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아들
작가 소개
이문열(李文烈 1948- ) 서울 출생. 고향 영양과 서울, 밀양 등지를 전전하며 유년기를 보냄. 고시에 뜻을 두었으나 제대로 되지 않았고, 그 방황의 시기에 “사람의 아들”,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이 황량한 역에서” 등을 썼다. 그 이후 몇 년의 세월이 흐른 뒤 1977년 <매일신보>에 “나자레를 아십니까”가 입선되었고, 1979년 <동아일보>에 “새하곡”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수없이 많은 작품들을 발표하였으며, 그럴 때마다 세인의 관심을 증폭시킬 만큼 역량 있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 경향은 매우 다양하여 일률적으로 정리할 수 없을 정도로 폭과 깊이에 있어 높은 수준을 보여 준다. 중국 고전을 평석한 “삼국지”, “수호지”를 비롯하여 “황제를 위하여”와 같은 고전 제재의 작품을 쓰기도 했으며, “젊은 날의 초상”, “레테의 연가”,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와 같은 대중 취향의 소설에서도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개인과 집단의 관계에서 삶의 현실과 진실을 간파해 내는 일련의 작품들을 발표하였는데, 군대를 배경으로 한 “칼레파 타 칼라”, “필론의 돼지”, 교실 공간을 소재로 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 대표작이다. 그의 작품에서는 전통 정신을 품격을 주제로 한 것이 많은데, 그 보수성은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 외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대표작이 있다.
줄거리
D경찰서에 재직 중인 남 경사는 기도원 근처에서 발생한 민요섭의 피살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민요섭이 외국인 선교사의 양자(養子)로 자랐으며 뛰어난 성적의 신학도였다가 이단적(異端的) 행동으로 학교를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후 민요섭은 명문 고교 우등생이었던 조동팔의 집에 기거하며 그와 접촉하게 되었는데, 조동팔은 민요섭의 종교 사상에 매료되어 그의 신념을 실천하는 행동주의자가 된다. 한편, 그러한 내용을 탐문해 가던 남 경사는 민요섭이 쓴 소설 형식의 일기를 통하여 민요섭과 조동팔이 추구했던 기독교 부정의 신념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민요섭의 글에서 아하스 페르츠는 예수와 동시대의 인물로서 부보에 의해 훌륭한 랍비(율법사)가 되도록 양육된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여러 가지 갈등과 회의 끝에 기독교적 신념을 포기하고 긴 순례의 길을 떠난다. 그 과정에서 진정한 신을 찾지 못하고 돌아온다. 그 후 단식을 통해 ‘위대한 영(靈)’과의 접촉을 이루고 예수와 논쟁한다. 그리고 유다를 부추겨 예수를 고발하게 하고 예수를 최후를 지켜보다가 시공(時空)을 초월한 방랑의 길을 떠난다.
남 경사는 끈질긴 수사 끝에 조동팔의 거처를 알아내고, 민요섭을 죽이게 된 배경과 경위를 듣는다. 조동팔은, 기독교 신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신성(神聖)’을 발견한 민요섭의 사상을 극단적으로 실천하다 민요섭의 기독교 회귀로 자신의 실천력이 희석되는 것을 두려워했노라고 말한다. 결국, 자신의 행동적 신념 유지를 위해 민요섭을 죽이게 되었다고 고백하며 음독 자살한다.
핵심 정리
갈래 : 장편 소설
배경 : 종교적 이념과 모순된 사회 현실
성격 : 실존적. 종교(기독교)적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구성 : 의문을 풀어 나가는 추리적 구성
발단 - 기도원 근처에서 발생한 민요섭 피살 사건을 남 경사가 수사하게 됨
전개 - 남 경사는 민요섭의 글에 쓰인, 신에 대한 부정과 종교적 갈등에 관심을 가짐
위기 - 글 내용으로서, 아하스 페르츠가 새로운 신을 갈망하며 고행하는 방황의 기록
절정 - 조동팔의 극단적 행동을 반대하며 민요섭은 기독교에 회귀함
결말 - 자신의 행동적 신념을 위해 조동팔은 민요섭을 죽였다고 고백하며 음독 자살함
주제 : 종교(기독교)적 이념과 배치된 사회 현실의 극복과 인간 존재의 근원적 의미 추구
출전 : <세계의 문학>(1979)에서 중편으로 출간. 1987년 장편으로 개작. 1993년 다시 부분 손질하여 출간
등장 인물
민요섭 : 기독교 부정의 이념을 지니다가 다시 귀의함. 조동팔의 극단적 행동에 신념 체계를 주입한 인물
조동팔 : 명문 고교 우등생이었다가 민요섭을 만나 그의 사상을 믿고, 종교 부정의 극단적 행동을 함
남 경사 : 민요섭 피살 사건의 수사관. 고시 공부와 소설 쓰기 경력의 소유자로 이 작품의 진행자 역할
아하스 페르츠 : 내부 이야기의 주인공. 예수를 부정함
이해와 감상
이 소설은 민요섭이란 인물의 살인 사건을 담당한 남 경사의 사건의 추적 속에 아하스 페르츠를 주인공으로 하는 민요섭의 소설이 또 하나의 이야기로 담겨 있는 액자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민요섭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에서 기독교의 원리와 질서 체계에 회의하고 부정하는 반 기독교적인 모습을 아하스 페르츠를 통해 나타내고 있다. 태초에 야훼께서 천지를 창조하고 인간에게 낙원을 내려주셨을 때 선악과의 유혹을 거절할 수 있는 힘과 지혜도 주지 않고 원죄로 단죄하여 훗날 이브의 후손에까지 고통의 나날로써 대가를 치르게 하셨을까. 인간에게 악이 있다면 그것은 천지를 창조한 야훼의 책임이며 야훼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악이라면 전지전능의 신은 부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 우리의 신은 인간의 고통에 무감각하며 방관한 채로 언제일지 모르는 훗날의 막연한 구원만을 기다리라 하는 것인가. 또한 헐벗고 굶주린 인간으로서 지키기 어려운 구원의 조건 - 하늘에 재물을 쌓고 원수를 사랑하라는 인격을 갖춘 사람만이 구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야훼의 말씀은 또 무엇인가. 민요섭은 후세 기독교인에 의해 사탄의 아들로 알려진 아하스 페르츠를 인간의 정의와 지혜로 신에 의존하지 않고 인간 스스로 인간 세상을 구하려는 진정한 '사람의 아들'로서 그려내고 있으며, 이에 맞서 야훼의 아들인 예수를 독선의 상징으로 하여 거짓 '사람의 아들'로 부정한다. 이는 죄 많은 인간을 말씀으로써 고통으로부터 구원하고 말씀으로서만 죄업으로부터 회개시키기 위한 예수를 일곱 번 만나 공박하는 부분에서 잘 나타나고 있고, 주인공 민요섭은 기존의 종교계에서 모순을 느끼고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 절대적 신의 존재를 찾아 헤맨다. 그가 꿈꾸는 완전 무결한 '신'을 찾아 헤매는 과정들이 독자로 하여금 '신'과 '종교'에 대하여 한번쯤 생각해 보도록 한다.
“사람의 아들” 을 단순히 종교를 주제로 한 소설로만 보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책이 쓰여진 1970년대의 시대상을 반영하여 사회적인 입장에서 본 기독교의 원리에 대한 부정은 사회에 편재해 있는 온갖 부정과 불평등에 대한 특권층의 합리화를 부정하기 위함이다. 이를 비판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으려 한 민요섭과 조동팔의 시도가 끝내는 실패한 까닭도 사회의 모순에 있다고 한다. 사회의 잘못에 무감각한 인간들과 어쩔 수 없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의 인식 속에서 민요섭은 지치게 되고 조동팔의 의지도 꺾이고 만 것이다. 이들이 세운 신은 인간들 스스로의 자체적인 구원을 희망한다. 신의 힘으로 인간 세계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논리와 인간의 정의를 통한 용서와 구원, 지극히 인간적인 문제에 더욱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작가의 의도는 기독교의 모순을 통해 사회를 성찰하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었고 두 젊은이의 시도를 실패하게 하는 원인으로 사회의 모순과 무감각을 들고 있고, 신은 우리의 영원한 주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