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국어를 모두 공부를 하면서 가장 신기하면서도 매력을 언어가 있는 어군이다. 정식적으로 말을 하자면 발트 슬라브 어군이라고 한다. 고등학생 때부터 공부는 정말 못했는데 오기라는 것 하나만 있었다. 공부를 못했기에 남들이 못하는 것을 해냈을 때의 인정감을 가지고 살았다. 지방대 4년제를 나오고 내가 남들 보다 잘 할 수 있는 것 하나 없었다.
사람이 공부를 못하면 그렇게 무시를 당하게 된다. 어느 날 보면 지나가는 개조차 나를 무시하고 온 세상이 나를 괄시하고 멸시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고등학교 때 그렇게 공부 잘하는 친구들에게 무시와 멸시와 괄시를 당했더랬다. 그때마다 집에 와서 화가 머리끝까지 뻗치면, 잠을 못 잤다. 그러다 하루는 생각을 했다.
그런다고 해서 이게 해결이 되는 게 아니더라. 공부 못하고 무시당하고 괄시와 멸시를 받고 화가 머릿 끝까지 난다고 해서 이건 그냥 반복이 될 뿐이다. 언제까지? 내가 그들을 압도할 때까지. 누구한테 무시를 당했다고 해서 화가 난다면 그건 정말 내가 무시을 당하는 콤플렉스적인 부분을 그 사람이 제대로 건드려 줬기 때문이라 생각을 한다. 이건 자존심과는 다른 문제다. 자존심은 내가 내 기준에 못 미치지 못했을 때 나에게 화가 나는 거지만, 자존감이 낮은 것은 기성전 남 탓을 하는데 그건 답이 없다.
그래서 시작한 게 외국어 공부와 생물학 공부였다. 처음에는 공부로 복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들고 난생처음 몰입하는 공부를 해봤다. 그리고 어느덧 슬라브어까지 손을 데는 상황에 오고 말았다. 발트 슬라브 어군. 참 매력적이다. 이 어군은 다시 발트 어파와 슬라브어파로 나뉘게 된다.
러시아어를 하면서 처음에는 외국어 끝판왕이라 생각했으나 사실 외국어의 끝판왕은 아랍어다. 5개국어 중에 고득점이 가장 빨리 나와준 외국어이다. 그래서 나에게 남들이 못하는 것을 전공생도 아닌 내가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외국어이다. 원래 전공생은 부담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전공이니 말이다. 그런데 비전 공생 보다 못 하거나 아니면 실력이 그렇게 별반 차이가 나지 않거나 더 심한 경우 비전 공생보다 못하면 그건 정말 답이 없다.
거기다가 만약 상대가 비전 공생인데 나보다는 못하 더라도 다른 외국어 자격증들을 몇 개를 가지고 있고 거기다 생명공학이 전공이면 암담할 것 같다. 실제로 아랍어를 배우는 친구들이 2명 있었는데 내가 아랍어를 깔짝 거리던 시기에 나보고 아랍어 하지 말라고 했다. (장난으로) 본인들이 설자리가 없다며..
그렇게 러시아어를 하다가 대한항공에서 정말 갑분 직원이 되어 그것도 독일에서 근무를 할 때였다. 하루는 대한항공을 타고 오는 승객들 중 보스니아로 환승을 하는 승객들 5명 정도가 있었다. 그런데 이분들 시간이 촉박해서 내가 대한항공 게이트에서 루프트 한자 게이트까지 모셔다드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분들 영어를 못하셨다.
그래서 내가 그냥 혹시나 하고 던진 외국어가 러시아어였다. 일단 슬라브어 러시아어를 던져 보기로 햇다. 러시아어로 혹시 러시아어 할 줄 아세요?라고 하니 알아 들으신다. 그냥 무심코 던진 한마디로부터 시작이 되었다. 그러더니 환희에 찬 표정으로 5명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고는 내가 러시아어를 하면 러시아어를 알아 들으시고 단어 별로 러시아어와 비슷한 세르비아 크로아티아어로 단어로 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배려하여 말씀해 주시는 풍경이 펼쳐졌다.
이때 알게 된 게 내가 외국어만 다섯 개를 하고 나면 그냥 그 5개가 아닌 여러 가지 언어가 확장이 되고 그리고 언어를 볼 때 관점 자체가 일반인들과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부터는 그냥 서점에 가면 모두의 로망이라 할 수 있는 아무 외국어 책 하나만 그냥 골라잡아도 책을 펼치는 순간 머릿속에서 러시아어, 중국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각 외국어들 5개가 공집합 교집합을 찾으면서 머릿속에 그냥 받아들여지고 이게 가공이 돼서 저장이 되는 현상을 겪게 되었다.
이게 외국어를 공부하며 다국어를 할 때 어군을 겹치지 않게 하게 되면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나도 그랬다. 서점에 외암 못(외국어 하나도 알지 못하는 사람)일 때 가장 두꺼운 책을 꺼내서 보면 하나도 이해가 안 가고 여러 번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고, 심지어 쉬운 책을 봐도 이해를 못 해서 다시 접어서 넣어 둔 경험이 있다.
그런데 공부 이후부터는 정말 생뚱맞은 라틴어, 세르비아어, 이탈리아어 등 책을 그냥 펼쳐서 보면 직관이라는 것이 작동을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5개국어가 서로 대조언어학 쇼를 펼친다. 그게 단 몇 초이다. 그 몇 초 만에 그 언어의 해당 부분은 내 정리가 되고 책 한 권이 되어 나의 도서관에 꽂히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다른 외국어를 배우고 싶을 때 그냥 책 한 권 사서 보는 게 더 빨라졌다.
그것도 그럴게, 교양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 수업을 들을 때 그냥 나는 책을 펴면 오늘 무슨 내용을 하게 될 것이며, 그 내용은 어떤 것이고, 이게 왜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에 대해서 머릿속에 이미 입력이 되어 있다. 남은 건 그냥 단어만 그 외국어에 맞게 머릿속으로 패턴적으로 바꿔서 인식해 주면 끝이 나게 된다. 5개국어가 다 다르다 보니 못하는 발음이 없다. 심지어 내 이란 친구가 페르시아어 이 발음 절대 못할 거라고 하면서 나랑 다른 국가 애들 한 명씩 시킨 적이 있는데 나는 한 번에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출처:https://blog.naver.com/mishaa1989/222179582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