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이를 두고 떠나면서 흘리는 눈물
대전시 서구 둔산동 은하수 아파트 108-807호는 우리 가정이 2년 동안 재미있게 살고 있는 집이다. 나도 아내도 대전을 좋아하지만 우리 두 아들 민섭이와 은섭이는 대전을 너무 좋아한다. 그리고 그들이 다니는 둔산초등학교도 한국에서 제일 좋은 학교라고 자랑이 대단하다.
이 아파트를 거쳐간 식구들이 많다. 첫 번째가 삐삐와 삐악이다. 삐삐와 삐악이는 민섭이와 은섭이가 학교 앞에서 300원 주고 산 병아리이다. 너무 크게 자라서 아파트에 키울 수가 없어서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갖다주었다. 우리 아이들의 기도제목은 “제발 삐삐와 삐악이가 우리를 기억하게 해주세요.” 였다. 할아버지 댁에서 너무 잘 자라서 큰 닭이 되었다. 다시 두 아들을 만났을 때 삐삐와 삐악이는 기억하지를 못했다. 그래서 민섭이와 은섭이는 섭섭하게 생각했다. 우리 두 아들은 닭이 얼마나 지능지수가 낮은지를 모른다.
또 식구하나는 동섭이다. 동섭이는 우리가 이 집에 처음 이사와서 산 거북이다. 그러니 우리와 가장 오랫동안 지냈다. 여전히 잘 자라서 이제는 제법 큰 거북이가 되었다. 말없이 물속을 어슬렁 어슬렁 거리면서 다니고 있다. 동섭이가 외로울 것 같아서 새끼 거북이를 한 마리 사서 같이 넣어 두었다. 이름을 둔섭이라고 지었는데 얼마 전에 죽어 버렸다. 또 식구 하나는 딸랑이였다. 딸랑이는 아내와 함께 고등학교에서 상담교사로 섬기는 자매가 선물해 준 강아지다. 이 강아지가 제법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니 짓기 시작하고 냄새도 많이 났다. 원래 개를 못 키우게 된 아파트의 규정도 염려가 되었다. 이 딸랑이는 무척 정이 들었다. 운동도 시키고 산책도 했고 늘 만져주고 목욕시켜 주었으니까 얼마나 정이 들었을까. 딸랑이도 오랜 설득끝에 시골 할아버지 댁에 보냈다. 딸랑이를 떼어놓고 대전에 오면서 은섭이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딸랑이를 위한 은섭이의 기도제목이다.
“주님, 딸랑이가 다음에 만났을 때 나를 기억하게 해주세요. 딸랑이가 너무 까불지 않게 해주세요. 젊잖은 숫강아지를 만나서 까불지 않는 새끼 강아지를 낳게 해주세요.”
은섭이의 기도제목을 들으면서 나의 마음에도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뀌고 더욱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꿔지게 하소서!” 이것은 나의 두 아들을 향한 기도제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