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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병자리] 김두삼 - 시놉시스
SBS아침드라마
물병자리
Aquarius
Title 물병자리
Format 일일아침드라마 30분* 120회 (주 6회)
Theme
행복해지기 위해 인간은 취사선택을 반복한다.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 반드시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자신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을 버려야만 한다면...?
그렇게 자신이 행복이라 믿었던, 원하는 것만 손에 넣으면
우리는 정말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일까.
1년 넘게 조르던 장난감도
막상 손에 들어오면 진열장에서 발하던 광채를 잃어버린다.
아무리 영원을 맹세해도 덧없이 사라지고 마는,
짧게만 존재하고 짧아서 귀한... 사랑. 행복. 그리고 욕망.
행복을 위해
인간으로서 마지막 양심까지 팔아버릴 수 있다는 여자와,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라면
인간으로서 마지막 욕망마저 포기할 수 있다는 여자가 있다.
친자매보다 가깝던 두 사람이 일순간의 사고로 모든 것이 뒤바뀐 뒤에 겪는
파란만장한 우여곡절과 가슴 저미는 아픔,
그리고 질곡 속에서 피어난 사랑과 웃음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려 한다.
Concept
1. 이 드라마는 엇갈린 인생을 살아가는 두 여자의 진실게임이다.
친자매보다 더 가깝던 은서와 은영...
예기치 못한 사고 속에서 두 여자의 운명이 뒤바뀐다. 한순간의 선택에 의해 엇갈린 운명은 은영을 끝없는 욕망과 질투의 화신으로 만들어 은서의 모든 것을 빼앗고 빼앗은 것을 지키기 위해 점점 더 악녀로 살아가게 만든다. 그러나 인생을 도둑맞은 은서가 깨어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두 여자의 진실게임. 인간 본연의 문제를 건드리는 선 굵은 심리 드라마이다.
2. 영원한 사랑과 휴머니즘을 추구한다.
선과 악으로 대비되는 두 여자의 캐릭터를 통해 이 드라마는 결국 인간의 욕망, 질투와 반목, 화해와 용서, 그리고 영원한 사랑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은영을 허물었던 은서의 무기는 다름아닌 용서와 사랑이다. 거짓으로 위장하고 친구의 모든 것을 빼앗은 은영의 끝없는 욕망과, 고난을 거쳐 한층 성숙된 인간으로 거듭난 은서의 진정한 용서.
두 여자의 치열한 갈등으로부터 따뜻하고 눈물겨운 화해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감동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3.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제공한다.
끊임없는 사건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스터리, 사랑의 쟁취를 위해 고뇌하는 다양한 세대의 캐릭터 중심의 멜로, 뻔뻔하면서도 가슴 따뜻한 이웃들의 사는 이야기가 담긴 코믹 등등, 따뜻하고 경쾌한 삶을 보여줌으로써 활기찬 아침을 시작하는 시청자들에게 즐거운 볼거리를 선사하고자 한다.
Set
1. “컬리넌스” 사무실
--사장실(조여사 집무실)
--부속비서실(비서실장, 남직원, 여직원)
--부사장 겸 기획이사실(경란의 집무실)
--기획실장실(민호의 집무실)
--마케팅실(팀장 외 남직원, 여직원 두 명)
--메이컵 or 디자인실(팀장 외 여직원 네 명)
2. 조여사의 집(이층 구조의 일반주택)
아래층 --거실과 주방
--조여사 침실
--경란의 방
--욕실 겸 화장실
--충청댁의 방
이 층 --은영의 방(옛 민우의 방)
--민호의 방
--유빈의 방
3. 영달의 집(30평대 아파트)
--거실과 주방
--영달 안방
--민재의 방
--욕실 겸 화장실
5. 은서 단칸방(산동네)
6. 카페(“컬리넌스” 빌딩 지하, 와인바 바쿠스 외)
--카운터(한마담)
--홀
--주방
Character
명은서(1~24 / 27)
성당의 보육원에서 태어나 부모 없이 자라난 고아. 여리고 순수하나 속심지가 있고, 예술적 감수성이 뛰어나다. 외모는 앳되지만 부드럽고 포근해서 어느새 마음을 의지하게 만드는 여자. 언제나 소녀 같이 때 묻지 않은 기품은 말 한마디 없이도 사람을 움직이는 묘한 힘을 지닌다.
은서의 가슴에 숨은 유일한 슬픔은 어머니. 성당에서 자신을 낳다 돌아가셨다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만은 아무리 사랑으로 가슴 충만한 은서라도 어쩔 수가 없다. 어머니가 남긴 반지를 분신인양 소중히 간직하던 은서는, 열여덟 살 어버이날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좋은 엄마가 되겠노라 밤하늘 물병자리에 걸고 맹세를 한다.
고운 심성을 화폭에 펼치는 재주가 뛰어난 은서는 독학으로 미대에 진학, 순수미술을 전공한다. 대학에서 김민우를 만나 가슴 더운 사랑을 하고 결혼을 약속했으나 민우의 어머니 조여사의 반대에 부딪힌 두 사람. 은서는 민우와 둘만의 결혼서약을 올린 채 결혼승낙을 얻을 때까지 민우가(경란의 원조로) 마련한 아틀리에에서 동거생활을 한다.
아들 유빈이가 태어났을 때까지 은서는 자신의 남편이 국내 굴지의 화장품 회사 '컬리넌스'의 장남인 줄 꿈에도 생각 못했다. 어머니(조여사)의 병환 소식에 화해를 결심한 민우가 서울로 올라갈 것을 제의하자, 이제까지 자신 때문에 괴로웠을 시어머니에게 진심으로 연민을 느낀다. 자신 때문에 가슴앓이 했을 어머니를 생각하며 내가 정말 잘 해나갈 수 있을까 한편 두렵기도, 또 한편 설레기도 하는 은서. 그저 지금처럼만.. 같은 앞날 둘이 함께 걸어 나가자고 굳게굳게 다짐한 바로 다음날. 일순간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은서는 소중한 것을 전부 잃어버린다. 내 목숨처럼 사랑했던 민우, 목숨보다 더 귀한 아들 유빈이, 그리고 은서 자신까지도...
명은영(1~24 / 27)
강보에 싸인 핏덩이일 때 성당 문 앞에 버려져 보육원에서 은서와 함께 성장한 친구. 친구라기보다 아예 친자매다. 보육원 시절부터 함께 자란 은서와
모든 것을 늘 함께 하고, 그림에 소질이 뛰어나 미대진학까지 은서와 함께한다.
은서와의 관계가 미묘하게 틀어지기 시작한 발단은 바로 둘이서 함께 나누던 그림 때문이다. 은서와 은영이 함께 출품한 미술대회에서 은서만이 큰상을 타기 시작하면서, ‘착한’ 은서를 어떻게 해도 따라잡을 수 없게 된 은영. 똑같이 들인 노력과 꿈이 입상결과에 따라 저울질되면서부터 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갈등이 똬리를 틀고 앉는다. 은서를 괴롭히는 사내아이라면 들입다 패주는 것마저 서슴지 않을 정도로 제 몸처럼 챙기던 은영이 더 이상 은서를 ‘내 동생’이라 부르지 않는 것도 그 즈음부터.
화려하고 예쁘고 세련되고 당찬 성격인 그녀를 추앙하는 남자들만 한 군단이지만 어지간해서는 눈길 잠깐도 안 준다. 허나 그게 은영이 자존심이 강해서가 아니고 버림받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임을 아는 것은 은서뿐이다. 그 때문인지 얼핏 도도하고 냉정한 얼음공주 은영도 은서에게만은 간혹 약한 구석이 있다. 자신을 버린 어머니가 강보에 넣어준 수정구슬(눈 내리는 마을이 담긴)을 애증으로 간직하는 면도 마찬가지 원인에서 비롯하는 것.
운명을 뒤바꾸게 되는 그날의 교통사고 이후, 순간의 묵인이 오해가 되고 그오해가 사건을 불러일으키고.... 은서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 은영은 자신의 유일한 이해자이자 마음의 안식처였던 은서의 존재를 지워버리기로 결심한다. 영원히...
김민우(33)
조여사의 장남. 부드러운 인상에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
모든 것을 어린아이 같이 사랑하는 남자로, 자그마한 것 요만큼도 속일 줄 모르고 가진 것 없어도 즐거운 사람. 경영학을 공부하라는 조여사의 뜻을 뿌리치고 미대를 선택, 아무런 원조 없이 갖은 고생을 마다않고 자신의 길을 걷는다. 대학에서 은서를 만나 사랑하고 은서와의 유학을 꿈꾸지만, 은서가 아이를 갖자 세 식구가 함께할 작은 공간을 마련하고 아틀리에 생활을 한다.
그러던 중, 이모 경란에게서 어머니가 얼마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마침내 어머니에게 돌아갈 것을 결심하는데... 뜻밖의 사고로 아까운 생을 마감한다.
김민호(31)
조여사의 둘째아들. 스마트한 두뇌에 좋은 배경, 거기에 서구적이고 냉철한 합리성에 유머러스한 인간미까지 두루 갖춘 그야말로 완소남.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다가 형의 죽음으로 어머니가 30년 동안 경영해온 회사 '컬리넌스'를 잇게 된다.
귀국 후 조여사의 고전적 경영방식이 아닌 혁신과 합리에 기초를 둔 네오 경영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해 나간다.
우연히 이모 경란에 의해 입사한 은서의 신비한 분위기에 끌리어 마침내 서로 사랑하기까지 이르지만... 설마 은서가 자신의 진짜 형수일 줄이야...!
그러한 사실을 미처 알기 전, 공교롭게도 민호는 호적상 형수 은영에게 유일하게 선택받고 싶은 남자가 되어 자신도 모르게 은서의 고난을 가져다주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은서가 형의 아내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여전히 은서를 향한 마음을 버리지 못해 괴롭다.
유동하(34)
정신과 심리치료 전문의. 은서가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렸을 때 은서의 담당의가 된다. 자상하고 부드러운 남자.
처음에 동하가 은서를 대하는 마음은 그저 미모인 은서의 영혼이 망각의 어둠에 잠긴 것을 안타까워하는 연민이었다. 하지만 치료를 거듭하면서, 동하는 자신이 은서를 환자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감정이 은서에게 독이 될까 고민하던 동하는 마침내 은서를 위해 '아낌없이 주는 사랑'을 택하게 된다.
하지만 후일, 은서가 의식을 되찾고 난 뒤 오히려 자신과의 기억을 잊어버리게 되자 혼돈에 휩싸이는데...
조여사(55)
조경진. '컬리넌스'의 여사장. 강한 어머니이자 고집스런 경영인. 무능한 남편을 대신하여 조그마한 화장품 판매점을 오늘날의 '컬리넌스'로 만들어냈다. 여자 혼자 몸으로 그 과정에 어찌 눈물이 없었겠고 남보다 더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을까만... 어지간한 일에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내색조차 않는 여장부.
장남인 민우를 아끼고 그만큼 기대도 컸다. 사랑이 클수록 미움도 크다고, 민우가 집을 뛰쳐나가 고아와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가졌다는 말에는 도저히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아예 연을 끊으려했을 정도로 실망이 컸다. 그러던 어느날. 조여사는 자신이 난치병에 걸려 무조건 요양을 요하는 심각한 상태임을 알게 된다.
고민 끝에 그동안 쌓인 모든 미련을 씻고 아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기로 결심하는 조여사... 조여사는 그 증표로 남편에게 받았던 결혼반지를 내준다. 자신의 반지가 다시 한 번 집안에 엄청난 파란을 몰고 오게 될 줄 예상하지못한 채...
조경란(40)
조여사의 여동생으로 민우와 민호의 이모. 언니 조여사의 사업을 돕기 위해 자신의 꿈을 접고 순수미술을 포기했던 과거가 있다.
그 때문에 아직도 미혼.
냉정한 조여사를 대신하여 은밀히 민우와 민호에게 힘이 되어 주고, 그만큼 민호와 민우도 이모인 경란을 의지한다.
냉철한 완벽주의자임에도, 엉뚱하게 초혼에 실패하고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는 홀아비인 대학선배 서영달과 사랑을 나누게 된다.
은서가 요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을 때 우연히 그녀를 만나, 크고 작은 도움을 주게 된다.
서영달(42)
조경란의 대학선배. 철학을 전공하여 남들보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가끔 개똥철학인지 정명철학인지 알 수 없는 궤변도 많다.
분명한 것 하나는 그가 빼어난 말솜씨와 매끄러운 유머감각으로 누구에게나 편안하고 부담 없는 휴머니스트라는 점.
대학시절 조경란을 사랑해 놓고도 엉뚱하게 다른 여자와 결혼, 결국 결혼실패 후 아들 하나를 키우며 홀아비로 산다.
걸핏하면 ‘사랑은 없다’고 단언하기에 대학시절부터 영달의 별명은 ‘쇼펜하우어’.
우연히 한 번 맛본 와인맛 때문에 와인에 빠져든 후 와인바 <바쿠스>를 운영하고 있다.
장태수(35)
조직의 중간보스. 거침없는 카리스마의 소유자로, 어둠의 세상에서 제법 인정받는다.
클럽에서 만난 은영을 딱 찍은 후 제 여자로 만들기 위해 갖은 공세를 퍼붓고 마침내 호텔동거에 이를 정도.
한 사건으로 체포 투옥되었을 때 은영을 잃었다가, 후일 출감 후 은영이 '컬리넌스' 조여사의 며느리로 있는 것을 알게 되고, 은영이 키우고 있는 민우의 아들 유빈을 자신의 아들로 생각, 그것을 빌미로 괴롭히다 사업자금(혹은 도박 빚)을 얻어내기 위해 유빈마저 유괴해 은영을 협박하게 된다.
임수아(25)
민호의 유학시절 후배. 역시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외동딸에 공부도 만만치 않게 했지만, 무엇보다 신흥 금융재벌가의 2세. 다 가진 수아에게 무서운 거라곤 없다.
선배인 민호에게도 대놓고 반말지거리. 남녀노소 누구를 대할 때건 당돌한 태도가 특징. 그렇다고 성격이 나쁜 것만도 아니라서,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여우다.
방학이 되어 민호 곁에 있기 위해 귀국했다가 그의 변심에 놀라하며 민호 곁에 붙어 간섭한다.
서민재(20대 초반)
서영달의 아들. 가수의 꿈을 위해 고등학교까지 중퇴하고 음악에만 미쳐 있는 청춘. 아버지와는 부자지간이 아닌 친구 같은 사이.
이신영(20)
민재의 여자친구. 천방지축 통통 튀는 N세대. N세대 언어의 특징인 축약어(‘방가(반갑습니다)’, ‘설(서울)’)가 신영의 특징. 민재와 알콩달콩 천방지축 싱싱한 N세대식 사랑방정식을 보여준다.
한마담(30대중반)
한미선. 서영달이 경영하는 와인바 얼굴마담. 상당한 미모에 고객접대 매너가 수준급이다. 상당한 기분파에 수다장이. 술 마시고 기분 내키면 그녀의 풍진 세월이 흘러나오는데 이걸 전부 얘기하자면 대하드라마 서너 편 그냥 간다.
강박사(50대)
강일한. 온화한 성품의 내과 전문의.
조여사와 오랜 친구사이이자 주치의지만, 의사로서의 직분보다 조여사와의 오래고 끈끈한 우정을 바탕으로 비단 건강문제뿐 아니라 조여사의 고민을 함께 토로하는 진정한 카운슬러. 간이 악화되기 이전까지는 이따금씩 남몰래 조여사와 소주잔을 나누는 술친구이기도 하다.
충청댁(4,50대)
국가대표급 손맛 보유자. 옛날부터 조여사의 집안일을 맡아 돌봐온 그녀의 음식솜씨는 정말이지 일품이다. 정이 많으면서도 참견하기를 좋아한다. 살림방식은 예전부터 내려오는 방식을 고집한다.
김유빈
민우와 은서의 아들.
양전무(50대 초반)
양원식. ‘컬리넌스’ 전무이사. 창업 때부터 조여사를 도와 회사 전반을 돌봐온 인물로, 여자 이상으로 자상한 성품을 지녔다. 남들은 그에게 유머가 있어 온통 여직원들뿐인 ‘컬리넌스’에 적합하다 여기지만 가끔 구사하는 유머보다 유머를 한다는 것이 코미디. 말하자면 사오정이다.
유학에서 돌아와 경영에 참여한 민우와 갈등양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에게 경영세습을 수월케 하기 위한 배려였음이 뒤늦게 밝혀진다.
최정훈(30대 후반)
‘컬리넌스’의 비서실장. 조여사의 수족으로 충직한 성격. 말수가 없어 꼭 필요한 말만 하는 과묵형 인간이다.
마정혜(38)
‘컬리넌스’ 디자인실의 디자인팀장. 실력과 경륜의 앙상블. 굳이 단점을 말하자면 지나치게 강직하다는 점이다. 덕분에 은영의 제1차 제거대상이 된다.
김두석(32)
‘컬리넌스’ 디자인실 디자이너. 사무실 분위기 메이커. 김소정을 좋아하면서도, 워낙 대차고 월등한 소정을 감당하지 못한다. 은서와 은영이 등장할 때마다 지나칠 정도로 과잉친절을 보이다, 소정에게 면박을 받곤 한다.
최양출(30)
‘컬리넌스’ 디자인실 디자이너. 일본에 잠깐 어학연수한 정도로 해외유학파라 자처한다. 실력은 모자라면서도 사사건건 말참견 좋아하고 소문내기 좋아하며, 스스로 모델 이상의 미모를 지녔다는 거대한 착각 속에 산다. 회사 내 온갖 소문을 떠들고 다니는 중계방송차. 유나 입에 오른 이야기는 하루만 지나면 온 회사에 쫙 퍼진다. 지하까페 한마담과 친자매처럼 가까이 지내며 양대 중계방송을 담당한다.
김소정(26)
‘컬리넌스’ 디자인실 디자이너. 감각 있고 샤프한 국내파 디자이너.
실력이 출중하면서도 해외유학파인 윤미와 깐깐한 마실장에게 양쪽으로 치이는 것이 못내 분하다. 하지만 가장 탁월한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남다른 감각의 소유자.
김두석의 짝사랑을 한 몸에 받지만 쉽게 넘어가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두석의 끈기있는 대쉬가 아주 싫지만은 않아서 내심 즐기는 상태. 하지만 두석이 은서에게 관심을 돌리는 듯하자 백기를 들고 자신의 속마음을 고백한다. 이후 소정과 두석 두 사람의 비밀특수작전 뺨치는 사내연애가 진행되는데...
한장원(24)
‘컬리넌스’ 디자인실 막내직원. 대학을 갓 졸업하고 ‘컬리넌스’에 들어온 신입. 전형적인 범생이. 말수 적고 소심하지만 일처리는 꼼꼼하다. 약간의 결벽증도 지니고 있다.
원장수녀(50대)
성당 보육원의 원장수녀.
오틀리아 수녀(30대)
성당 보육원의 수녀. 갓난 시절부터 은서와 은영을 돌봐준 자애로운 보모수녀. 은영이가 핏줄의 그리움에 사무쳐 어머니를 찾아 왔을 때 그동안 간직해둔 은영 어머니의 편지봉투를 내어준다.
은영모(30대 / 57)
은영의 어머니.
그 밖에
경찰들, 의사들, 회사 중역들
Story
쨍한 햇살이 찌를 듯 쏟아져 내리는 늦겨울-
한적한 시골국도를 달려오는 승용차 한 대.
그 안에는 은서와 민우부부, 은영, 은서 품에 안긴 갓난 은서의 아들 유빈.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에 겨운 표정들이다.
은서의 손에서 푸르게 반짝이는 반지 하나, 은영의 시샘하는 시선을 읽은 은서, 그 반지를 은영에게 끼워보라며 준다. 은영의 손에 끼워지는 반지.
그 순간, 급커브 길을 과속으로 돌아 나오며 중앙선을 넘어 돌진해오는 덤프트럭 한대.
민우가 황급히 핸들을 틀지만 차는 기어이 충돌하고.
민우의 차는 충돌의 충격으로 튕겨져 나가 언덕 아래로 구른다.
한순간 깨진 창으로 튕겨져 나가는 은영...
기를 쓰고 몸을 일으킨 은영이 차에 갇힌 은서 품에서 어린 유빈을 건네받아 피신하고 뒤이어 차안에서 빠져나온 은서, 피투성이 된 민우의 몸을 흔들며 절규한다. 한순간, 쿵- 폭발음과 함께 화염에 휩싸이는 차.
혼절한 은영과 그 품 안에서 울고 있는 어린 유빈, 그리고 역시 정신을 잃은 채 누워있는 피 묻은 은서의 얼굴에서-
짙푸른 새벽하늘 아래 높이 솟은 성당의 첨탑.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 여인(은영모) 하나 비칠대듯 걸어와 성당 안으로 들어선다. 긴 회랑을 가로질러 이윽고 제대 앞에 쓰러지듯 내려앉는 여인, 그 품에 안겨있던 아기를 내려놓는다. 한동안 아기에게 젖은 볼을 부비던 여인, 한순간 인기척에 아기를 내려놓고 사라진다. 아기의 울음소리에 다가와 아기를 안아드는 수녀(오틀리아).
같은 시간, 진통으로 사경을 헤매던 은서모는 성당에 딸린 보육원 방에서 출산을 위해 진통을 하고 있다. 갑자기 때 이르게 찾아온 진통으로 채 병원을 못간 은서모 앞에 나이든 원장수녀, 아이를 받느라 쩔쩔매고...
이윽고 허공을 울리는 여자아이의 울음소리-
핏덩이 아기를 받아든 은서모, 얼굴에 잠시 미소를 짓는듯하다 한순간 맥없이 고개를 떨군다.
그렇게 어린 은서를 남긴 채 허망한 생을 마감하는 은서모.
자그만 침상위에 나란히 놓여지는 두 여자아이-
한날한시 성당에 들어와 한공간에 놓여진 은서와 은영, 성당에 딸린 자그만 보육원에서 친자매처럼 서로 의지하며 우애 좋게 커간다. 콩서리도 같이하고 공부도 놀이도 같이하며... 다행인지 두 아이에겐 같은 재능도 있었다. 그림그리기. 하지만 커가며 성격은 완연히 달랐다. 수줍고 조용한 게 은서라면 사내 못잖게 씩씩하고 활동적인 것은 은영이었다.
당찬 은영이 유약한 은서를 보호하는 건 지극히 당연했다. 어느날 밤 은영은 성당 뒤뜰에 앉아 자기들의 별자리를 바라보며 은서에게 약속의 손가락을 걸었다.
“이제부턴 내가 네 언니야. 너를 지켜줄게, 언제까지나”
틈나는대로 은서와 은영은 그림 그리는 걸 즐겼다.
그림을 통해서는 부모 없는 그들이라도 행복한 가족을 꿈꿀 수 있고, 멋진 미래, 아름다운 사랑 같은 거 뭐든 그려낼 수 있었으니까.
그림 속에 꿈꾸는 것들을 솔직하게 그려내는 은서와 은영.
그러나 두 소녀의 꿈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은서와 은영은 그림대회에 동시에 그림을 출품하는데 은서의 그림이 더 큰상을 타게 된 열여덟의 어느 날. 그림에 대한 노력과 동경이 입상결과에 의해 저울질 되면서부터 은영의 맘속에는 보이지 않는 시샘이 똬리를 튼다.
그날 저녁 보육원 아이들과 함께 기쁨에 겨워 은영을 찾아낸 은서는, 쓰레기통에 처박힌 은영의 물감통을 보고 깜짝 놀란다.
당연히 기뻐해줄 줄 알았던 은영의 시샘과 위로하는 은서의 실갱이 끝에 툭 던져지는 은영의 심통어린 말.
“내가 네 진짜 언니도 아니잖아...?!”
다시 세월이 흘러 대학에 진학한 은서와 은영.
그림을 계속하기 위해 미대 회화과에 진학한 은서와 달리 은영은 상업미술을 위해 산업디자인과를 선택한다.
아름다운 외모로 대학 초반부터 인기를 독차지하는 은영.
그러나 어지간해서 남자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던 은영은 오랜만에 눈에 띄는 이상형의 남자를 발견하고 마음에 담는다.
회화과 김민우, 가난한 고학생으로 자처하고 있는 그는 사실 화장품업계 상위 5% 안에 드는 쟁쟁한 재벌가의 장남이었다.
회사를 이으라는 어머니 조여사의 뜻을 거스른 채 순전히 좋아하는 그림을 위해 사는 남자. 민우에게 우군은 비슷한 사연으로 순수미술을 포기했던 이모 조경란 뿐이다. 그런 민우의 비밀을 모른 채, 은서와 민우는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을 가꿔나가게 된다.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함께 그림을 그리는 은서와 민우.
은서와 민우가 만나기 훨씬 전부터 민우에게 끌렸던 은영은 은서가 민우의 프로포즈를 받았다는 사실에 아픔과 질투심을 품는다.
대학을 마친 민우는 은서가 고아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름 석자도 꺼내지 못하게 하는 조여사에게 반발, 끝내 집을 나가 유학을 준비하는데...
조여사는 민우에게 얼핏 들은 ‘명’씨 성만을 흐릿하게 기억, 후일 은영이 나타났을 때 그녀의 정체를 의심 않는 계기가 된다.
집을 나온 뒤 삶이 선뜻 힘겹고 부쩍 외로워진 민우, 그는 은서로부터 따스한 모성을 느끼고 늘 외로움을 벗삼았던 은서 역시 그로부터 이제까지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혈육같은 사랑을 느낀다.
외롭던 두 사람이 운명처럼 서로를 꽉 부둥켜안은 어느 새벽, 둘은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을 한다.
성당 마당의 마리아상 앞에서 둘만이 함께한 은서와 민우의 언약식-
그 후 은서의 성당에서 멀지 않은 한적한 아틀리에에 화실 겸 집을 꾸미고 함께 살게되는 은서와 민우.
은서와 함께 지낼 아틀리에를 마련하기 위해 경란에게 목돈을 구하던 민우는, 그 자리에서 은영과 잠시 스친다. (이것은 이후 은영이 민우의 아내로 나타났을 때 경란이 은영을 민우의 아내로 인정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민우에게는 또 한사람의 협력자인 동생 민호가 있다. 역시 미국으로 떠나기 전, 형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사랑하는 여자가 어떤지 만나보고 싶어 하지만, 몇 차례의 기회를 놓치고 만다.
아틀리에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민우와 은서.
은서의 임신으로 인해 둘은 굳게 맺어지지만,
어머니와의 불화를 가슴아파하는 민우 때문에 아이를 낳을 때까지만 혼인신고를 미루기로 한 상태다.
은둔생활을 하다시피 하던 두 사람은 어느날, 함께 그린 그림을 미술전에 출품한다. 딱히 당선을 바란다기보다, 상금을 받으면 뭘 할까 둘이서 함께 꿈꿔보는 것만도 두 사람에게는 그저 행복이고 낭만이었던 것.
(훗날 두 사람의 사인이 든 그림은 은서의 존재를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
한편, 장학금이나 상복이 많은 은서에 비해 억척스럽게 알바이트로 벌어가며 힘들게 대학을 마친 은영.
은영은 은서와 민우가 동거에 들어갈 무렵, 졸부의 아들쯤으로 행세하는 태수를 만나게 된다. 제대로 된 직장마련을 못한 상태에서 자신이 고아출신이란 걸 잊을 만큼 상류사회를 만끽하게 해주는 태수에게 흠뻑 빠져드는 은영.
태수를 만나 한결 여유가 생긴 은영은 간혹 은서와 민우 두 사람의 거처를 찾아 함께 어울리며 욕심 없이 소박하게 사는 그들의 생활을 한심해한다.
태수의 불량기를 걱정하는 은서와 민우마저 질투라며 일축하고...
그러나 그 생활도 잠시, 조직의 일원이었던 태수가 체포 투옥되자, 은영의 꿈결같던 생활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다.
무서운 조직원들로부터 달아나려는 은영. 그러나 태수는 투옥 중에도 수하들을 통해 은영을 감시하며 좀체 놓아줄 생각이 없다.
순식간에 비단 바른 감옥으로 변해버리는 은영의 삶...
필사적으로 탈출할 방법을 찾던 은영은 운명의 그날 밤, 은서의 집에까지 쫓겨 내려오는데...
한편 조여사의 ‘컬리넌스’는 다른 화장품 회사들의 첨단 기계설비와 막대한 자금투자 등의 공격에 밀려 경영․기술 양면에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무능하고 병약했던 남편 대신 평생을 바친 ‘컬리넌스’.
조여사는 저 밑바닥에서부터 삼십 평생을 몸 바쳐 이룩해 낸 ‘컬리넌스’를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다.
그러자면 자신의 두 아들의 힘이 절대로 필요한데...
그러나 조여사의 의지와는 상충되는 길을 가는 두 아들.
조여사는 어떻게든 두 아들을 굴복케 하여 ‘컬리넌스’의 장래를 맡기고 싶다.
그러던 어느날 조여사는 자신이 난치병을 앓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오랜 친구 강박사로부터 사업에 관한 욕심을 버리라는 조언을 듣는 조여사.
무리를 해나가다가는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진단...
그렇지만 조여사는 몸의 아픔보다 두 아들에 대한 기대감과 그리움을 견뎌내야 하는 그 고통이 더 견디기 힘들다.
조여사의 조촐한 생일만찬 날, 몇 사람이 씁쓸히 자리하고 있을 때,
민우가 생신축하 전화를 해 온다.
아들에 대한 기대감과 그리움으로 가득 찬 조여사는 아들이 돌아와 주기를 간곡히 부탁하면서도, 민우의 동거녀와 자식은 끝내 인정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가로 놓인 벽만을 절감한 채 전화를 끊는 모자.
그날 이후, 조여사의 병은 더욱 더 깊어지고...
무너져 내리는 가슴으로 소리치던 어머니의 음성에 민우 역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강박사는 조여사에게 모든 것을 수용하고 욕심을 버리라고 다시 조언한다.
고뇌하던 조여사는 며느리를 위해 반지를 준비한다.
그것은 은서와 아이를 받아들이겠다는 뜻.
어머니와의 전화통화 후, 괴로워하던 민우는 며칠 후 이모인 경란을 만나는데...
경란으로부터 어머니가 깊은 병을 앓고 있으며, 이제는 어머니의 곁에 있어달라는 부탁과 함께 어머니가 결혼 승낙의 뜻으로 내준 반지를 받는 민우.
어머니가 난치병이라니... 어머니가...
경란의 배려로 승용차를 가지고 아틀리에로 내려간 민우는
은서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서울로 올라갈 것을 제의한다.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한편으론 설레는 맘으로 밤을 지새우는 민우의 손을 잡으며 은서가 위로한다.
“어머니 안 계신 내게 어머니가 생기는 거잖아요. 잘 해야죠.
나...잘 할 수 있어요.”
다음날 아침, 간단한 짐을 챙기고 있는 은서와 민우의 아틀리에에 은영이 찾아온다. 태수의 부하들에게 쫒기는 중인 은영.
태수 때문에 은영의 삶은 엉망진창...
민우와 은서가 서울로 올라간다는 걸 알고 함께 데려가 달라 부탁하는 은영.
은서와 민우도 은영의 새로운 삶을 위해 동승을 승낙한다.
그렇게 서울로 향하는 세 사람.
세 사람은 차 안에서 지난날의 추억들과 아픔들을 떨쳐내고,
다가오는 새 삶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 그득한 얘기들을 나눈다.
은영에게 조여사가 보내준 반지를 보여주는 은서.
은영은 햇살에 영롱하게 빛나는 반지를 끼어보게 된다.
“어쩌면 이 반지 내 것일 수도 있었는데. 은서 너만 없었다면...”
한 순간 뇌리를 스친 생각에 제가 더 놀라는 은영.
이 반지의 주인은 은서야...
엄연한 사실을 되뇌며 은영이 천천히 반지를 빼는 그 순간. 급커브 길을 과속으로 돌아 나오던 덤프트럭이 중앙선을 넘어 세 사람이 탄 차를 향해 돌진해 온다.
민우가 황급히 핸들을 틀지만 차는 기어이 충돌하고.
민우의 차는 충돌의 충격으로 튕겨져 나가 언덕 아래로 구른다.
민우의 차가 굴러 내릴 때 깨진 창으로 튕겨져 나가는 은영...
기를 쓰고 몸을 일으킨 은영이 차에 갇힌 은서 품에서 유빈을 받아 피신하고 뒤이어 빠져나온 은서는 이미 숨을 거둔 민우를 빼내려 잡아흔들며 절규하는데... 차꽁무니부터 번져가던 불길이 기름통에 옮겨붙는 순간, 쿵- 폭음과 함께 화염에 휩싸이는 승용차.
혼절한 은영과 그 품 안에서 울고 있는 어린 유빈, 그리고 역시 정신을 잃은 채 누워있는 피묻은 은서의 얼굴에서-
그날의 교통사고로 인해 은서와 은영은 모든 것이 뒤바뀐다.
발단은 그저 작은 반지 하나였다.
사고당시 은영의 손가락에 끼어져 있던 은서의 반지가 그녀를 민우의 아내로 오인 받게 만든 것.
사고 직후 의사표시가 힘들어진 은영이 고갯짓 하는 것을 잘못 받아들여 버린 것.
민우의 대학시절, 경란이 민우와 함께 있던 은영을 보았던 사실은 그러한 오해에 힘을 실어준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고민을 던져준 것은 은서. 은서는 사고당시 입은 엄청난 부상으로 코마상태에 빠졌단다...
진실을 밝히고 태수 때문에 여전히 파란하고 신산스러울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느냐, 아니면 은서 대신 유빈의 엄마이자 ‘컬리넌스’ 조여사의 맏며느리 자리를 차지하느냐.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는 은영.
은영이 갈등하는 사이
묵인은 오해를 낳고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불러온다.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하던 은영은 마침내 모든 진실을 고백하기로 결심한다.
민우의 장례식을 마치고 급기야 윤여사의 저택까지 따라 들어간 은영은 ‘컬리넌스’ 저택의 호화로움 앞에 불현듯 다시 마음속에 회오리치는 갈등와 직면하게 된다.
한국 최대의 화장품회사 중 하나인 ‘컬리넌스’ 맏며느리 자리.
얼마나 갈망해왔던 꿈속의 삶인가? 오해 때문에 얻은 삶이라 해도, 이 끈을 놓치기 싫다. 아니, 꼭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어차피 이 모든 것을 누려야할 은서는 목숨을 회복할지 못할지도 불분명한 상태.
너무나 달콤한 유혹에... 은영의 가슴속에 자리했던 갈등을 밀어내며 아무도 알 수 없는 욕망이 서서히 고개를 치켜든다.
거짓으로 시작된 현실을 지켜내기 위해 거짓이 또 다른 거짓을 끌어내야 하는, 긴박하고 초조한 삶이 시작되고 있다.
아이 코 묻은 손 스치는 걸로도 유난떨던 은영은 갑자기 생긴 아들(유빈이) 상대하랴, 아무 준비도 없던 며느리 노릇하랴. 참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은영은 새로운 삶에 무디게 적응해간다.
그사이 코마에 빠진 은서는 무의식속에서 아름다운 과거의 시간들 속을 오랫동안 부유하고만 있다..
바쁜 시간을 쪼개 그런 은서를 거의 매일 같이 보러오는 은영.
아무도 먹지 않는 통조림이 병실 가득 쌓여가고...
그러나 은서의 손끝이 움찔거릴 때마다, 은서의 숨줄을 잇고 있는 산소라인을 빼버리고 싶은 충동에 몸을 떠는 은영...
남들이 보기에 은영은 친구의 회복을 간절히 바라는 날개 없는 천사다.
은서의 손을 꼭 잡은 은영이 자신의 새 삶이 유지될 수 있기를 바라며 영원히 깨어나지 말아주길 몰래 기도하고 있을 줄은 그 누구도 알아 챌 길 없다.
한편, 형에게 말로만 듣던 형수가 못내 궁금했던 민호.
그러나 직접 대면한 형수 은영은 민우에게 듣던 것과 사뭇 다르다. 은영에게서 알지 못할 아쉬움을 느끼는 민호...
아들 민우와 사이를 회복하려던 것이 그만 영원한 작별로 이어지자 조여사의 병세는 급격히 나빠진다.
차남인 민호가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어머니.
형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급히 귀국했던 민호를 붙잡는다.
“생일날.. 네 형이 전화 넣은 거 만나만 주었더라면.
마지막으로 그 모습 한 번만 보았더라도-”
늘 당당하던 어머니의 연약한 울음에 결국 목표를 바꾸는 민호.
남은 학기를 마무리하는 대로 반드시 돌아오겠다 약속하고 미국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은영은 유달리 새벽잠이 없는 조여사의 습성이나 까다로운 입맛과 생활방식, 그리고 늘어가는 정서적 불안까지 집요함과 치밀함으로 맞추어 나간다.
이 같은 은영의 노력들에 조금씩 마음이 열리던 조여사는 마침내 그녀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드디어 조여사의 가문에 정식으로 호적 입적되는 은영.
며느리로 인정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은영은 ‘컬리넌스’의 입사까지 승낙 받아낸다.
‘컬리넌스’ 입성을 하루 앞둔 날 저녁,
은영에게 혼비백산할 소식이 전해진다.
죽은 거나 진배없던 은서가 기적적으로 코마상태에서 깨어났다는 것.
허겁지겁 달려갔던 은영은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조차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은서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명은서라는 이름을 들어도 전혀 떠오르는 게 없고,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은서. 은영 외에 은서의 과거를 확인해낼 사람은 아무도 없다...
회복가능성 1%도 채 되지 않는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은 은영은 마침내 은서를 멀리 보내버리기로 결심한다.
“가라, 서울에서. 가라, 내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은서야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
은영은 은서가 깨어난 덕분에 ‘컬리넌스’ 첫 입사에 지각을 하고 만다.
경란에게 따끔한 질책을 당하고, 연이어 디자인실 실장 마정혜에게 노골적인 무시를 당하자 은영은 약이 바싹 오른다.
이제까지 소흘했던 일이지만 이제 은영의 자세는 이전과 전혀 다르다.
한편 은영의 부탁으로 경란은 은영을 요양소로 옮기도록 주선한다. 요양소에서 은서가 하는 일이라고는 뜻 모를 그림을 습관적으로 그리는 것뿐이다.
예전부터 은서의 그림에는 항상 그려지는 상징(어머니의 목화문양이 새겨져 있는 반지로부터 시작된 들꽃들의 문양)들이 있는데,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도 이것만은 놓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상징물은 은서가 기억을 잃고 있는 동안 은영에게 도용당한다.
은서의 상징물을 ‘컬리넌스’의 뉴 라인에 적용하여 크게 성공하는 은영.
그러나 이것은 후일 은영을 위기로 모는 족쇄가 된다.
은서의 그림들에서 그 상징물이 발견되며 엉망으로 뒤엉킨 상황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은서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남자가 나타난다.
정신과 심리치료 전문의 유동하는 기억을 잃어버린 은서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녀의 치료를 담당한다.
연민으로 시작된 동하의 관심, 그것은 자기 속에서 미처 자신도 모르는 새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되고 있었다.
물심양면으로 은서를 돕는 동하. 동하의 헌신적인 치료로 은서는 잃어버린 과거를 하나씩 하나씩 되찾게 된다. 동하의 연민과 사랑에 의해, 다시는 되찾지 못할 것 같았던 잃어버린 기억들의 첫 단추가 풀리기 시작하는 은서.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은서는 잃어버린 기억들을 되찾아내는 대신, 기억상실 이후의 모든 것들을 잊게 된다.
동하의 헌신적인 노력도, 그리고 자신을 향한 동하의 연민과 사랑도.
“내가... 당신..을 사랑했다고요..?”
그즈음,
‘컬리넌스’의 사회사업의 일환으로 후원하던 요양소에 경란이 찾아오게 된다.
언니의 사업을 돕기 위해 미대를 중퇴해야만 했던 경란은 여전히 그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 터.
그녀는 우연히 은서의 그림 한 장을 보게 되고,
그 그림에서 그동안 절실히 필요로 했던 새로운 디자인들의 컨셉을 얻는다.
은서의 그림을 살펴보던 경란은 혼란스러워진다.
모든 그림들에 담겨있는 상징들이, 은영이 창안해낸 아이템들이라며 보여주었던 ‘컬리넌스’ 디자인 아이템과 너무 비슷했던 것.
그러고 보니 이 아가씨... 그때 민우의 차에 타고 있다가 크게 다쳤던 그 아가씨가 아닌가...
은서가 캔버스에 묘사한 단편적 영상들은 경란에게 신선한 충격이다.
그때부터 은서에게 물심양면 원조를 아끼지 않는 경란.
경란은 마치 흙속의 진주를 캐낸 심정이다.
은서를 제품 디자이너(industrial designer)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경란, 타고난 미적 감각을 가지고 있던 은서는 급속히 교육코스를 터득해낸다.
이즈음,
은서의 아이템 도용을 발판으로 ‘컬리넌스’의 디자인실 팀장까지 고속승진 중이던 은영은, 경란이 제출한 새로운 컨셉을 보고 거기서 마치 은서를 본 듯한 전율을 느낀다.
게다가 그 그림의 주인이 은서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경란의 말...
은영은 자신과 은서의 지독한 악연에 몸서리친다.
난 어쩌다 은서를 하필 ‘컬리넌스’에서 후원하는 요양원에 보냈담.
이 그림... 은서가 내게 복수를 시작했단 의미로 보낸 것일까...?
견디지 못하고 요양원으로 내려가 확인까지 하는 은영.
은서는 거짓말처럼 회복되어 거 보란 듯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자신에게 늘 냉정했던 경란이 벌인 일이었기에 더욱이 은영의 불안은 극에 달한다.
경란이 조여사에게 은서 문제를 상의하는 것을 엿듣게 된 은영은
마침내 숨이 꼴깍 넘어갈 지경에 다다른다.
“은서가 돌아온다... 다신 보지 않아도 될 줄 알았는데.”
경란이 가져오는 아이템들로부터 은영이 고통 받고 있을 그 때, 경란은 서영달이 운영하는 와인바에 앉아 취해있다.
대학시절, 선배이며 짝사랑의 상대였던 서영달을 다시 만나고부터 20여년 한결같이 똑 부러지던 경란이건만, 와인 한모금에 서영달의 달변만 있으면 여지없이 흐물흐물 녹아버린다.
인생에서 행복은 오로지 일로만 알고 살던 경란의 가치관이 그냥 통으로 흔들리는 것이다.
영달과 경란, 공통점이 없어서 도통 어울릴만한 구석이 찾기지 않는 이 두 사람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변할 것인지..?
한편, 서영달의 아들 민재는 와인바를 경영하느라 보통 아버지들과는 일상이 확연히 다른 아버지 덕분인지 보통과는 좀 다른 삶을 산다.
상대방이 뭘 하든 툭 치며 이해할 수 있는, 부자간이라기보다 오히려 나이차 벌어지는 친구 같은 영달과 민재.
요사이 민재는 음악을 하겠다고 학교도 때려친 채 기타와 건반에 미쳐있다.
민재의 여자친구 이신영 역시 되바라질 정도로 심플하고 발랄한 청춘.
이들은 바로, 가벼운 듯 보이지만 속차고 생각 있는 오늘날 젊은 세대의 사랑모습이다.
차츰 자신을 되찾아내기 시작했던 은서는 경란의 제의로 인해 조여사 집 근처로 거처를 옮기고, 마침내 ‘컬리넌스’에 첫 발을 들이게 된다.
은서와의 거리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동하의 헌신적인 치유노력과 구애의 감정은 이어지고-
은서가 눈앞에 나타나자 당황하는 은영.
그러나 은서의 기억은 아직까지 완벽하지 않다. 적어도 자신이 ‘컬리넌스’의 맏며느리라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 확실하다. 그렇게 심리적으로 불완전한 상태에서도 은서는 타고난 미적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새로운 상품에 꼭 맞는 디자인을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하여 제품 디자인실의 일약 스타로 발돋움하는 은서.
은서가 자신의 입지를 키워갈 때마다, 그림 때문에 비교 당했던 은영의 아주 오래된 아픔이 스물스물 되살아난다.
사사건건 부딪히는 은서와 은영.
급기야 같은 회사 디자인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서의 기획을 방해하기 위해 은영은 그야말로 별별 수단을 다 동원한다.
그때마다 슬기롭게 극복하는 은서...
은서가 ‘컬리넌스’로 들어오기 조금 전,
조여사의 둘째 아들 민호도 미국생활을 완전히 정리하고 귀국한다.
강박사로부터 어머니의 병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라는 사실을 듣고 진작 돌아오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는 민호.
민호는 어머니의 바램대로 ‘컬리넌스’에 들어가는데,
처음부터 이사 직함이 아닌, 평사원으로의 정식입사를 한다.
그러나 남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 그리 간단치는 않다.
국내에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유학파의 설움.
그런 민호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사람이 바로 은서이다.
민호의 그런 행동들을 그저 멋모르는 부잣집 아들의 치기로만 생각하던 은영은,
민호가 기획 단계부터 직원들과 함께 공장설비, 제품생산 공정과정, 디자인, 상품 판매망 등 세부사항 하나하나를 점검해 나가는 것들과, 열정적인 추진력과 모든 사원들에게 대하는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보이는 모습 등을 보고,
당장 경영일선에 나설 입장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사원으로 자원을 했던 이유가 제대로 된 경영혁신을 위한 진취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사고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민호에게 차츰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래, 어쩌면... 민우씨와 내가 그리됐던 건
바로 이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였는지도 몰라.”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던 은서는 어느 날 경란의 부름으로 조여사의 집으로 찾아오게 된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은서의 접근을 막아왔던 은영이 마침 출장으로 집을 비운 사이의 일이었다.
은서는 아직도 자신이 이집안의 진짜 며느리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하지만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한 걸까.
집에 온 은서를 본 유빈은 은서에게 본능적으로 매달리고, 아무 것도 모르는 은서도 역시 유빈에게서 본능적인 모성애를 느낀다.
유빈을 보고 난 다음부터 은서는 이유 모르게 유빈이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그 아이의 눈망울, 몸짓 하나하나가 낯설지 않은 느낌. 막연하지만 자신의 기억 속에 숨어 있는 누군가와 많이 닮았다는 이상한 느낌...
뒤늦게 그 사실을 전해 듣고 위기를 느끼는 은영.
사실 그동안 은영에게 있어 가장 큰 스트레스는 유빈이었다.
은서에게 매달리는 유빈의 모습은 은영에게 아픔으로 밀어닥친다.
자신에게는 냉담했던 것과 달리 은서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따뜻하고 여유롭게 대하는 조여사와 경란을 보고, 은영은 이 집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싸워와야 했던 지난날들을 되새기며 또 한 번 은서에게 증오심을 갖는다.
(이 긴장감부터 뒤바뀐 운명들을 풀어나가는 극적요소가 된다.)
타고난 카리스마와 냉철하고 합리적인 분석능력으로 민호는 ‘컬리넌스’에서 인정받는 ‘사원’이 된다.
은서의 감각적인 제품디자인은 민호가 당차게 준비한 ‘컬리넌스’ 재건목적 신프로젝트에 커다란 힘을 실어주고...
은영이 두 사람의 일을 방해하려고 애를 쓰지만 전부 불발로 그치고,
서로의 힘을 모아 일을 하던 은서와 민호 사이에는 어느새 이해와 신뢰에 바탕을 둔 아름다운 감정이 피어난다.
민호는 마침내 은서에게 자신의 실체를 밝히면서, 아울러 은서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는데.
쉽게 대답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은서는 무언지 모를 강박관념에 대답을 망설이고 만다.
그동안 은서에 대한 그리움을 꾹꾹 눌러 참던 동하는 오랜만에 은서를 만나러 왔다가, 너무도 다정한 은서와 민호의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묵묵히 돌아선다.
사랑하기에 차마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는 동하의 고뇌가 시작되고...
마침내 동하는 요양원을 떠나 은서의 회사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온다. 그렇게 동하는 은서 그녀를 향해 다가가려 애쓰지만 은서의 기억 속에서는 동하의 헌신과 사랑의 기억들이 꼭 그만큼씩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미칠 듯 안타깝기만 한 동하.
한편 그동안 나이와 함께 쌓인 자존심 때문에 서로 겉도는 연애만 거듭하던 경란과 영달 커플. 이들의 사랑도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벽을 마주보게 된다.
그동안 술을 핑계한 경란의 구애로 끌려오던 두 사람의 감정은 한마담과 영달의 사이를 오해한 경란이 야멸차게 돌아서는 바람에 급진전을 이룬 것.
더 이상 서로에 대한 감정을 숨길 수가 없게 된 두 사람은 마침내 결혼에 골인하게 되는데.
조여사의 건강문제도 문제지만, 그것을 빌미삼아 막무가내 청혼하고 결혼을 밀어붙인 후 조여사의 집으로 들어와 경란의 방에 아예 신혼방을 차리는 서영달.
아들 민재라는 혹까지 주렁주렁 달고 들어온 영달은 처음에 그리 환영받지 못한다.
그러나 영달의 가치는 전혀 딴 데서 빛을 발한다.
긴 세월 아들을 거두며 홀아비 생활을 꾸려온 영달은, 손맛이라면 꿀리지 않는 충청댁 뺨을 왼쪽 오른쪽 골라가며 때려줄 만큼 실력 있는 살림꾼이었던 것.
손걸레질에 장보기까지 예전부터 해온 살림방법을 그대로 고집하는 충청댁에 비해, 스팀 청소기, 스팀 다리미, 음식물 처리기, 음식물 진공포장기 등 현대적인 살림도구를 요령 있게 사용하는 영달의 살림은 참으로 효율적이면서 간편하고 효과적이다. 덕분에 그는 우량주부라는 별명을 얻는다.
회사일로 바쁜 경란을 꼼꼼하게 챙기기까지 하는 영달. 정말이지 만점 주부 만점 남편이 아닌가.
프로젝트가 성공으로 돌아가자 민호는 한동안 종적을 감춘다.
침잠을 깨고 다시 나타난 민호는 은서가 오케이할 때까지 언제든 기다릴 수 있다고,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올 때까지 무조건 기다리겠다고 선언한다.
은서에게 자신의 결정을 통보한 민호는 곧바로 ‘컬리넌스’의 경영진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동안 체크해 두었던 회사 내 진정한 인재들만을 추려 드림팀을 꾸리는 민호. 거기에 은서가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동하의 가슴시린 사랑은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결국 동하는 오랜 고민 끝에, 은서의 곁에서 든든한 카운슬러로만 만족하겠다는 결심에 이른다.
단순히 소유하기보다 그것을 지켜주는 사랑, 지켜주기보다 그녀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놓아줄 수 있는 사랑...
“네가 행복하다면 무엇이라도 되어줄 수 있어.
그게 무엇이든 너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라면...”
이러한 동하의 헌신 덕분인지 은서의 기억은 급속도로 재생되기 시작한다.
일상에서 유빈과의 부딪힘은 그런 은서에게 마치 권총의 공이처럼 강한 자극이 되고...
동하는 은서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제안한다.
확실한 기억을 되찾기 위해 과거를 거슬러 오르는 것.
은서는 이제까지 쌓아올린 동하에 대한 신뢰 하나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과거를 향해 씩씩한 여행을 시작할 것을 다짐한다.
이것이 은서에게 있어 새 삶을 지워내는 여행이 될지, 잃어버린 삶을 되살리는 여행이 될지...
동하는 사실 이번 치료가 당사자인 은서보다 더 두렵다.
민호가 추진한 두 번째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자, 은서는 갑자기 장기휴직을 요청한다. 놀라 따져 묻는 민호에게 요양원에서 시작된 자신의 외롭고 두려운 인생에 대해 고백하는 은서.
은서의 이야기에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민호는, 은서에게 잃은 기억을 되찾기 위한 시간여행에 함께 하겠다고 말한다.
어느날부턴가 은서에게 불현듯 사고의 기억들이 단편처럼 떠오르기 시작한다.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던 반지. 긴 벼랑을 굴러내리던 승용차. 피투성이 민우의 시신을 잡아 흔들며 울부짖던 한 여인의 시야. 화염이 온몸을 휩싸오던 순간의 오싹한 공포의 기억...
수천개로 찢겨진 복잡한 퍼즐의 편린들이 무의식 속에서 춤을 춘다.
잃어버린 자신의 위치를 되찾기 위한 은서의 몸짓이 무의식속에서 그렇게 시작되고 있다. 어느 날 지방출장을 가던 은서는 강변도로에서 섬찟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부지중 차를 세운 그녀, 이유도 모른 채 온몸이 떨려오고 이가 덜덜 떨리는 극심한 공포를 체험한다.
그날 밤 신열에 시달리던 자신을 보살피러 들어온 경란으로부터 은서는 놀라운 얘기를 듣는다. 그 장소가 사고가난 바로 그 현장이었다는 것.
다음 날 사고현장을 찾아온 은서의 의식 속에서는 사고 시점부터 시간을 거꾸로 솟구쳐 올라가며 과거들이 하나씩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사고가 있었고, 그 차안엔 사랑했던 남자가 있었고, 아기가 있었고, 친구가 있었고,,,이윽고 또렷이 떠오르는 은영의 얼굴...
기억의 퍼즐들을 하나씩 맞춰가던 그녀, 이윽고 그 퍼즐들이 정확한 형체를 드러내어 잃었던 모든 시간과 기억들을 되찾아 주었을 때 정작 은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기막힌 현실 앞에 처절하게 목놓아 우는 일 외에는...
사랑했던 남자 민우와 그리고 아들 유빈, 셋이 함께 살던 아틀리에와,
어릴 적의 성당의 보육원까지 찾아내자,
마침내 뒤바뀐 운명을 알게 되는 은서...
은서는 지금 옆에 서있는 민호가 자신의 시동생임을 깨닫고 충격에 빠진다.
그날 밤. 숙소 옆방에서 잠든 민호의 곁을 조용히 떠나오는 은서.
마침내 은서는 자신의 모든 기억을 되찾아 낸다.
은서가 모든 것을 되찾아 내는 것을 지켜보며 갈등에 갈등을 거듭하던 은영.
그러나 은영은 그동안 손아귀에 틀어진 것을 쉽게 놓아버릴 수가 없다.
그날부터 은서와 은영의 끊임없는 줄달음이 이어진다.
모든 것을 폭로하고 당장이라도 아이를 되찾고 싶지만, 어려서부터 친언니처럼 돌봐준 은영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도 없는 은서. 모처럼 되찾은 기억 속의 은영은 피붙이 하나 없는 은서에게 있어 더없이 소중한 존재였다. 더구나 자신이 진정 이 집안의 며느리라는 사실과 유빈의 친모라는 사실을 입증하기엔 거쳐야 될 많은 난관이 가로막고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
그러나 내 피를 찾아야겠다는 절대적인 본능은 한순간도 쉼 없이 모성을 일깨워 몸서리쳐지는 그리움에 떨게 만들고.
마침내 이루어지는 은서와 은영의 만남.
“은영아...유전자 검사 해보면 모든 것 다 밝혀져.”
“그래 해 봐!”
“은영아 나... 모든 걸 다 이해해. 내가 너 같았어도 그랬을 거야...
유빈이만... 내 아들만 돌려줘.”
“유빈이를 돌려주면 모든 것이 다 밝혀질 텐데?”
“그러면 나 유빈이만 데리고 떠날게.”
“데리고 떠날 걸 왜 나타났어. 어디 처박혀 죽어버리거나 하지!!!”
은영의 마음 속에서는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한 흉하게 일그러진 욕망과 인간적인 양심이 피 흘리며 싸우고, 위악의 감정이 독처럼 내뿜어지고 있다.
그런 은영의 속내를 읽고 은서는 오히려 연민으로 가슴이 아파옴을 느낀다.
동하는 은서에게 유전자 검사든 법에든 호소해서라도 진정한 당신과 당신의 권리를 되찾아야 되지 않겠느냐고 한다.
“그건 은영의 모든 것을 빼앗는 거예요. 정말 죽어버릴 지도 몰라.
내가 바라는 건 그런 게 아니예요.”
고개를 젓는 은서. 차라리 바보같다.
이 무렵,
은영을 찾아 헤맸던 태수는 은영이 결혼을 한 것을 알아낸다.
그곳은 국내최대의 화장품회사 중 하나인 ‘컬리넌스’.
은영이 그곳의 상속자인 맏며느리라니.
쫓고 쫓기는 소동 끝에 은영을 찾아온 태수는, 은영이 지금 키우고 있는 유빈이가 정말 은영이가 낳은 아이인지 맞느냐며 따져대고.
자신의 위장된 비밀이 탄로날까 두려워 얼른 그렇다고 대답한 은영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진다.
시기를 계산했을 때 유빈이는 은영이 태수와 서툰 불장난을 하던 그 시점에 생긴 것이 되는 것.
유빈을 자신의 아들로 믿은 태수는, 그것을 빌미로 사사건건 은영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기억에서조차 지워버리고 싶었던 태수의 출현으로 자신의 과거와, 지금의 거짓된 삶이 발각될까봐 불안해하는 은영.
태수는 그러한 은영의 불안을 철저하게 이용하려 들고...
급기야 태수는 사업자금(혹은 도박 빚)을 얻어내기 위해 갖은 협박을 다하다가 급기야 유빈을 유괴하는 사건을 벌인다.
이 소동으로 조여사를 비롯한 식구들은 은영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품는데...
사건을 겪으며 은영은 한 가지 의문에 빠진다. 몇 년이라는 세월동안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았지만 하나 순간도 느끼지 못했던 모성이란 감정은 뭘까. 그게 뭐길래 은서는 저렇게 목숨까지 걸고 아이를 찾으려는 걸까... 제 속으로 낳은 같은 피가 흐르는 핏줄이라서? 그런데 나는 이 넓은 세상천지 어디에서도 포르르 찾아 깃들 핏줄 하나가 없단 말인가.
읊조리는 은영의 눈에 이유 모르게 흐르는 한줄기 눈물. 눈물은 흐느낌으로 변하고... 짐승처럼 통곡하는 은영.
다음날. 성당 보육원 앞에는 은영이 나타난다.
몇 년 만에 대면한 오틀리아 수녀에게 대뜸 어머니의 행방을 묻는 은영. 큰 기대 없이 하소연이나 해봤던 은영에게 뜻밖의 대답이 떨어진다. “너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 너를 한 번 찾아오셨단다...” 자식을 버린 모진 어미였지만, 자식에 대해 솟구치는 그리움만은 어쩔 수 없었던지. 그동안 간간이 보내다 끊어진 우편 소액환 봉투를 내주는 오틀리아 수녀. 은영은 편지봉투 한 장에 의지한 채 어머니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봉투에 적힌 주소는 이미 바뀌어 종적이 없다. 동사무소며 부동산이며 물어물어 어머니의 행적을 쫓아가는 은영. 그러나 추적은 갑자기 어느 한 점에서 딱 막히고 만다. 급기야 흥신소까지 찾는 은영... 한동안 이어지는 침묵에 침묵을 거의 포기할 무렵, 은영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어느 지방에서 어머니의 종적을 찾았다는 소식. 기다리던 소식에 마구 흥분한 은영은 한달음에 그곳으로 달려간다.
그런데. 허름한 공사장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자신의 생모라는 사람. 어미는 생각보다 너무나도 초라하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몸을 돌려 도망치는 은영. 그러나 힘들게 찾은 어미를 두고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멈춘 자리 그대로 날밤을 지새고 또 한참이 지나-
“여기까지 온 거. 버릴 거면 차라리 낳질 말지, 침이라도 뱉어주고 가던가.”
마음을 정한 은영은 어머니라는 여자와 얼굴을 마주한다. 그런데 어미는 구차하게 설명하기 전에 딸자식의 얼굴을 알아보고 후둑 눈물부터 뿌린다. 정신없이 울음 울며 구절구절 변명을 붙이는 어미의 모습은 참.. 비루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핏줄이구나, 하는 생각에 은영의 가슴은 어느새 축축이 젖어 들어가고. 서로 손을 붙잡고 눈물로 화해하는 모녀. 그동안 은영 가슴에 꼭꼭 눌러진 한과 설움도 눈물을 타고 조금씩 녹아내린다... 어쩌면 은서에게 유빈을 돌려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 즈음, 조여사의 병은 급격히 악화되어 간을 이식받지 않으면 위급할 상태에 이른다. 민호가 조직검사를 받지만 맞지를 않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은서가 나선다. 민호와 조여사가 만류하지만 내 사랑하는 남자와 내 아이의 혈육인 조여사. 은서는 조여사를 위해 어떤 희생인들 못하겠느냐며 검사실로 들어간다. 결과는 반반이라는 강박사의 모호한 판단 앞에 은서는 그래도 수술을 감행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보인다. 하지만 성공확률은 불투명한 상태. 조여사의 집에는 무거운 침묵이 깃든다.
서울로 돌아온 은영은 조여사를 찾아와 진심어린 속죄를 한다. 자신이 은서의 자리를 빼앗은 장본인이라며. 그동안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도 전부 제가 한 짓이었다고 고백하는 은영.
기겁한 식구들이 전부 분노하는 가운데, 죽음을 앞둔 조여사의 입에서 툭 떨어지는 한마디.
“내... 다 알고 있었다.”
“애어미도 아닌 것이 집에 들어와 성질 사나운 나까지 감당하느라 애 많이 썼다. 죽을 날을 받아놓으니 차라리 감사하구나. 행복의 문 한 쪽이 닫히면 대신 다른 문이 열린단다. 하지만 우리는 그 닫힌 문만 바라보고 우리를 위해 새롭게 열린 다른 문을 보지 못할 때가 많다. 사람이 정말 불행할 때일수록 세상에는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한 우리 삶은 헛되지 않은 거란다.”
눈앞에 죽음을 대면한 한 노인의 삶과 죽음조차 훌쩍 뛰어넘어버린 조여사의 이 말에,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전혀 내색조차 하지 않고 자신을 받아주었던 조여사 앞에 은영은 오열한다.
한편,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자가 자신의 형수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충격을 받은 민호는 회사 일도 손에서 놓고 방황한다. 어느날 은서를 찾아가 함께 미국으로 떠나버리자고 말하는 민호. 그러나 은서는 이제 민호가 시동생임을 알아버린 뒤. 두 사람은 마음 아프게 이별을 하고 있다.
이윽고 수술날짜를 통보받은 은서. 제 목숨의 반을 내주어서라도 조여사의 생명을 회복하겠다는 결심을 재삼 다진다. 힘들게 되찾은 세상의 유일한 혈육 유빈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은서. 은서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어릴 적 자라났던 성당 보육원을 찾는다. 거기에서 그녀는 은영과 자신의 어린시절 모습과 대면한다. 은영과 함께 뛰어놀던 성당 구석구석과, 물병자리를 바라보며 언니동생 다짐했던 그 언덕, 둘이 함께 나눈 과거가 현실처럼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마리아상 앞에 무릎 꿇어 조용히 기도 올리는 은서...
“저는 이미 모든 것을 얻었습니다. 이 아이가 사실은 저의 전부였으니까요. 은영에게도 기회를 주세요, 성모님.”
어느 산동네 허름한 방에 짐을 풀고 몇날며칠을 고민하던 은영 역시 어느 날. 조용히 성당을 찾아 오틀리아 수녀를 만난다. 오틀리아 수녀가 잠든 사이, 홀로 마당에 나와 성당을 거니는 은영. 그녀 역시 한순간 어린 시절 자기들의 어린 모습과 대면한다. 그 귀에 메아리치는 자신의 목소리.
“이제부턴 내가 네 언니야. 너를 지켜줄게, 언제까지나.”
은영 역시 얼마 전의 은서처럼 마리아상 앞에 조용히 무릎 꿇고 두 손을 모은다.
마침내 기도의 답을 얻은 듯, 은영은 조여사의 주치의인 강박사를 찾아가 검사를 받겠다고 한다. 조여사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은영. 그러나 친족조차도 잘 들어맞지 않는 조직이 생판 남인 은영에게 맞을 리가 있겠는가. 환자와 아무 관계도 아니라면 검사조차 시간낭비라는 대답이 돌아오고... 은영은 거절하는 의사에게 사정사정 매달리며 도움을 요청한다. 작은 것이라도 무언가 하고 싶다는 간곡한 뜻에 결국 검사는 진행되고. 그러나 검사결과는 역시 신통치 못하다. 은서와 마찬가지로 반반 정도의 확률이다. 강박사의 고민이 시작된다.
아들 유빈과의 여행에서 돌아온 은서가 수술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지나간다. 은서를 찾아온 동하. 그저 말없이 그녀의 마음을 읽고 따뜻한 미소를 보내고 있다. 은서의 미안함과 고마움, 동하의 따뜻한 사랑. 두 사람 사이에 깊고 긴 우정의 감정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결국 긴 고민 끝에 은영을 도우너로 결정하는 강박사. 아무도 모르게 은영이 수술대로 오르고... 간기증을 받은 조여사의 수술이 진행된다.
뒤늦게 수술 소식을 듣고 달려온 민호와 경란. 수술대 위로 오르기 위해 기다리던 은서는 이미 수술이 진행되었음을 뒤늦게 알고 수술실로 달려온다. 은영이 도우너였음을 알고 모두들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데.
회복실에 마주앉은 은서와 은영.
“너였니? 은영이 너였어?”
“아니, 내가 되살린 건 어머니가 아니야. 나야, 잃어버렸던 나...”
은서가 떨리는 손으로 은영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그 눈물겨운 용서와 화해.
자신의 어머니를 살려준 은영에게 따스한 눈길을 보내는 민호. 은영이 회복하는 동안 민호는 은영을 정성으로 돌본다.
동하가 은서에게 찾아온다. 은서는 오랜 세월 모든 것을 잃고 역경과 고난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제 곁을 지켜준 동하의 헌신적 사랑에 새삼 가슴이 저며 온다. 진정한 자신의 삶을 찾아준 동하, 심지어 자신의 사랑마저도 숨겨가며 오로지 은서 자신만을 향해 희생해 주었던 동하를 보며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맺힌다. 서서히 손을 마주잡고 포옹하는 두 사람. 이성간의 사랑을 넘어 진정 따뜻하게 두 사람의 마음이 만나고 있다.
그 따스함처럼 붉게 일렁이는 바닷가,
노을진 바닷가를 걸어가는 세사람의 먼 모습.
동하와 은서, 유빈이와 함께 해변산책 중이다. 깨드득 웃음 던지며 박차고 달리는 유빈이와... 아이를 잡으려고 달려가는 동하와 은서.
그들의 모습 위로 들리는 은서와 은영의 목소리.
“은서야..”
“응.”
“우린 정말 너무 험한 길을 걸어왔어, 그치? 같은 별자리를 타고난 우리가 이렇게 엇갈린 삶을 살게 줄은 몰랐어.“
“그래. 우리가 비록 엇갈린 삶을 살아왔을지라도 우리는 늘 하나였어.
사랑은 단 한 번이라도 행복을 느껴본 것이라면 결코 잃어버리지 않게 된대. 깊이 사랑한 모든 것은 우리의 일부분이 되기 때문이야. 너는 사실은 나의 한 부분이었던 거야...”
“세상은 고난과 아픔으로 가득 차 있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동시에 그 고난을 극복하게 만드는 것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애.”
두 사람의 목소리가 파도 소리 위에 에코 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