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이슬비가 내린다.
이슬비를 한자로 연우(煙雨) 라고 했던가? 요즘 40%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해품달의 주인공 이름이 연우다. 세자빈으로 간택이 되고 얼마 안 되어 죽어야 했던 그 연우를 잊지 못하는 왕은 이슬비가 내리면 늘 손바닥을 펼쳐 그 비를 받았다. 운명적인 그리움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가슴에 그리움을 품고 사는 사람은 아름답다던 구절이 생각난다.
요즘 나는 시력이 갑작스럽게 나빠져서 컴퓨터 글쓰기와 독서를 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이가 들면 시력이 나빠지고 청각이 나빠지고 치아가 나빠진다는 것에 분노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데 나는 조금 고통스럽게 그 과정을 지나가고 있다. 돋보기가 아니면 신문 한 장 읽을 수 없는 서러움, 10분 이상 책을 보면 머리가 어지러워 나는 청청했던 나의 과거를 몹시 그리워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 행복은 선택이라고 하지 않던가!
오늘 책을 읽던 중 발견한 대목인데 사람들은 대부분 행복을 잔디이론으로 본다고 한다. 저쪽 잔디가 더 푸르네,
저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영어를 잘해서 좋겠다. 돈이 많아서 좋겠다 등...
부러움 대신에 자신 스스로에게 처한 상황을 늘 긍정적으로 보는것이 바로 행복의 첫 걸음이라는 글을 읽으며
행복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봄이 어디 있는지 짚신이 닳도록 돌아다녔건만 정작 봄은 우리집 매화나무 가지에 걸려 있네,
행복이 어디 있는지 짚신이 닳도록 돌아다녔건만 정작 행복은 내 눈앞에 있었다는 글처럼, 아직도 나는
많은 행복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모처럼 비가 내리니 마음이 차분해 져서 비트로 팀의 부산여행을 뒤돌아보았다. 여행은 다채로웠고 우리 것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의 마음속에 무엇이 자라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질은 현격하게 달라진다.

2012년 2월 22일 비트로팀 11명중 장재혁만 빠진 10명이 비트로 본사를 방문했다. 서울역에서 아침 9시 반 집결, 9시 55분 KTX를 탔다. 윤해경은 과일들을 챙겨오는 정성을 보였다. 김하정과 나는 사진기사로 초대한 유 선생님을 동반하여 떡 2말을 나눠들고 한 잔에 4천 원 하는 KTX 커피 값을 아끼기 위해 뜨거운 물까지 보온 통에 넣어왔으니 엄청난 무게를 감당하며 전철 계단을 오르다 진이 빠진 상태였으나 생생한 팀원들을 만나는 순간, 에너지는 금방 재충전 되었다.
새처럼 종알거리는 옆 테이블의 여성팀원들의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졸고 있는 동안 대전에서 한민씨가 합류를 했고 잠시 후 구포역에 도착, 픽업 나온 비트로 직원들의 차로 송정동에 있는 본사까지 이동하여 곧바로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야채와 가덕도 생대구탕이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맛있는 대구탕은 처음으로 먹어보았다. 옛날 임금께 진상하던 대구라고 한다. 숫대구는 쇠고기보다 더 비싼 만큼 맛도 일품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들은 신발을 만드는 공장을 직접 둘러보았다. 한 공정 한 공정 꼼꼼한 과정을 거쳐 마지막 신발이 완성되는 과정까지. 메이드인 코리아의 생생한 현장답사이자 요즘 유행하는 누드 마케팅의 일부 같았다.

생산 현장을 돌아보고 2층으로 이동하여 이원목 사장님을 만났다. 팀원들은 돌아가면서 자신에 대한 소개를 했고 사장님께서는 "비트로 팀이라는 부담을 갖기 보다는 맺은 인연으로 더욱 더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심금을 울리는 많은 말씀들을 하셨다. 종교이전에 조국이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내 것’의 소중함을 강조하셨다. 통일된 조국을 대표하는 스포츠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매진하고 있음을 전했다. 팀원들은 사장님 말씀을 들으며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의미의 '애국심'을 깨닫고 비트로를 입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한 날이라고 하였다.
잠시 후 비트로 의류 디자인팀과 신발 디자인 담당자들이 합류를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우리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유행 칼라와 트렌드, 신발부터 모자까지 전체적인 조화가 이루어지는 코디를 위해서 디자이너들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었다. 디자인 팀들은 대부분 열심히 뛰고 있기 때문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나 매력적인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매우 창조적이면서도 예술가처럼 고뇌가 동반되는 작업일 것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었다.

그런 의미 짙은 시간을 보내고 우리는 광안리의 삼삼횟집으로 옮겨 고소한 밀치와 참돔의 제대로 된 회 맛을 보고 광안대교의 휘황한 불빛을 보면서 모래사장에 모였다. 다들 겉옷을 벗고 릴레이 달리기를 하였다. 모래위의 달리기는 만만치 않았으나 처녀총각처럼 질주하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청춘의 한 가운데에 머무는 듯 했다.
펑, 펑, 화려하게 솟았다가 사라지는 불꽃의 유영을 즐기고 풍선 터트리기도 하면서 우리는 상당히 젊은 추억들을 간직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유명자와 김서희가 부산대회출전을 위해 부산에 남았고 남은 팀원들은 10시 반 KTX를 타기위해 부산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침 기차를 기다리다가 그곳에서 윤해경의 시골친구를 만나 커피숍으로 자리를 이동하여 달큰한 대화를 나눴다. 비트로 팀원들에게 각자 입맛에 맞는 과일주스를 제공해 준 그 친구 분은 배드민턴 마니아라고 했다. 그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들은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올 봄 단체복 100여벌 주문은 반드시 비트로 브랜드를 해야 한다는 주문까지 넣어두었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다양한 대화에 빠져 시간을 보내다가 하마터면 기차를 놓칠 뻔했다. 2012년 비트로 팀원들의 본사 방문은 하루일정으로는 빠듯했으나 쉽게 잊혀질 수 없는 여행이 되었다. 최고의 가치를 향하는 비트로의 의지처럼 비트로의 홍보대사로서 최고를 향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본 여행이었음은 물론이다.
**
아래는 테니스코리아에 올린 기사입니다.

첫댓글 나머지 사진들은 모두 사진모음란에 일목요연하게 올렸어요. 그 작업은 유선생이 도와서 해 주었답니다. 저는 요즘 느리게 사는 중이어요. 성격과는 달리 적응중입니다. 천천히 그러나 꼼꼼하게 살려다보니 기사가 늦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