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불경인 유마경에서 유마대사는 “마치 사람이 담복 꽃 숲에 들어가면 담복 향기만 맡고 다른 향기는 맡지 못하는 것처럼, 이 집에 들어오면 부처님 공덕의 향기만 맡고, 성문이나 벽지불 공덕의 향기는 맡기를 좋아하지 않나이다."라고 했다. 담복의 향기를 부처님 공덕의 향기에 비유한 글이다.
여기서 담복은 치자를 말한다. 옛 어른들은 치자 꽃이 피기 시작하면 장마의 시작을 알리고, 지면 장마의 끝을 알리는 징후로 여겼다. 올해의 장마의 시작과 끝도 치자가 정확히 맞추었다고 제주도 농업기술원이 밝혔다. 농업기술원에서 장마가 끝난 시점을 예측한 시기는 지난 10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에서 지난 달 2일 첫 꽃을 피운 치자나무는 지난 10일 모두 꽃이 졌기 때문이다. 기상청이 장마가 끝난 뒤 3일째 되는 지난 13일 ‘장마종료' 보도자료를 낸 것에 비하며 3일이나 빠른 기록이다. 따라서 치자와 같은 나무를 기상전망 예측 참고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 한다.
옛날에 할머니께서 추석이면 주황색 열매를 찧어 노란 물을 우려내어 녹두빈대떡의 색을 예쁘게 들이시던 것을 볼 수 있었다. 지금도 가을이면 시장거리에서 살 수 있는 그 열매가 바로 치자나무의 열매이다. 봄에는 치자나무에 하얗고 탐스러운 꽃이 피는데, 향기가 과자처럼 달콤하고 향기롭다. 그래서 선인들은 술잔에 꽃잎을 띄워 마시고, 꽃잎으로 술을 담그기도 하였다. 치자(梔子)의 한자명을 보면 술잔 치( )자에 목(木)자를 붙었는데, 그것은 꽃모양이 술잔같다 하여 붙여진 것이다. 치자 중에서 꽃잎이 겹으로 된 것을 꽃치자라 하는데 흔히 볼 수 있는 종류다.
치자는 봄에는 하얀 미백색의 꽃을, 가을에는 주황색의 열매를 감상할 수 있다. 꽃색은 흰색이나 미백색으로 전체적으로 둥근 형태다. 잎은 처음에는 연두색이다가 자라면서 진녹색으로 변하며, 광택이 난다. 꽃모양과 향기 모두 일품이어서 동양은 물론 서양에서도 이상적인 꽃으로 생각한다. 치자나무의 원산지는 중국·대만·일본이나,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이다. 치자는 기후가 온난한 해안지대를 좋아하는 상록수다. 잎은 광택이 있고 6월에 피는 백색 꽃에는 짙은 향기가 있어 아름다운 조경수로 각광받고 있으며, 10∼11월에 따내는 붉은색의 치자 열매는 그 색이 영롱하고 아름다워서 천연염료로 또는 약용과 공업용으로 널리 쓰인다. 또 온돌방의 장판을 한 후 고운 염색물로도 활용되어진다. 민간에서는 다치고 삔데 쓰이는데 대개는 곱게 가루로 만들어 밀가루에 개었다가 환부에 붙인다. 본래 치자는 약성이 차서 염증을 제거시키는 데 효과가 있고 열을 내려주기도 한다.
삼국유사에 치자는 담복으로 2번 나온다. 제4 탑상 만불산에 나오는 치자는 경덕왕이 당나라 대종황제에 바치기 위해 침단목으로 만든 만불산을 장엄하는데 사용된다. 다른 한 번은 인용한 불경인 관불삼매해경(觀佛三昧海經)의 내용에서 나온다. 만불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경덕왕은 또 당(唐)나라 대종황제(代宗)가 특별히 불교를 숭상한다는 말을 듣고 공장에게 명하여 오색모직물을 만들고 또 침단목(沈檀木)을 조각하여 맑은 구슬과 아름다운 옥으로 꾸며 높이가 한 발 남짓한 가산(假山)을 만들어 그것을 모직물 위에 놓았다. 그 산에는 험한 바위와 괴석이 있고 개울과 동굴이 구간을 지어 있는데, 한 구역마다 춤추고 노래 부르며 음악을 연주하는 모양과 여러 나라의 산천모양을 꾸몄다. … 그 속에는 또 만불(萬佛)이 안치되었는데, 큰 것은 한 치 남짓하고 작은 것은 8, 9푼이었다. 그 머리는 큰 것은 기장 탄알만하고 혹은 콩알 반쪽 만하였다. 나발(螺髮)·육계·백모(白毛)와 눈썹과 눈이 선명하여 상호(相好)가 다 갖춰져 있었다. 그 형상은 다만 비슷하게는 말할 수 있어도 자세히는 다 형용할 수 없다. 이로 인해 만불산(萬佛山)이라고 하였다. 다시 금과 옥을 새겨 수실이 달린 번개(幡蓋)와 암라(菴羅)·담복·화과(花果)의 장엄한 것과 누각, 대전(臺殿), 당사들이 비록 작기는 하지만 위세가 모두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