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제철을 만났다.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매미 3종'이 구성지게 노래한다. 셋 중 중간 크기인 '참매미'는 주로 아침나절에 운다. 연신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달랑거리며 7~10번을 연해서 "맴 맴" 울기를 열 번쯤 되풀이한다. 대체로 푹푹 찌는 한나절에 숨 쉴 틈 없이 "밈~" 우는 건 '말매미'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우렁찬 노랫가락이 직선적이고 강렬하다. 한낮 열기가 좀 식는다 싶으면 울어대는 '애매미' 소리는 간드러지다고 할까. 앞으로 '유지매미'는 "지글지글", '털매미'와 '늦털매미'가 "찌찌~" 하고 늦가을까지 멋진 연주를 이어 갈 것이다. 녀석들의 노랫말은 하도 요란하고, 도통 갈피 잡기 어려운 가락이 두루 야릇하게 얽혀 있어 필설로 다 못할 따름이다.
매미 떼울음은 짝짓기 노래(mating song)로 암컷 마음을 사겠다는 수컷들의 절규요, 극진한 사랑교향곡이요, 청순한 애정 합창이다! 왁자지껄하며 시끄럽다고 너무 나무라지 마라. 노루 꼬리만큼 남은 한생을 속절없이 마감해야 하는 수놈들의 애절한 몸부림이라 여긴다면 무시로 시끌벅적대는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기보다 되레 숙연해지리니….
수컷 매미는 배 첫마디 양편에 얇은 진동막(tymbal)으로 된 발음기관(소리통)이 있는데, 암컷은 그것이 없어 음치다. 덮개로 덮인 진동막에 붙은 질긴 근육이 진동막을 떨어서 소리를 내고, 텅 빈 통 안에서 공명·증폭된다. 귀뚜라미 소리가 바이올린을 켜듯 양 날개를 비벼내는 마찰음이라면 매미 소리는 색소폰처럼 얇은 막(리드)이 떨어 생기는 진동음이다.
매미 날개는 어느 것이나 맑고 투명하기 그지없다. 입은 긴 침 꼴로 나무줄기를 찔러 수액(생즙)을 빤다. 한살이는 알·애벌레·성충으로 번데기 시기 없이 불완전변태 하며, 암컷은 3시간 가까이 신방을 차리고는 꽁무니 끝에 달린 뾰족한 산란관(産卵管)으로 죽은 나뭇가지에 산란한다. 이듬해 부화한 유충은 흙을 30㎝나 파고들어가 나무뿌리 수액을 빨아먹으면서 5~7여년 동안 네 번 허물을 벗고 자란다. 인고의 시간을 끝내고 여태 신세 진 나무 그루터기를 타고 올라가 날개돋이(우화)하고는 그 자리에다 껍질(선퇴·蟬退)을 남긴다. 이렇게 곤충들은 일생 거의 전부를 애벌레로 보낸다.
옛말에 매미의 오덕(五德)은 문(文)·청(淸)·염(廉)·검(儉)·신(信)이란다. 입이 두 줄로 뻗은 것은 선비의 늘어진 갓끈을 상징하니 '학문'을 뜻하며, 평생을 깨끗한 수액만 먹고 살기에 '맑음'이 있다. 사람이 가꾸어 놓은 곡식과 채소를 해치지 아니하므로 '염치'가 있으며, 집을 짓지 않으므로 '검소함'이 있고, 겨울이 오기 전에 때맞춰 죽을 줄 아니 '신의'가 있다고 하였다. 매미의 생리·생태를 속속들이 알아 '소쇄(瀟灑)한 귀공자 풍모'로 여기니 적잖이 놀랍다. 아무렴 "사랑하면 보인다"고 했지.
매미는 임금님 머리 위에도 앉아봤다. 조선시대 임금이 정사를 볼 때 쓴 관모(冠帽)를 익선관(翼善冠 혹은 翼蟬冠·사진)이라 한다. 매미 날개 모양의 작은 뿔 둘이 위로 불쑥 솟았기에 날개 익(翼)과 매미 선(蟬)을 썼다. 그 모자에 매미 날개가 없으면 서리, 옆으로 나면 문무백관이다. 임금과 왕자의 의관은 곤두섰으니 이는 늘 매미의 오덕을 잊지 말라는 뜻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