雅號를 얻은 날
서예 활동을 하게 되면서 아호가 있어야 함을 알게되었다. 서예반에서 오래 활동한 사람들은 대개 아호가 있어서 작품에 아호를 쓰고 있고 호칭할 때도 아호로 불렀다. 지산 선생님께서도 나이든 사람한테 함부로 이름을 부르면 안된다고 하시면서 아호를 사용하여 부르는게 좋다고 하셨다.
아호는 자기가 지을 수도 있고, 지산 선생님께 부탁드릴 수도 있다. 나는 아호를 받기 전에 개인적으로 '억새'라는 畵名이 있기에 이걸 쓰면 되지 않겠나 싶어 억지로 '억새'에 漢字를 붙여 '憶塞'(생각할:억/변방:새)로 지어 보았다.
'변방(변두리)을 생각하다' 제법 그럴 듯해보이고 내 성향에도 어울렸다.
그러다가 생각을 고쳐 내 뜻을 접고 지산 선생님께 부탁을 드리니 '慧岡'(혜강/지혜의 재, 지혜의 언덕)을 지어주셨다. 어릴적 내가 살던 남천리 끝 학슬재 아래 대밭 있는 곳에서 내가 태어난 곳이라는 설명까지 곁들여 주시기도 했다. 지산 선생님은 내 큰형님과 친한 친구분이시다. 그래서 우리집안 내력을 잘 알고 있기에 거기에 걸맞는 아호를 지어주신 것 같다.
아호가 마음에 들었다. 억새는 강팍한 맛이 있는데 혜강은 넉넉한 맛이 있어서 좋았다.
이름도 커 보였다.
앞으로 이름 값 할 일만 남았다.
-2023. 10. 1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