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를 위한 국악음반 걸작선
국악 앨범 20선. (1)
이번부터 국악 초보자들을 위한 앨범 20장을 1장씩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은 스테레오 뮤직 89년 5월호를 참고 했습니다.
1.[영산회상] 연주:정농악회 (성음)
'영산회상'은 모두 9곡으로 이루어진 기악합주곡으로서, 우리나라 전통음악 중에
서 정악이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혜구 박사의 정의에 의하면 정악이란, 템포가 촉급하지 않고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의 마음을 흥분시키지 않고 진정시키는 음악이며, 직업음악가가
돈을 받고 듣는 사람의 귀를 즐겁게 하는 그런 음악이 아니고, 비직업연주자가 사
랑방에 모여 마음을 수양하려고 연주하는 음악이다.
사실 이런 의미에서 '영산회상'은 정악곡의 대표적인 악곡이며 연주 또한 풍류방
의 정신을 이어받은 정농악회가 맡아 했다는 점은 정악의 격식을 다 갖춘 것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정농악회는 원로 연주자와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중진 연
주자들로 구성된 순수 연주단체로서 이네들이 추구하는 정악의 목적이 풍류방에서
비롯된 양성정에 크게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높은 수준의 연주기량은 물론 참한 정악의 기품을 느낄 수 있는 '영산회상'의 음
악세계가 이 음반에서는 '줄풍류 영산회상'외에도 '대풍류 영산회상', '별곡'등 3가지
가 함께 녹음되었다.
2.[김죽파류 가야금 산조] 가야금:김죽파/장고:김동준 (성음 SEL 100,102)
김죽파는 가야금산조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가야금을 연주해온 가
야금의 명인이다.
그는 20세 무렵에 이미 가야금과 가야금 병창으로 일가를 이룬 적이 있고, 다시
60이 넘은 나이에 예술활동을 재개하여 당대 최고의 연주기량을 보여준 가야금산
조의 보배로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김죽파가 자신의 연주에 대해 언급한 것을
보면, "70을 넘기고서야 비로소 산조의 깊은 맛을 제대로 터득한 것 같다"고 하였
으며, "어떤 일정한 틀에 매이기보다는 가야금 열두줄 위에 자유로이 마음을 흩뿌
렸다가 다시 모으는 종교적인 법열을 느낄 수 있더라"고 하였다. 즉, 김죽파가 혼
신을 다하여 평생동안 추구해 온 것은 무엇보다도 음악의 자유로움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의 산조가락 속에 이러한 자유로움이 흐르고 있음을 암시 받을 수
있다.
이 음반은 그가 69세에 녹음한 것으로서 농현이 섬세하고, 저음에서 흘러나오는
깊은 멋이 노연주자의 연륜있는 연주세계를 꾸밈없이 드러내 주고 있다. 이 음악만
으로도 그가 70세 이후에 알았다는 산조의 의미를 알아채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3.[이생강이 연주한 한주환류 대금산조] 대금:이생강/장고:김득수 (SKC 한국음악
전집 7)
이생강의 대금산조는 고도로 숙련된 연주기교와 스승 한주환으로부터 물려받은
심오한 음악성,그리고 이생강의 거침없는 창작의욕이 한데 모여 이루어진 특별한
음악이다.
이생강은 오늘날 여러 분야의 전통음악 연주자 중에서 연주기량이 가장 돋보이
는 연주자로 정평이 나있다. 그런 이생강이 산조라는 양식을 통해 표출해 내는 다
양한 음의 표출력은 가히 일품이다. 음악이 극단적인 기교로 치우칠 경우 경박해지
기 쉬운데, 다행스럽게도 이생강이 물려받아 연주하고 있는 한주환류 대금산조는
여타의 대금산조에 비해 가장 깊은 음악성을 갖추고 있어 이러한 위기로부터 이생
강을 자유롭게 하였다. 또한 이생강은 자신의 오랜연주 경험에서 터득한 기교 중심
의 악절을 산조에 첨가하고 메나리조 등 새로운 악조를 다양하게 변형시켜 연주함
으로써 대금산조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기에 이르렀다.
CD로 녹음된 최근의 대금산조 연주에서도 역시 이생강의 거장다운 연주기량과
늘 살아 있는 참신한 창작의욕을 감상할 수 있다.
4.[성금연류 가야금산조] 가야금:성금연/장고:지영희 (중앙일보 국악의 향연 12)
성금연의 가야금산조는 깔끔하고 화사하다. 뿐만 아니라 이 음악의 구비구비에는
성금연이 지내온 삶의 노정이 맑게 투영되어 있어, 음악이 곧 그의 삶이었음을 느
끼게 하는 감동이 있다. 성금연은 남도음악의 토양에서 성장하여 해금과 경기무악
의 독보적인 존재였던 지영희와 혼인을 하게 되는데, 성금연은 이 과정에서 누구도
갖지못한 독자적인 산조세계를 이루게 된다. 즉 남도음악의 토양에 경기 음악의 정
서가 매력적으로 결합된 독특한 가야금산조를 갖게 된 것이다.
성금연은 이렇게 깔끔하고 화사하면서도, 만인의 심금을 휘어잡는 가야금 산조로
50-60년대를 독무대처럼 활약하였다. 그러므로 그의 음악은 수많은 음반과 청중들
의 가슴에 남아 유전하고 있는데, 특히 77년 남편인 지영희씨의 장고반주로 연주한
가야금산조에서 그의 산조가 가지는 다양한 매력을 가장 많이 맛볼 수 있다. 중앙
일보사의 '국악의 향연' 전집을 통해 최초로 출반되었다.
5.[신쾌동류 거문고산조] 거문고:신쾌동/장고:김재선 (신세기레코드 민1231)
거문고산조의 명인 신쾌동이 68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기 직전에 녹음을 남긴 귀
한 음반이다. 신쾌동은 거문고산조를 처음 연주하기 시작했다는 백낙준으로부터 거
문고산조를 직접 배운 뒤 스승이 다 이루지 못한 음악 짜임새를 가다듬어 오늘날
의 '신쾌동류 거문고산조'를 완성시켰다.
따라서 신쾌동류 거문고산조에는 백낙준 산조에 없던 중중몰이와 엇몰이 장단이
더 들어가 있으며 가락도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또한 신쾌동의 산조는 거문고
술대로 내려지는 대점의 빈도수가 적은 반면, 부분부분의 농현이 섬세하고 부드러
우며 리듬을 복잡하게 변형시킴으로써 초기의 거문고 산조를 세련되게 다듬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76년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연주세계를 넘어선 명인의 연주를 들어보기 어
렵게 된 지금, 여기에 담긴 노대가의 연주는 너무도 귀하게 여겨지고 있다.
6.[시조집 전3창] 창:김월하/반주:해경악회 (신세기레코드 민1234,1235,1236)
김월하의 음악입문과정은 좀 독특하다. 3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아마추어 음악
인 시조로써 음악전문가의 길에 선 그는 불꽃 같은 천재성을 발휘하면서 음악활동
을 시작한 40대 이후 오늘날까지 한국여류가객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동안 김월하는 시조는 물론 가곡, 가사, 한시, 창 및 기악연주까지 익히면서 뛰
어난 전문음악인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이 음반은 김월하가 자신의 수업시대를
종결하는 의미로 내놓은 듯한 인상이 강한 것으로서 3장의 음반에 자신이 부를 수
있는 노래 종류를 거의 수록하였다. 또한 막 세공을 마친 보석이 빛을 발하듯 그의
막힘없는 자신감과 음악성이 이 3장의 음반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어느 모로 보
나 이 음반이 김월하 노래의 결정판이 될 것 같다. 그리고 황진이의 시조 '청산리
벽계수'에서 관념이 아닌 감성으로 노래한다는 김월하의 소리가 가장 빛나 보이기
도 한다.
7.[대금정악] 대금:김성진 (중앙일보 국악의 향연 9)
'청성자진한잎', '영산회상'등, 대금독주곡의 백미편을 모아 독집으로 낸 녹성 김
성진의 대금연주 음반이다.
김성진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정악 대금연주의 명인이며 일생을 대금과 함께 걸
어온 노대가이지만, 그의 음악이 담긴 독집 음반은 흔치 않다.
따라서 이 음반에서 보여주는 김성진의 대금음악세계는 그의 일생을 대표하는
한 단면들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이 음반에서 김성진이 추구한 대금음악의 아름다움은, 기교에서 오는 숨가쁜 희
열이라기보다는 정적이고 깊은 내면의 흥을 조촐하게 건드리는 데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무현금의 세계를 추구했던 조선조 풍류객의 정신이 김성진의 대금 연주에
서 그대로 나타나며, 군자지락의 파격을 탐하지 않는 전아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평생 산조가락을 입에 담지 않았고, 연주 전에는 술과 담배도 끊고 소리의 맑은
기를 모았다는 철저한 장인정신이 이 한장의 음반에 담겨 있어서 우리는 그의 갓
맑은 대금정악의 세계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8.[수제천/동동/보허자/낙양춘/본령] 집박:성경린/합주:국립국악원연주단 (중앙일보
국악의 향연 5)
이 음반에는 '수제천', '동동', '보허자', '낙양춘', '본령' 등 궁중음악의 대표적인 악
곡이 거의 수록되어 있어, 궁중음악의 장중하고 권위있는 아름다움을 고루 감상할
수 있다. 즉, 관악기가 중심이 되는 대풍류연주에서 음의 생명력을 한없이 표출시
켜 나가는 연음형식이라든지 당악의 요소가 아직까지 남아 있어 조금 색다른 느낌
을 전해주는 당악곡, 또는 제례의식에 사용되는 '응안지악'이나 '보태평' 등등이 제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색깔을 띠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음반의 음악은 우리 궁중음악이 가지는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거의 훼손
시키지 않고 전승시켜 온 국립음악원의 연주자, 그것도 원로 연주가가 대거 참여한
녹음이라는데서도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음악적 감수성이나 섬세한 기교를 중시하
기보다는 의례적이고 장중한 맛을 더 중하게 여긴 궁중음악의 표현기법에 주목하
여 감상하면 음악의 재미를 배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9.[가야금병창] 창:박귀희 (오아시스 아 1771)
박귀희의 가야금병창은 판소리로 연마한 소리실력과 창극시대를 풍미하였던 뛰
어난 연기력, 어느 독주자에 비해도 손색없는 가야금 연주 실력이 한데 어울린 화
려한 삼위일체이다. 본래 판소리와 창극을 주로 하였던 박귀희가 주로 병창을 부르
기 시작한 것은 1971년, 그가 가야금병창의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후부터다.
박귀희는 '죽장망혜',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 '춘향가 중 사랑가', '수궁가 중 고고
천변' 등, 주로 밝고 흥겨운 곡목을 선택하여 가야금병창을 불렀다. 이 음반에서도
역시 이와 비슷한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는데 박귀희는 자신에게 맞는 음악이 밝
고 환한 것임을 미리 간파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또한 가야금의 특성과 판소리의
특성을 두루 살려내고자 하는 그의 가야금병창에 대한 해석방법이 이렇게 환한 모
습으로 형성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뭏든 박귀희의 화려한 삼위일체(판소리의 목구성+창극적인 제스처+가야금연
주)는 이 시대의 가야금병창을 대표하는 데 손색없는 것이며, 이 중에서도 짱짱한
목소리로 부른 1976년의 음반이 그의 화사한 가야금 병창을 대표한다고 하겠다.
10.[춘향가](전 6창) 창:김소희 /북:김명환 (성음)
김소희의 소리는 이지적이다. 그러면서도 그의 소리에는 끈끈한 서정과 서민적
애환이 속속들이 배어 있어 듣는 이의 가슴에 오랜 여운을 남겨준다. 또한 김소희
의 매력은 타고난 미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같은 여러가지
장점으로 말미암아 김소희의 음악성은 이미 10대 후반부터 명성을 얻기 시작하여,
SP음반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수많은 귀명창들이 예민한 청각을 가다듬어가며 그의
소리를 아껴왔다.
김소희는 현존하는 판소리 다섯마당을 두루 잘 불렀다. 그러나 그의 소리맛이 가
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춘향가'이다. 이 중에서도 1977년, 50대 중반의 고혹적인
소리로 완창한 '춘향가'에서, 김소희는 오랜 연륜과 무르익은 예술혼을 아낌없이 보
여주었다. 따라서 소리대목마다 절창이 담겨있는데, 특히 '적성가'에서 담담하게 보
여주는 심연의 깊이와 '옥중가'에서의 서늘한 한의 소리, 박석고개를 넘는 이도령의
기대에 벅찬 당당한 소리 등은 들을수록 감동을 자아내는 소리라고 하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1.[김연수 걸작집] (전5장) 창:김연수/북:이정엽 (지구레코드 LM12083)
김연수는 천성적인 소리꾼이라기보다는 학구적인 소리로 일대를 풍미한 명창이
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판소리의 연극적인 성격을 중시하여 사설 정리에 많은 열정
을 쏟았고 판소리의 연극적 효과에 관심을 기울이는 등, 김연수만의 독특한 판소리
세계를 개척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1965년에 LP 5매로 낸 김연수걸작집에는 그의 독특한 소리세계가 그대
로 나타나있어 귀한 평가를 받는다. 앨범에 담긴 다섯마당 소리가 모두 완창이 아
니어서 아쉬움은 남지만, 사설의 명징성과 소리의 극적인 효과, 성음의 분명한 표
현 등을 높이 평가하는 청중들에게 더할 수 없이 귀한 음반이다. 또 김연수의 성음
은 타고난 미성이 아니고 오래 공들여 닦은 소리로서, 명창의 진지한 성실성이 돋
보이기도 한다. 한편 김연수는 동시대에 타고난 목과 천부적인 음악성으로 대중을
휘어잡았던 임방울과 지독한 라이벌 관계에 있었는데,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두 명창의 소리를 비교 감상할 때도 이 앨범을 빼놓을 수 없다.
12.[수궁가와 적벽가] 창:임방울/북:김세준 (신세기레코드 민1237,1238)
임방울하면 '쑥대머리'가 떠오를 만큼 임방울은 '쑥대머리'로 일약 스타가 된 명
창이다. 그러나 인기의 두께를 한겹 덜어내고 그의 명창다운 면목을 알아보기 위해
서는 '수궁가', '적벽가' 등등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창극의 전성
시대에 창극을 외면하고 도도히 소리의 자리를 지켰던 그의 진면목이나, 또는 세간
의 인기를 팽개치고 돌연 독공을 쌓기 위해 잠적하곤하던 임방울의 소리에 대한
정열이 단가 한 대목으로 판가름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음반은 그의 작고 후에 세상에 나온 것으로 1956년과 1957년에 각각 녹음된
것이다. 평소 녹음을 꺼리던 성품때문에 몰래 녹음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 음반에
는 임방울의 완성된 경지의 소리로서 관중을 울리고 웃긴 마지막(?) 국창으로서의
면모가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아쉬운 점은, 녹음한다는 사실을 눈치챈 임방울이
'수궁가'를 끝까지 부르지 않아 토끼가 수궁에서 나오는 데까지만 부르고 그만두었
다는 사실이다.
13.[배뱅이굿] 이은관 (오아시스 민요 7802-756)
이은관은 '배뱅이굿' 하나로 명인의 경지에 이른 '배뱅이굿'의 명창이다. 흔히 '배
뱅이굿'은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이야기를 어떻게 이끌어나가느냐에 따라 '울리
는 배뱅이굿'과 '웃기는 배뱅이굿'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 중에서 이은관의 '배뱅
이굿'은 '웃기는 배뱅이굿'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배뱅이굿의
내용은 어찌보면 싱겁기 짝이 없어 들어볼 맘이 내키지 않을 정도이다. 그러나 여
기에 갖은 노래가락과 다양한 음성묘사, 폭소를 자아내는 재담과 연기력이 한데 얽
혀들면 훌륭한 1인극 형태의 굿이 된다.
이 점이 바로 배뱅이굿을 재미있게 하는 중요한 요인들이다. 게다가 이은관은 독
창적인 고음과 다양한 테크닉을 터득하여 자기 나름대로의 색채를 갖춘 다음 이은
관식의 배뱅이굿을 이 시대 전통음악의 중요한 목록으로 부상시킬 수 있었다. 그는
그동안 수차례 음반 취입을 해 왔는데, 이중에서도 장고 반주 하나만 곁들여 1인극
의 형태를 보여준 음반이 주목된다. 이 음반에서는 배뱅이굿에 담았던 자신의 생을
조용히 돌아보는 듯한 그의 속뜻도 엿보이고, 지금까지 닦아온 배뱅이굿을 정제시
켜 놓은 감도 느낄 수 있다.
14.[서도잡가 제 1집] 창:이반도화, 이정열(예그린레코드사 LKM 3008)
이 음반에는 우리들이 김소월이나 노천명의 시를 읽을 때 맞닥뜨리게 되는 관서
지방의 애조띤 서정이 가득 담겨 있다. '수심가'로 대표되는 서도창의 정한이 이반
도화, 이정열 두 여류명창에 의해 실꾸러미처럼 풀려나가는 것을 들으면서 우리는
서도소리의 진면목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서도창은 무엇보다도 독특한 창법과 오
묘한 목놀림에서 명인의 기가 드러나며 또한 바로 여기에서 서도창다운 아름다움
을 느끼게 된다. '떨고', ' ㅎ고', '조르고', '비비는' 독특한 목놀림이 어느 한구석 비
틀린 데 없이 쏟아져 나올 때, 대동강의 유유한 물줄기가 눈 앞에 펼쳐지는 듯 시
원스런 느낌까지 든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러한 서도소리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거니와 이 정서
에 흠뻑 취할 줄 아는 청중들도 몇 남지 않은 것 같다. 따라서 평양풍류의 명문인
기성권번에서 차분하게 가무를 익혔다가 서도소리의 마지막 아름다운 여운을 음반
으로 남겨준 이반도화, 이정열의 소리가 오늘날 더욱 귀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15.[시나위 합주와 흥타령/육자배기] (SKC 한국음악 전집 10)
남도음악의 진한 정서가 명인들의 연주와 소리에 의해 세련된 모습으로 정제되
어 있는 음반이다. 굿판에서 듣는 '시나위'나 남도 여행길에서 들을 수 있는 '육자
배기', '흥타령'이 꾸밈없는 야인의 멋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면, 전문가적인 연주기
량을 갖추고 명인의 경지를 보여주는 이 음반 속의 남도 정서는 무대예술로서 손
색없는 면모를 간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이 음악들은 기본적으로 정교한 짜임새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아무
런 약속없이 즉흥적으로 음악을 이끌어나가는 것 같은 자유로움도 맛볼 수 있게
한다. 특히 '흥타령'과 '육자배기'를 부른 안숙선, 박양덕, 김수연은 현재 절정기에
오른 판소리 명창들인데다, 혼을 다해 열창함으로써 '육자배기', '흥타령'의 제멋을
전해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더우기 앞서 시나위를 연주했던 연주자들이 이들 소리
에 반주를 맡고 있는데 서로의 '기'가 통한 듯, 살아 있는 음악을 만들어 내고 있어
남도 음악의 정서가 더욱 돋보이고 있다.
16.[선소리 산타령] 창:이창배, 정득만 외 (중앙일보 국악의 향연 24)
정득만과 이창배는 밤을 밝혀가며 소리를 배우던 젊은 시절에 만나, 평생을 함께
해온 친구 사이며, 예도의 동반자이다.
남들이 그다지 알아주지않는 서울의 잡가를 오직 생의 낙으로 삼고 부르고 아껴
오던 중 이들은 다같이 1968년에 '선소리 산타령'의 중요 무형문화재가 되었다. 이
음반의 소리는 바로 이즈음에 평생의 소리 동반자가 자리를 함께 하고, 그들의 전
수자들이 모여 녹음한 것으로서, 매우 귀한 음반이다.
1면에는 선소리 산타령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경기 선소리 산타령(놀량, 앞산타
령, 뒷산타령, 도라지타령)이 수록되어 있고 2면에는 서울소리에서 파생된 서도 선
소리 산타령(놀량 앞산타령, 뒷산타령, 경발림)이 수록되어 있어 양자의 차이도 쉽
게 비교해 볼 수 있다. 특히 이 중에서도 '경기산타령'을 부를 때의 두 명창이 마치
서로의 목자랑이라도 하듯 번갈아가며 시원스럽고 씩씩하게 뽑아내는 앞소리는 일
품이며 이런 소리들을 자유자재로 이꿀어가는 그들의 수준높은 음악성도 충분히
감상 할 수 있다.
17.[가사] 창:정경태, 이양교/장고:강낙승, 이석재 (중앙일보 국악의 향연 20 21)
정경태는 시조, 가곡, 가사 등의 노래에 두루 능한 가객이다. 이 중에서도 일반적
으로 널리 알려진 그의 특징은 시조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상 그의 음악성을 단적
으로 나타내주는 분야로 가사창을 꼽는 이가 더 많다. 즉 정교한 시김새와 부드럽
게 꾸며주는 세성, 여창가곡에서 들을 수 있는 나릿한 속청 등을 다양하게 구사하
고 있는 그의 노래 솜씨가 가사창에서 더욱 잘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정경태가 즐겨 부르는 가사는 전 12곡 중에서 '상사별곡', '황계사', '권주가',
'백구사', '매화타령', '수양산가'등이며 이 중에서도 이 음반의 1면 첫번째에 수록된
'수양산가'를 가장 잘 불렀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정경태는 정대하고 담담한 무미
의 맛보다는 예기가 담겨있는 감칠맛나는 창법을 더욱 중시하는 가객임을 알 수
있으며, 또한 가사의 해석에 있어서도 정가라는 관념보다는 우선 부르기 좋고 듣기
좋은 노래여야한다는 생각을 우위에 두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8.[흥보가] 창:박녹주/북:김동준 (중앙일보 국악의 향연 30 31)
박녹주(1904 1979)는 일제시대 이후 작고하기 직전까지 여류명창의 대명사로
꼽히던 판소리 명창이다.
송만갑, 정정열, 김창환, 김정문, 유성준 등 쟁쟁한 대명창들에게 소리를 물려받
은 까닭에 소리의 성음과 목구성이 요즘 여류들의 소리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남성적이다. 특히 박녹주의 흥보가는 동편제인 송만갑제를 물려받은 것이어서, 정
교한 기교보다는 목구성 및 성음변화에 주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따라서 박녹주의
[흥보가]는 들을수록 소리의 진면목이 우러나오는 알심있는 소리이며, 자꾸 새겨들
을수록 저절로 추임새가 터져 나오는 맛난 소리인 셈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박녹주의 [흥보가]는 [흥보가] 자체가 지니는 민속성,
해학성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였다는 점이며, 더우기 [놀부 박타는 대목] 이하의
골계적인 소리를 생략함으로써 [여류]라는 한계를 스스로 드러냈다는 점이다.
따라서 박녹주의 [흥보가]는 [흥보가]의 해학적인 재미보다는 판소리의 음악성
및 동편제 소리의 꿋꿋한 맛을 듣고 싶을 때, 꼭 새겨들을 만한 음반이라고 하겠
다.
19.[다시 듣게 된 5명창의 육성] 창:송만갑, 이동백, 김창완, 김창룡, 정정열 (성음
SEL-RD135)
이 음반은 SP음반시대의 5명창 소리를 다시 LP로 재생한 것으로, 여기에는 오
늘날까지 판소리계의 신화적인 존재로 회자되고 있는 송만갑, 이동백, 정정열, 김창
환, 김창룡의 육성이 수록되어 있다. 비록 이 음반의 음악들은 녹음상태가 좋지 않
아 잡음에 뒤섞여 나오는 것이지만, 이 음반에서 잡음을 뚫고 나오는 5명창들의 깊
은 예술혼을 느끼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송만갑의 [진국명산], 이동백의 [새타령], 김창룡의 중고제 [심청가]중의
[범피중류], 정정열의 [춘향가]등 각기 5명창들이 즐겨 부르거나 독보적인 절창으로
이름 높았던 곡들이 수록되어 있어 이 음반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케 한다. 또
음반의 맨 끝부분에는 당시 크게 성행하였던 창극을 한 장면 실어놓음으로써, 5명
창 시대의 시대적 배경이해에도 도움을 준다.
그리고, 이들 5명창의 소리에 장단을 맞춘 한성준, 지동근 등 명고의 북솜씨도
새겨들어 봄직하다.
아뭏든 이 음반은 기획자들의 말대로 [예술성과 음악사적 의의에 비중을 둔 음
반]인 동시에, 옛 명창들의 육성을 다시 들어보는 [감격적인 음반]이라고 할 수 있
다.
20.[범패] 창:박송암, 장벽응 (중앙일보 국악의 향연 27)
범패는 불교의식에서 불리는 성악곡이다. 별다른 기악반주를 곁들이지 않고 목소
리만으로 표현해 내는 이 음악은 종교음악이 지니는 신비로움과 삼국시대 이래로
전승되어 온 오랜 역사, 범패 자체가 지니고 있는 유현한 음악성으로 말미암아 매
우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러나 1000년 동안의 시간을 두고 전승되어 오는 동안 수많은 성쇠를 거듭하여
온 범패는 오늘날에 이르러 몇 명 안 되는 범패승들에 의해 어렵사리 맥을 유지하
고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박송암, 장벽응 등 뛰어난 음악성을 지닌 승려들에 의해
유현한 범패음악의 세계를 전해받게 되었다.
청량하고 화려한 성음을 지닌 박송암 스님의 소리와 무게있고 깊이있는 소리로
푸근하게 부르는 장벽응 스님의 소리가 서로 독특한 화음을 이루어가는 이 음반
속의 범패-짓소리, 홑소리-는 종교적 심성을 넘어 멀리 피안의 세계를 열어나가듯
신비롭고 장엄하게 흘러가고 있다.
초보자를 위한 국악 음반 12장
1. <국악 10집> (시나위, 육자배기, 흥타령) - (株) SKC
: '시나위'라 함은, 남도 민속 무속의 음악에서 출발한 국악의 한 형태이다. 일정
한 규율 안에서 각 악기의 주자들이 나름대로 독주를 번갈아서 연주하고 다른 악
기는 그 선율에 뒷받침하는 형식이다(그 즉흥성이나 연주 형식을 본다면 서양의
재즈와 비슷하다고 보면 됨).
이 음반에 나오는 연주자의 면면이 아주 화려하고 각 부문에서 일가를 이룬 사
람들이기에 추천할 만하다.
가야금-원장현, 거문고-김무길, 아쟁-박종선, 해금-박혜선, 대금-서용석, 피리-
한세현, 장고-장덕화. 말이 필요 없는 연주진이다. 연주도 아주 뛰어나다.
'육자배기'와 '흥타령'.
육자배기를 호남 민요의 최고봉으로 꼽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
다. 그만큼 유명하고 음악적 문학적으로 뛰어나게 갈고 닦여진 것이다. 남도 민요
의 특징들이 모두 '육자배기 토리'라고 설명될 수 있을 정도로 전라도 민요를 대표
하는 육자배기는 가락이 아름답고 시김새가 짙으며 정겨움이 물씬 흘러 넘친다. 마
치 백제의 유적지에서 출토되는 옛 유물들과 불교 미술품들이 하나같이 포근하고
우아하며 모나지 않고 부드러운 것처럼(설명서에서 옮김).
흥타령은 제목과는 다르게 아주 애절한 노래이다. '아이고 데고 흥 성화가 났네'
라는 후렴구가 붙은 것은 험난하고 힘겨운 인생을 달관했기에 그런 제목을 붙였는
지....(어떤 문헌에는 동편제의 비조인 순조 때의 명창 송흥록이 사랑하는 여인과의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이 노래를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이 육자배기와 흥타령은 안숙선, 박양덕, 김수연이 불렀고 연주는 앞의 시나위
연주진들이 했다. 무조건 사서 들어야 할 음반이라고 생각한다.
2. SAMUL-NORI : DRUMS AND VOICES OF KOREA - 오아시스
(분홍색 바탕에 상모 돌리는 사진이 있음, 엘피는 절판되었고 씨디만 있음)
: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수십만 이상의 많은 사람들이 사물놀이를 애호하여
Samulnorian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이 현상은 십 년 남짓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전통 악기를 연주하여 온 김용배(꽹과리), 김덕수(장고), 이
광수(북), 최종실(징)의 네 사람이 전통 음악의 즉흥 연주단 '시나위'로부터 이탈하
여 1978년에 결성하여 그룹 '사물놀이'를 결성하였고, <공간>에서 연주하여 대단한
호평을 받으면서 등장하였다. 그 이후로 국내에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많은 공연을
통해 한국 전통 음악의 전파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이 음반은 84년에 미국에서 제작되었고, 요즘 나오는 것은 일본에서 디지털로
재녹음하여 발매한 것이다. 이 음반의 중요성은 '사물놀이'의 초기 음반이며 따라서
원형적인 것을 알아볼 수 있는, 그리고 아주 뛰어난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다. 또 80년대 중반에 의문의 죽음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 꽹과리의 명인 김용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이 음반의 성가를 높이는 점이다.
수록곡은 '비나리', '우도굿', '영남농악', '웃다리풍물'이다. '비나리'는 잘못 들
으면 눈물을 쏟을 수도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헤드폰을 끼거나 좋은 음향 시설이 있는 곳에서 음량을 크게 해서 한번 집중
해 듣는다면 이 음반의 구입에 대해서 후회할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국
립국악원의 매점에서 구입하면 시중가의 70%인 7,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3. '판소리 명창 김연수 흥보가'(한국전통음악시리즈 제6집)
- 지구 레코드
: 1966년에 발매되고 그 이후로 절판, 애호가들 사이에서 고가에 암거래되었다고
하는데 28년만에 재발매 되어 대단한 환영을 받고 있다. 28년 동안이나 음반 창고
에서 이 귀중한 음반이 썩고 있었다니....
명창 임방울을 감성파의 대가라고 한다면, 김연수는 두뇌파 지성파의 명인이
라고 한다. 대다수의 판소리가 불분명한 발음으로 인해서 약간의 짜증을 유발하는
데에 비해서 김연수의 소리는 분명한 발음으로 훨씬 낫게 이해를 돕는다. 이것은
입으로만 전승하던 종래의 판소리계를 생각한다면 대단한 일탈이다. 김연수는 판소
리의 명인이었을 뿐 아니라 직접 창본唱本(악보)을 정리하여 분명하지 않던 대목
을 완전하게 바로잡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장 완벽하다는 것은 여백의 미를 살리지 못한다는 것과
도 일맥 통할 것이므로. LP를 듣다가 CD를 들을 때의 불만족감이라고나 할까....,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다. 그렇다고 이 음반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7년간 유성기 판으로 판소리를 독학하고 나서야 판소리 스승에게 찾아가 사
사하였다니, 그의 완벽주의는 알아줄 만하다.
이 음반에는 요즘 잘 접하기 어려운 이정업의 북 반주가 함께 있으므로 더욱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수록곡은 제비노정기, 흥보가 박씨를 심는데, 가난타령, 박타령, 박통 속에서
동자가 나오는데, 박속에서 쌀과 돈이 나오는데, 흥보가 밥을 먹는데 돈타령.
4. 국창 임방울 창극 1(적벽가) - 아세아 레코드
: 적벽가는 박동진의 소리로 잘 알려져 있지만 90년에 재발매된 임방울의 이 음
반으로 또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신나라 레코드에서 기획하여 대단한 반응을 얻었던 '유성기 복각 시리즈' 명
인 명창 선집들은 음질이 아주 좋지 않은 옛날의 음반을 바탕으로 하였기 때문에
듣기에 상당히 괴로운 것이 사실이다.
신나라에서 기획하여 킹레코드에서 나온 '한국의 위대한 판소리 명창들(3)'의
임방울 음반은 여러 판소리에서 좋은 것만 따오기는 했지만 음질이 좋지 않다.
그러나 이 음반은 적벽가이기 때문에도 그렇고, 북을 반주한 고수가 한일섭이
어서도 그렇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음질이 비교적 좋기 때문에 추천할 만하다.
해설지가 없어서 수록곡이 무슨 대목인지는 모르겠지만(1,2번 중에서 2번 곡
은 '군사설움' 대목의 뒷대목이다), 53분의 연주 시간 중에서 두어 군데만 제외하면
음질이 아주 좋다.
김연수의 소리와 비교해서 들어볼 만하다(김연수와 비교한다고 생각해서 그
런지 몰라도, 임방울이 가슴으로 부르는 애절함과 박력을 느낄 수 있다).
5. '93 일요 명인명창전 1, 서용석 대금 산조 (실황) - 서울음반 (Cantabile 레이블)
: 10개의 추천 음반 중, 대금과 아쟁의 명인 서용석과 박종선의 연주가 같이 들
어 있는 서울 음반의 Cantabile 레이블로 나온 <대금산조, 아쟁산조>라는 음반도
있지만, 결국은 다시 서용석과 박종선의 독주집을 구입해야할 것이라 생각하여, 따
로 따로 추천한다.
서용석은 해금, 가야금, 아쟁, 태평소(날라리, 호적)등에도 상당히 능하지만 대
금 연주에 1인자이므로 주로 대금 연주집이 있다.
서용석은 악기의 연주뿐만 아니라 곡을 짜는 데에도 일가를 이루어서 여러
곡을 만들었다. 이 대금 산조도 본인이 한주환에게서 배운 대금 산조에 자신의 창
작을 가미하여 만든 것이다. 원래는 50여분의 연주 시간이지만 이 음반에서는-실
황 연주 녹음 음반임- 14분 남짓 되게 연주한 곡이다.
오늘날 대금의 명인으로는 김성진, 이생강, 원장현 등이 있고 모두 뛰어난 연
주가이지만 서용석은 나름대로의 멋진 힘과 맛을 갖고 있다.
해금 산조와 아쟁 산조, 사물과 태평소 시나위가 같이 수록되어 있다. 해금은
국악원의 민속연주단원인 김성아(상당히 미인임)가 연주하고 아쟁은 서용석의 아
들인 서용호가, 장구 반주는 김청만이 하고 있다.
이 음반은 국악원에서 구입하면 시중에서 사는 것보다 더 비싸므로 일반 음
반점에서 사기를 권한다(대학로 바로크 레코드가 약간 저렴하다).
6. #1. 남도 민요 모음
- (株) SKC ('메아리'라는 레이블로 나와 있음)
#2. '93 일요 명인명창전 4, 이춘희 경기 민요(실황)
- 서울 음반 (Cantabile 레이블)
#3. 남도 들노래, 박병천 조공례 외
- 서울 음반 (Cantabile 레이블)
: 민요 부분은 꼭 집어서 추천하기가 아주 어렵다. 발매되어 있는 음반도 너무
많고 내가 아는 것은 너무 적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을 굳이 한다면 위의 세 장 중에서 하나를 '강력히' 권
하고자 한다.
민요는 지역적으로 구분하면 경기민요, 서도민요, 남도민요, 동부민요, 제주민
요 등으로 구분되며 토리-장식음처리나 발성법 등으로 대별되는 음악 용어-로 구
분하면 경서토리권, 메나리토리권, 육자배기토리권, 제주도토리권으로 구분된다.
경서토리권은 평안도, 황해도, 강원도 서북부, 경기도 북부지역이며 다시 경기
토리권과 서도토리권으로 나뉜다. 경기토리권은 경기도와 서울 지역의 토리를 말하
며 '창부 타령'이 대표적이고 서도토리권은 황해도와 평안도의 토리이며 '수심가'가
대표적이다.
메나리토리권은 강원도와 경상도 지역이고 육자배기토리권은 대부분의 남도민
요라고 불리는 것이며(시나위토리라고도 한다), 제주토리권은 제주의 섬 지역의 독
특한 음악 특징을 말한다(제주 민요는 '오돌독이'로 대표되지만 어떤 것이든지 대
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이하다).
#1.은 성창순, 오정숙이 노래하고 아쟁:윤윤석, 대금:서용석, 장고/꽹과리:김동
준, 새납:서용석이 연주한다. 화려한 연주진이다. 수록곡은 16곡(성주풀이, 화초사거
리, 까투리타령, 새타령, 진도아리랑, 강강수월래, 농부가, 육자배기, 흥타령, 개구리
타령 등등이다)이고 연주 시간은 71분이나 된다. 아주 좋은 음반이라고 생각한다.
#2.은 젊은 명창 이춘희의 공연 실황을 녹음한 것인데 안비취 명창으로부터
배운 경기 민요의 진수라 할만 하다. 수록곡은 평양가, 청춘가, 사발가, 한오백년,
강원도 아리랑, 창부 타령, 이별가, 정선 아리랑, 궁초댕기, 뱃노래 등등이다. 연주
는 피리:김찬석, 대금:이철주, 해금:김영재, 가야금:백인영, 장고:장덕화이다.
#3.은 전남 진도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무속 연주가인 박병천-대금 산조를
만든 박종기 명인의 손자-과 조공례 등이 부른 남도의 들노래 연주집이다. 수록곡
은 강강술래, 둥덩기 타령, 오곡 타령, 진도 아리랑이며 연주시간은 53분여이다.
7. 진도씻김굿 - 서울 음반 (Cantabile 레이블)
: 국악 음반 중 빼놓지 못할 것이 무속음악이다.
김혜란이나 젊은 소리꾼 ('학습무'라고 소개가 붙은 음반도 있음) 박정욱, 김석
출 등의 동해안 별신굿 등등의 음반이 있으나 여기서는 <진도씻김굿> 음반을 추
천한다.
이 음반에서 연주하는 연주진은 진도에서 오랜 동안 무가에 몸담았던 사람들
이고 무악 연주에 일가를 이루었고 무형문화재 보유자 등으로 지정된 사람들이다.
따라서 음악적 완성도도 상당하다.
무속 즉, 굿은 굿당이나 젯상 앞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
로 느끼는 것이 최상이지만, 굿판을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음반이라도 대할 수밖
에 없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음반이 가장 낫다고 말할 수 있다. 구입하기도 가
장 용이하고....
해설지에 나와 있는 것을 옮겨 본다.
씻김굿은 전라도 지방에서 행해지는 망자亡者를 위한 死靈굿의 일종(동해안
은 오구굿, 함경도는 망굿, 서울 경기도 황해도는 진오기굿/진오귀굿, 평안도는 수
왕굿 등이 있다)으로 이승에서 풀지 못하고 맺혀 있는 망자의 원한을 씻어주어 극
락왕생하도록 기원하는 무속의례巫俗儀禮이다.
장산도長山島, 영광靈光 등 시나위 무속음악권인 전라도 지역의 씻김굿 중에
서도 한반도 서남단에 위치한 섬인 진도珍島 지방의 것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
(1980.11.)되어 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다.
단골(단골무당)이라고도 불리는 이 지방의 무녀巫女 김대례金大禮와 고수鼓
手 박병천朴秉千은 이 씻김굿의 기예능보유자들이다. 이들은 세습무가世襲巫家의
출신인 바, 신병神病을 앓고 무당이 되는 경기 이북 지방의 강신무降神巫와는 성격
이 다르다.
위에 나온 대로 '씻김굿'이라 함은, 제명대로 죽지 못한 사람의 혼을 위로하여
극락에 아무 탈없이 가게 하기 위한 굿이다. 피어나지 못하고 꽃다운 나이로 요절
한 청소년이나 젊은이, 억울하게 죄 없이 죽은 사람들의 원혼을 달래는 것이 씻김
굿이므로, 그 무악巫樂도 따라서 지극히 애통절통한 성격의 음악이다.
굿 음악을 듣고자 한다면, 이 음반이 가장 낫다고 생각하여 추천하는 바이다.
수록곡은 '삼현三絃', '초혼지악招魂之樂', '손님굿', '제석帝釋굿', '혼魂 씻김굿', '
길닦음' 이며 연주 시간은 70분이 이른다.
8. 안숙선 - 지음知音 - 삼성 나이세스nices 레이블
: 백아와 종자기의 고사에서 유래한 지음.
각 분야에서 최고를 지향하는 여섯 명의 국악인이 모여서 '지음회'를 결성, 활
발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용석:대금, 윤윤석:아쟁, 김무길:거문고, 김청만:장
구, 안옥선:가야금의 육인이다.
차기 판소리의 최고 명창으로 많은 사람이 예상하는 소리꾼이 바로 안숙선이
다. 해를 거듭할수록 완숙, 완벽해지는 그의 소리는 그러한 평가와 예측을 긍정하
게 한다. 곱고 예쁘기만 했던 그의 과거의 소리를 뛰어넘는 뼈를 깎는 수련의 모습
이 보이는 안숙선을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음반은, 성창순, 오정숙, 남해성
등등의 쟁쟁한 명창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악의 초보자나 애호가들에게 가장
권할 만한 음반으로 적격이라 생각한다.
수록곡도 남도 민요인 육자배기와 흥타령, 판소리 춘향가 중 두 대목, 신민요
적인 요소가 많이 있는 '달맞이'와 '팔월가', 그리고 남도 즉흥 합주인 시나위를 구
음口音으로 이끌어 가는 '구음 시나위' 등으로 다양한 부문을 수록하여 그야말로 '
지음회'의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알 수 있도록 잘 기획한 음반이다.
총 연주 시간은 58분 여이다.
9. 김영재 해금 작품집 1 - 신나라 레코드
: 해설지에 있는 글을 옮겨 본다.
해금이라는 현악기는 {악학궤범} 권7에 의하면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이었던
호족胡族 중에서 해奚라는 부족이 즐겨 연주했던 악기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런 해
금이 고려 말기 몽고의 정치적 영향을 받았던 당시에 날라리 곧 호적胡笛과 함께
우리 나라에 소개된 이후부터, 조선시대를 거치는 동안 향악 연주에서 대표적인 향
악기의 하나로 취급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현악기는 대부분 줄을 뜯어서 소리를 내는 발현發絃
악기들이니 가야금과 거문고가 그 대표적인 발현 악기이다. 그러나 줄을 문질러서
소리를 내는 찰현擦絃 악기도 지금까지 연주되고 있는데, 해금과 아쟁이 대표적인
전통 찰현 악기이다.
발현 악기의 음향적 특징은 종소리의 경우처럼 여음餘音에서 찾아져야 하지
만, 찰현 악기의 경우는 여음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사람의 호흡 조절에 의해 소리
내는 관악기의 음향처럼 해금은 활로 줄을 마찰시켜서 소리내기 때문에, 예로부터
해금은 현악기가 아닌 관악기로 취급되었다. 관악 합주에서 해금이 피리나 젓대와
함께 삼현육각三絃六角의 필수적인 악기로 취급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등학교 때 국어 시간에 배웠던 것 중에서 깽깽이라고 불리는 해금을 우리는
잘 기억한다. 그러나 해금을 직접 본 사람은 많지 않다. 더군다나 대금 산조나 거
문고 산조를 들어본 사람은 많아도 해금 산조를 기억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리고
해금을 직접 연주회에서 보거나 굿판에서 본다면 해금에 경탄하지 않는 사람이 드
물다. 그래서 이 해금 작품집을 추천한다.
아쟁처럼 애통절통하지는 않지만 두 줄밖에 없는 이상한 악기를 연주하여 그
리도 오묘하고 멋들어진 소리를 낸다는 것은 굉장한 경험이 될 것이다.
전남대 예술대 교수로 재직중인 김영재 교수는 해금뿐만 아니라 거문고, 가야
금 그리고 전통 무용에 이르기까지, 또 서양 음악의 작곡 기법에 이르기까지 폭 넓
고 다양한 음악 세계를 가지고 있다.
이 음반에서도 해금 산조를 제외하고는 모두 그가 작곡한 음악으로서, 전통에
바탕을 둔 우리 음악의 현대화가 무엇을 말하는 것이며 그러한 작업이 얼마나 멋
진 것인지 알 수 있도록 잘 기획된 음반이다. 더구나 서양 악기인 기타와 우리 전
통 악기인 해금이 얼마나 잘 조화되고 있는가를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이 음반의
공헌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
수록곡은 '적념寂念', '비悲', '아리랑 연곡連曲', 해금 산조, '조명곡鳥鳴曲', '팔도
민요연곡八道民謠連曲' 등이고, 기타에 이병욱 교수, 장구 반주에 장덕화가 연주한
다.
10. '93 FM 명인명창전 6, 박종선 아쟁 산조(실황)- 서울 음반 (Cantabile 레이블)
: 가야금과 거문고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좋아하지만, 아쟁을 접해본 사람들은
서양 악기인 첼로나 더블베이스보다 더 처절하고 애절한 아쟁의 소리에 넋을 빼앗
기게 마련이다. 애가 끊는 사람의 소리와도 같은 아쟁은 恨과 슬픔, 그리고 그것을
초월하는 인간의 궁극을 보여주는 것같아 매우 좋다.
현재 국립국악원 민속연주단의 수석 주자인 아쟁의 명인 박종선은 민속음악의
최고 대가인 한일섭에게서 아쟁과 태평소, 장고 등을 배웠다. 그리고 스승에게서
배운 산조에 자신의 창작을 보태어 '박종선 가락'을 산조로 만들어냈다.
인간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아쟁의 소리를 한번 들어보기를 권한다.
수록곡은 아쟁 산조, 아쟁/거문고 병주, 아쟁/대금 병주, 시나위, 태평소 시나위
이며 거문고에 원장현, 대금에 서용석, 장구 반주에 김청만이 함께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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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인간문화재 오복녀 할머니의 서도소리(4집까지 발매)나 강도근 할아
버지의 동편제 판소리, 복각 음반 시리즈의 이화중선 음반, 김성진 명인의 대금, 황
병기 교수의 가야금, 정재국 한세현의 피리 연주집, 성창순이나 박동진의 판소리
음반, 원장현 이생강의 대금 연주집 등등도 권할 만하다.
첫댓글 배뱅이굿 들어 봤습니다. 별관심없이 들었던곡인데 지금 다시 들어보면 느낌이 다를것 같습니다. 시간내서 다시 들어보아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