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것없이 작거나 적다는 의미의 '사소함'은 세계를 이루는 일부이다. 일상은 사소함의 연속이며 인식하든지 하지 않던지 존재성을 가진 채로, 주변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내포한 상태로 우리와 끊임없이 정보를 호환하는 대상이 된다.
'사소함'에서 '중요한 것'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사소함이 가진 많은 측면과 여러 단계로 변화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상태와 그냥 있음의 단계인 '보통'에서 주관적인 유의미 부여와 특정한 사건으로 인하여 '특별함'으로 전개되며, 최종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도달하기도 한다.
소설『이처럼 사소한 것들』(다산북스, 2023년)은 아일랜드에 실제로 있었던 막달레나 세탁소 시설에서 감금과 강제 노역, 이를 은폐하는 일을 당한 여성과 아이들을 배경으로 만든 작가인 클레어 키건(Claire keegan)의 작품이다. 동명 영화(팀 밀란츠 감독, small things like these, 2024년)로도 제작이 되었으며 1985년 아일랜드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하며 주인공 펄롱은 석탄과 목재를 판매하며 소소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수녀원에 여러 번 배달을 가면서 어느 날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학대당하는 아이들을 본 주인공은 고민과 충격에 빠진다. 집에 돌아온 주인공에게 "걔들은 우리 애들이 아니라고." 펄롱의 부인은 말했다. 당시의 수녀원은 지역사회 곳곳에 개입하며 권력 행사를 해왔기에 이에 대항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무리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더라도 불이익이 두려운 주민들에게 자칫 외면과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을, 체제아래에서 용기를 내기는 어렵다. 각자에게 나날과 기회가 주어지고 지나가면 돌이킬 수가 없는 거라고 생각을 정리한 주인공이 창고에 방치한 소녀를 구출하여 집으로 데리고 오면서 소설과 영화는 끝을 맺는다.
아일랜드의 어두운 날씨만큼이나 무겁게 흐르는 작품에서 독자와 관객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일상과 사소하다고 여겼지만 인지해버린 부조리를 생각하게 만든다. 수녀원에서 강제 중노동과 학대의 고통 속에 사는 아이를 데리고 온 이후의 일에 대하여 주인공과 그의 가족이 얼마나 감내해야 할지 모른다.
소설과 영화의 전개는 비슷하지만 사소한 것들이 될 수 있는 상황을 사소함으로 두지 않아야 하는, 일종의 인간이 가져야 하는 의무감을 독자와 관객은 부여받게 된다. 왜, 사소함을 사소함으로 두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을 보면 알 수 있다.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를 거리 아무 데나 방치하게 되면 법과 질서가 지켜지지 않는다고 느껴져서 더욱 큰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론이다. 경범죄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제때 처벌하지 않으면 결국 강력범죄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관심을 두지 않거나 회피해 버리는 상황은 결국 반사회적이고 이기적인 행위로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이처럼 사소한 것들』에는 주인공이 인지했거나 외면했던 사소한 것들이 많이 나온다. 광장의 가문비나무와 우체국장 부인이 쓴 녹색 벨벳 모자, 매일 마주하는 딸들의 표정 등 셀 수 없이 많은 낯익은 것은 동일화한 상태로 우리 주변에 넘쳐나지만 사소함은 언제든지 보통의 지점을 넘어 중요한 것이 될 수 있다. 사소함은 매 순간 출몰하는 반복성과 이음성의 성질이 있으며, 사건의 촉매가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소함은 외주外周에 머물며 사라진다. 하지만 어떤 사소함이든지 깊게 관觀하면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음을 아는 삶의 방향 설정이 필요하지 않은지 생각해 본다. http://www.d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84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