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때의 이야기입니다. 힘이 센 청나라는 각혹 조선을 얕보고 쓸데없는 심술을 부리곤 했답니다. 어느해, 청나라에서는 사신을 하나 보내어 말도 안되는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 사신이 내는 세 가지 문제를 맞추면 조공(힘이 약한 나라가 힘이 센 나라에게 바치는 예물)의 양을 반으로 줄여 주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조공의 양을 당장 두배로 늘려야 한다.' 사실 조선에서는 현재의 조공을 마련하는데도 힘이 벅찰 지경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사신이 내는 문제를 맞추는 것이 또 간단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단 한 사람에게만 문제를 내어 결판을 내야 한다는 조건이 문제였지요. 사신이 낼 문제를 미리 짐작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문제가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되니 말입니다. 그래도 함부로 거절할 수 있는 입장이 못 되는지라 임금님은 신하들을 불러 놓고 의논을 해 보았습니다. 답답한 임금님은 전국에 방을 내걸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잘못했다가는 나라에 큰 피해를 주어 목숨까지 위태로운 데다 청나라 사신의 제안이 너무 일방적인 까닭이었지요.이제 사신이 준 기한이 하루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날 궁궐을 지키던 문지기에게서 급한 연락이 왔습니다.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거였습니다. 임금님은 기뻐서 얼른 그 사람을 들게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누구일까요? 다름아닌 남문 밖에 사는 바보 총각이었습니다. 바보 총각은 남문 밖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아주 어렵게 살고 있었습니다. 비록 지능이 좀 모라라기는 했지만 착하고 효성이 지극한 총각이었지요. 살림이 워낙 가난해 평생 소원이 어머니와 함께 흰 쌀밥에 고깃국을 배부르게 먹는 거였답니다. 어느날 길거리를 가는데 사람들이 잔뜩 모여 방을 보며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바보 총각은 궁금했습니다. 사실 바보 총각은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까막눈이었으니까요. '무슨 일이래요?' '네가 알아 무엇 하게?'동네에서 심술깨나 부리는 돌쇠 아범이 퉁명스럽게 대꾸했습니다. '그냥 궁금해서요' '나라에서 수수께끼 대회를 연다는구나' '나도 수수께끼 잘 하는데' '그럼 네가 나가 보려무나' '수수께끼 맞추면 상품 준대요?' '그럼, 임금님께서 직접 푸짐한 상품은 물론 상금까지 내리신단다.' '와, 그럼 밥 실컷 먹을 수 있겠네요.' 바보 총각은 결심을 했습니다. 그깟 수수께끼가 뭐 대단하려구 하는 짧은 생각에서였지요. 임금님 앞에 나아간 바보 총각은 일부러 자신있는 표정을 지어가며 청나라 사신이 나타나길 기다렸습니다. 한참 후 청나라 사신이 나타나서는 다짜고짜 바보 총각을 쳐다보며 자기 머리를 툭툭 쳤습니다. 그러자 바보 총각도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 배를 툭툭 쳤습니다. 주위의 사람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청나라 사신은 자지러질 듯한 놀란 얼굴을 하며 손가락으로 네모를 그렸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바보 총각이 팔로 큰 원을 그렸습니다. 청나라 사신의 얼굴은 완전히 일그러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청나라 사신은 온 힘을 다해 손가락 세 개를 펼쳤습니다. 바보 총각은 빙그레 웃으며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쳤습니다. 그러자 청나라 사신은 얼굴이 빨개지며 꽁무니가 빠져라 하고 자기 나라로 도망을 쳐버렸습니다. 나라에서는 큰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잘난 체하던 청나라 사신을 어수룩하게 생긴 바보 총각이 콧대를 납작하게 하여 쫓아 보냈으니까요. 본국으로 돌아간 청나라 사신은 황제 앞에 엎드렸습니다. '어찌 된 일이냐?' '예, 황제 폐하! 조선을 얕보다가는 큰 코 다치겠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예, 어수룩하게 생긴 총각조차도 저보다 학식이 뛰어났습니다.' '들을수록 답답하구나. 어서 아뢰어 봐라' '예. 제가 혹 삼태성을 아느냐고 머리를 가리켰더니 그보다 더 오랜 역사인 복희씨를 안다고 배를 가리켰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혹 땅의 네모 난 이치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보다 더 큰 하늘의 둥그런 이치도 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마지막으로 하늘, 사람, 땅 삼재의 조화를 아느냐고 손가락을 세 개 펼쳤더니 한 술 더 떠서 물, 금속, 나무, 불, 땅의 오행의 조화까지 안다고 다섯 손가락을 펼쳤습니다. 그러니 제가 어디 말 한마디 할 수 있었겠습니까?' '허어, 듣고 보니 그렇구나. 조선에는 인재가 많다더니 빈말이 아니었구나. 앞으로 조선을 대할 때 각별히 조심하도록 하여라.' 한편 많은 상금과 상을 받아 가지고 돌아온 우리의 바보 총각이 어머니께 자랑이 한창입니다. 어머니, 그 청나라 사신인가 뭔가 수수께끼 같지도 않은 걸 내더라고요.' '그래 문제가 뭐였니?' 글쎄 들어보세요. 청나라 사신이 날 보자마자 자기 머리를 치며 머리를 쓰려고 왔냐 그러길래 난 배 채우러 왔다고 했죠. 그랬더니 놀라며 조그만 네모떡을 먹으려고? 하데요. 그래 전 시시한 조그만 네모떡 대신 큰 둥근떡을 먹겠다고 했죠. 그랬더니 이 바보가 쩨쩨하게 세 개 먹겠냐 그러잫아요. 어머니도 아시다시피 전 배가 크잖아요. 그래서 최소한 다섯 개는 먹어야 한다. 그랬더니 하얗게 질려 도망가더라고요. 글쎄' 우리의 용감한 바보 총각 만세죠? 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