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공원 '클럽 모우'
패션의 거리로 조용히 변신 중인 서울 청담동 도산공원 근처에 재작년 10월 '클럽 모우 서울'이 문을 열었다. 오는 11월 강원도 홍천에 오픈 예정인 친환경 골프장 '클럽 모우'의 멤버스 라운지이면서, 동시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포레이징 푸드를 전면에 내세운 웰빙 레스토랑이다.
일본 핫토리영양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현지에서 경력을 쌓은 최창오 셰프는 레스토랑 오픈을 위해 한식 요리 연구가인 이종국 셰프와 함께 전국의 재래시장을 돌며 믿을 만한 채집 음식 공급처를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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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쇠미역, 야생 두릅 장아찌 등 채집 음식 | 현재 클럽 모우에 식재료를 대는 인력은 총 3명. 이 중 두릅, 더덕, 연근, 호박 등을 공급하는 2명은 그야말로 시골 할머니로, 텃밭과 인근 들에서 자생하는 채소들을 캐다가 지역장에 내다팔기도 하고 서울로 올려 보내기도 한다. 나머지 한 명은 해산물 담당으로 자연산 도미와 농어, 문어 등을 구해준다.
최 셰프가 선보이는 음식은 퓨전 한식에 일식을 살짝 가미한 것. 메인 디쉬는 일반 레스토랑처럼 한우 스테이크가 차지하지만 애피타이저와 생선 요리에는 채집 식자재를 다양하게 사용한다.
산더덕을 넣어 끓인 수프나 키조개 껍질 위에 야생 두릅, 달래, 제주도 유채꽃, 구운 조갯살을 올린 키조개 샐러드 등 채집 재료의 진한 향을 살리는 방향으로 조리한다. 현재 포레이징 푸드의 비중은 50% 정도지만 향후 골프장이 개장되면 인근에 농원을 구성해 100% 채집 음식 레스토랑으로 변신할 계획이다.
1층은 레스토랑, 2층은 개별 룸, 3층은 야외 바로, 자연친화적이면서 세련된 인테리어가 음식과 잘 어울린다. 골프 클럽 회원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어졌지만 비회원이라도 하루 전에 예약하면 1층 레스토랑을 이용할 수 있다.
유기농 한식 뷔페 '청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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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에 무친 다래순 | 건강식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이 자주 그러하듯 민형기 대표 역시 25년 전 병원으로부터 심각한 판정을 받았다.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식이요법만으로 병을 극복한 그는 '밥이 약'이라는 굳건한 신념을 주변에 전파하다가 결국 유기농 채소와 채집 음식, 현미로 구성된 뷔페 식당 청미래를 차렸다.
그가 정의하는 자연식은 우리 땅에서 제철에 거둔 유기농 식물과 현미밥으로 차린 전통 식단이다. 장장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몸을 살리는 음식에 골몰하다 보니 자연히 약초나 산나물을 전문으로 캐는 사람들과 각별한 연을 맺게 됐고 현재 이들이 청미래의 채집 식물 공급원이 되었다.
민 대표의 친형제들 중 셋째 누이와 다섯 째 누이는 동해 최북단 휴전선 근처에서 일하는 해녀로, 야생 쇠미역을 비롯한 각종 해초와 자연산 홍합, 성게 등을 채취해서 보내준다. 여기에 민 대표가 서울 근교에 있는 농장에서 직접 채집하는 것들도 상당수다.
"이게 어제 따온 다래순입니다. 8년간 숙성시킨 약된장에 무쳐서 나물로 먹으면 이열, 혈압, 당뇨에 탁월한 효과가 있죠."
그 자체로도 몸에 좋은 야생 가시오가피와 두릅, 적근대는 여기서 또 다시 8년간 발효한 토종콩 약된장과 3년간 숙성시킨 매실 된장, 10년 동안 발효한 간장 소스 등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약에 버금가는 음식으로 재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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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갈비 정식 | 5가지 해초로 만든 해초묵, 야생 다시마로 만든 정과, 뽕나무 잎, 줄기, 뿌리를 전부 넣어 달인 뽕나무 차 등 재료를 가공하는 방식도 다양해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
유기농 뷔페라 풀만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민 대표가 내린 결론 중 하나는 곡채식 80%에 동물식 20%가 민족의 체질과 정서에 맞다는 것. 오징어 야채 불고기와 도미 찜, 참조기 구이 등 육식과 막걸리 찐빵, 유기농 사과 등 후식까지 포함해서 약 60여 가지의 자연식을 선보이고 있다. 점심은 1만 5000원, 저녁은 2만 원. 월요일은 쉬며 공휴일에도 영업한다.
명동 '뜰 안의 작은 행복'
자장면, 돈가스, 칼국수로 유명한 명동은 의외로 깔끔한 '집밥' 먹을 곳 찾기가 쉽지 않다. 바깥에서 안심하고 밥 먹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명동 성당 근처에 있는 '뜰 안의 작은 행복'은 거의 유일한 선택이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식자재의 대부분은 양평에 위치한 1500평 넓이의 농장에서 나온다. 하우스 농사 대신 100% 노지 재배를 고수하는 조한석 대표는 제초제를 전혀 쓰지 않고 고집스럽게 호미로 일일이 김을 매가며 배추, 고추, 마늘, 콩, 상추 등을 재배한다.
봄이 되면 인근 들에서 자라는 달래와 돈나물, 냉이, 고사리를 뜯어서 서울로 가지고 온다. 냉이와 달래는 된장찌개에 넣어 향을 돋우고 달래 뿌리는 장아찌로 담그며, 돈나물은 무치기도 하고 물김치에 넣기도 한다. 식당 전체의 맛을 책임지는 이는 대표의 어머니로 명동 성당에서 8년간 식복사로 근무했다.
그가 직접 담근 된장과 간장은 주방에서 조미료를 몰아낸 일등 공신이다. 진하면서 짜지 않은 집된장과 집간장은 그 자체로 모든 찌개와 나물에 부족함 없는 양념이 된다.
이곳에서 만드는 채집 음식의 진수를 맛 보려면 코스로 나오는 저녁보다는 점심 식사를 추천한다. 곤드레밥 정식, 코다리 정식, 떡갈비 정식, 3가지가 있는데 여기에 깔리는 6가지 밑반찬에 제철에 채집한 싱싱한 채소들이 사용된다.
바로 어제 뜯어 왔다는 돈나물은 매실과 고추장, 식초, 고추가루를 넣고 달콤새콤하게 무쳤다. '아삭'하고 한 입 씹으면 잔뜩 머금었던 물기가 입 안에 상큼하게 퍼진다. 달래 뿌리로 담근 장아찌는 단단한 식감에 강렬한 맛으로 입맛을 확 돋운다. 점심은 전부 예약제로 운영되며 오전 10시까지 예약을 받는다. 매주 일요일은 휴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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