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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동석산(240m)을 가다
언제? : 2013년 3월24일
날씨 : 약간 흐림
위치 : 전남 진도군 지산면 심동리 가학리 가치리
개요 : 동석산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때부터 내가 즐겨찾던 산이다
그때는 아무런 안전줄이나 안전조치들이 전혀 되어있지 않았고 우회로 표시도 없고 오로지 희미한 길을따라 가야만 했던 오지의 자연 그대로였다
겁많은 여성대원들은 우회로를 타게 햇었지만 우회로도 가끔 암벽의 옆땡이를 타는곳이 있어 그곳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쩔쩔매던 기억들......
그러나 인터넷의 위력은 대단했다
선등자들의 블로그 산행기 혹은 카페 사진을 보고 전국의 산악회들이 모여들기 시작해서 지금은 우회로에 안전줄이나 안전바 등의 시설들이
잘 되어 있었지만 종성교회 뒤에서 올라가는 178봉쪽은 해남군에서 안전을 위해 아예 산객들이 매어놧던 가느다란 밧줄마져도 모조리 제거해 버렸다
덕분에 그 옛날을 회상하며 우회로를 전혀 이용하지 않고 칼날 엣지능선을 손가락을 이용해 네발로 릿지를 즐길수 있었다
이번 산행에서 한가지 아쉬운건 대구의 모 산악회 회원들이 가져온 자일에 우리의 대원 마지막 두명이 남았는데 빨리 가야 한다며 자일을 걷어가
버렸을때의 야속한 인심....결국 그들의 일행들이 우리보다 훨씬 뒤쳐지더만....
그래도 우리 일행들은 그들에게 220봉에서 만났을때 막걸리를 권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코스 : 종성교회 - 직벽구간 - 178봉 - 칼날암릉 - 220봉 - 동석산 정상(240m) - 석적막산 - 가학재 - 큰애기봉 - 세방낙조 주차장 (4시간)
해남군에서는 안전을 위해 천종사에서 올라가는 코스만 안전시설을 해놓았다
종성교회쪽에서 올라가는 코스 곳곳엔 위험하니 돌아가라는 해남군의 경고판이 세워져 있었지만 다른 산악회 두어팀들이
자일을 펴고 회원들을 한사람씩 올려 보내고 있었다
산악회 두팀이 이곳에서 헤메고 있으니 정체는 심할수밖에.....
우리 일행들은 사진의 우측으로 릿지로 오르고 여성회원 두분은 양해를 구해 자일을 이용해서 올랐다
첫 직벽을 오르고나면 또다시 내려가는 코스에 자일을 펴야 하는곳이 있어 여기서도 정체는 더욱 심해지고....
나는 외길을 막고 서서 기다리는 분들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는 릿지로 암벽을타고 곧바로 올라왔다
바위 너머에는 기다리는 사람들끼리 서로서로 손을잡고 끌어주고....
건너편 178봉엔 먼저 올라간 선등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그 아래쪽엔 천종사에서 올라오는 팀들이 중업바위를 지나고 있다
저 중업바위엔 이 동네에 전해져 내려오는 설이있다
옛날 이 바위에 수도승이 한명 살았다고 한다.
중업바위엔 커다란 구멍이 아나 있는데 이 굴에서는 신기하게도 한사람이 먹을수 있을만큼의 쌀이 매일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이 수도승은 먹을 식량 걱정이 없으니 탁발도 다닐 필요도 없이 늘 태평한 얼굴로 항상 기름기가 자르르 흘렀다.
동네사람들은 보릿고개마다 먹을거리가 떨어져 모두가 피골이 상접한데
이 수도승은 탁발도 안다니면서 얼굴은 늘 기름져 있어서 동네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그어딜가나 궁금증은 못참는 사람들이 꼭 한두명은 있는법.
이동네도 그런사람이 한사람 있어서 어느날 몰래 그 스님의 동태를 살피는데 이윽고 밥지을 시간이 되자
이 스님은 중업바위의 굴속에서 쌀을 담아오는것이 아닌가?....
이 동네사람은 혼자서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몰래 들어가서 그 구멍엘 가보니 쌀이 한줌밖에 나와있질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 이사람은 그 구멍속을 몽둥이로 후벼 팠더니 더이상 쌀은 안나오고 그대신 핏물이 뚝뚝 흘러내렸다고.......?
깜짝 놀란 이사람은 혼비백산해서 도망을 가다가 그바위에서 떨어져 죽었고
수도승도 그 후로 시름시름 앓다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는데 어딜가나 욕심은 화를 부르는법...
여기서도 내려오는 길이 한사람씩 조심조심 구간이라 정체는 심하고.....
난 아예 로프를 타지않고 오른쪽 암벽을 타고 내려와서 뒤의 일행들을 기다리는데....
이곳에서 일행을 기다리느라 땀이식어 벗었던 윗도리를 다시 꺼내 입는데 드디어 일행인 이인숙 부회장님과 와우님이 보인다
우리가 가장 후미로 산행을 시작 했지만 어느새 우리는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앞질렀다
이곳 178봉에서 내려가기전 이쪽 코스에 함께한 대원들이 220봉을 배경으로 기념샷.....
그동안 내가 동석산을 찾을땐 항상 평일이라서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오늘은 주말이라 많은 산꾼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마치 동물의 왕국에서 본 누우떼가 연상된다.....
220봉에서 내려다본 중업바위....천종사에서 올라오는 코스와 합류......
그러나 이곳 하산로도 자일하나 덜렁....조심조심코스라 또다시 정체....
난 어딜가나 줄 서서 기다리는건 질색...난 여기서도 암벽 옆땡이를 타고 릿지.......
이곳에도 나무데크로 계단을.....
칼날능선과 220봉을 배경삼아....
이곳에서도 하염없이 느려지는것을 피해 왼쪽 암벽을타고 또다시 릿지....
220봉에 올라 뒤돌아본 조망 죽인다....
역시 사람하나 없는 휑한 능선보단 이렇게 알록달록 사람의 행열이 있어야....
반대편 240미터의 동석산 정상...
220봉에서도 외길에 외줄 로프에 하염없이 늘어지는 구간....
암벽 옆땡이를 타고 내려가 우회하지 않고 곧바로 정상을 향해 릿지....
이 코스에서 일행들 모두 네발로 릿지....
저 여인네 따라 올라와서 하는말....와!!! 내가 여길 올라왔어....
뒤돌아본 220봉에서 하염없이 늘어지는 내려오는 코스.....
우리가 가장 후미로 시작 했지만 릿지로 직선구간을 타는 바람에 뒤의 행열을 많이도 추월했다
이곳에서도 정상샷 한장 박을 사람들로 초만원 정체....
이제부터 동석산 특유의 매력...칼날 엣지암릉을 타야 제맛....
거의 대부분이 오른쪽으로 우회를 하지만 두사람의 선등자가?....
그러나 저 사람들 먼저 올랐지만 헤메는 바람에 내가 추월....
저 여인네....일행이 아니지만 용기가 대단해서 카메라를 들이대니 포즈까지....
저 여인네 밑으로 깎아지른 절벽과 절벽 사이에 나보다 먼저 올랐던 사람들....
오도가도 못하고 자일을 준비하며 헤메고 있다
이제 이 구간을 통과해야....
언젠가 어느 산악회 여성회원들 데리고 모조리 반대편 저 코스로 통과했었다
저 사람은 손에 장갑을 낀걸보니 암벽타는 전문가는 아닌듯.......
릿지를 할땐 장갑은 금물....자칫 황천길.....
어라?....이 직벽을 어떻게?....
그래도 하는수 없지....올라 봐야지....
아래는 우회로를 이용해 올라오는 코스...
간신히 수직벽을 타고 올랐더니 또다시 수직 암봉이?......
그런들 어쩌랴....후진할순 없고....그래도 올라야지...
억?.....안세영님이?.....
아까 종성교회 뒷쪽에서 처음 시작할때 로프없이 릿지하는 모습을 보고 예사로운 분이 아니란건 알았는데....
어느새 뒤따라 오고 계셨다
저 구간에선 저렇게 뒤로 내려와야 안전....
지나온 칼날 엣지능선....
그런데 안세영님 잘 오시고 계시겠지?....
행여나 하는 걱정으로 자꾸만 뒤돌아 보고....
무사히 통과 하셨다....
건너편엔 우회로를 이용해 올라오는 산객들이 조망을 즐기고....
내 앞에서 줄곳 릿지하며 올라가던 파란 자켓의 남자....
역시 저곳에서도 릿지를 하고있다
나도 저 코스로.....
뒤따라 오던 안세영님이 오실때까지 기다렸다가 포즈좀 잡아보시라 했더니 기분 짱이신듯......
어느새 작은 애기봉에 섰다
건너편엔 큰애기봉이 있는데 이름에서 알수있듯 짠한 전설이....
옛날 저 큰애기봉 아래에는 200여호가 넘는 가치리라는 큰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의 어귀에는 커다란 공동우물이 있었고 그곳에서 멀지않은곳에 원뚝이라는 제법 큰 포구가 있었다.
그 옛날 원뚝 포구는 진선.가사도.사자도.손가락섬.발가락섬.굼섬.조도 등지에서 모여드는 어선들로 항상 북새통이 이루고 잇었다
그런 어느날 가치리의 큰마을에 정씨성을 가진 부잣집에서 하녀노릇을 하던 순이는 우물에 물을 길으러 갔다가 바다에 물이 없어
우물에서 빨래를 하던 총각선원을 만났다
총각은 술냄새가 진동하는 포구에서 단련된 말솜씨로 수줍은 순이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간신히 순이의 입에서 나온말은 남자가 무슨 빨래를 그렇게 많이 한다요?.....
응....나는 우리 아부지와 단둘이 사는디 섬에는 물이 귀하거든....
이렇게 시작된 두사람의 사랑은 뒷산의 봉우리에서 매일같이 만났고 순이는 매일같이 나무를 한다며 뒷산으로 향했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그 총각선원은 보이질 않았다...
순이는 집안에 나무가 잔뜩 쌓여 있었지만 그총각선원이 돌아올때까지 매일 나무를 한다며 뒷산에 올랐지만 한번 떠난 총각은 나타날줄을 몰랐다
그러한 순이의 몸은 날로날로 수척해 갔고 연약해질대로 쇠약해진 순이는 일을 못하니 주인집에서 쫒겨났고 그뒤로 순이의 행방은 묘연해 졌다
그러던 어느날 이웃마을 사냥꾼은 사냥을 위해 큰애기봉에 올랐다가 대경실색했다.
칠흑처럼 까만 댕기머리에 소복을 입은 처녀가 바위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쳐다보고 있지 않은가?....
웬 큰애기여?...사냥꾼이 처녀를 흔들자 썩은 나무의 밑둥처럼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순이는 총각선원을 못잊어 돌아올날을 기다라며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다 죽어갔던 것이다
그 후로 마을 사람들은 이 봉우리를 큰애기봉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처럼 순진무구한 처녀가 또있을까?....
언제 어느때고 변덕이 심한 바다....
그 위에서 생활하는 뱃사람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자신의 모든것을 불사른 순이의 순정이 이 산의 정령이고 메아리인것 같다
하산길엔 현호색이 수줍은듯 고개를 떨구고.....
순이의 마음이 저랬을까?....
봄의 전령인 보춘화도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듯....
고깔 제비꽃도 피었고.....
가는잎 남산 제비꽃도 피었다
어느 산악회일까?....
간식으로 점심을 때운 배는 불고기가 지글거리는 모습에 꼬르륵.....
오후 세시쯤 천찰산 아래 운림산방 맞은편 푸른농산 가등에서 닭요리로 늦은 점심을 때웠다
국가 명승 제 80호인 운림산방은 조선시대 남화(에도시대의 일본미술)의 대가 소치 허련선생의 화실.....
스승인 추사 김정희가 타계하자 고향인 이곳으로 내려와 남은 여생을 보낸곳.....
후기글.....
산행중에 마신 막걸리에
푸른농산에서 점심을 먹으며 곁들인 반주에
누구이신가 스폰 해주신 진도 홍주에.....
정신을 차릴수 없을만큼 취해 버렸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곯아 떨어졌는데
이튿날 일어나보니 온몸이 누구에겐가 작신 두들겨 맞은듯 뻑적지근....
가만히 생각 해보니
그동안 안하던 릿지를 하면서 온 몸의 잔근육들이
일을해서 놀라지 않았을까?....
사우나 가서 푹 담그고 냉탕에 서너번 들락 거렸더니
그렇게 개운 할수가 없었다
한서님들 덕분에 기분 좋은산행
그리고 즐거운 산행을 할수 있어서
너무너무 행복 했고 감사한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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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청미님 덕분에 멋진코스 경험했구요
멋진산행기 잘보고 갑니다 ~~
산에 가지 못한 사람도 그날의 기분을 느낄수 있는 생생한 산행기에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청미님넘좋은산이여네요ㅡ덕분에구경잘하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