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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시선」(제4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2018)
정찬(1953-), 문학사상, 2018. pp. 254-289 (P.315).
- 정찬(1953-) 부산, 본명은 정찬동. 부산 고등학교와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 1983년 무크지 '언어의 세계'에 중편소설 「말의 탑」으로 등단했다.
* 김상진(金相眞, 1949-1975)은 박정희 정권에 항의하며 할복자살한 서울대학교 학생이다.
* 김세진(金世鎭, 1965-1986) 충북 충주. 1983년에 경복고등학교를 졸업, 서울대학교 자연대학 미생물학과 입학, 1986년에 자연대 학생회장. 분신자살한 대한민국의 학생운동가, 반전평화운동가이며 서울대학교에서 학생회 간부로 활동하였다. 전방입소 거부 투쟁의 선봉에 서서 활동하였으며, 86년 5월 군(軍) 전방입소 거부와 주한미군 철수, 미군 군사기지화에 반대하여 항의하다가 이재호와 함께 분신자살하였다. [이 열사들의 힘에 의해 1987년의 민주화의 길을 갔다. 좀더 세계 나갔더라면 항쟁과 봉기도 있을 수 있을 상황이었을텐데..]
트라우마의 실증적 예들을 잘 분류해 볼 필요가 있다. 프로이트 트라우마는 여성의 경우인데 비하여, 세상에는 남성들의 트라우마도 많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가 전쟁과 공포의 시간 이후에 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가끔 일본과 미국이 자국민을 조리돌림하는 것을 해보아서 트라우마를 잘 다루지 않는 것 같다고 상상해보았다. 미국은 인디언보호구역이 일본은 사무라이 시절 이래오 소외된 집단.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도 있었지 않는가? 백정 집단이라고.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백정은 반전의 기회를 가졌던 것 같다. 이야기로서 임걱정, 홍장길산, 소설로서 홍길동 등이 있다니 말이다. 아마도 그보다 더 심층의 솟아남이 있을 것인데 무(巫)와 승(僧) 때문일 것이다. 유교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두 부류가 천민이지만, 천민으로 배제된 인간의 삶이상의 것이 있다. 부정되었던 삶보다 더 강도 있는 삶을 살아가는 양태가 있었다. 제도 속에서 위계의 부분을 차지하고 사는 삶이 거의 전부였던 시대에 위계를 벗어난 삶을 산 것이 무와 승 그리고 각설이라고 할 수 있다. 눈치를 보면서 남의 불행으로 이익을 얻는 양아치처럼 살지 않는 각설이가 또는 다른 삶, 같잖은 삶을 사는 부류이다. 이 부류들이 떠돌이 유랑극단을 노마드로 여기는 것보다 더 깊이 있게 매끈한 공간을 퍼뜨리는 부류들일 것이다. 20세기 후반에 권력에 빌붙어서 골패인 공간 속에서 예술을 지위를 누린 자들이 그 자들이 지금도 권력의 부패를 은폐할 때 동원되는 그 부류들이다. 트라우마는 그들에게 있을 것이다. (52RLI)
*「새의 시선」 내용 중에서 (254-289)
1.
박민우가 손목 관절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것은 2010년 12월 중순이었다. 손목이 부어 있었지만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다. 당시 그는 37세의 건강한 남자였다. 하미잠 날이 갈수록 증상이 심해졌고 언제부턴가 목과 다리에도 통증이 일어난다고 호소하더리 급기야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근윤 마비 증산이 광범위하게 나타나 한 달 후에는 입원하기에 이르렀다. 정형외과 과장이 나[정신과 전문의]를 찾은 것은 박민우의 상태가 병리학적으로 납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장은 심리적 충격과 고통, 욕구 등이 신체의 이상증세로 발현하는 전환장애가 아닌가 의심된다고 자신의 견해를 조심스레 밝혔다. (254)
“누군가 말했지요. 사진의 가치는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들을 불러내는 데에 있다고.” 존 버거의 말이다. 내[정신과 전문의] 기억으로는 ‘사진의 가치’가 아니라 ‘사진의 권력’이다. (258)
“선생님께 보여드릴게 있습니다.” / .. ‘과거는 낯선 나라다’라는 제목의 영화 DVD였다. ../ “특정한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의 기억을 모은 다큐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어떤 여성의 기억입니다. 선생님도 관심 있게 보셨으면 합니다. 그 부분이 어쩌면 보이는 것의 역할을 할지도 모르니까요.” (258)
2.
나는 박민우가 가장 관심을 갖는다는 여성의 증언을 되풀이해서 보았다. 서울대 인류학과 85학번인 그녀의 증언은 이십 분 가까이 계속되는데, 2006년 7월 서울대학교 자하연 부근에서 촬영했을 서막이 알려준다. / - 1986년 4월 28일 아침부터 있었던 본인의 행동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 ... (259-260)
3. [박민우와 나(정신과 전문의)]
“박 선생이 저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 법한데요.” / “혹시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는데, 부끄럽지만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런 참혹한 사건이 있었는지도 몰랐습니다.” / “그래요?” /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우연이었습니다. 두 달 전쯤이었어요. 늦게 집에 들어갔더니 여동생이 거실에서 TV로 영화를 보고 있었습니다. ...” (264)
4.
김세진은 5월 3일, 이재호는 5월 26일 숨을 거두었다. (269)
5.
[화자] “새에 관해 관심이 많은 것 같더군요.” / [박]“제가 특전사 출신인 것, 모르시죠?”
“인간의 몸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불완전한 움직임의 집적체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인간의 일상이 불완전한 움직임으로 가득 차 있을 수밖에 없지요. 춤이 아름다운 것은 불완전한 움직임을 넘어서려는 열망이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춤의 궁극은 새의 비상입니다. 여기에서 저는 고흐를 떠올렸습니다. 고흐가 새의 시선으로 풍경을 보는 순간 그의 영혼이 새의 영혼으로 변화하면서 그의 몸 역시 완전한 움직임의 집접체로 변화했을 것입니다.” (273)
6.
박민우가 사라진 것은 다름 날이었다. 간호사가 그 사실을 안 것은 오후 세기 무렵이었다. 사라졌다는 것은 그가 근육마비에서 벗어났음을 뜻했다. (274)
여동생 박윤서 .. “제가 동시 녹음 기사이거든요. 영화 촬영할 때 소리를 담는․‥…”
“박 선생이 영상 촬영도 했나요?” / “새를 찾으러 다닐 때는 영상찰영 카메라를 꼭 갖고 갔어요.” / “음 그랬군요.” / “몇 달 전 시골 외딴집 부엌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 채집한 소리를 오빠와 함께 들은 적이 있었어요. 자작자작 나무 타는 소리가 나는데 오빠의 모습이 이상했어요. 입을 꽉 다물고 맞은편 벽을 뚫어져라 보는 거예요. 몹시 긴장한 표현이었어요. 왜 그러냐고 물었는데도 오빤 듣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하도 이상해 오빠 왜 그래? 하면서 팔을 잡고 흔들었어요. 오빤 흠칫 놀라며 절 보더니 어색하게 웃었어요. 그러고는 어젯밤 잠을 못 자 피곤했던 모야이라고 하면서 방을 나갔어요,” (277)
7 [윤기훈, 박민우와 특전사 동기.]
투신 장소도 예사롭지 않았다. 그가 떨어진 공터는 2009년 1월 20일 새벽, 재개발 강행에 반대하여 용산 4구역 남일당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항거하던 철거민들과 진압결찰 간의 충돌 과정에서 망루에 불이 나 철거민 다섯명과 경찰관 한 명이 사망한 요산 참사 현장 부근이었다. 김세진의 죽음 공간과 용산 참사의 죽음 공간 모두 불과 연관이 있었다. (278)
8. [윤기훈이 전하는 이야기: 박민우의 남일당 현장 촬영.]
내가 망루 안으로 들어간 것은 카메라가 원했기 때문이야. 난 단지 카메라를 따라 들어갔을 뿐이지. 카메라가 원하는 것을 거부할 힘이 나에겐 없었어. 그 카메라를 일어버렸어. 카메라를 따라간 나도 잃어버린 거지. 그가 어디로 갔는지 난 몰라. 가끔씩 나타나기는 해. 새의 영혼이 담긴 카메라를 들고. (286)
9.
내가 누구인지, 혹은 무엇인지, 나라는 존재가 세상과 우주 공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를 낯설게 바라보는 지금의 나는 낯선 대상이 되어버린 그전의나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강렬한 의문에 사로잡혔다. 검은 물처럼 일렁이는 의문 속에서 나는 내가 무언가 두려워하고 있음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 새의 시선이었다. (289 마지막 문단의 마지막 부분)
(3:14, 52RL)
*
1897 틱꽝득(Thích Quảng Ðức/ 釋廣德 석광덕, 1897-1963) 베트남의 승려. 남베트남 정부의 불교 탄압에 항의해 소신공양으로 생을 마감하여, 남베트남 사회의 공분과 응오딘지엠 정권의 종식을 불러와 베트남 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 응오딘지엠 대통령의 동생인 응오딘뉴의 부인이자 가톨릭 신자인 마담 뉴(응오딘지엠은 독신이었기 때문에 마담 뉴가 남 베트남의 실질적 영부인 구실을 했음)는 미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틱꽝득의 죽음을 "땡중의 바베큐 쇼"라는 발언을 하여 베트남 국민과 존 F. 케네디 당시 미국 대통령의 분노를 샀다. / 틱꽝득의 소신공양 장면 순간을 촬영한 미국의 사진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맬컴 브라운 (Malcolm Browne)은 이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였다.
1853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 네델란드 화가. 자연주의 화가인데 인상주의 기법을 받아들였다. 야수주의와 표현주의를 예고한다.
1868 베르나르 (Émile Bernard, 1868-1941) 프랑스 화가, 작가, 고흐의 친구.
1926 존 버거(John Peter Berger, 1926-2017) 영국의 비평가, 소설가, 화가. 그의 소설 《G.(1972)》는 1972년 부커 상을 수상하였으며, 같은 해 BBC에서 방영된 미술비평 텔레비전 시리즈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의 작가이자 진행자였다. / 최근 에세이에서 존 버거는 사진, 예술, 정치 그리고 기억에 관해 썼다. 《포켓의 형태》(The Shape of a Pocket, 2003)에서 그는 멕시코 사파티스타 반란군의 부사령관 마르코(Subcomandante Marcos)와의 서신교환내용과 미국의 잡지 삼 페니 리뷰(The Threepenny Review)와 더 뉴요커(The New Yorker)에 실린 짧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85 《과거는 낯선 나라다(The Past is a Foreign Country, 1985)》는 데이비드 로웬덜(David Lowenthal, 1923–2018)이 1985년에 'Cambridge University Press'에서 펴낸 책이다. 제목은 영국 작가 레슬리 폴 하틀리의 대표작 《사랑의 메신저》의 첫 문장에서 따온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김종원의 번역으로 개마고원에서 출판되었다. / 과거를 현재와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낯선 나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1부 〈Wanting the past〉, 2부 〈Knowing the past〉, 3부 〈Changing the past〉로 구성되어 있다.
/ 데이비드 로웬덜(David Lowenthal, 1923–2018) / Leslie Poles Hartley 1895–1972) 영국 소설가.
2008《과거는 낯선 나라다》는 2008년에 발표된 대한민국의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제목은 미국 학자인 데이비드 로웬덜의 책《과거는 낯선 나라다》에서 따왔다. 1986년 4월 28일 에 발생한 서울대학교 학생 김세진과 이재호 사건을 다루고 있다. 두 사람은 전방입소 반대 시위를 하던 중 반미 구호인 '반전반핵 양키고홈', '미제국주의 축출' 등을 외치고 분신해 사망했다.
과거는 낯선 나라다: 기억과 망각 사이의 딜레마(2008년 3월 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드라마/다큐멘터리, 배급사: Cinema 상상마당, ‧ 1시간 30분(90분) - 감독: 김응수, 제작: 김세진 이재호 기념 사업회,
김지하의 “새”는 몇 년도 작품인가? - 교과서에 올라오는 시들이 작가와 작품의 년도를 밝히지 않는 것이 관념론자들의 자기 방어책 – 시대의 유지를 위한 자기 방어책 – 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시가 쓰인 시기의 삶과 현실이 있다. 그것들과 연결없는 시든 소설이든, 회화든, 음악이든 내용을 아무리 잘 짜맞추는 거이라 하더라도 감흥과 감화가 어디론가 가버린다. 데려올 수 없을 지경에서야, 13살을 위한 누군가의 노력이었구나한다. 18세가 되기를 기다리다 열세 살은 다시 일곱 살로 돌아간 것이 히스테리(또는 멜란꼴리)이다. 우울이 아니라 우울한 척하는 것이다. 그보다 심하면 울증과 조증이 겹칠 것이다. (52RLI)
새
- 김지하 -
저 청청한 하늘
저 흰 구름 저 눈부신 산맥
왜 날 울리나
날으는 새여
묶인 이 가슴
밤새워 물어 뜯어도
닿지 앟는 밑바닥 마지막 살의 그리움이여.
피만이 흐르네
더운 여름날의 썩은 피
땅을 기는 육신이 너를 우러러
낮이면 낮 그여 한번은
울 줄 아는 이 서러운 눈도 아예
시뻘건 몸뚱어리 몸부림 함께
함께 답새라.
아 끝없이 새하얀 사슬 소리여 새여
죽어 너 되는 날의 길고 아득함이여.
낮이 밝을수록 침침해가는
넋 속의 저 짧은
여위어가는 저 짧은 볕발을 스쳐
떠나가는 새
청청한 하늘 끝
푸르른 저 산맥 너머 떠나가는 새
왜 날 울리나
덧없는 가없는 저 구름
아아 묶인 이 가슴
(5:11, 52RLI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