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일차.141001.수. 보성군 명교해변-수문동나룻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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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일차.141001.수. 보성군 명교해변-수문동나룻터

보성군에서 만들어 놓은 바닷가 둘레길인 다향길을 걷는다. 바다를 끼고 도는 좋은 길이기는 하나 관리가 전

혀 되어있지 않아 당황스러운 경우를 많이 접한다. 길은 끊기고 잡풀이 우거져 통과하기가 어려운 구간도 있

다. 관리를 제대로 하던지 둘레길 팻말을 없애든지 해야겠다. 둘레길 산책인 들의 안전사고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 어제 다향길 1코스는 좋았는데. 다향길 2코스가 끝나고 바다와 멀어지는 한 시간 동안 산을 넘는 도로

를 따른다. 오르며 흘린 땀이 그늘에서 부는 바람에 마르며 한기를 느끼게 한다. 길가에서 놀고 있는 밤을 두

손 가득 줍는다. 오른발 엄지발가락 관절이 또 아프기 시작한다. 슈퍼에서 김치가 딸린 라면을 3000원에 주

문해 먹고 득량만 방조제 위를 즐겁게 걷는다. 제법 걷는 맛이 난다. 구름이 해를 가리고 바닷바람도 선선하

게 불어준다. 방조제 한가운데서 오랜만에 해풍에 거풍을 하며 신선놀음을 즐긴다. 제1방조제가 끝나고 제2

방조제가 연결되는 지점에 52년의 역사를 간직한 2대째 운영중인 중앙횟집 여주인이 커피 한 잔 하고 가란

다. ‘이러고 다니면 집에서 안 쫓겨나요?’ ‘쫓겨나서 이러고 다닙니다’ 몸보신하라고 장어탕을 싸주며 탄포삼

거리에서 목포까지 가는 교통편까지 자세히 일러주는 주인아주머니께 연신 감사를 표하며 떠난다. 보성 녹차

밭은 구경도 못하고 고흥군으로 접어 들며 횟집주인이 일러준 대로 장선해변에서 야영을 하려고 두어 번 망

설이다가 휴대폰 지도에서 거리뷰로 찾아낸 수문동나룻터 정자를 찾아간다. 도농교류센타에 딸린 넓은 잔디

밭 위의 정자에 자리를 잡는다. 이 곳도 6시가 안되어 도착했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동네로 느끼질 못한다.

해변가 주민들은 해가 떨어지면서부터 두문불출인 모양이다. 오후 7시반인데 한 밤중처럼 느껴진다. 난생 처

음 맛보는 장어탕 덕분에 오늘은 막걸리가 두 통이다. 게걸스레 먹는 장어탕에 막걸리 두 통은 정말 잘한 일

이다. 오늘도 긴긴 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이다. 그래도 아직 막걸리 한 통이 남아있어 다행이다. 모기

들이 벌떼처럼 달려든다. 아침에 출발하면서 배낭은 점점 가벼워지고 오후 들어 서너 시가 되면 물 등 먹거리

를 채우느라 3-4Kg이 늘어난다. 그래도 하루를 무사히 마감해 가는 때라 배낭 무게의 큰 변화를 못 느낀다.

슬리퍼로 갈아 신고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바닷물에 발을 담가본다. 바닷물에 발만 적셨는데도 온 몸에서 냄

새가 날 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모기 물린 데에 물파스를 바른다. 관절 아픈데도 땀띠 난 곳에도 물파

스로 통한다. 어제보다 좀 더 자란 달님이가 내가 정자품에 안겨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것을 시샘하다 슬며

시 자기 집을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