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새벽 제설기동반 단톡에 공지글이 떴다. 염화칼슘과 제설 도구 챙겨들고 집합장소에 모이란다. 잠을 설치다 뒤늦게 잠들어 벨소리를 못들었다. 늦게서야 카톡을 보고 부랴부랴 옷을 두툼하게 챙겨입고 나가니 약속 장소에 아무도 없다. 다시 톡을 열어보니 너무 이르다며 20분 후에 집합하라고 한다. 다시 집으로 들어와 차 한잔 마시고 일회용 비닐장갑 목장갑 버려도 될 츄레한 옷을 찾아 입고 나갔다. 염화칼슘이 옷에 묻으면 옷이 변색된다며 우비를 걸치라는 말이 생각나 보라색 우비를 입고 보라돌이가 되어 나갔다.
눈은 안 오고 도로가 결빙되기 시작했다. 처음 하는 일이라 어설펐지만 마치 국민학교 때 일요일이면 일요청소하러 나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다. 도회지에서 이럴 때 아니면 마을주민과 인사하고 지내기도 힘든 세상인데 힘들어도 새벽공기 가르며 운동삼아 나서는 일도 재밌고 뿌듯하다. 인도에 염화칼슘을 칙칙 뿌리는 일이 마치 채소밭에 비료 뿌리는 농부같다. 일을 마무리하고 들어가려는데 아파트 단지 내 경사진 부분을 주민 한 분이 나와서 눈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 다소 힘이 딸리지만 나도 집으로 곧바로 들어가지 않고 우리 아파트 일이라 더 신명나게 눈 쓸기를 했다. 그분은 남자분이었고 여자인 내가 나와서 눈 쓸기를 하고 있으니 폭풍 칭찬을 하신다. 몇 동 사시냐 묻는다. 빙그레 웃기만 했다. 실은 아파트 대표예요 할려다 그만 입을 꾸욱 다물고 열심히 하고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뜨끈뜨끈한 돌침대에 그만 아침밥도 거른채 곯아 떨어졌다. 해가 중천에 떠서야 기지개를 켰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간단한 음료 사들고 남편 차에 올랐다. 같이 현장에서 표 한 장 더 사고 같이 관람하자고 하니 극구 사양한다. 그돈 가지고 영화보고 맛있는거 사먹겠다단다. 더 이상 권하지 않고 일산 어울림콘서트장으로 향했다. 가수 팬덤 색깔 옷으로 깔맞춤하고 공연장으로 들어가 혼자 셀카를 찍었다.
가수님과 나와의 거리 vip 좌석 세번째 줄인데 몇 날 며칠 컴푸터 열어보고 취소표 운좋게 잡았는데 하아~~멀게만 느껴지는 이 간격 어쩌자고 앞 좌석 세줄을 오프해놓고 이리 감질나게 하는가 주최측에 항의 하고픈 기린목 되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콘서트인데
우야던동 오늘 기타 하나 메고 관중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작은 거인 박창근을 이렇게 만났다 코끝 찡하게 하는 감성장인 왜소한 체격에 쩌렁쩌렁 울림통을 지닌 가수 2시간 동안 스물다섯 그 명곡들 제목도 다 기억 못한다
관객석을 감동의 도가니로 물들이는 그의 노래는 가슴 쓰리고 아프고 달큰하다 고독과 공허로 몸살 앓는 현대인에게 msg로 다가와 잘 우려내어 입맛을 다시게 하기도 한다.
지신만의 분명한 철학을 지닌 색깔있는 가수를 포그니들은 좋아한다. 오늘도 대부분이 자작곡 가수의 50여년 여정이 들어있는 자작시 25편을 가슴으로 읽고 귀로 녹여냈다.
누구도 훙내낼 수 없는 작은 거인 Anther the level 박창근 이런 가수 박그니를 오롯이 혼자 만나러 가는 것으로 그동안 수고 한 나에게 정신을 살찌우게 하는 영혼의 선물이었음을.
첫댓글 배덕정 선생님! 행복한 시간 보내셨군요. 제가 다 행복해 집니다. 자신만을 위한 선물... 삶의 활력을 위해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더욱 행복한 날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그대는 아직 10대이다.
-열정 넘치는 활력 부럽다.
-행복이 전달되어 더불어 좋다.
글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네요. 멋지고 개성 있게 살아가는 모습이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