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그리고 타는듯한 갈증...
침낭에서 겨우 빠져나와 일어나 앉았다.
눈앞에 펼쳐진 어이없는 황당 시츄에이션.
뭐지? ㅡ.ㅡ
물을 찾아 벌컥벌컥 마시고난 후 조각난 기억을 더듬어 퍼즐 맞추듯 맞추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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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우린 어젯밤 9시반쯤 처음 급벙으로 얼굴대면을 했고 나이를 떠나 캠핑과 음악,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는 동지로서 부어라 마셔라 했던 것이다.
그. 랬. 군... ㅋㅋ
내 침낭 코앞의 저 양말과 그옆에 엎어져있는 밥솥이란... ㅡ.ㅡ
아놔~~ ㅡ.ㅡ
그래 저놈도 기억이 난다. 꽤 똘똘한 소리를 들려 주었던 놈이지...
둘이 술취한 상태에서도 저 오디오를 텐트안으로 끌어들여와 음악을 들으려 애썼던 기억도 어렴풋이 난다. ㅋㅋ
해가 중천에 걸렸는데도 라면박스를 바닥에 깔고 침낭속에서 아직 꿈나라를 헤메는 이 아저씨는 미혼의 준수한 사업가. ㅋㅋㅋ
정신을 차려 밖으로 나왔다.
쌉싸름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패들링을 하리라 맘먹고 왔는데 해는 이미 중천에 걸려있다. ㅡ.ㅡ
그래도 기분은 좋다. ㅎ
우리외에 저 멀리 딱 한팀.
요즘 정도가 이곳은 좋은것 같다. 좀더 지나면 사람들로 미어 터지겠지... ㅡ.ㅡ
만취한 상태에서 싸이언님의 텐트를 쳐보려고 둘이 발버둥치다 포기하고, 그냥 내 키바텐트에서 같이 잠이 들었던 기억도 어렴풋이...
싸이언님의 텐트는 트레일러에 올려진채로 텐트를 치고 잠을 잘수있는 구조이다.
물가에왔으니 뱃놀이 한번 해야지....
카약을 준비해 물에 띄운다.
요즘의 산은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온갖 미사여구로도 표현할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
새벽이면 좀더 좋았을텐데...
아쉽지만 이 느낌도 좋다.
낚시하는 어르신께 인사드리고 지나간다.
잠시 상류로 오르다 방향을 틀어 하류로 내려간다.
저 멀리 싸이언님이 카약준비하느라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캠프 맞은편 바위섬에 카약을 대고 바위위로 올라앉아 싸이언님이 카약타고 건너오기를 기다린다.
두마~~안강 푸른물에 노젓는 배~엣사공~~~~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ㅋ~
강변에서 루어대를 캐스팅하는 조사님도 보이고...
저 멀리 두루미(?)도 한마리 날아간다.
두만강 푸른물에 노젓는 배~엣사공을 흥얼거리며 내려가는데, 저 멀리 카약커가 한명 보인다. 오~ ! 반가워라...ㅎ
누군가 불러서 옆을 돌아보니 한무리의 카약커들이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카약과 카누가 섞여있다. 이분들이야말로 뱃놀이를 즐기시는 중.
맥주한잔하고 가라는 말씀에 속이 울렁거림에도 불구하고 카약을 대고 한잔씩 더했다... 으윽~ 속이 더 울렁거리네... ㅡ.ㅡ
그 일행중 한분이 마침 내가 입은 잔차복을 알아보고 자신도 똑같은 저지가 있다며, 잔차얘기, 카약얘기하며 서로 소개하다가 그뱃놀이 무리를 이끄는 분이 싸이언님이 운영하는 카페의 멤버 '목어'님임이 확인되는 순간 급친해진다. ㅋㅋ
다시 카누와 카약을 물에 띄우고 뱃놀이를 즐긴다.
패들을 들고 만세부르며 기념사진도 찍고.
물 한가운데 우뚝 솟은 배바위에 손을 대 감촉을 느껴본다.
이 기분은 해본 사람만 안다. ㅎ
마곡에 있는 목어님댁에 잠시 후 놀러가기로 약속하고 일단 빠이빠이했다.
"이 기분 정말 쵝오에요~!"
싸이언님이 연속으로 감탄사를 터트린다. ㅎㅎ
캠프로 돌아 오는길.
연두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산들의 전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카약을 대고...
벌써 햇볕이 너무 뜨거워 그늘을 찾게 된다. 춥다고 웅크리던게 불과 엊그제 같은데...
오프로드 주행이 취미인 싸이언님은 아웃도어 장비의 달인.
차에는 없는게 없다. 텐트, 의자, 기름통 등 전부 큼지막한놈들로...
그에 비해 잔차여행용 장비들은 귀엽다. ㅋㅋ
싸이언님 차 옆구리에 달린 그늘막을 내려 치고 아침끼니를 해결한다.
그리고 강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피부로 느끼면서 음악 듣기.
시스템은 싸이언님의 야외용 오디오.
스피커는 미국 BOSE社의 101 야외용 PA 스피커를 사용하였고 헤드유닛은 TOYOTA 순정 (CDP+MP3+RADIO) 이다.
84년생이라는 저 보스 스피커는 정말 똘똘한 소리를 들려준다.
25년이나 나이를 먹었다는데도 핑플의 DSoT를 제대로 들려준다. 오메 행복한거~~~~ ㅋㅋ
짐을 챙켜 이동해 다다른 목어님 댁.
대문가의 닭 조각물이 우리를 반긴다.
하루종일 햇빛이 멈추지 않는다는 이곳에 있으면 도끼자루 썪는줄 모를듯...
부럽다 나는 언제나 이런 공간을 가져보나~
멤버중 여자분 한분의 귀여운 폭스바겐 딱정벌레차에 카약캐리어가 달려있다.
음악관련 직종에 계신듯한 이분은 연세가 꽤 들어보이는데 외국생활 할때의 카약킹 경험을 잊지못해 틈만나면 이렇게 차에 싣고 다니며 즐길 생각이라는... 이 또한 부럽다. ㅋ
어디선가 두둥~둥둥둥 두둥~ 둥둥 하며 큰북 소리가 들린다.
목어님께서 손님을 반기는 북 연주를 들려주시는 것이다. 정말 대단한 소리... 황홀하기까지 하다.
몽골형 천막이 있는 저 2층이 목어님이 북을 연주하는 장소이다. 올라가보니 정말 커다란 북 2개가 자리잡고 있고, 웃통을 벗어제낀 목어님께서 북을 연주하고 계신다. 두둥~ 둥둥둥 두둥~ 둥둥~~~
꼬끼오~~~
그분들이 타고 즐기는 카약과 카누.
이곳에 캠핑장과 캠핑카를 위한 공간을 앞으로 만들 예정이란다.
목어님의 목어.
이건 '석빙고' 란다. ㅎ
일명 도라무깡(ㅡ.ㅡ)을 산기슭에 파묻어 넣고 흙의 서늘한 기운을 이용해 여러가지 음식과 음료수 등을 보관한다.
또 다시 카약을 타러 가는 일행을 목어님이 배웅 하신다.
ATV에 연결한 트레일러에 카약을 싣고 그 카약에 여자분이 올라 앉으셨다.
재미있는 분들... ㅎ
소주한잔하자며 자꾸 자리를 권해 싸이언님과 앉았다가 어제의 숙취때문에 한잔도 다 못마시고 일어섰다.
다음에 이곳에 올때 다시한번 인사드릴것을 약속하고...
싸이언님 즐거웠습니다. ^^
2009. 04. 18
With : 싸이언 님.
첫댓글 이런 명품 후기를 올려주시다니 넘 감사합니다. ^^ 제 모습은 노숙자네요. 박스 깔고 코펠을 베개 아.....
ㅎㅎㅎㅎ..재미있게 잘 봤습니다..언제간 저도 함께 동행하고 싶네요^^*
연락드릴께요.
어젯밤 가입했습니다. ^^ 이뮤님 제게 카약이 한대 더 있으니 다음에 싸이언님과 함께 뱃놀이 한번 가시지요~ ^^
뱃놀이 넘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