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윤이네 약초 홈페이지 바로가기
클릭 http://www.소윤이네약초.kr/
즉석 복권 1등 주인은 긁은 사람? 돈 낸 사람?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로또 1등 당첨. 많은 사람들이 꿈꾸지만 실현되기란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수억, 수십억 원의 당첨금을 손에 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운을 타고난 것일까. 그런데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은 돈 때문에 크고 작은 분쟁에 시달려야 했다. 당첨 전보다 오히려 불행해진 사람들도 있었다. 그것도 당첨 후에야 다가오는 행복한 고민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복권의 주인이 누구인지, 당첨금을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 재판 속으로 들어가 본다.
〈사례 1〉
이한량(가명)씨는 별다방의 단골이다. 아니 식구와 다름없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잠시 외출하거나 식사하는 때를 제외하고는 다방에 죽치고 앉았다. 손님을 만날 때도 항상 별다방을 이용했다. 어느 날 그는 다방 마담과 여종업원 A, B씨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심심하니 즉석 복권을 긁어 보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A씨는 이씨의 돈으로 500원짜리 복권 4장을 사 왔다. 4명이 1장씩 긁은 결과 A, B씨가 각각 1,000원에 당첨됐다. 그리하여 당첨금을 다시 복권 4장으로 교환한 후 1장씩 골라잡았다. 2명에게 '대박'이 터졌다. 마담과 A씨가 각각 2,000만 원에 당첨된 것이다. 기뻐서 어쩔 줄 모르던 A씨는 손님이 오는 바람에 일단 탁자에 복권을 내려놓았다.
그사이 이씨는 당첨 복권 2장을 들고 나와 버렸다. A씨가 돌려달라고 따지자 그는 "나중에 돈을 찾아서 주겠다"며 계속 미뤘다. 며칠 후 이씨는 은행에서 당첨금 전액을 지급받은 후 나머지 세 사람에게 100만 원씩만을 내놓았다. A씨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돈을 돌려준 후 이씨를 고소했다.
복권 당첨금은 누가 얼마나 가져가야 옳을까.
① 복권 구입 자금을 댄 이씨가 4,000만 원
② 당첨 복권을 긁은 마담과 A씨가 2,000만 원씩
③ 복권을 긁은 4명이 똑같이 1,000만 원씩
먼저 이씨의 항변이다. "애초에 내 돈으로 복권을 구입한 만큼 복권도, 당첨금도 전부 내가 주인이지. 다른 사람들은 그냥 나 대신 긁어봤을 뿐이야. 100만 원도 고맙게 생각해야지."
반면 A씨는 코웃음을 쳤다. "천만의 말씀. 복권은 한 장씩 나눠 가진 거잖아. 그중에 내가 긁은 복권이 당첨된 거라고. 2,000만 원은 당연히 내 돈이지."
법원도 심급마다 해석이 엇갈렸다. 이씨에게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의 근거는 "이씨가 복권을 세 사람에게 준다고 말한 적이 없고, A씨 등은 고액이 당첨되면 일부를 사례로 받을 수 있다는 내심의 기대만 있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판결은 이씨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결과를 다시 뒤집는다.
"4명은 평소 친한 사이이고 복권 가격은 1장에 500원에 불과하며 4명이 1장씩 골라서 긁었다. 따라서 이씨의 복권을 세 사람이 대신 긁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4명 사이에는 누가 당첨되더라도 당첨금을 공평하게 나누거나 공동 사용하기로 묵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당첨금 전액은 4명의 공유이다."
정답은 ③번. 똑같이 나눠 가져야 한다. 법원은 "이씨가 A씨의 몫을 반환할 의무가 있는데도 거부하고 있다"며 횡령죄각주 를 인정했다. 복권을 함께 긁어서 당첨됐다면 싸우지 말고 함께 나눠 가져야 한다. 이것은 인간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길이기도 하다.
당첨금 보관 동거녀, 안 돌려주면?
〈사례 2〉
조운수(가명, 남)씨와 안재수(가명, 여)씨는 헬스클럽 코치와 회원으로 처음 만났다. 둘은 교제를 하다가 혼인신고 없이 동거에 들어갔다. 남편 조씨가 뚜렷한 직업을 갖지 못해서 안씨의 수입으로 살아가다 보니 두 사람은 경제적인 문제로 싸움이 잦았다. 결국 별거에 들어갔다. 조씨는 딸을 보기 위해 한 달에 한두 차례 안씨의 거주지로 찾아가거나 가끔 연락을 하고 지내는 정도였다.
돈 문제로 항상 위축돼 있던 조씨에게도 인생 역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로또 1등에 당첨된 것이다. 당첨금은 27억 원. 세금을 제하고도 18억 원이 넘었다. 조씨는 안씨에게 이 사실을 숨기다가 다시 잘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나흘 만에 당첨 사실을 알렸다. 두 사람은 모처럼 웃으며 당첨금을 찾으러 갔는데 조씨가 신분증을 가져가지 않아서 돈은 모두 안씨 통장으로 입금됐다. 그 후 얼마간 당첨금은 안씨가 보관하면서 조씨가 원하는 금액을 요청하면 안씨가 그 돈을 원하는 계좌에 보내는 방식으로 관리했다.
견물생심이었을까. 한 달이 지난 무렵부터 안씨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조씨가 가족들에게 복권 당첨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를 들어 송금 협조를 거부했던 것이다. 화가 난 조씨가 당첨금을 전부 돌려달라고 하자 안씨는 급기야 "내 돈"이라고 맞섰다.
조씨는 당첨금 반환 청구 소송을 냄과 동시에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민사소송부터 보자. 1심인 서울중앙지법은 안씨가 가정에 이바지한 사정을 주의 깊게 살폈다. 두 사람이 동거하는 동안 안씨의 수입으로 생활했고, 별거 중에도 안씨가 경제적인 도움을 준 건 사실이었다. 법원은 조씨가 당첨금 수령 당시 안씨를 믿고 통장에 예치한 점까지 감안하면 "당첨금은 부부 공동으로 사용할 의사로 맡겼다"고 판단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18억 중 10억 원은 조씨에게 돌려주더라도 8억 원은 안씨의 몫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경제적 대가와 자녀 양육비 명목으로 8억 정도는 조씨가 증여하려는 의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조씨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1심 판결에서 당첨금을 '10억 원과 8억 원'으로 분배한 근거부터가 명확하지 않았다. 게다가 증여각주 라는 개념을 끌어들여 그동안 고생한 안씨를 보상하려는 듯한, 다소 온정적인 태도가 엿보였다.
이 때문인지 항소심은 좀 더 선명하게 접근했다. 먼저 당첨금의 소유권에 대한 판단이다.
"조씨가 복권을 구입해서 당첨됐고, 다만 신분증이 없어서 안씨 명의로 당첨금을 수령한 것뿐이다. 당첨자는 조씨다."
1심의 증여 판단에 대해서는 "그동안 안씨가 경제적 도움을 준 것도 맞고 조씨가 재결합을 기대하면서 당첨금을 맡긴 것도 사실이나 이것만으로는 증여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정했다. 따라서 당첨금을 맡긴 것은 증여가 아닌 임치(任置) 계약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민법 693조는 임치를 이렇게 정의한다.
"임치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해 금전이나 유가증권 기타 물건의 보관을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효력이 생긴다."
2009년 항소심인 서울고법은 "안씨는 18억 원 전액을 돌려주라"고 판결했고, 사건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런 판단은 형사재판에도 영향을 미쳤다. 안씨는 당첨금 중 6억여 원만 받고 나머지를 포기하라는 제안을 조씨가 받아들이지 않자 당첨금으로 가입한 13억 원짜리 적금을 해약해서 절반은 통장에, 절반은 현금으로 보관했다. 형사 법정은 이것이 "보관금의 반환을 거부한 횡령"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자신의 계좌에 당첨금이 있다는 이유로 자신이 당첨자라고 주장하면서 거액의 당첨금 반환을 거부하는 안씨의 죄질이 불량하다"며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대법원까지 갔지만 달라질 건 없었다.
조씨와 안씨는 비록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으나 결혼식을 올리고 자식까지 낳은 사이다. 돈이 없어서 사이가 벌어졌던 두 사람은 결국엔 돈이 너무 많아서 완전히 갈라서게 됐다. 돈이 있다고 다 행복한 건 아니라는 말이 맞긴 맞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