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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아름다운 절집 다섯 곳을 서산 개심사, 강진 무위사, 부안 내소사, 청도 운문사, 영풍 부석사로 꼽은 이가 있었다. 그중 유독 청도 운문사를 못가본 것이 맘에 걸렸었는데 기어코 올해 2월에 다녀온 이야기...
청도는 경상북도라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경상남도라고 생각될만큼 먼 남쪽이다. 대구에서 부산가는 신고속도로가 생겨서 청도를 꿰뚫고 지나가지만 운문사를 가려면 경산 I.C.를 빠져나와 자인 - 동곡을 지나 운문에 이르는 길이 편하고 빠르다.
특히 동곡에는 스님자장면이라 불리우는 버섯자장면이 유명하다하여 서울에서 출발한 우리는 여행의 첫 촛점을 그 곳에 맞추었으나 동곡리입구 용천휴게소로 이전하였다는 신문보도는 이미 구문이 된채 (장사가 안되는지) 휴게소 전체가 문을 닫아걸었으며 동곡리 시내의 예전 '강남반점'을 물어 물어 찾아 가야했는데 소문(?)에 비하여 찾기도 어려웠고 생각보다 옹색한 중국집이었다.
최근에는 짝퉁 버섯자장면집이 더욱 행세를 하고 있다는 주인의 설명... 그래도 원조집을 찾은 안도감에 우리는 서슴없이 버섯자장면을 시켜먹었다.
주인 내외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면서 계산대옆 칠판을 보니 날자별로 이곳저곳 절집에서의 예약날자가 적혀 있는데, 소위 출장 요리 일정표... 즉, 부부가 예약된 절집을 찾아가 버섯자장면을 해드린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무턱대고 왔다가 출장이라도 간 날이라면 강남반점은 휴업이니 버섯자장을 먹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면 우리는 재수가 좋은거군여?...라고 맞장구를 치면서 조심스레 맛을 보기 시작했다.
버섯자장면은 녹차를 넣어 반죽했다는 면(국수)은 초록색이며 고기를 뺀 버섯등을 볶은 자장을 따로 준다. 먹어보니 그다지 맛있다거나 달착지근하지는 않았는데 담백한 맛이다.
4,500원이라는 기사를 보고 왔는데 가격표에는 5,000원이라고 다시 써붙인 상태... 결코 싸다고 볼수는 없다. 서울에서도 3,500원하는 자장면인데 이곳 청도 동곡에서 5,000원이라면 분명 비싼 가격이다. 다만 최근 밀가루 값도 올랐다 하고, 버섯등의 재료비가 일반 짜장면보다 비싸다니 그런가보다 할 밖에...
<동곡리 강남반점... 바로 옆 새마을 금고를 찾는게 빠르다.>
<버섯 자장면...>
<요금표는 5,000원으로 급히 써붙였다>
우리가 식사를 마치고 나올때 쯤 스님 서너분이 들어오셔서 자장면을 시키신다. 비로소 스님자장면이라는 소문이 虛名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운문사로 향하던중 운문댐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를 견학하였다. 미리 신청하면 누구나 견학을 할 수 있는데 취수및 정수시설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현장 견학후 상부 운문댐으로 올라가서 댐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주변을 돌아 볼 수 있다.
<내부 견학중... 시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운문댐....>
운문댐에서 운문사는 멀지 않다. 신원리 삼거리에서 좌측은 휴양림.. 우측은 운문사 들어가는 길이다.
국보1호 남대문을 태워먹은 문화재청장이 되었다고 자탄한 유홍준 교수는 그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운문사의 다섯가지 아름다움을 말한 바 있는데 ㅇ 첫째 거기에 비구니 승가대학이 있어서 항시 사미니계를 받은 200여명의 비구니 학인스님이 있다는 사실. ㅇ 둘째는 장엄한 아침예불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절인들 아침예불이 없겠는가마는 250명의 낭랑한 목소리가 무반주 여성합창으로 금당안에 가득할때 우리는 장엄하고 숭고한 음악이 무엇인가를 실수없이 배울 수 있다. ㅇ 셋째는 운문사 입구의 솔밭이다. 운문사로 들어가는 진입로 1 Km남짓한 길 양옆의 늠름하면서도 아리따운 홍송의 자태는 그것을 보며 걷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ㅇ 넷째는 운문사의 평온한 자리매김이다. 운문산, 가지산 연맥으로 이어진 태백산맥의 끝자락, 이곳 사람들이 영남알프스라고 부르는 높고 깊은 산속에 자리 잡았음에도 운문사는 넓은 평지 사찰로 되어 있으니 그 안온한 분위기는 다른 예를 찾아볼 수 없다. ㅇ 다섯째는 일연스님의 '삼국유사'가 여기에서 씌여졌다는 사실이다. 발견된곳은 인각사였지만 그분이 집필한 것은 운문사 주지시절이었다고 생각된다....고 하였다.
운문사 매표소를 지나니 그 세번째 아름다움으로 꼽았던 솔밭길이 나온다. 차량을 타고 들어가면서 본것이 못내 아쉽지만 그래도 여기가 그 솔밭이다 하면서 좌우를 살피며 들어갔다.
<운문사 입구 솔밭길....>
<스님 한분이 바랑을 메고 걸어간다.. 차를 태워드린다 했더니 소이부답(笑而不答)....>
운문사는 다섯가지의 아름다움중 네번째로 얘기한 자리매김의 평온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절이다. 솔 숲길을 지나면서 그대로 평지에 자리잡은 절집이 있다... 주변 산들은 제법 높고 험해서 상대적으로 더욱 포근해보인다.
얕은 담장 너머로 전체를 감상하면서 돌담길을 걸어가면 일주문도 없이 부지불식간에 대문처럼 들어서는 곳이 종루이다. 범종, 법고, 운고, 목어등 불교의 四物이 걸려있는 2층 종루는 저녁 예불시간이면 스님들이 직접 두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아래층은 마치 대가집 청지기처럼 숙직대기실(?)이 한쪽에 자리잡고 있다.
<적당히 낮아서 시야가 편한 돌담....>
<돌담을 따라가면 범종루가 나온다. 절집 대문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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