동하가 좋은 것도 나랑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소꿉친구이기 때문이지 결코 동하를 사랑하거나 하는 마음은 없었던 것이다. 그저 서로 어릴 적부터 많이 보던 사이니까 아무 스스럼 없는 그런 사이일 뿐이다, 동하는. 하지만 인성이는 다르다고 생각됬다. 뭔가 동하랑 느낌이 다르다. 이건 정말로 내가 인성이에게 마음이 있어서일까. 난 여러 가지로 고민하다가 결국 내가 인성이를 좋아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였다.
[띵동~♪~♩]
한참 인성이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웬 방해지? 혹시 인성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빨개지는 내 얼굴을 알 수 있었다. 아니 내 마음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있었다.
"네, 누구세요?"
"......"
"누구시냐구요!"
"....."
문을 열어줄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열어주기로 결정을 하였다. 인성이가 장난을 치는 건지도 모르니까. 망가진 머리를 묶으며 현관으로 나가서 문을 열었다.
"!?"
난 정말 모르는 남자들이 쫙 서있었다. 무슨 조폭같기도 했다. 그 중에 두목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를 확 밀며 들어왔다. 그리고 다시 대여섯명의 남자들이 따라 들어온 뒤 문을 잠가버렸다. 문고리만 잠근 게 아니라 아래의 안전잠금장치까지도 잠가버렸다.
"누...누구세요?"
"......"
"지금 당장 안 나가면 경찰을 부를거에요."
"......"
남자들은 내 주위로 빙 둘러쌌다. 두목으로 보이는 남자가 갑자기 내 입을 손으로 막았다. 그리고 내 목뒤 쪽의 혈을 꽉 눌러서 나를 기절시켰다. 그렇게 남자들에게 내 몸이 내던져진 것이었다. 난 인성이를 속으로 부르며 정신을 잃었다.
"?!....."
내가 다시 깨어났을 때는 아침이었다. 나는 알몸인채 담요로 덮여있었고, 어두캄캄한 방에 갇혀 있었다. 그렇다면 혹시 난 어제 그 남자들에게 처녀를 빼앗긴건가? 내 순결을 빼앗긴건가? 오, 하느님 맙소사. 난 이제 어떡한다지?
그때 삐걱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난 무방비 상태인채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일어났니, 소희야?"
헉! 민지였다. 민지가 왜 이런데를 들어와 있는거지? 대체 왜?
"미..민지야."
"보아하니 저 남자들에게 순결을 빼앗겼나 보구나 너."
"응. 그런 것 같아......나....이제 어떡하지?"
"글쎄....어쩐다니, 한 소희."
민지가 아닌 것 같았다. 민지는 정말 싸늘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나 이제 모든 걸 빼앗겼어. 이러느니 차라리 죽는게 나아."
난 아까 깨어났을때 눈에 띄었던 칼로 내 심장있는 데를 찌를려고 하였다.
"소희야, 이제 그만해."
"하지만 난 이제 처녀도 아닌걸."
"킥킥킥"
"민지야, 왜 웃어?"
"킥..아니 빨리 이 옷이나 입어. 잠시 후에 남자들이 올거야. "
"날 윤간했던 남자들이 말야?"
"글쎄. 난 잘 모르겠어. 아마 니가 더 잘 알걸. 그러니까 죽을 생각따윈 하지도 말고 빨리 옷이나 입어
, 이 아가씨야."
"으응? 응."
새하얀 드레스였다. 정말 아주 새하얀 색의 예쁜 드레스였다.
"민지야, 소희 정신 들었니?"
"응. 정신 들었어."
"그래? 그런 들어간다. 물론 원피스는 다 입었겠지?"
"걱정 하덜덜 마셔."
[삐걱]
엥? 동하랑 인성이가 들어오고 있었다. 근데 인성이는 하얀 양복을 입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동하도 민지도 가슴에 꽃을 꽂고 있었다.
"다행이다, 소희야. 암튼 박 인성 군. 소희를 안아 올리시지요."
"네, 주례사님."
"뭐어? 동하가 주례사? 뭔 말이야?"
"그럼 사회자 김 민지양은 사회를 빨리 봐 주시기 바랍니다."
"미 민지야!"
"자, 그럼 신랑신부 맞절!"
"신부는 어서 고개를 숙여서 절을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신랑처럼요."
그러고 보니 인성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서 맞절을 하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애들이 하는 대로 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거라고 생각됬다.
"그럼, 지금부터 주례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신랑 박 인성 군은 신부 한 소희 양을 평생 사랑하겠
다고 맹세하실 수 있겠습니까?"
"네, 맹세할 수 있습니다."
"그럼 신부 한 소희 양은 신랑 박 인성 군을 평생 사랑하겠다고 맹세하실 수 있겠습니까?"
"저기....이건 어차피 장난이지? 네, 맹세합니다."
"그럼 둘다 반지를 교환하세요."
"네."
"네, 알겠어요."
나랑 인성이 앞에는 금반지가 놓여져 있었다. 순금같아 보이기도 하고 짜가같아 보이기도 하는 반지였다. 넋을 놓고 반지를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었는데 누가 내 손을 잡아서 드는게 느껴졌다. 인성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고는 반지를 조심스레 끼웠다. 장난치고는 넘 진지한 분위기라고 생각했지만
그런대로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이제 내가 인성이의 손에 반지를 끼워 줄 차례가 되었다. 조금 부끄러웠지만 난 인성이의 손을 꼬옥 잡았다. 그리고 반지를 끼웠다. 인성이의 손은 굵직하면서도 부드러웠다.
"그럼 신랑과 신부의 키스가 있겠습니다."
"야, 잠깐만! 아무리 이거 결혼식이라지만 장난!?"
[촉]
인성이가 내 입에 입을 맞추었다. 날 껴안고 말이다. 가슴이 계속 뛰었다. 인성이의 품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결국엔 나도 두손 두발 다 들고 인성이가 하는대로 따라주었다.
"이제 신부 신랑의 행진이 있겠습니다. 글구 이것을 마지막으로 조촐한 한 쌍의 결혼식을 마치겠습니
다. 신부 신랑 앞으로 행진하여 주세요."
"가자, 소희야."
"응? 으응."
인성이와 나는 그렇게 결혼식 놀이를 마쳤다. 아니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소희야, 인성이랑 결혼한 기분이 어때?"
"어떠냐니? 이거 장난 아니었어?"
"이게 장난으로 보이냐, 한 소희. 참 한심하다, 한심해."
"뭐어? 그럼 이게 장난이 아니었단 말야? 진짜 결혼식?"
"형식은 결혼식 형식으로 했지만 실은 약혼식이야. 니가 전에 예고도 없이 쓰러졌을 때 나랑 인성이가
니 집에 가 본적이 있었잖아. 그때 너한테는 조금 미안하게 되었지만 너의 일기장을 보게 되었어. 글구
니가 인성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남의 일기장을 함부로 봐도 되는거야! 니들! 가만 안둬! 특히 인성이 너는!"
"미 미안. 난 그저 어떤 공책이 떨어져 있길래 주웠어. 그게 난 또 그냥 필기장인 줄 알고는 암 생각
없이 펼쳐 봤던건데 니 일기였던거야. 그때 마침 동하도 들어와서 우린 같이 읽었지. 글구 나서 니가
깨어날 때까지만 니 일기를 봤던거구."
"헤헤. 나도 얘네들한테 뒤늦게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온거야. 그래서 나랑 동하는 의논을 해서 너희
둘이 마음이 통하니까 그냥 맺어주기로 결정한거지. 그래서 인성이는 설득을 했는데 넌 도저히 설득
해 봐야 통하지도 않을 성격이잖아. 그러니까 이렇게 좀더 깜짝 놀랄 수 있도록 울 집 보디가드 오빠
들을 불러서 널 놀래킨거구. 물론 너한테 수면제도 아주 약간 먹였구. 그래서 니가 잠들어 있는 동안
우리가 모두 꾸민거야."
"그 그럼 날 알몸으로 만든 것은?"
"나야. 내가 설마 널 이 남자들한테 맡기겠니? 그럴리가 없잖아."
"그 그래도 넘 했어, 알몸은!"
"헤. 뭐가 넘해? 어차피 남자들은 널 전혀 보지 못했다구!"
"암튼 이 귀여운 바퀴벌레 한 쌍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축배를 합시다!"
[퍼벙]
"웬 바퀴벌레? 글구 샴페인은 어디서 난거야?"
"이렇게까지 연극도 했는데 그깟 샴페인 하나 못 구하겠냐? 이 동하님이 구한거라구!"
"나참. 인성이 너는 화도 안나니?"
"난 화 안나. 왜냐면 드디어 너랑 맺어진 거니까."
"너랑 나는 이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맺어질 수 있잖아. 우리 고등학교 졸업하구 대학교도 졸업하면
그때 약혼식도 하고 결혼식도 하면 되잖아. 아님 우리 대학은 포기하고 그냥 고등학교 졸업하자 마자
바로 결혼해도 되구."
"소희야, 안타깝지만 인성이는 그럴 수가 없어."
"왜? 왜 안돼는데?"
"소희야, 나 실은 3학년 시작할 때 스웨덴으로 이민가야 해. 그래서 거기서 한 10년 후에나 온대. 그
래서 난 너랑 일찍 결혼할 수가 없어. 어쩌면 나 거기서 정말 안 올 수도 있어. 그래서 결혼은 커녕
약혼도 할 수가 없지. 이런 내 사정을 좀더 빨리 말해줬어야 하는건데. 미안하다."
"그걸 왜....이제야 말...했어?"
"차마 너한테 말을 할 수가 없었어. 인성이가 떠난다는 사실을 니가 알개 되면 분명히 큰 충격을 먹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인성이가 말을 꺼내지 못했다면 우리라도 말을 했어야 하는건데. 민지도 너한테 얘기하지 않는 편이 나을거라고 해서 그냥...."
"흐흑. 인성아!"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인성이의 품 안으로 안겼다. 인성이가 이렇게 좋은 인성이가 왜 떠나야 한다는 거지? 왜 떠나야 하는거야?
"흐흑. 인성아. 흐흑. 이렇게 좋은 너인데 이제 곧 헤어져야 한다는 거야? 그런거야? 응?"
"...."
"싫어! 니가 떠나는 게 싫다구! 인성아, 제발. 너 혼자만이라도 남으면 안돼? 그럼 안돼? 넌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니까 충분히 혼자서 살 수도 있잖아. 아님 친구들 산세를 지든지. 아니 내 신세를 지더라도 좋아. 그러니까 제발 떠나지 말아줘."
"소희야. 인성이를 곤란하게 하지 마."
"하지만..."
"지금 인성이도 충분히 곤란할거야. 글구 슬플거구. 인성이도 널 좋아하는데 어떻게 슬프지 않겠니? 하지만 인성이는 떠날 수 밖에 없잖아. 니가 이렇게 매달려서 울부짖으면 인성이는 더 힘들어 한다구. 알아?"
"동하야, 글구 소희야. 민지야. 그만 됐어. 소희야. 난 떠날 수 밖에 없어. 하지만 한 가지 꼭 약속할게.
혹시라도 내가 돌아올 수 없게 되더라도 난 널 절대로 잊지 않을거야. 만약 내가 거기서 죽게 되더라
도 난 끝까지 니 이름을 부를게. 글구 너의 존재를 잊지 않을게. 약속해."
"인성아....."
난 정말 슬펐다. 인성이가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말이다. 하지만 동하의 조언 덕분에 난 냉정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래. 인성이가 떠날 수 밖에 없는 거라면 멋지게 즐겁게 떠나보내야지. 이렇게 눈물만 쏟을게 아냐.
"미 미안해, 인성아. 내가 잠깐 침착하지못했던것같아. 그래. 니가 떠날 수 밖에 없는 거라면 나 널 즐겁게떠나보낼게. 그런 의미로 오늘은 내가 한턱 쏠게. 오늘 노래방 가자!"
"그래! 노래방 좋지!"
"소희야, 나땜에 맘 아프게 해서 미안해."
"아,거참 답답하네. 그냥 잊어. 잊어버리구 그냥 신나게 노는거야. 그지? 소희야."
"응. 당연하지. 빨랑 가서 놀자"
"그 그래. 기왕 이렇게 된거 어디 신나게 놀구 즐겁게 떠나볼까."
"그래. 이제야 인성이 답다."
"근데 동하야. 민지야. 너희 둘 어떻게 할거야? 정리 다 끝났어?"
"갑자기 웬 정리? 아냐, 얘."
"인성이가 널 좋아하구 너두 인성이를 좋아하는데 내가 낄 공간이 있어야 말이지. 사실 민지두 나쁜
건 아니구 사귀어두 괜찮을 것 같아서 말야. 나 이거 진짜 말하기 뭐 한데. 민지두 좋아하구 있었거
든. 소희를 향한 내 맘을 알아차리기 전엔 말야. 근데 이제 어쩔 수 없이 소희 너를 단념해야 된단
생각이 드니까 다시 민지를 향한 내 맘이 살아난거지 뭐."
"헤헤. 한마디로 동하는 바람둥이구나. 쬐끄만게 벌써부터 바람을 피우다니."
"야, 박 인성! 너 날 깔보지 마라! 나두 너랑 똑같은 나이라구. 너보다 키가 약간 작은 것 뿐야."
"맞는 말야. 인성이는 뭘 먹어서 그렇게 키가 멀대같이 크니? 소희야, 앞으로 키스할때 참 힘들겠다."
"민지야. 키스하는데 키가 무슨 상관이니? 글구 나보담도 인성이가 더 힘들걸?"
"왜?"
"왜냐면 내가 인성이보다 키가 작잖아. 그러니까 내 입에 입을 맞출려구 해도 자기 허리를 굽혀야 하
니까 더 힘이 들지. 안그래?"
"흐음. 그것도 말 되네. 암튼 노래방 어디로 갈거야?"
"음.......글쎄....오늘은 인성이가 주인공이니까 인성이가 결정해봐."
"하지만 나 전학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 걸.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이사. 내가 이사를 오긴 왔는데 하
필이면 방학때라서 너희들이랑 만나는 게 늦어 진거야. 저기 참새노래방 갈까? 거기 한번 가보니까 괜
찮던데."
"뭐어? 참새? 거기는 서비스두 별루구....우리 도레미 가자, 응?"
"민지야. 오늘은 인성이가 주인공이잖아. 그냥 인성이 맘대루 정하게 하자."
"하이고. 자기 남자친구라구 엄청 챙기네. 참."
"아냐, 소희야. 나 그냥 도레미루 정했어."
"하지만 니가...맘에 안 들어 하잖아."
"헤헤. 그래두 친구들 의견은 존중해 줘야지. 그것도 소희 니 단짝친군데."
"인성아. 정말 괜찮겠어?"
"그래. 물론이지."
"야, 꼴불견이다. 어쩜 그렇게 닭살이냐? 으이구. 민지야, 우리는 저렇게 하지 말자."
"그래. 저렇게 하지 말자. 대신 이렇게 하자."
[퍽]
"아야야야. 민지야."
"헤헤. 저렇게 하지 말자며. 그래서 이렇게 주먹으로 나가자구."
"그래구 그렇지 주먹은 넘 해."
"뭐가 넘 하냐? 너 나랑 사귀면 앞으로 몸을 더 강화 시켜야 할거다."
"괜찮아.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강하니까."
민지도 참. 우린 닭살 커플이 아닌대. 우리가 무슨 닭살 커플인가. 그냥 서로 좋아하다 보니까 그렇게 서로를 아끼게 된 걸 난들 어쩌라구. 아니 그보다 노래방은 언제 가지? 빨랑 가야 할텐데.
"저기 노래방 갈거야 안 갈거야?"
"당연히 가야지."
"글고 보니 노래방을 까맣게 잊어버리구 있었네."
"소희야. 그 쪽에 개똥 있어, 조심해."
"응. 아악!"
"아 아니."
"흐앙. 우째 이런 일이..."
"이런 똥을 싸려면 개도 참 고생하겠다. 그지?"
"지금 그게 문제니? 항~나 어떡해."
"어쩌긴. 빨리 니네집으루 가야지."
왜 하필 나야. 이 요상한 개똥의 피해자가. 난 그만 거미줄 모양의 개똥에 미끄러지고 만 것이었다. 나 정말 어쩌지? 이렇게 하구선 어떻게 울 집까지 가. 여긴 두번 정도 와본 곳인데 울 집하구 꽤 멀단 말야.
"소희야, 자."
인성이가 자기 셔츠를 벗어서 나에게 씌워 주었다.
"인성아, 이렇게 하면 니 셔츠가..."
"상관없어. 그보다 빨리 니네집으루 가야지. 아니 그건 무리겠다. 울 집으루 가자."
"뭐어? 니네집이 가깝니?"
"아까 창고 있잖아. 거기가 울 집 창고야. 몰랐냐?"
"내가 뭐 니네집에 와 본적이 있기나 하냐? 글구 니들이 말 안해줬잖아. 이 곳은 내가 중 2때 친구가
여기 살아서 두번 정도 와봤을 뿐이라구!"
"암튼 빨리 가자."
"근데 인성아. 니 옷이 소희한테 맞기나 하겠니? 소희는 저렇게 키도 작구 덩치도 없는데."
"음...그건 그렇군. 하지만 요새는 헐렁한 옷을 입는게 유행이잖아. 글구 우린 고 2니까 힙합같은 걸 즐
기는 애루 볼걸."
"그렇기도 하겠네."
"자, 소희야. 내 손 잡아."
"싫어. 못 잡아."
"왜?"
"나 손에두 개똥이 묻었단 말야."
"그래? 그래두 상관 없어. 자. 이 손수건으루 닦아."
"손수건 예쁘네. 이것두 나땜에 더러워 질텐데. 글구 똥 냄새두 날거구."
"손수건 한 장 갖구 넘 그렇게 맘 쓰지 마. 어차피 또 사면 되는거니까."
"그래. 고마워."
새삼 인성이가 넘넘 고맙게 느껴졌구 사랑도 더 깊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성아. 정말 고마워.
"으유~그래. 니들 금슬 좋다, 좋아. "
"하하. 괜히 부러워 하기는. 짜아식."
"누가 부러워 한다구 그랬어!"
"하하하하."
[철컥]
"자, 소희야. 얼른 들어와."
"으응."
"자, 이 옷은 어때? 이거 힙합 스타일 중에서두 젤루 작은 건데. 한번 입어봐. 니가 입음 힙합 스타일
일거야. 그것두 꽤 큰."
"응. 그보다 나 여기서 샤워 좀 하면 안될까? 넘넘 찜찜해서 말야."
"그래."
"글구 민지야. 너 울 집에 가서 내 속옷 좀 가져다 주라."
"알았어."
"참! 동하는 여기 남아있어."
"왜?"
"너 괜히 가서 내 속옷 보구 환장 할테니까."
"야. 내가 아무리 남자라지만 그딴 짓은 안한다. 글구 너 소꿉친구를 그렇게 모욕해두 되는거냐?"
"뭐라구? 물소리땜에 안들려."
"야, 말머리 돌리지 마!"
"하하. 우린 저 쪽에서 컴퓨터나 하자."
"그래. 한 소희. 나오기만 해봐라. 내가 가만 두나 보자."
"헤헤헤. 메롱~~ 바보 이 동하!"
"너, 죽는다!"
"죽임 너만 손해지. 너 살인마 되잖아."
"우씨~~~"
"소희야. 동하 무지 열받았다. 그만 하는게 좋겠어."
"헤헤헤. 알았어, 인성아."
인성이네 욕실은 울 집이랑 거의 비슷했다. 그래서 난 인성이한테 설명을 듣지 않아도 다 알아서 쓸 수가 있었다. 그나저나 그 개똥은 왜 하필 그런 모양이었던 거야! 아니. 세상에 그렇게 거미줄 모양의 개
똥이 어딨냐구! 진짜 짜증나!!!
"야, 너 샤워하는 거 치곤 넘 오래 있는 거 아냐?"
"남이 오래 있든 말든 니가 무슨 상관이야! 그보다 민지는 왔어?"
"아니. 아직이야."
"민지가 왜 이렇게 늦지? 지금쯤이면 도착을 하고도 남을 시간인데..."
"어디서 정신 팔구 있는 거 아냐. 이 정도 시간이면 울 집이랑 애인 집이랑 두번 왕복하고도 남을 시
간이라구!"
"엥? 인성아. 갑자기 웬 애인이야?"
"으이구. 이 돌대가리야. 인성이가 애인이라구 하는 사람이 너 말구 더 있겠냐?"
"그래? 그거였어. 암튼 계속 여기에만 있을 수는 없구... 나 어떡해..."
"소희야, 일단 수건으로 몸을 가리곤 기다리구 있어. 안에서."
"야, 박 인성. 너 벌써부터 소희의 순결을 가져가려는 거냐?"
"내가 왜 그딴 짓을 하냐? 말두 안돼."
"암튼 뭐할려구 그래, 인성아."
"기다림 알아. 잊지 말구 몸 가려야 한다."
"...알았어."
[삐걱]
"자, 이거."
"어? 가운이네."
"응. 울 누나가 쓰던 거야."
"인성이 너한테 누나두 있었어?"
"응."
"예쁜 언니야? 한번 만나보구 싶다."
"안돼. 만날 수 없어."
"왜? 그 언니는 먼저 스웬덴으루 이민갔어?"
"아니. 울 누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냐."
"!"
"뭐어? 야, 박 인성. 니 누나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구? 쯧쯧. 자식. 얼마나 속이 상할꼬...."
"너한테 놀림 받을 정도로 비참하진 않다, 내 신세."
"...인성아. 문 좀..."
"응? 알았어."
"와, 내 몸에 딱 맞는다. 어때? 어울리지."
"응. 잘 어울려. 하긴. 딱 맞을만도 하지."
"인성아....갑자기 웬 심각한 표정이야?"
"실은 울 누나. 소희 너랑 비슷하게 생겼어."
"글구 보니 소희랑 너랑 닮았다. 조금..."
"그래. 난 그래서 처음 소희를 만났을 때 울 누나가 아닌가 싶었어. 그 정도로 소희는 울 누나랑 똑같
아. 정말 착각을 할 정도로."
"...인성아. 언닌 어떻게 죽었어?"
"나 땜에 죽었어."
"뭐? 너땜에 죽다니 무슨 말이야?"
"야, 박 인성. 그게 무슨 말이냐?"
"내가 9살때였어. 그때 울 누나는 10살이었지."
"연년생이었구나."
"응. 그랬지. 그래서인지 누나랑 나는 참 사이가 좋았어. 꼭 친구처럼. 근데 내가 9살 되던 해 여름에
울 가족은 어느 계곡으로 피서를 갔어. 근데 거기에 절벽이 있었거든. 글구 그 절벽에는 아주 예쁜 꽃
이 피어 있었어. 나는 그 꽃을 누나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서 꺾을려구 했지. 근데 그만 미끄러졌어.
누나는 그런 날 구하려다가 같이 떨어지구 만거야. 다행히도 엉덩이를 붙일 정도 넓이의 폭이 있어서
우리는 거기에 겨우 간신히 서 있었지. 아니 서 있었다기 보담 그냥 매달려 있었지. 근데 엄마랑 아빠
가 그런 우릴 발견하고는 119를 불렀어. 그렇게 한 15분을 매달려 있었나봐. 누나는 힘이 빠져서 그만
미끄러져 버렸구 그런 누나를 난 손으로 잡았지. 근데 그런 내 손도 미끄러웠는지 누나는 그렇게 천길
아래로 떨어져 버린거야."
"...그런 일이 있었구나."
"응....그 후 울 부모님은 스웨덴으루 가셨어. 누나가 젤 좋아하던 나라가 스웨덴이었거든. 어릴 때 책을
읽으며 꼭 한번 스웨덴을 가구 싶다구 했던 누나였어. 그래서 울 부모님은 누나의 그런 소원을 대신
풀어주겠다구 날 혼자 두구 가신거야. 그게 내가 중 2일때 였어. 근데 울 부모님이 아무래두 내가 있는
게 낫겠다구 하시면서 3학년 시작할 즈음에 스웨덴으루 오라구 하신거야."
"그랬구나. 그럼...인성이 너두.... 니 누나의 소원을 대신 풀어주구 싶은거야?"
"응. 그래. 그래서 부모님이 멋대루 내리신 결정이지만 난 상관 없었지. 하지만 소희 널 만나면서부터
내 맘이 흔들리고 말았어. 널 사랑하게 되면서부터 말야."
"근데 있자너. 아까 욕실에 들어가 보니까 작은 꽃이 있더라. 정말 작고 귀여운 꽃이...물론 만든 꽃이
지만 말야. 그거 혹시 니 누나가 만든 꽃 아니니? 그래서 못 버리고 있는 거 아냐?"
"맞았어. 울 누나가 살아 있을 적에 만든 꽃이야. 미술 시간에 찰흙으로 만들었대. 정말 이뻐서 글구
그 속에서 꼭 누나의 생생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서 도저히 버리질 못 하겠어."
인성이한테 이렇게 가슴 아픈 과거가 숨겨져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에휴~ 난 민지가 오는지 나가봐야 겠다."
픽. 동하가 자리를 피하다니. 눈치가 꽤 느린 듯.... ㅋㄷㅋㄷㅋㄷㅋ
"저기 인성아..."
"응?"
"내가 너 처음 만났을 때 그 때 너 미워한 거 사과할게."
"아직도 그거 마음에 걸려 하구 있냐?"
"응. 난 그 때 솔직히 동하 편이었거든. 왜냐면 동하가 내 소꿉친구였으니까. 근데 그런 동하랑 원수인
너한테서 고백을 들으니까 웬지 기분이 야릇해 지더라구. 그래서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거 알리기 싫어
서.... 괜히 쌀쌀맞게 그러구..... 정말 미안해."
"괜찮아. 이제 다 지난 일인걸. 모두 잊어버리는 거야."
"헤헤. 미안!!"
"..!"
"...!?"
"어? 이런. 내가 분위기 파악을 못 했나보네. 미안...."
"됐어! 그보다 너 왜 이렇게 늦게 오냐? 어쩔 수 없이 소희 가운만 걸쳤잖아."
"얘네집이 복잡하잖냐. 글구 속옷만 챙겨온게 아니라 얘 옷두 몇벌 가져 오느라구..."
"속옷만이면 됐잖아, 민지야."
"또 이런 일이 생길지 누가 아니. 그러니까 이렇게 한거지."
"암튼 동하는 만났어?"
"아니. 동하 나 마중하러 나갔어?"
"응. 니가 하도 안 오길래 너 데리러 간다구 했거든."
"냅두자, 소희야."
"왜?"
"동하 걔 계속 너를 좋아했었잖아. 물론 민지두 좋아했지만. 근데 소희 니가 날 좋아한다는 걸 알구 정
리를 하려구 했을거야.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잊는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 그래서 아마 동하 많이 괴
로울거야."
"맞아. 나두 동하랑 인성이를 사랑했던 감정을 없애느라구 정말 혼났어. 소희 니가 증오스러워 질 정도
로 말야. 하지만 같은 처지에 있는 동하를 보니까 사랑이 다시 피어서 이렇게 된거지."
"...생각해 보면 모두들 나땜에 상처를 많이 입는 것 같아."
"상처라구 하기 까지야...."
"괜히 우리 상관 하지 마, 소희야."
"하지만..."
"우린 모두 괜찮은 걸."
"맞는 말이야."
"어? 동하야."
"김 민지, 너. 대체 어딜 갔다가 오는거야?"
"헤. 소희 속옷하구 옷 몇벌 좀 챙겨갖구 왔지. 근데 얘네집이 넘 어질러져 있어갖구 찾는데 한참 걸렸
어. 에휴~ 아직두 먼지 냄새가 나는 것 같아."
"헤헤. 울 가정부가 오늘 또 어디 놀러갔나봐."
"암튼 자. 빨리 안방으루 가자."
"응."
"안방은 왜?"
"왜긴. 소희 옷 갈아입어야지."
"그러네. 그럼 괜히 내 옷을 꺼내려구 한거네."
"응. 그러네."
"네네 네자루 끝나는 말은? 한거네 그러네 이거네 저거네 요거네 조거네."
"이 동하. 뭐하냐?"
"니들 말이 계속 네 자루 끝나서 말야. 한번 지어본거야."
"응 그렇구나. 글구 보니 우리들 말 계속 네 자루 끝났어."
"증말 그렇다."
암튼 다시 내 옷으루 갈아입으니 살것 같았다. 하필 개똥에서 미끄러져갖구....
"소희야."
"응?"
"인성이...행복하게 해줘."
"응. 알았어."
"어쩌면 인성이가 널 떠나지 않겠다구 할지도 몰라."
"응.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그땐 니가 인성이를 따라 나서. 알았지?"
"무슨 말인지..."
"암튼 그렇게만 알고 있어."
"응. 알았어."
"자. 다 입었다!"
"어디?"
[삐걱]
"야, 노크 좀 하구 들어와라!"
"알았어. 그보다 소희 너. 그 옷 못 보던 옷이다."
"응. 이거 새옷이야. 근데 입기가 아까워서 그냥 안 입었던거지."
"옷은 입으라구 있는거지 그냥 두구 구경하라구 있는 건 아니잖아."
"그래. 인성이 니 말이 맞다."
"저기.....나.....소희한테...할말이 있거든....잠깐만 나가있어줄래?"
"응? 그러지. 민지야, 나가자. 내가 실은 이 근처에 괜찮은 오락실을 알거든. 펌프 같이 하자."
"알았어."
"나....스웨덴으루 가지 말아야 할 지두 몰라."
"왜? 누나의 소원을 이루어주구 싶다며.."
"응. 하지만 소중한 사람을 만났다면 이야기가 달라질지도..."
"소중한 사람이라니? 나?"
"응."
"내 생각은 달라."
"...."
"네게 아무리 소중한 게 나라지만 그래두 한 핏줄인 누나가 더 소중하지 않겠어?"
"무슨 말을...."
"난 니가 니 누나의 소원을 이루어 주는게 낫겠다구 생각해."
"그럼....내가 널 떠나도 좋단 말야?"
"아니. 대신 내가 떠남 되지."
"뭐? 니가...날?"
"아니. 내가 널 따라나선다구."
"정말? 정말 그렇게 해줄거니?"
"응. 당연하지. 내 남자친구를 위해서인데."
"와, 신난다."
"나두 기뻐, 인성아."
"근데 소희 니네 부모님이 반대하시지 않을까?"
"헤헤. 상관없어. 어차피 친부모두 아닌 걸. 나 고아원에서 입양된 아이야."
"...!?"
"놀랬니? 하긴. 니가 놀라는 것도 당연해. 내가 정말 감쪽같이 밝아 보였을테니까."
"아니. 나 안놀랐어. 니 출신이 어떻든 난 너 하나만 사랑하는 걸."
"고마워, 인성아."
"고맙긴. 사랑해, 소희야."
"분위기 좋은거 깨서 미안한데 말야."
"뭐야, 이 동하."
"괜히 분위기 깨구 난리야."
"소희 니가 고아원 출신이라구 했지. 그럼 너 몇 살때 입양된 거야. 어렸을 때 너 정말 밝았잖아."
"내가 갓난애기였을 때부터."
"뭐어?"
"동하 니가 태어나던 해에 나두 태어났어. 근데 울 엄마랑 아빠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말았지. 그래서
고아원에 맡겨진 거구.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보육원이라구 해야 되는구나. 암튼 난 거기서 일주일을
살았대. 근데 지금의 부모님이 아기를 그만 유산하구 말았대. 근데 그걸 친척들이나 친지한테 말하기는
아무래두 좀 그랬겠지. 그래서 몰래몰래 울 보육원에 와서 날 입양했대. 실제로도 부모님이랑 닮아서
감쪽같았다는 거야. 암튼 그렇게 해서 동하랑 나는 아무 탈 없이 소꿉친구로 지낼 수 있었던거지."
"그러면 그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됬어?"
"응. 내가 6학년때 혈액형을 조사하는 그런 게 있었잖아. 근데 부모님이랑 나랑 전혀 안 맞는거야. 그
래서 알게 되었지."
"그랬구나."
"만약 나의 이러한 사실을 동하 니가 어렸을 때부터 알았다면 오히려 날 괴롭혔을 걸."
"내가 왜?"
"헤헤. 너 고아들 무지 싫어했잖아."
"지금은 안 그렇다 뭐."
"하하하."
"헤헤헤헤."
"암튼 우리들은 말야. 소희 니가 어떤 출신이건간에 영원히 너의 친구야. 이 사실 명심해. 알았지?"
"응. 물론이지. 모두들...고마와."
"고맙긴...."
"암튼 다시 한번 한 쌍의 귀여운 바퀴벌레 부부의 탄생을 축하하며 우리의 우정을 되새깁시다!"
"좋지!"
"까르륵."
"하하하하하."
"그나저나 빨리 노래방을 가야지. 안가?"
"아참! 노래방. 내가 한턱 쏘기로 했지."
"뭐 어쩔 수 없잖아. 소희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그렇게 된 걸."
"잠깐만! 한 소희. 너 뭔가 수상해. 너 혹시 일부러 자빠진 거 아냐?"
"야, 이 동하. 내가 미쳤냐? 일부러 개똥 위에서 자빠지게."
"아니. 니가 오늘 한턱 쏘기로 했잖아. 근데 한턱 쏘기 싫으니까 괜히 자빠진 게 아닌가 싶어서..."
"야, 이 동하!! 너 소꿉친구를 그렇게 못 믿냐? 으유~ 소꿉친구도 다 소용없다니까....그저 울 인성이가
최고야."
"헤헤헤. 암튼 빨리 노래방 가자."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다가라. 헤이 보이스♪♪"
"난~♩이렇게~♬ 바라보고 있고~♬"
"예감이 괜찮아. 우리 뭐가 될 것 같아. 와우~♬"
"아~ 기분 끝내준다, 그지?"
"응. 스트레스가 한방에 쫙 풀려."
"정말 신난다."
"으~아 개운해."
"어? 벌써 어두워졌네."
"지금은 겨울이잖아. 겨울엔 해가 빨리 진다구."
"에이~ 더 놀구 싶은데 더 놀지도 못하겠네."
"어디 가서?"
"그야 물론 PC방 말야."
"PC방? 좋지!"
"근데 누구돈으루?"
"음. 각자 돈으루."
"그래? 나 천원밖에 없는데."
"나두."
"난 5천원."
"난 삼만원있는데."
"그래? 소희 돈으루 함 되겠다."
"그래. 맞아."
"근데 그 돈 소희 니 용돈의 전부 아냐?"
"아니. 나 용돈 안받아."
"뭐어? 그럼 그건 무슨 돈인데?"
"소희야. 니네 부모님에 대한 얘기를 해야겠구나."
"응. 민지야. 실은 울 부모님 여행을 디게 좋아하셔. 그래서 나한테 항상 큰 돈을 맡기시구 서너달 여
행하셔."
"응. 그렇구나."
"그래서 오늘은 내가 또 쏠게."
"그럼 한 소희. 너 아까 얼마 쓴거냐?"
"음. 아까 내가 보니까 대략 만오천원 가량 쓴것 같았어, 그지, 소희야?"
"응. 맞아, 인성아."
"그래? 그럼 너 평소에 얼마정도 갖고 다니냐?"
"사만원."
"무지하게 마니도 갖구 다닌다. 그러다 너 깡패 만남 어쩔려구 그래."
"헤헤. 왜, 동하야? 내가 걱정되니?"
"그래. 소꿉친구로서 걱정이 된다."
"어. 가만 있어봐. 아까 소희의 질문에선 그냥 걱정된다구만 말해두 되는데 왜 굳이 소꿉친구를 강조
했을까? 혹시 아직두 소희한테 맘 있는거 아냐?"
"아, 아냐."
"근데 말은 왜 더듬냐?"
"그, 그건....."
"거봐. 아직도 소희 좋아하지? 그지?"
"인성아!"
"왜 소희야?"
"그만 좀 해. 넌 민지가 보이지두 않니?"
"아참 그렇지. 먄, 민지야."
"...괜찮아. 뭐. 암것두 아닌데. 대신 이 동하. 너! 내일 각오해야 될거다. 알근나?"
"아구. 박 인성자식땜에 망했다......"
"대답안하구 뭐하나? 군기가 빠졌군."
"아아, 예. 잘하겠슴다!!!"
"그래. 진작에 그래야지."
"푸훗."
"크큭."
"니들 왜 웃냐?"
"아니. 민지 너 한테 죽어사는 동하가 불쌍해서 말야. 크큭."
"소희 너두 같은 맘이니?"
"아~니. 군대 교관 행세하는 민지 니가 꼭 웃겨서 말야."
"뭐야? 소희 너."
"헤헤. 먄."
"먄하다구 끝날 일인줄 아나?"
"흐극!"
"소, 소희야."
"응. 역시...."
"다음은....."
"우리.....차례...구나."
"니들도 내일 방과 후 학교 뒷담에 모인다! 실시!"
"옛. 실시하겠습니다."
"실시하겠슴다!!!!!!!"
"이미 늦었다!"
"죄송함다, 누님!"
"죄송함돠, 친구야."
"그래. 뭐 용서해주지."
"하하하."
"히히히."
"헤헤헤."
"까르륵."
친구란게 이렇게 좋은 존재라니. 정말 맘이 편하다. 내가 무슨 일을 당해도 암말두 하지 않구 그저 날 따뜻하게 감싸는 존재. 어쩜 나에게 형제가 있음 이런 기분이 들까. 그 형제라는 존재도 날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을까. 아~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져 왔다.
"우리 오늘 같이 잘래?"
"응?"
"음...삼만원을 넷이서 나눔 얼마지?"
"글쎄......삼만원을 둘이서 나눔 만오천원이구, 또 만오천원을 둘루 나눔...."
"아! 칠천오백원이다."
"진짜네....."
"우리 오늘 PC방 원없이 해보자!"
"구래구래...."
"지금이 몇시니?"
"음....어디...저 가게 시계를 보니까 지금 다섯시야."
"아참! 한소희 너 아까 같이 자자는 말 무슨 뜻이야? 혹시 인성이랑....."
"야!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말아라. 내가 왜 그딴 생각을 하냐? 그냥 다 끝남 무지 어두워질 것 같아서
말야. 글구 우리들 이렇게 추억거리 만드는 것두 괜찮을 것 같구 해서...."
"뭐 나는 찬성이야. 소꿉친구가 하는 말이니까. 글구 민지랑 잘 수 있는 좋은 기회잖아."
"그렇다구 너 민지한테 무슨 일 벌임 경찰서에 신고할거야!"
"으이그~알았어. 글구 내가 뭐 그딴 짓을 하겠냐?"
"헤헤헤. 아까의 복수다!"
"나참....."
"너희 둘 소꿉친구 맞냐? 사이가 좋은 것두 같구 나쁜 것두 같구...."
"우린 말만...."
"소꿉친구 맞다면 좀 믿어라!"
"?!"
"!?"
"!?"
"..이동하 너...."
"엄마야....."
"또 시작인가...."
"야,야. 사랑싸움은 나중에 집에 가서리 하궁, 지금은 빨리 PC방 가자. 이러다 얼마 못 하겠다."
"그~래. 이따 죽었어, 이 동하...."
"흑흑.ㅠ.ㅠ"
"으이구~그러게 민지 앞에서 왜 까부냐? 그러니까 맨날 맞아살지."
"그러게 말야, 소희야."
"이게 울 커플의 특징이라구!"
"그건 그래. 내가 만날 이렇게 때리니까 말야."
"흠~PC방은 어디로 갈거야?"
"요새 생긴 '이리 와' 가자. 거기 아저씨가 얼마나 잘 해주신다구. 막 공짜로 과자두 주시구 말야."
"와. 좋은데네."
"그뿐만이 아니야."
"그럼 또 좋은 점이 있니?"
"응. 거기는 한 시간에 500원이거든. 그러니까 소희 너 돈 아낄 수 있을거얌."
"그래!"
"소희야. 너무 돈 밝히는 티 내지마. 괜히 순수한 니 모습 감추려구 하지 말라구. 난 니 순수한 모습
을 사랑해."
"인..성아."
"으~ 또 닭살이냐? 증말 지겹다 지겨워!"
"누가 아니래. 저 닭살커플을 누가 말리나. 소희야, 제발 부탁이니께 원래대로 돌아와 라고."
"야, 박 인성. 너두 원래대루 돌아와라. 그저 심술궂은 척 하는 남자아이루 말야. 그래야 내가 너랑
라이벌인 기분이 들지."
"우리가 그렇게 닭살이니, 소희야?"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니들 혹시 우리가 부러우니까 괜히 그러는 거 아냐? 맞지?"
"맞긴 뭐가 맞냐? 우린 너희처럼 닭살이 아니라구!"
"그래, 맞아. 정말 짜증난다니까."
"옳소!"
"니네 둘 자꾸 그러면 PC방 안시켜준다!"
"오, 노!"
"그것만은!"
"그럼 너무 울들을 놀리지 말란 말야. 알았지?"
"넹."
"옛."
"쿠쿡. 그럼 가자!"
"오케이!"
"아니, 이 녀석 제법인데!"
"한 소희 너 뭐하냐?"
"응. 난 말야. 넷마블에서 배틀가로세로를 하구 있어. 근데 말야. 만만치 않은 녀석을 만나서 말야."
"응. 그래. 난 린쥐 하는 중인데. 너 린쥐 해볼래? 하긴. 여자애들이 린쥐 잘 안하지."
"응. 린쥐는 어떤 게임인진 몰겠지만 웬지 잼없을 것 같아. 포트리스는 하구 싶은데 어떻게 하는 지
모르구."
"그럼 나한테 맡겨, 소희야."
"인성아. 너 포트리스 하니?"
"응. 정말 잼있어. 얼마나 잼있는 게임인데. 글구 캐릭터두 얼마나 귀엽다구!"
"어디 한번 봐봐."
"짠~진짜 귀엽지? 그지?"
"응. 정말 귀엽다.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 저기 인성아. 포트리스 할렴 어떻게 해야해?"
"간단해, 소희야. 그건 여길 들어가서 이렇게. 다행히도 소희 니 자리가 포트리스도 된다."
"응. 그러게 말야. 정말 다행이야."
"근데 김 민지 넌 뭐하냐?"
"난 영원한 퀴퀴팬이야."
"구래? 퀴퀴는 잼없든데. 그지?"
"응. 해보진 않았는데 퀴즈 푸는거래매? 잼없을 것 같아."
"이걸 하면서 난 성적이 조금 올랐다구."
"몇등?"
"응. 2등 올랐어. 기초상식이 늘었거든."
"응. 구래."
"꺄~정말 귀엽다, 얘. 이게 정말 탱크가 맞을까 싶을정도야."
올만에 이렇게 PC방두 오구 그것두 친구들이랑 오니까 정말 좋다. 이런 기분. 첨이야! 글구 그것두 이렇게 인성이가 가르쳐 주는 겜을 하니까 더 좋다. 인성이랑 언제까지나 함께이구 싶어. 근데 갑자기 머리가 아프면서 어지러웠다. 땅바닥이 빙빙 도는 것 같았다. 난 그 상황 속에서두 인성이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한 소희의 저 눈빛은~~~~~~~~~역시~~"
"역시....뭐냐....."
"박 인성을 향한 저 눈빛. 역시 사랑은 못속여요~"
"헤. 정말 사랑함 때론 사랑의 눈빛을 줄 수두 있궁, 또 이렇게 바라볼 수 있는건데 그걸 갖구 뭘 그
러냐?"
"아니. 한 소희의 태도가 완전히 바꼈어."
"글쎄 말야. 전엔 이런 말 함 막 열이 올라갖구 아니라구 하던 애가. 소희야, 너 열 있니?"
"아니. 그건 아니야. 근데 조금 어지러워."
"얼만큼 어지러운데, 소희야."
"아무것도 아냐, 인성아. 그냥 조금 어지러울뿐야."
"괜찮은 것 같지도 않은데 뭐가 괜찮아? 빨리 여기서 나가자. 우리 요금은 먼저 선불을 하지 않았으니
까 다행이다."
"으응. 정말 아냐. 나 괜찮아. 아........."
'아'라는 말과 함께 나는 결국 쓰러지구 말았다. 땅바닥이 빙빙 도는 것 같던 어지러움은 땅바닥 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두가 빙빙 도는 어지러움으로 바뀌고 말았다.
"소희야. 소희야!"
"한 소희. 정신 차려!"
"소희야, 너 대체 왜 이래. 그러길래 아까 인성이가 말할 때 그냥 나가지."
"으쌰."
"!"
"!?"
"자, 빨리 나가자구. 얘 한소희. 정말 괜찮을라나 모르겠네."
"이...동하."
"동하야...........너..."
"내가 뭘. 그보다 빨리 나가야지. 얘 지갑이 어딨냐. 민지야, 니가 찾아봐."
"으응....알았어."
"빨리!"
"아, 여기 있네."
"박 인성. 너 빨리 그 지갑 속의 돈으로 계산해. 알았지?"
"응. 알았어. 아저씨! 여기 돈계산 말인데여!"
'동하 너.......역시 아직도 소희 못 잊은거니? 그런거니? 응?'
"자, 돈계산 다 했음 빨리 얘네집에 가자."
"그래!"
"그래......."
"민지 너.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무슨 일 있었니? 응?"
"아니, 암 일두 아냐. 그냥 피곤해서 그래..."
"그래. 그럼 다행이구. 그나저나 한 소희는 왤케 몸이 약하다냐."
"그건 그래. 정말 약해. 이래갖구 스웨덴에 가서 견딜 수 있을까. 역시 내가 남는 게 나을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마라."
"이 동하."
"얘가 몸이 약할 때두 있지만 속은 참 강한 아이야. 어렸을 때만 해두 놀림을 받아도 끄떡없었을 정도
였으니까. 그러면서두 조금 약한 면두 있지. 그게 바로 한 소희야. 소희 얘는 정말 강하면서두 약한
애라니까. 그건 그렇구 꽤 무겁다......"
"소희가? 하나두 안 무거워 보이는데. 이렇게 삐쩍 말랐으니 말야."
"그래보이냐? 그럼 속살땜에 무거운건가............"
"야, 여자친구가 쓰러졌는데 동하 니가 업는 건 좀 그렇잖아. 걍 인성이가 소희를 업지 그래."
"그래. 민지 말대로 해줘. 자, 빨리!"
"아니. 됐어. 걍 내가 업을래. 얘가 한국에 남아 있을 때 베풀어줄 수 있는 마지막 소꿉친구로서의 우
정인 것 같거든."
"그래. 그럼 니 맘대로 해라."
"어? 근데 민지 너 질투하니? 걱정 마. 니가 쓰러졌을 때 내가 이렇게 해 줄테니까. 쓰러지기만 해."
"이 동하.....넌 내가 쓰러지길 바라냐?"
[퍽!!!]
"아야야. 야, 가뜩이나 무거운 한 소희를 업구 있는 나한테 그러는 건 넘 한거 아냐?"
"뭐가 넘 하냐? 그 정돈 암것두 아니라구."
"그래. 힘만 세갖구. 하긴. 울학교 퀸카이기도 하지."
"그러는 동하 너두 울학교 킹카잖아. 힘은 약한게."
"나 힘 세다. 근데 얘가 무거운거지. 글구 난 쌈두 잘 한다구."
"야, 이 동하. 너 쌈 잘하는 힘으루 민지한테 대들지 그러냐."
"싫어. 그럼 무슨 봉변을 당하게. 그건 싫다."
"하긴. 그건 그렇....."
[퍽!!!퍽!!!]
"으윽....."
"아야야........"
"흥! 둘다 편을 먹어라 먹어."
"헤헤. 먄, 민지야."
"먄. 어! 얘 미끄러진다. 으이구. 무슨 여자애가 속살이 이렇게 무거워. 조금 통통한 편이기도 하지만
말야."
"저기 동하야......."
"응? 왜, 민지야?"
"그게 말이쥐. 너.....아냐, 암말두 아냐."
"헤...대게 심심하네........."
"그랬니........"
"응."
"그래? 먄......."
"후~"
"박 인성. 웬 한숨이냐?"
"아니, 걍."
'역시 동하는 아직도 소희를 못 잊구 있나 보군. 글구 그런 동하를 민지두 눈치챘구. 굉장
히 골치 아파 지겠는 걸. 하루라도 빨리 동하한테 이 사실을 말해줘야 겠어. 아니. 이따가
말해줘야지.'
'동하 너.......역시 소희를........정말 동하 니눈엔 내가 안 보이는 거니? 응? 정말 이건
너무해.'
"어디. 얘집이 여기였나?"
"소꿉친구라면서 그것두 모르니?"
"민지 너 진짜 쌀쌀맞은 목소리다. 징그러워~암튼 얘네 방 대충 정리 좀 해줄래. 빨리."
"알았어. 근데 동하 너 내가 경고하는데 내가 왜 너한테 쌀쌀맞게 구는지 알아내야 편할거야."
"응?"
"....."
"아, 김 민지. 부탁해....."
"야, 넌 민지가 왜 저러는지 아냐?"
"왠지 몰라서 묻냐?"
"모르니까 묻지."
"나참. 눈치가 없긴. 이 동하 너. 소희 아직두 못 잊구 있지?"
"응? 그렇긴 해두.....야, 사랑을 빨리 잊는 거 사실 어려운 거 아니냐."
"그래서 민진 불만이 있는거야. 민진 너뿐만 아니라 나두 좋아하구 있었자나. 근데 민진 날 금방 잊었
구 말야. 그러니까 민지의 불만이 더 세어지는 거지. 근데 또 그걸 니가 눈치있게 처리했음 또 몰라.
넌 눈치두 없게 소희 못 잊은 티 있는 대로 다 내구 있자나. 그러니까 민지가 화가 난거야. 민지한테
잘 해줘. 소희를 잊은 듯한 모습으로 민질 안심시키구 나서 소희를 최대한 빨리 잊는거야. 내 말 알아
듣겠어?"
"응. 그래.....난 민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줄 전혀 몰랐어. 그런 걸 봄 인성이 너 눈치 빠르
다."
"헤헤. 별로지, 뭐, 그보다 소흰 괜찮을라나."
"열은 없으니까 괜찮을 거야. 아마두......."
"응? 아마두 뭐야?"
"암것두 아냐."
'역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도지는 그 병이 다시 도진걸까. 소희야.'←병명을 모름.작가가 몰라서 말이져......................
"자, 이 동하. 니가 말한대로 다 정리해놨어."
"그래. 민지야. 박 인성. 소흰 니가 업어서 눕혀주구 간호해라."
"그래. 알았어."
"민지야..."
"갑자기 왜 느끼하게 나오냐?"
"내가 소희 아직두 다 못잊었을까봐 겁났니?"
"흥! 무슨 소릴 하는건지."
"미안해, 민지야. 사실 난 그렇게 사랑을 빨리 잊는 편이 아닌가봐. 하지만 지금 내 마음속에서 가장
큰 자리를 잡구 있는 건 바로 민지 니 생각이야. 믿어줘, 민지야."
"이 동하......."
"난 민지 널 사랑해. 이건 진심이야."
"아냐, 동하야........흑흑....."
"민지야........"
"나......있지. 계속 소희한테 널 빼앗길까봐 두려웠어. 단짝친구니까 그럴리 없으니까. 그렇게 내 자
신을 위로해 봤지만 소용 없었어. 그래서 난....난.......흑흑. 동하야, 미안한건 오히려 나야. 미안
해."
"아냐...."
<이 글들은 소희가 있는 상태에서 나온 상황이 아니기에 쓰지 말아야 하지만 꼭 필요한 부분이기에 걍 써버렸습니다. 양해 있으시기 바랍니다. 글구 나중에 소희 병명을 왜 ☆☆☆☆☆☆☆☆로 처리했냐면요.
그 병명을 자세히 몰라서...이것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죄송~>
"아으~머리야."
"괜찮니, 소희야?"
"어? 인성아."
"너 열은 없는데 왜 그렇게 잘 쓰러지냐?"
"어? 무슨 소리야? 그러고 보니까 여기 울집이네. 나 PC방에 있지 않았었니?"
"그랬는데 너 거기서 갑자기 쓰러졌지 뭐야."
"응. 그랬니. 아, 아직까지 머리가 아파."
"근데 너 유달리 몸이 약하냐? 왜 그렇게 걸핏하면 기절하구 쓰러지냐?"
"헤헤. 나두 잘 몰라."
내 몸 상태를 알긴 알았지만 일단 모른 척 해야겠지.
"암튼.......몸관리 잘해라."
"응. 인성이 널 위해서라두 몸관리 잘해야지."
"그래. 그래야지."
음~인성이의 입술이 내 입술을 살며시 물었다. 인성이의 입술을 통해 이 따스한 키스를 통해 난 나를 향한 인성이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고 나 역시 인성이의 입술을 통해 인성이를 향한 내 사랑을 보냈다. 이런게 진짜 사랑이구나 하는 생각두 들었다. 인성이가 정말 좋았다. 넘넘 좋았다. 암튼 내가 잘 쓰러져두 인성일 향한 내 마음은 하나니까. 오직 하나뿐인 사랑이니까. 그게 난 정말 좋았다.
"저기. 분위기 깨서 먄한데 말야.."
"!"
"!"
인성이의 입술이 재빨리 내 입술에서 떨어져 나갔다. 웬지 모를 쓸쓸함이 잠시 느껴졌다.
"헤헤. 노크를 했는데두 니들이 암 말두 없어서 말이지."
"흥! 노크를 했음 우리가 왜 모르겠어? 그지, 소희야. 너 노크 안했지!"
"아냐. 했어. 그지, 민지야."
"응. 했어."
"픽! 니들 보니까 이제 화해했나 보군."
"엉? 동하랑 민지 언제 싸웠었어?"
"헤헤."
"묻지 말아줘, 소희야."
"암튼........"
"!?"
"??"
"?!"
"난 저기 있자나...........소희가 혹시 병이 든게 아닌가 생각해."
"뭐어? 소희가 병이 있었어?"
"정말이냐, 이 동하."
인성이가 정말 놀랐나 보다. 바로 동하의 멱살을 잡구 물었다. 얼굴이 빨개졌다. 글구 눈가엔 아주 희미한 빛이 고였다.
"이거 놓구 말해. 아무래두 본인이 직접 얘기해야 되는거긴 하지만 소희 못 말할 것 같으니까 내가 말
할게."
"대체 무슨 이야긴데 말야."
이 말과 함께 인성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그 두 눈에선 정말 맑은 빛이 흘러나왔다. 그런 인성이를 바라보는 내 눈에서도 빛이 흘러나왔다.
"그보다 이 멱살은 놓으시지 그래. 숨막혀서 말을 못하겠으니 말야."
"짜식. 말은 잘 하구 있으면서."
암튼 내가 앓고 있는 그 병은 결국 다시 도지고 만 것인가. 얼마동안 항암제를 투여하면서 거의 그 증상이 없어졌는데.....결국 또 다시 항암제를 끊임없이 투여하구 그래야 한단 말인가......아.....
"아 암튼......소희는 어렸을 때부터 말야.....☆☆☆☆☆☆☆☆병에 걸렸어.....근데 한동안 항암제
를 투여하면서 증상이 거의 없어졌거든. 근데 요새 와서 다시...."
"☆☆☆☆☆☆☆☆병이라면 소희는 어쩌면 죽을지도........"
"뭐야? 그런 병이 왜 하필 소희한테 온거냔 말야. 소흰 아직 어린애라구! 아직 어른도 되어보지도 못
한채 죽는다는 건 말도 안돼! 그지, 소희야."
"응....하지만 내 병은......현대 의학으론 도저히 손쓸 방법이 없는 병이야......의학이 발달한 미국
이나 프랑스 같은 곳에서두 전혀 가망이 없는 병이래......."
"아닐거야......병이 있음 반드시 고칠 방법이 있을거야......병은 병이 있음 그 치료하는 방법도 있
자나. 안그래? 안 그래?"
날 위해서 저렇게 애써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인성이의 모습이 정말 슬펐다. 글구 정말 고마웠다. 이제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나인데 그런 나한테 저런 정성을 보이다니...정말 인성이가 고마웠다. 거의 죽어가는 내 생명에게 저런 마음을 저런 사랑을 보여주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소희의 병은 스트레스를 받음 더 진행이 빠른 병이야. 아마 요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일이 많았으
니까 병이 빨리 진행되어 있을 수도.........."
"저기 있자나. 내일 우리 다같이 병원에 가자. 소희 병이 얼만큼 진행이 되었는지 알아봐야 하자나."
"그래......"
"........"
"분명히 소희 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거야........분명히!"
"고마워, 인성아. 하지만 내 병은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니까 내가 더 잘 알아. 난 이제 거의 꺼지
려고 하는 촛불에 불과해. 꺼질 듯 말듯 비틀거리면 희미한 빛을 내는 촛불 말야. 그런 날 그런 촛불
을 다시 살릴 순 없겠지......."
"아냐. 살릴 수 있어. 그런 촛불에게도 알맞은 발화점과 산소와 탈 물질을 제공하면 다시 살아난단 말
야. 하물며 소희 넌 꼭 살릴 수 있을거야. 아니 반드시 살아나!"
"하지만.....꺼져가는 촛불을 언제까지나 유지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 마찬가지야. 사람은 모름지기
한번 이승에 온 후 다시 저승으로 돌아가게 마련이거든. 그러니까 나 더이상 이 세상에 미련따윈 남아
있지 않아. 다만 인성이 너랑 더 오래 만나구 싶을뿐야. 그게 딱 하나 내 소원이야. 더 오래 인성이랑
남아서 사랑을 나누는 거. 그러다 가는 거. 그게 내 희망이었어."
"크흑. 이럴 줄 알았음 좀더 빨리 너랑 만났어야 하는건데. 내가 바보였어, 바보! 니가 이런 줄도 모
르고 난 그저 미적거리다가 이번에야 이사를 왔어. 정말 난 바보야. 바보. 바보. 크흑."
"인.....성아.....넌 결코.....바보가......아냐. 그저 이런 상황을 넌 더 늦게 알았을 뿐 넌 전혀 바
보가 아냐. 알겠지? 응? 흐흑.."
"자자....울기만 해선.....소희의 병이 낫는것도 아니자나. 그러니까 우리........웃는 얼굴로 소흴
달래줘야지. 우리가 울면....소희도 슬퍼할거야..."
"맞아.......동하말이 맞아........소흰 결코 우리가 우는 걸 바라고 있지 않아. 그렇지, 소희야."
"응. 그래. 만약 내가 정말 목숨이 이제 얼마 안 남은거라면 그래서 곧 저승으로 가야할 몸이라면 날
기쁘게 떠나보내줬음 해. 절대로 이렇게 울면서 보내지 말구 말야. 난 그게 좋아. 웃으면서 날 보내주
는 거."
"야, 박 인성. 소희 몸이 약하지만 속은 강한 아이야. 어렸을 적에 애들이 아무리 놀려두 끄떡 없었던
애니까......잘 부탁한다. 글구 슬퍼하면 아무리 속이 강한 소희래두 힘들어 할거야....."
정말이다. 동하랑 민지가 우는 모습은 그렇다 쳐도 인성이가 울면 난 도저히 슬퍼서 원귀가 될 것만 같다. 정말 그런 슬픈 일이 우리한테서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빌 뿐이다.
"그래. 어차피 조금밖에 안 남은 인생이라면 신나게 화끈하게 놀다 가야지."
"응. 그래. 화끈하게 신나게 즐겁게 놀다 가는 게 훨씬 좋구 말구."
그나마 동하같은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다. 안그랬음, 동하가 없었음, 맘 약한 민지랑 인성이는 지금쯤 정신없이 울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나마 어른스러운 동하가 있어서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이러고 보면 동하랑 친구로서 인연이 이어진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되고 또 고맙게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오늘은 소희네 집에서 잘까."
"응. 난 무조건 대환영이야."
"됐네....."
"왜? 동하야, 왜그래?"
"민지 넌 몰겠지....소희네 집이 얼마나 드러운 데... 특히 다락방은. 으윽~"
"아니. 얼마나 더러운지 알구 있는데."
"알면서 같이 자겠다구?"
"응. 우리가 같이 청소를 하구 자는 것두 잼있는 일 아니겠어? 안그래?"
"역시 민지 너밖에 없어. 소꿉친구고 뭐구 다 필요없다니까..."
"소희야, 혹시 거기에 나두 들어가니?"
"아니."
"고마워.^0^"
"자, 그럼. 소희네 집으루 출발~!!!!"
"출발!!"
"키힝~ㅠ.ㅠ"
"야, 이동하. 너 자꾸 그렇게 우는 소리 낼래? 소희를 위해서라구 생각해라."
"소꿉친구이지만 그래두 그건 넘 심해.......ㅠ.ㅠ"
"어허.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군!"
"민지야. 이런 녀석은 나한테 맡겨. 야, 이동하. 내일 방과후에 한판 붙자!"
"알았어. 불만 없음 될거 아냐."
"하하. 내가 무섭긴 하냐? ㅋㄷㅋㄷ"
"무서워서 그런 거 아냐. 걍 싸우기 싫어서 그런거지."
"그게 그거 아냐? ㅋㄷㅋㄷ"
"자자. 말쌈은 이제 그만들 두시구 빨리 가자."
"ㅇㅋ!!!!!!!"
"자, 업혀. 소희야."
"인성아....."
인성이는 날 업었다. 나에게 싫다는 말을 할 기회도 안 주구.....암튼 나두 이게 싫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어쩌면 오늘밤이 마지막 밤이 될 수두 있는데 이렇게 인성이의 등에 업혀서 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테니까 말이다. 정말정말 기분이 좋다.
"야, 박 인성. 니가 그렇게 하면.....에라, 모르겠다. 야, 김민지. 업혀."
"동하야....."
"잔말말구 빨리!"
동하두 민지를 업었다. 민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ㅋㄷㅋㄷ 넘넘 순진한 울민지......난 살며시 인성이의 넓은 등에 얼굴을 기대 따스한 온기를 느꼈다. 꼭 아버지의 등처럼 따스한 온기가 물씬 전해왔다.
아주 어렸을 적 비록 친딸은 아니었지만 가끔 어머니에게 혼나면 아버지가 업어주시곤 하셨는데....이젠 다 어렸을 적 추억이다. 암튼 그 때 넓게 느껴졌던 아빠의 등이, 그 때 따스하게 느껴졌던 아빠의 등이 마치 재현되는 듯 했다. 글구 보면 부모님이 오시면 꽤 슬퍼하실텐데........얼굴만이라도 보구 떠나야 할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박 인성......."
"왜?"
"여기......뺑뺑 돌아서 가는 길 인것 같아......어떡할래?"
"헉. 정말이네...어쩐다....."
"잠깐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말얌...이 길 깡패두 나오궁, 인신매매범두 나온대. 것두 떼거지루... 걍
돌아가서 가자....."
"하지만...시간이 아깝자나. 글구 그것들은 한방에 버낼 수 있단 말씀."
"그래두 떼거지를 상대하는 동안 우리가 납치라두 되면 어떡할래?"
"그래. 소희 말이 맞아. 걍 돌아서 가자......"
"그래. 그러자...."
실은 이 길에 깡패나 인신매매범따윈 없다. 걍 내가 꾸며낸 얘기다. 왜냐하면 진짜 진짜 오늘이 마지막일 수두 있는데 그래서 인성이의 등에 더 오래오래 업히고 싶어서였기 때문이다. 그런 나의 마음을 눈치챈 동하가 내 제안에 찬성을 한 것이었고, 민지 역시 눈치챘지만 걍 가만히 있어준 것이다. 글구 늦게나마 내 마음을 눈치챈 인성이두 찬성을 한 것이고.....이 근처에 살아서 누구보다 이 길을 잘 알구 있는 인성이는 여기에서 깡패니 인신매매범이니 하는 사람들이 나올 까닭이 없다는 걸 잘 알구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내 말에 찬성을 해 준 건 역시 내 마음을 눈치채서일 것이다.
"암튼 말야........이렇게 소희 널 업구 있으니까 기분이 조아...."
"그래? 그랬담 고마워....."
인성이의 머리에서 물씬 풍겨오는 고운 향기.....그 향기에 취해서인지, 아님 병증상에서 였는지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웠다. 핑 거리며 갑자기 초점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어, 왜 이러지?"
"왜 그래, 소희야?"
"아니, 갑자기 초점이 흐려져서....."
"뭐? 그럼 빨리 병원으루 가야지...아씨. 이 길엔 택시두 안 다녀......"
"아냐. 됐어. 걍 가벼운 현기증일 뿐야...."
"이 바보야!"
"야, 소희한테 왜 화는 내구 난리야!"
"이 멍청아! 너 벌써 잊었어? 니 병의 증상은 바루 그 가벼운 현기증이란 거 몰라? 몰라서 그래? 너
설마 그래두 있겠단 건 아니겠지?"
"어차피 고칠 수두 없는 내 병인걸...."
"그래........그럴지두 모르지.....하지만!"
"잘하면 고칠수두 있는 병일지두 모르자나, 한 소희!"
"소꿉친구로서 마지막으로 충고하는 데 빨리 병원으루 가!"
"픽! 그게 충고니? 화 내는 거지...."
"한 소희!"
"글구 나.......희망 없는 거 알아........선진국에서두 이 병은 십중팔구 못 고친대자나.....암튼 이
런 날 걱정해줘서 고마워, 모두들......"
"자, 갈길 빨리 가자......."
"응. 그러자......"
"모두들....고마웠어.........모두.,........나 사랑했어.....특히....인성아, 사랑해......."
[툭..........]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렇게 나의 영혼은 육체를 빠져나가서 인성이의 누나가 있는 곳으로 가버렸다. 저 하늘나라로......영원한 세계로......
난 가끔 하늘을 바라본다. 어쩌면 소희가 날 내려다 보며 웃고 있을 지도 모르니까. 우리 누나와 함께 말이다. 그날 결국 내 곁에서, 아니 우리 곁에서 소희는 영원히 떠나버리고 말았다. 2001년 9월 10일 11시 53분. 그 시각이 바로 소희가 이 세상을 떠난 시각이다. 바로 그날 내 하나뿐인 사랑이었던, 글구 첫사랑이었던 소희가 떠나버리고 만 것이다. 하지만 이젠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내 사랑이, 아니 소희와 나의 사랑이 이렇게 끝나버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소희가 저 하늘 위에 있듯이 내 첫사랑두 하늘 위에 있다. 내가 훗날 하늘나라로 가 버리면 저 하늘 위로 가버리면 이 세상에서 못한 사랑을 맘껏 할 것이다. 아. 지금 소희가 웃고 있는 것 같다. 소희의 맑은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내 사랑이 영원히 끝난 건 아니기에 난 슬퍼할 수 없다. 소희는 지금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웃고 있을 것이다. 우리 누나와 함께. 저 파란 하늘 속에서.............영원한 세계에서...........
<끝>
그 동안 많은 사랑을 주셨던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소설은 저 혼자서 쓴 것이 아닙니다. 물론 쓴건 저 혼자이지만 제 주위에서 일어났던 많은 사건들을 통해 사고들을 통해 이 소설이 써진 것입니다. 그리고 제 경험두 약간 들어갔고요. 아무튼 정말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이 소설이 맺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본 사람들은 모두 제 강요에 의해서였지만 그래두 읽어주었으니 전 그걸로 만족 합니다. 어쩌면 하늘 아래에서 소희, 인성이, 동하, 민지같은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들의 사랑을 하게 될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 속에서 제 소설이 영원할 것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정말 짧은 소설을 쓴 것이지만 전 제 나름대로의 자부심을 갖고 쓴 소설입니다. 이 소설을 토대로 한 걸음 한 걸음 작가를 향한 길을 내딛을 것이니까요. 앞으로 더 나은 소설을 가지고 여러분 앞에 설 것을 약속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