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를 버리고 우회전 '나사리해수욕장'의 해안길로 들어서 조용한 바닷가를 뛰지만 지난해
처럼 밤늦게 모여 술마시고 노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더물게 차옆에서 밤바다를 구경하는 가족이나 연인들이 눈에 띄는 정도이며 몇 구비를 돌아
가니 한 줄기의 강한 푸른빛이 바다로 향해 장검을 휘두르듯 회전하는데 바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침해가 먼저 뜬다는 '간절곶' 등대다.
지난해엔 밤 바닷가에 올망 졸망 화려한 불빛으로 장식한 노변의 미니카페가 많았었는데
금년에는 이곳 역시 태풍에 놀라 일찍 문을 닫고 몇 군데만 남아있었다.
바닷가의 좀 안전하다 싶은 곳에는 태풍을 피해 작은 배들이 불법'주선'(?)해 있는데 선두는
벌써 반환점을 돌아 역주행을 하고 있으니 과연 철각들이다.
진작에 내 젊었을 적에 이런 붐이 일었더라면 나도 시쳇말로 일을 한번 내는건데 이럴땐
세월이 좀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고개라 이름 붙이기도 어중간한 오르내림길이 계속 이어지고 47km 정도의 우측에 이름도
정겹게 느껴지는 자그마한 '솔개해수욕장'이 잠들어 있다.
마지막 고갯마루를 넘어서니 빨간 경광등이 우회전 '진하해수욕장'으로 유도하고 피서객인지
더러는 응원을 하고 있다.
드디어 50km 반환점 '갤럭시호텔'옆 바닷가에서 많은 사람들이 식사도 하고 휴식도 취하면서
야시장을 방불케 한다. 나도 시락국밥을 두 그릇 먹긴 했는데 식욕이 떨어져 못 먹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두 그릇이라 해봐야 집에서 먹는 한 그릇의 량도 채 못된다.
좀 쉬었다 갔으면 좋으련만 여기서 어정거릴 여유가 없다. 서둘러 출발 물이 고인길을 이리
저리 피해가니 국도 입구에서 피서객인지 불꽃을 계속 쏘아대며 화이팅을 외쳐준다.
손을 흔들며 칠흑같은 국도를 걸어서 오르다 중간쯤에 어느 지원팀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오는
사람마다 커피를 타 준다. 식사후 여름이라도 따끈한 커피는 그런대로 속이 확 풀리는 뭐가
있는것 같다.
따끈한 커피를 들고 가며 마시는데 아직 반환점을 향해 오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고갯마루에서 커피를 다 마시고 천천히 뛰기 시작하니 저멀리까지 빤짝이는 불빛들이 줄을
이어 뛰다 걷다를 반복하는데 식사도 든든히 했겠다 소염진통제도 두알 더 먹었겠다.
조금씩 앞당겨 한 두사람씩 추월해나간다. 지친 탓이겠지만 올때 보다 매 10km의 급수대가
엄청 멀게 느껴진다 부산 울산간 해안국도 늦은 밤이라 간간이 달려오는 차들이 무서운
속도로 쏜살같이 지나간다. 갈때의 40km가 이번에는 60km가 되어 맞이한다.
수박화채에 초코파이를 먹고 고맙다 인사하고 떠난다.
사실 뛰는 사람들이 힘들긴 하겠지만 밤새워 자원봉사 하는 사람들도 뛰는 선수 못지 않게
힘들다는걸 알기에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는 해 주는게 도리고 예의라 생각된다. 비가 안오니
신발이 많이 말라 좋긴한데 더워서 땀이 많이 난다. 왔던길을 도로 가면 항상 멀게 느껴지는게
첫째는 피로에 지쳐서 그렇고 둘째는 길을 알기 때문인가 싶다.
70km 갈때는 60km참가자와 엉켜서북새통을 이루더니 지금은 조용해 물과 초코파이를 먹고
또 서두른다. 시간은 3시경 월내 해안길을 벗어나 국도를 앞 사람을 추월 목표로 열씨미 가다
보니 벌써 '임랑해수욕장' 입구 정훈희의 '꽃밭에서'를 지나버렸다.
일광역 앞 수퍼에 들어가 '게토레이' 한캔을 마시니 속이 시원하다. 일광길을 벗어나 좌회전
대로에 차들이 쏜살같이 달리고 약간의 내리막길로 기장군청까지 일직선길 저만치 경광등으로
기장군청 뒷 마당길로 유도한다.
기장군청 뒷마당 깊숙히 화장실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알길이 없다. 내가 이 화장실을 잘
아는 이유는 몇년전 마라톤 연습차 왔다가 화장실에서 벨트색을 풀어 놓고 깜빡 잊고 나와
식당에서 허리가 허전해 얼른 되돌아 갔지만 벨트색은 간데없고 도로 보수작업 인부들이
서너명 있지만 모른다고 오리발(?)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으니 별 도리가 없었는데 도둑을
맞을려면 개도 않 짓는다 했듯이 그날 따라 색에 누가 맡긴 돈이 십여마넌 들어 있었다는...
한달 후 해운대 경찰서에서 전화가와 벨트색과 신분증을 찾아 여태껏 아무런 이상이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되며 그래서 기장군청의 화장실을 잘 알고 있긴한데 가만있자 얘기가
딴데로 빠졌네 한적한 기장군청에서 죽성으로 가는길 신앙촌 입구에서 공동묘지가 있는 작은
고개를 넘어니 장어구이 포구월전 80km급수대 '가톨릭마라톤동호회'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
물 한컵과 초코파이를 먹고 호젓한 해안길을 돌아가니 멀리 수평선의 먹구름사이로 여명이
밝아 오고 새벽 공기가 상쾌하게 느껴진다. 해안길 몇 구비를 돌아더니 멸치로 유명한 '대변항'
만조로 해안선까지 찰랑한 바다위에 고깃배들이 나란히 졸고 있다.
마지막의 컨디션을 위해 편의점에서 '게토레이'를 마시고 해안을 돌아 송정으로 가는데 다들
지친 표정들이 역력하다. 오름길은 걷고 내림길은 뛰는척하고 평지는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해동용궁사' 입구를 통과 탄탄대로 앞이멀리 보이면서 닿지 않으니 더욱 힘들고 서로가 앞서
거니 뒷서거니 고만고만한 실력들이다.
'송정해수욕장' 입구 수퍼에서 죽을 찾으니 단팥죽 밖에 없어 먹고 있으니 하드를 먹던 사람이
그게 영양가가 있겠단다. 원래 남의 밥에든콩이 크게 보이는 법인가 싶다.
해수욕장의 긴 백사장길을 돌아 90km마지막급수대 물 한모금만 마시고 송정 고갯길을 향하
지만 마음뿐 속도는 느리다.
큰길을 건너 본격적으로 고갯길이 시작되지만 다행히 우려했던 오른쪽 엉치부분과 무릎은
소염진통제 덕분인지 아프진 않다. 와우산 송정고개를 넘어서 조금 내려가면 '청사포'입구
다리를 지나 '해월정'이 있는 달맞이 고갯길을 걸어서 오르는데 우측에는 '원미연의 라이브
카페'가 보인다.
드디어 95km '해월정' 전망대가 있는 마지막 고갯마루 심 호흡을 한번하고 뛰어서 내려가
는데 왼쪽 무릎에 약간의 이상 신호가 오는데 애써 무시하며 계속 뛰어 해운대 백사장길로
들어서 햇볕을 등지고 뛰지만 과연 해운대해수욕장에 몇 십만 인파가 어쩌구 뉴스에서 하는
말이 실감나게 멀다.
백사장을 빠져나와 조선비치호텔을 돌다 '동백섬'을 한 바퀴 도는데 휴일이라 조깅나온 사람
들이 많다. 나머지 2km 다리를 건너 해안길을 가는데 이제불과 500m 정도 남았으나 햇볕이
내리쬐니 물이 떨어져 물병들고 운동 나온 사람에게 한모금 얻어 마시고 요트계류장으로 들어
서니 많은 사람들이 응원나와 박수 반겨주니 이때의 기분은 모든것을 다 얻은듯 없던 힘이
솟는다.
FINISH를 통과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14시간 15분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준비된 지난해엔 12시간 15분이었는데 반대로 사전에 준비가 않되면 이렇게 힘들고 고통
스럽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만신창이가 된 몸이지만 또 새로운 도전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