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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인천 송도 신도시의 그늘 02] |
김연아, 부동산 금메달 딸 수 있나 송도 커낼워크 아직 썰렁 상권 활성화 미지수 … 명품아웃렛 유치에 사활 걸어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
“호기심에 왔다가 그냥 가요. 너무 썰렁하니까….” 최근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가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에 상가 3채를 구입한 사실이 화제가 됐다. 인천 연수구 구도심에서 송도 방향으로 달리다 송도3교에서 우회전하면 바로 보이는 커낼워크(Canal Walk)가 화제의 현장. 이곳에 자리한 커낼공인중개사 직원은 “김 선수 얘기가 알려진 뒤 구경 오는 투자자들이 좀 있지만 매매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커낼워크는 근사하다. 가운데 수로(水路)를 끼고 전체 4개 블록에 각각 2개씩 총 8개 건물이 배치돼 있다. 외관은 붉은색 마감재와 유리, 나무가 적당히 어우러져 멋스럽다. 상가의 총 길이는 780m. 산책하듯 걸으며 쇼핑과 외식을 즐기도록 한다는 기획 의도가 엿보인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밀라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을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김 선수는 지난해 9월 402동 상가 3채를 분양받았다. 1층에 하나, 바로 그 위에 자리한 2층 상가 둘을 총 30억 원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아 상가’는 수로 변에 자리하고 바로 옆에 에스컬레이터가 있어 입지가 좋다는 평가다.
상가 3채 30억 원에 구입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가 시행하고 포스코건설이 시공한 커낼워크는 2009년 10월 입주가 시작됐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도 텅 비어 있다. 340여 개 상가 중 영업을 하는 곳은 부동산중개업소 5개가 전부다. 1~2층은 상가이고 3~5층은 오피스텔인데, 오피스텔 10채 중 6채에 사람이 살고 있다. 현재 시세는 분양가 그대로. 오피스텔의 경우 분양경쟁률이 20~30대 1에 달하고 3000만~5000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었기 때문에 사실상 가격이 하락한 셈이다. 아직 분양되지 않은 상가 물량도 꽤 된다. 부동산중개업소에는 벌써 팔려고 내놓은 점포들도 여러 채 있다고 한다. 쇼핑몰로 성공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투자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멋지게 지어진 건물이 반년째 개점휴업 상태인 이유는 먼저 송도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상복합아파트 더샵퍼스트월드(2600여 세대)의 입주가 완료되고, 컨벤션센터인 송도컨벤시아에서 국제 행사가 종종 열리며, 지난해 인천대학이 이전해왔을 뿐 나머지 송도 프로젝트는 미완성 상태다. 손님이 없으니 가게 문을 열 수조차 없는 셈. 커낼워크 인근에만 6000여 가구의 아파트를 건설 중이지만, 커낼워크는 아파트 주민들에게만 기대서는 상권이 유지되기 어려운 규모다. 유동인구가 커낼워크를 많이 찾아줘야 한다. 즉, 송도가 살아야 커낼워크도 산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손님이 많아질까. 이에 대해서도 의견이 둘로 갈린다. 연세대 송도캠퍼스 등 대학들이 더 들어오고, 포스코건설 본사가 이전해오며, 지상 68층 규모의 동북아트레이드타워가 완공되면 송도가 활기를 띨 것이라는 의견이 하나다. 이곳 부동산중개사들은 “커낼워크 인근에 외국인병원이 들어올 예정이라는데, 거기 직원만 해도 7000여 명”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송도가 계획대로 ‘국제도시’로 성공할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는 쪽도 만만치 않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대표는 “송도가 미완성 도시라곤 하지만, 현재 준공 대비 활성화가 무척 더딘 편”이라면서 “계획대로 기업 유치가 가능할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닥스플랜 봉준호 대표는 “예정된 프로젝트가 다 실현될지 기약이 없고, 실현된다고 해도 규모가 너무 커서 그 공간을 채우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송도 프로젝트는 이미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NSIC는 외자 유치 실적이 극히 미비하자, 인천시로부터 사들였던 송도 땅을 다시 인천시에 되파는 것을 검토 중이다. (계속) |
커낼워크의 발목을 잡는 것은 송도의 불확실한 미래 말고도 또 있다. 바로 ‘분양상가의 한계’다. 쇼핑몰이 성공하려면 철저한 사전 시장조사와 지역에 맞는 MD(상품구성) 기획이 필수다. 그러나 분양상가는 대부분 이런 준비 없이 추진된다. 리테일산업 관계자는 “시행사는 쇼핑몰 전체의 성공에 관심 없고, 최대한의 분양금 수익만 목적으로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상가 주인이 100명이 넘어 쇼핑몰 전체를 위한 합리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임대상가(건물주가 1인 혹은 1개 법인으로, 분양이 아닌 임대로만 운영되는 상가)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전략적인 MD 관리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쇼핑몰 성공 사례로 꼽히는 서울 청계천 서울파이낸스센터,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 명동 눈스퀘어,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이 모두 분양상가가 아닌 임대상가다.
김연아 기념품숍 운영 소문도 그나마 다행인 점은 NSIC와 포스코건설이 커낼워크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커낼워크가 실패하면 앞으로 송도에서 분양해야 하는 다른 상업시설 프로젝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커낼워크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NSIC와 포스코건설은 주상복합단지인 센트럴시티Ⅰ과 센트럴시티Ⅱ를 착공한 상태다. 포스코건설이 빼내든 카드는 커낼워크에 명품아웃렛을 입점시키는 것. ‘주간동아’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NSIC와 포스코건설은 국내 쇼핑몰 운영회사를 통해 이탈리아 명품아웃렛의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4개 블록 중 3개 블록을 명품아웃렛에 임대하고, 나머지 1개 블록에는 식음료매장을 입주시킨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올 하반기 명품아웃렛의 개장을 목표로 임대료, 임대기간 등 계약조건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낼워크 측은 이러한 계획을 반기는 분위기다. 커낼워크에 명품아웃렛이 들어서면 서울과 경기권 고객들이 신세계첼시의 ‘여주프리미엄아웃렛’보다 가까운 송도로 발길을 돌리지 않겠느냐는 것. 여기에 ‘김연아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김 선수가 소유한 상가 3채는 김 선수 측이 직접 기념품숍을 운영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선수의 아버지 김현석 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부동산투자는) 사생활이니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커낼워크 측은 “김연아 기념품숍이 들어선다면 외국인 관광객들도 찾아오는 국제 명소가 될 것”이라는 분위기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김 선수 상가는 명품아웃렛에 임대하지 않고 직접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 피겨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김 선수. 세상에 알려진 그의 첫 번째 부동산투자 또한 ‘금메달감’으로 판명될까. 그 답은 송도의 미래와 분양상가 회생 전략에 달려 있는 듯하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