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가장 북쪽 지역에 위치한 하지앙(Ha Giang)은 중국 국경에서도 불과 20k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지역이다.
이 지방은 주로 산과 개울들이 많이 형성된 척박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산세와 시골의 순박한 마을 사람들의 인심 등이 어우러져 많은 사진작가들은 물론 베트남 고산족의 특유한 삶을 경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종종 찾는 곳이다.
이곳의 지리적 위치를 좀더 살펴보면,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로부터는 대략 320km 떨어져 있고, 북쪽 중국과의 국경과 인접하고 있으며, 동쪽에는 까오방(Cao Bang) 지역, 서쪽은 앤바이(Yen Bai) 지역과 라오까이(Lao Cai) 지역에 접해 있으며, 남쪽에는 뚜엔꽝(Tuyen Quang)성에 접하고 있다.
신선의 빛
어느 오후, 이곳 하지앙의 높은 산을 오르는 여행객은 높게 솟은 산 저 멀리서 나타나는 한 줄기 기이한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아마 오후 3시 즈음….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돌아보면 산이 보이고, 반대편인 왼쪽으로 돌아보면 오지가 보이고, 고개들 들면 산의 정상이 보이는 첩첩산중에 둘러싸여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숨을 깊이 들이쉬면 맑은 공기가 가슴속 깊이 들어가면서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땅의 정기를 깊이 느낄 수 있다.
정상에 걸려 있는 공기를 느끼며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는 산들 위로, 산등성이 위로, 그리고 쌀을 키우고 있는 몽(Mong) 민족의 논 위로 아주아주 높은 곳에서 내려 쬐는 한 줄기 기이한 빛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기이한 빛은 언제나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제나 사진에 담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운이 좋다면, 사진 안에 그 마음을 담을 수는 있을 것이다.
길을 걷는 자는 길을 걷는 그 자체에서 속세의 문제에서 벗어나 지금 걷고 있는 그 길을 느끼며 천천히 걸어가거나 또는 잠시 쉬면서 경치를 바라보거나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라! 운이 좋으면 아마 그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산을 이루는 색은 푸른색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의 언어로 산을 이루고 있는 그 색체의 정도 차이를 묘사할 수 있는 자가 있을까? 모든 존재하는 푸른색을 한 데 섞어 놓은 듯, 같은 듯 다른 색채, 도시에선 볼 수 없는 빛들과 그것들을 한 데 묶어 놓은 것이라고밖에는 달리 이를 말이 없는 풍경이다. 그 빛은 순간에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의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그 빛을 볼 수 있는 순간은 매우 적다. 즉, 그 빛은 산을 따라, 구름을 따라 다니며 금방 사라진다.
운 좋게 안전한 곳을 찾아 쉬기 위해 잠시 누어 있거나, 경치를 감상하기 위해 잠시 산에 등을 기대고 앉았을 때 그 빛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어렵게 그 빛을 볼 수 있는 그 순간의 감동이란, 만약 당신이 시인이라면 엄청난 시를 짓지 않을 수 없게 할 것이다. 또한 당신이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도 그 입에서 “아름답다”란 말이 절로 튀어 나올 것이다.
산맥
나는 아직도 한 조각가를 포함한 세 사람의 대화를 기억한다. 조각가가 아닌 다른 두 사람이 조각가에게 말하길 “너는 아름다운 정상을 가진 산을 찾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아름답지 않은 정상을 가진 산에서 작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아마 그 둘은 친구에게 농담 삼아 한 말일 것이다.
원래 인생이란 게 역경을 수반하고 있는 것이니까. 두 친구가 그렇게 말하자, 조각가인 친구 역시 ‘이 힘든 일을 그만두고 싶다’라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그 조각가의 친구들은 그들이 조각가에게 ‘아름다운 정상을 가진 산은 절대 찾을 수 없다’라는 인식을 심었다는 것을 모른다.
즉, 조각가에게 ‘어떤 산이 아름답지 않고, 어떤 산이 아름다운가?’ 그리고 ‘산을 찾아서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러한 생각들을 하게 만들어서 결국 조각가가 ‘내가 과연 계속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등의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산 역시 생명이, 영혼이, 삶이 그리고 생명력이 흐른다. 나무가 많이 있는 산도 있고, 벌거숭이산도 있고, 풀조차 살기 힘든, 쓸모없이 여겨지는 돌산이 있기도 하다. 그런 곳의 풀들은 고산지대에서 열심히 씨를 뿌리고 이를 거둬들이며 살고 있는 소수 민족들에 의해 태어난다. 돌 위에 태어나 돌 위에서 사는 것. 이것은 삶의 원천이며, 고난을 극복하는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이 힘들수록 생존 본능이 강해진다는 것이랄까?
산의 아름다움은 사람의 아름다움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는 없다. 그 조각가의 친구들의 평가처럼 ‘아름답다’와 ‘아름답지 않다’에 관해 정의할 수 있을까?
첩첩산중을 걸어갈 때 뜨거운 볕은 피할 수 없지만 황혼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북쪽 산의 태양은 절대 캄보디아의 박행(Bakheng)에 뒤지지 않는다.
산의 풀냄새, 산들 바람, 아름다운 석양 등을 느끼고 즐기고 싶다면…, 지금 하지앙의 이 길에 올라라!
☞ 하지앙에 가는 방법
- 호찌민에서 비행기를 타고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 도착.
- 하노이에서 지압밧(Giap Bat)이나 미띤(My Dinh)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타고 출발 가능하다. 버스 비용은 12만동 ~ 17만동 정도이다.
☞ 하지앙의 지형
하지앙은 복잡한 지형을 가지고 있어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로 북쪽 산지로, 중국과의 국경에 접근 되어있으며, 기후가 우기와 건기로 나누어져 있다.
두 번째로 서쪽 산지로 송짜이(Song Chay)강 부근으로, 산협이 높고 골짜기들이 많으며, 좁은 개울들이 흐른다.
☞ 하지앙의 날씨
하지앙 지역은 연간 평균 온도가 24도~28도 정도이며, 겨울이 되면 영하 5도까지 내려간다.
☞ 하지앙의 특색
하지앙은 대략 20여 개의 소수민족이 모여 살고 있어, 이곳을 방문하게 되면, 많은 소수민족들의 전통 문화뿐 아니라 경치 및 아름다운 등산 코스 등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