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호 <월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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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헤매 다녔지요
세상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그대 찾아
부르튼 생애가 그믐인 듯 저물었지요
누가 그대 가려 놓았는지 야속해서
허구한 날 투정만 늘었답니다
상처는 늘 혼자 처매어야 했기에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흐느낌
내가 우는 울음인 줄 알았구요
어찌 짐작이나 했겠어요
그대 가린 건 바로 내 그림자였다니요
그대 언제나 내 뒤에서 울고 있었다니요
* * *
그림자와 빛의 걸음걸이는 결국 하나이다
- 강연호 ‘월식’
지구가 태양과 달 사이에 놓여 이 셋이 일직선이 되면 지구의 그림자가 보름달의 표면을 가리게 된다. 이 때 지구의 밤에 있는 는 은 전체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가려진 달을 보게 된다. 이 시는 달이 전체적으로 가려지는 개기월식 현상을 소재로 삼아 사랑의 한 단면을 노래하고 있다.
혹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지? 이제껏 나와 만났던 사람 가운데 진심으로 나를 사랑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아. 혹은, 내 주위에 있는 누구도 내 슬픔을 이해하고 있지 않아. 혹은, 왜 나만 이렇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상처를 받으면서 살아야 하는 거야.
이 시는 뒤늦게 자신을 진실과 정성으로 사랑하는 누군가의 존재를 깨닫는 이야기로 읽어도 좋지만, 한편으론, 스스로 만든 그림자에 가려 자신의 삶에 두루 퍼져있는 빛을 느끼며 기뻐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노래한 것으로 읽어도 무방하겠다.
내게 그림자가 있다는 것은 그림자 반대편에서 내가 빛을 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때 내 시선이 오직 그림자 쪽에만 쏠려 있으면 나는 내가 빛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수 있다. 어두움 속에 갇힌 시선은 자신은 물론 다른 것조차 알아볼 수 없게 된다. 이 때 사람은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모든 고통스러운 신음의 근원지가 오롯이 자기 자신이라 착각하게 된다. 과연 그럴까?
사람은 누구나 다른 누군가에게 빛이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이 온통 어둠뿐이라 해서 나조차 어둠이라 생각하는 것은 오판이다. 그런 오판이 극단의 고독감을 일으키고 자살 같은 극단의 결심을 하게 한다. 그림자의 걸음걸이와 빛의 걸음걸이는 사실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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