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 2024비트로재능기부대학초청테니스대회가 서울대 관악캠퍼스 테니스장에서 열렸다. 주변에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익어가고 있는 그곳에 테니스를 좋아하는 200명의 대학생들이 모였다. 라켓에 열정을 싣고 뛰는 젊은이들을 비추고 있는 화창한 하늘은 이 행사를 더욱 빛나게 해 주었다.
14년 전부터 매월 서울 경기지역의 대학 테니스 동아리를 순회하며 테니스로 재능기부를 해 오던 비트로 팀원들이 연말이면 대학생들을 초청하여 참가비 없이 대회를 주최해 오고 있다. 이에 서울대 테니스 동아리와 서울대스포츠진흥원은 관악 캠퍼스 테니스장 14면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협찬해 주어 이 무료 초청행사가 지속되고 있다.
테니스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서울 지역에서 주말에 테니스장 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서울대의 도움과 대학생 테니스 저변 확대를 위해 성심을 다 하는 주)학산비트로의 후원이 톱니 바퀴처럼 맞물려 매년 대학생들의 테니스 잔치를 열 수 있는것이다.
바쁜 일정에도 개회식에 참석한 주)학산 비트로 이동영 대표는 “이 자리를 만들어 주신 비트로 팀원들의 열정에 감사드린다”며 “매 년 테니스 코트를 후원해 주고 계시는 서울대스포츠 진흥원 박일혁 교수님께도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남긴다”며 간단한 축사로 마무리했다.
전국에 100여개의 로드샵을 가지고 있는 주식회사 학산 비트로는 테니스화를 비롯해 배드민턴화 와그 외 스포츠 의류등을 생산해 오고 있는 순수 한국 브랜드다. 주)학산 비트로는 매년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ISPO 뮌헨 2024’에서 ‘ISPO 어워드상’을 받게 된다. ‘ISPO’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 국제무역박람회다. 날로 발전하고 있는 주) 학산 비트로의 테니스에 대한 사랑은 진심이다.
대회 진행이라면 프로급인 비트로 팀원들은 각자 맡은 구역에서 일사불란하게 대회를 이끌어 나갔다. 참가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각 대학 선후배들은 일찌감치 코트에 나와 왼 종일 지켜보며 박수를 보내는 장면 또한 아름다운 명화였다.
수원대는 제일 처음으로 접수를 했다. 신인부 결승까지 오른 심형준은 재학생이지만 전국대회 입상자로 대회를 뛸 수 없어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종일 자리를 지켰다. 심형준은 “1년 미만인 후배 선수들을 키워 내년에는 더욱 분발하게 될 것이다”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서울대 의대는 8강에서 경희대국제팀에 졌다. 박시훈 2013년 대표는“의예과와 의학과가 따로 날을 정해 운동을 하고 있으며 1년에 한 번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화합을 다지고 있다”며 “출전 선수들이 8강까지 쾌거를 이룬 것은 하나가 된 단합심 덕분이다”고 했다.
안타깝게 8강에서 진 또 하나의 팀이 있다. 아주대는 가천대에 졌지만 1년 미만의 구력인 여성팀에 희망적인 미래를 엿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비트로팀과 공동으로 이 대회를 주최한 서울대 체대 동아리가 4강에 올랐다. 3년째 이 대회에 출전한 이은지 서울대 부주장은 무패행진을 했다. 이은지는 “비트로 팀원들의 매끄러운 진행에 놀라고 순수 아마추어 재학생만 출전할 수 있는 대회여서 모두가 의욕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었다”며 “매년 이렇게 좋은 대회를 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비트로팀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긴다”고 했다.
4강에 오른 가천대 조예도회장은 “모두가 너무 잘 해 줘 후배들에게도 자랑할 만한 성적을 냈으니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성장할 것 같다”고 했다.
결승은 경희대 국제팀과 고려대KUTC팀중 누구도 우승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경희대국제팀은 게임 중간에 두 팀 모두 메디컬 타임을 불러 잠깐 멈춤을 통해 재기했다. 1대1 상황에서 최종 우승을 가리게 될 여자부 경기도 5대5 타이까지 갔다. 쉬지 않고 문 볼로 랠리를 하며 찬스를 만들어 가는 모습이 전국대회 결승을 보는 것 같았다. 결국 우승을 거머쥔 경희대 국제팀의 김이주는 “온 몸이 말을 안 들어 문 볼 이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전했다.
경희대 국제팀은 어떻게 5연패를 할 수 있었는지 최호윤 단장에게 질문했다. 최 단장은 성실하게 답변을 써서 보냈다.
1. 단체전에 나갈 때는 a,b,c팀으로 나눠 치열하게 선발전을 한다. 특히 비트로 대회는 동아리 부원 모두가 출전하고 싶어 하는 대회인 만큼 상반기의 단체전 대회 성적을 통해 최대한 공정하게 구성한다. 선발된 선수들은 누구와 파트너를 해도 마음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파트너를 바꿔가며 수없이 많은 게임을 하고 나온다. 에이스에 의존하지 않고 각자 서로 잘 할 수 있도록 자립심을 기른다.
2. 5연패를 하게 된 저력은 끈끈하고 강력한 동아리 분위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번 출전 선수는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처녀 출전이었다. 선배들이 이뤄 놓은 전통을 이어가고 싶은 부담감과 과연 해 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응원의 힘이 컸다.
아깝게 준우승을 한 고려대 KUTC 이진우 회장은 “기분 좋게 결승까지 잘 갔다. 살짝 아쉽지만, 기록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라며 “경희대국제 캠퍼스가 5연패를 했다면 이다음 고려대도 5연패를 해 새로운 역사를 써 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오로지 재학생만 뛸 수 있는 이 대회를 학생들이 선호하는 이유가 있다. 누구를 막론하고 도전해 볼 만하다는 것. 그래서 열심히 1년 동안 갈고닦은 실력으로 매년 이 대회에 출전해 똑같은 조건의 선수들과의 경쟁을 통해 평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단 한 번의 라인 시비가 없이 경기 그 자체를 즐기던 대학생들이 남긴 여운은 길었다.
글 송선순사진유길초
대회결과
우승-경희대국제
준우승-고려대 KUTC
3위- 서울대 테니스 동아리와 가천대
8강- 숭실대, 아주대, 서울의대, 연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