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글을 쓴다.
지금은 한글 전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한문혼용이라고 하더라도 한자는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런 현상 정도면 한글은 한반도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의문이 생긴다.
우리는 서슴없이 "지게문"을 쓴다. 사실 요즘은 거의 쓰지 않지만, 옛날이랄까, 나의 어렸을 적에, 지금도 거의 처음 한자를 익힐 대는 쓰기는 하지만, "戶"를 "지게 [호]"라고 쓰고 외웠다.
이 "지게"가 정말 무슨 뜻인가? 무엇을 가리키는가?
이것이 리해가 잘 가지 않아 "지게문"이라고 쓴다. 이 말을 알기 전에 다른 낱말부터 알아야 겠다.
"門"이다. 이것을 우리는 [문]이라고 읽는다. 거의 모두 영어로 "door"이라고 하면 그냥 알아차릴 것이다.
그렇다면, "door"이 "門"[문]과 동일한가?
사실 우리가 말하는 [문], 즉 "門"은 양쪽으로 열 수 있는 드나드는 장치이다. 사실 "戶"를 양쪽에 붙여놓은 형상이다.
그러면 "戶"는 [호]라고 소리내지만, 그 뜻은 "지게"이며, 더 쉽게 말하자면 한쪽으로만 열 수 있는 드나드는 장치이다. 그래서 "지게문"이라고 하면 "지게+문"이므로, 열 수 있는 장치가 외짝과 두짝이 함께 있으니 원칙적으로 그 구조로써 있을 수 없다.
이런 지게에는 싸리나, 대로 엮어 만든 것을 "사립" 또는 "사립짝"이라고 하며, 이를 줄여서 "삽짝"이라고도 했는데, 이제는 유물로나 남아있는 말이 되어버렸다. 말도 그 형상물도 마찬가지다.
이런 출입하여 열고 닫는 장치의 외짝을 "지게", 두짝을 "문"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모두 이제는 '문'이라고만 하고, '지게"는 전혀 쓰지 않는다. 아마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다만 안다면 이 "지게"는 짐을 얹어 등에 지는 도구. A-frame이나 연상하거나 기억할 것이다. 글자와 소리가 같을 뿐이지, 그 사물은 전혀 다르다.
이렇게 우리의 평상생활 속에서 쓰여져야 할 '지게"가 전혀 우리의 인식체계에 자리잡지 못하고 엉뚱한 사물만을 알고 쓴다는 것은 이 한글이 태생적으로 한반도의 우리 것과는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우리는 왜 "지게"와 "문"을 구분/구별하지 못하고 있을까?
이 "지게"와 사촌인 글자로서 "량태"가 있다. "대 울타리"라고도 하고, "대 장지"라고도 하는데, 이 낱말을 웬만한 <국어사전>에는 들어있지도 않다. 아마도 잘 쓰지 않는 말이기도 하겠지만, 두음법칙이라는 괴물에 밀려 사라지지 않았나 본다. 그 모양이 한자말처럼 생겼으니가 말이다. "량태"는 순수한 한글이다.
이 두음법칙 때문에 자기자리를 잃어버리고, 헤매는 글자가 또 있다. "류거흘"이다. 도대체 조선에는 얼마만큼의 많은 종류의 말[馬]들이 있을까? 우리가 전혀 모르는 말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말은 "조랑말"이겠지. 이 "류거흘"도 순수한 한글인데, <국어사전>에는 들어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에게는 아마도 생소할 것이다. 한반도에는 이런 말이 없었다는 말이다. 온몸은 검고 배만 흰 말이다. 온몸이 검은 말은 가라말이다. 말에 간한 말들은 오래 전에 언급한 바가 있어 여기서는 생략한다.
어쨌든 "지게문"은 틀린 말이다. "지게"라고 하든, "문"이라고 해야 한다. 혹시 "지게"와 "문"을 동시에 말하려면 이렇게 써야 하겠지만 말이다. 도기와 자기를 통털어 말할 때에 "도자기"라고 말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