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로 인해 같은 날인 5월 31일 밤 10시경에 파리에 도착했습니다. 공항에는 한때 미얀마 파욱과 왓 탐 도이 또온에서 출가생활을 한 적이 있는 죠지 몰리앙(법명 자루반노)이 마중을 나와 주었습니다. 죠지의 지인인 롤랑의 집에 여장을 풀고 로랑의 아들인 발타작을 만나고 다음날에는 뱅상 루비네와 그의 아버지 쟝, 죠지의 아들인 벤자민과 그의 가족, 비엘카와 그녀의 딸인 수리코, 93세의 할머니 마리 테레즈를 만나서 같이 미술관 구경을 다녔습니다. 의과대학 병리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롤랑은 빨리 은퇴하고 싶은데 연금 때문에 은퇴가 허락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일찍 은퇴해서 연금으로 살며 비정부단체 활동이나 봉사활동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건강이나 삶의 만족도가 높다고 합니다. 일찍 은퇴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사정이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파리에 와서 보니 10여일 전부터 폭우가 쏟아져서 파리 곳곳이 침수 피해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또 노동조합들이 총파업에 들어가서 도시 곳곳이 마비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날씨도 계속 흐리고 간간히 조금씩 비도 내리고 해서 파리의 날씨는 우리들에게 우호적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음날인 6월 1일에는 태국 안마 시술소에 초대되어 점심공양을 받고 오후에는 아시아 박물관을 구경하였습니다. 이 태국 안마 시술소를 운영하는 아줌마의 아들이 집중수행 법문 통역을 하기로 되었다고 합니다. 아시아로부터 반입된 예술품을 전시하고 있는 아시아 박물관은 여러 사람들을 기증품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알프레드 기메의 기증품이 많아 기메 박물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안영걸(?) 화백의 기증품도 볼 수 있었습니다.
6월 2일에는 한 태국음식점의 초대를 받아 점심공양을 하고 오후에는 뮈제 도르세를 관람하였습니다. 루불 박물관은 관람객이 너무 많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관람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뮈제 도르세는 본래 파리의 철도역이었던 것을 미술관으로 개조했다고 하는데, 전에 와보았을 때와는 내부가 조금 달라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곳에서는 두니에 룻쏘와 샤를르 글에이흐라는 미술가들의 두 특별전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이 전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었습니다. 일반 전시품들 중에 인상적인 것들을 찍은 사진입니다. 저녁에는 수리코의 아파트로 가서 남 빠나(티 타임)를 갖고 죠지가 자동차로 파리의 곳곳을 구경시켜 주었습니다. 파리는 예전에 몇 번 다녀간 곳이지만 이번에 가장 자세히 둘러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옛날 같았으면 상당히 흥분된 시간이었을 터인데 출가자가 되어 관광을 해보니 감흥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6월 3일에는 베르사이유 궁을 관람하였습니다. 엄청난 규모의 정원을 둘러보려고 했지만 날씨가 너무 추워서 궁전 안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잔 나위는 궁전 내부의 분위기가 싫다며 일찌감치 관람을 포기했습니다. 궁전 내부의 사치스런 장식품들과 화려한 미술품들이 대중 착취와 갈등, 전쟁과 음모 등 온갖 부정적인 에너지를 풍기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베르사이유 근처에 사는 93세의 할머니인 마리 테레즈의 남 빠나 초대를 받고 그녀의 집으로 가서 티 타임을 가졌습니다. 마리 테레즈는 간호사로 일했고 젊은 시절에 일본으로 가서 합기도를 배우기도 했다고 합니다. 낯 선 이방인이 프랑스의 역사와 몰리에르의 문학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대화가 조금씩 되니까 아주 좋아하고 기뻐했습니다. 2차 대전 중에 폭격피해로 가족들을 잃고 평생 독신으로 살아 왔다는 그 할머니는 조금씩 나오는 연금과 50년을 살았다는 아파트의 모기지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죠지는 자신의 어머니도 96세라고 하면서 자신도 그렇게 오래 살게 될 가능성이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엄청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는 베르사이유의 아이러니를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간단한 여행 이야기 속에 깊은^^ 내용들이 녹아 있네요~
사진들도 고맙습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