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일
이른 새벽 아직 동녁하늘이 밝아오지도 않았는데.........
이너므 자명종이 울기 시작합니다.
잠시 울다가 말겠지 하였는데 계속해서 울어 댑니다.
슬립퍼를 끌고 닭장앞으로 가서 후레쉬를 터뜨려서 사진을 찍어도 그때문........
두시간도 넘게 목청을 돋우어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습니다.
꼭끼오~~~~ 소리에 도저히 잠을 더 잘수가 없었습니다.
옆에서 어제는 낑낑대면서 잠을 자던 아들도 오늘은 숨소리도 고르게 잘 자고 있습니다.
첫날은 힘들었었는데 두번째날은 조금 괜찮아졌나 봅니다.
대문밖으로 나와 지리산 노고단쪽을 바라 봅니다.
검정색 지붕아래는 아들이 잠을 자고 있는 민박집 별채.
멀리 보이는 산 아래쪽이 뱀사골.......
외양간에 있는 소 한마리.
주인 아저씨 이야기로는 이 소는 호텔에서 산다고 표현 하십니다.
밖에 끌고 나가서 일을 시키지도 않고 시간되면 밥주고 바닥도 축축하게 되기전에 바꾸어주고 하니
호텔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 하시는가 봅니다.......ㅎㅎ
아침밥상.........
밥그릇을 보니 어제 저녁밥보다 더 많이 담아 주셨습니다.
아마도 산길을 걸어야 되니 많이 먹고 힘내라고........ㅋㅋ
아침식사를 7시이전에 마치고 오늘 걸으면서 마셔야할 물을 각각 2병씩 준비하고........
7시반에 민박집을 출발 하였습니다.
어제 내려왔던 샛길로 다시 올라 가면서 어제의 선택은 너무나 탁월했었다고 생각 하였습니다.
오늘 걸어야 하는길은 지리산 둘레길을 개통할때 처음 만들었던 시범구간입니다.
그만큼 볼것도 많고 경치도 좋다는 곳이니 기대도 많습니다.
매동마을에서 출발하여 중황마을 - 상황마을 - 등구재 - 창원마을 - 금계마을로 이어집니다.
총 거리는 약 11km
아들이 길가에 앉아서 발목 보호대를 고쳐메고 있는데 지나가시던 어르신이 신고 있는 등산화를 보시고
하시는 말씀이 "그 신발 무겁제 ??"
할머니가 신고 계시는 신발은 발목이 짧은 고무장화 입니다....... ㅎㅎ
나 ; 어르신 이른시간에 어디가세요 ??
어르신 ; 고사리 꺾으러 가 ~~~
나 ; 그러면 산에 올라 가세요 ??
어르신 ; 아니 밭에 ~~~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고 주변을 자세히 보니 고사리밭이 많이 있습니다.
나는 고사리는 야생으로 산이나 들에서 꺾는줄 알았었는데 밭에서 이렇게 대규모로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자연산 고사리> 라는 이야기도 거짓말인가 ???
아들이 산길을 올라가다 주저 앉아서 발목 보호대를 고쳐 멥니다.
아무래도 불편한가 봅니다.
청미래덩쿨......
요것도 효소를 담그면 좋은데........
아들이 발목과 함께 시름을 하고 있을때 나는 앞서서 천천히 산을 오릅니다.
발목보호대를 정비한 후에는 걷기가 한결 편해졌는지 아들이 다시 앞서서 걷고 있습니다.
아니 이를 악물고 나머지 구간을 걷고 있는지도 모를일 입니다.
올라가고.....
내려가고......
또 올라가고........
이렇게 깊은 산중에 갤러리 ???
이곳에 징검다리가 있는것은 분명히 개울일터인데 흐르는 물은 한방울도 없습니다.
가물어도 너무 가물어서 계곡에는 물이 거의 없나 봅니다.
어느덧 산길이 끝나고 한켠이 시원하게 트인 농로를 걷고 있습니다.
산자락을 배경삼아 고즈녁하게 자리잡고 앉아 있는 집들.
앞쪽의 돌담과 소나무.
그리고 멀리 펼쳐진 산자락은 한폭의 그림이었습니다.
옆을 보면서 걷다가......
뒤돌아 서서 걸으며 뒷쪽의 풍광을 즐기고......
그리고 다시 앞쪽의 경치를 눈에 담으면서 걷습니다......
아...... 조오타...........
이렇게 높은곳에 어떻게 연못이 있으며, 연못의 물은 흐르지 않고 고여 있을수 있는지..........
찔레꽃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고 도망 갑니다.
앞에서 길을 찾아 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느새 훌쩍 커버린 또다른 아들을 발견 하였습니다.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처럼 보아 왔었던 지금까지의 편견을 버려도 될것 같았습니다.
아들아.......
어차피 너의 인생은 너 스스로 살아야 하는것이란다......
가끔씩은 힘들어도 잘 헤쳐 나가야 한다......
아빠와 엄마가 지금처럼 항상 너를 걱정해주고 감싸 안아줄수 있는 시간이
생각만큼 그렇게 길지는 않단다.......
지금 둘레길을 걷는것 처럼
가끔씩은 큰길을 버리고 좁고 험한길을 가야 할때도 있을것이고.......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길이 맞는지 틀리는지 검색하면서 가고 있지만
때로는 아무런 도움도 얻을수 없는 앙망대해에 혼자 있을수도 있단다......
그러나 어떤 험한 상황에서도 항상 길은 있단다........
절대 두려워 하지 말고 용기있게 부딛치면 길이 보인단다........
뜻이 있는곳에 길이 있고
길이 있는곳에 희망이 있단다......
아들아 ~~~
나는 너를 믿는다 ~~~
길은 어느새 산속을 빠져 나와 꽤 높은곳에 위치한 평지를 걷고 있습니다.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지리산의 풍경........
이곳을 떠나기 싫을 정도입니다.
민박집을 아침 7시30분에 출발했는데 이곳에서 경치를 구경하고 있는동안 빗방울이 후두둑 거리기
시작합니다.
지금 시각이 8시50분.......
베낭속에 항상 자리잡고 있는 비옷을 꺼내서 한개는 아들에게 입히고 한개는 내가 입었습니다.
비가 오더라도 제발 조금씩만 내렸으면 좋으련만........
금계마을까지는 아직도 8.2km 가 남아 있습니다.
한참을 걸으니 또다른 풍경이 우리를 반기고 있습니다.
다랭이 논.......
현재 지나가고 있는곳은 등구재로 올라 가는길.
경사가 심한 척박한 땅을 고르고 있는 아주머니 두분이 있었습니다.
무엇을 할려고 그렇게 고생하고 계시느냐 물었더니 이곳에 산더덕을 심으실거라 합니다.
산더덕은 이렇게 험한곳에서도 잘 자랄수 있을런지.......
아들이 등구재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쪽은 전라도땅
그리고 고개를 넘어가면 경상도땅.
경상도와 전라도를 이어주는 길목.
경상도쪽으로 넘어오니 이곳은 벌써 오디가 익어서 땅에 떨어져 있습니다.
재를 하나 넘었을 뿐인데 기온이 이렇게 다른가 ???
구불구불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걷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하기는 하지만 후덥지근한것 보다는 나을것 같아 비옷을 벗어서 베낭에 걸고 걷습니다.
언덕을 넘어서니 멀리 아랫쪽에서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벌써 금계쪽에 거의 다 왔나 ???
임도의 한켠에 만들어져 있는 조형물.
아마도 예전 둘레길을 많은 사람들이 찾아 왔을때 이곳에 작은 메모를 남겼던것들이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바랜채 볼품없이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언덕을 넘어오면 눈앞에 펼쳐지는 또다른 풍경들.
계곡을 따라 길이 오밀조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런 길들을 내려다 보면서 걷는다는것은
한폭의 그림속에 내 들어가 있는 느낌.
창원마을 윗 당산나무.
창원마을 당산나무에서 바라다 보이는 지리산 천왕봉.
창원 산촌생태마을의 옆길을 지나고......
산중턱에 걸쳐있는 밭에는 콩을 심는 아낙네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눈에 한가로이 걸음을 옮기고 있는 중늙은이의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 ???
밭의 옆길을 조용히 지나갑니다.
경사지에 만들어져 있는 다랭이 논 그리고 다랭이 밭들.
논과 밭의 사이로 만들어져 있는 길을 따라 발길을 옮기고 있습니다.
길은 다시 산으로 연결되고......
조금만 일찍 왔었더라면 활짝 피어있는 그물버섯을 볼수 있었을터인데 아깝습니다.
그나마 시들어 버린 그물을 보면서 머리속으로 멋있는 모양을 상상해 봅니다.
지리산 둘레길에서 처음 만난 으아리꽃.
고개를 넘어서니 멀리 동강의 자락이 보입니다.
산자락의 길을 따라 내려오면 만나게 되는 금계마을.
3구간의 끝까지 오는 동안 큰비를 맞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비옷을 접어서 베낭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비옷을 베낭에 넣은지 2분도 안되어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금새 소낙비로 변합니다.
아들은 베낭만 비에 맞지 않으면 된다고 하면서 저렇게 길을 내려 갑니다.
비는 점점 더 세차게 내리는데 지금까지 각 구간의 끝지점에 서 있었던 "구간 시작점" 의 안내판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곳은 함양 관할이어서 안내판이 없나 ??
어쩔수 없이 4구간 금계에서 동강까지의 안내표지판을 인증사진으로 찍었습니다.
굳게 닫힌 둘레길 함양군 안내센터.
아마도 이곳은 일요일날 근무하는 대신 월요일날은 쉬는가 봅니다.
4구간 금계에서 동강까지는 약 11km 이고 예상시간은 약 4시간 정도이니 비만 안온다면
계속 걸어도 될만한 구간인데.......
비가 오고 있으니 이번 아들과 함께 걷는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것은 3구간까지만 걷는것으로
아쉽게 마무리 하였습니다.
3구간 끝자락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1시50분쯤.
오전 7시30분에 걷기 시작하였으니 오늘도 4시간20분정도 걸었습니다.
금계마을에서 버스로 마천으로 이동하여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서울로 출발하기로 하였습니다.
아들과 함께 걸은 지리산 둘레길 1구간에서 3구간까지 2박3일.
짧은 시간을 함께 걸으면서 아비는 아들의 또다른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들의 앞날을 더이상 걱정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아들은 아빠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것도 알았습니다.
아들아 함께 해 주어서 고마웠었다.
그리고 행복했었다 ~~~^^
첫댓글 뽕잎도 모르는 분이 으아리꽃은 우찌 아신단 말인가ᆢ??
궁금해 밋치긋따ᆢ
어흠......
나도 쪼께 아는것이 있슈 ~~~ ㅋㅋㅋ
순식간에 다 봤네요 ㅎ 저두 계속 계획하고있는중이라 부럽네요 ㅎ
계획중이시면 벌써 절반은 가셨습니다.
나머지 절반도 곧 다녀 오시기를 ~~~^^
역시 열정님 멋찐 아빠에요
저두 우리 아이들과 함께 다녀오고
싶네요
사춘기라 속엣 말도 잘 안구......
둘레길 걸으며 맘속예기 좀 들었으면 .....
사춘기여서 속에다가 말을 감추고 있는것은 아닐껴.......
맛있는거 사주면서 꼬드겨 보시는것도 한가지 방법 ~~~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