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감미로움, 이혁을 만나다
_ 인디 속 첫 뮤지션 음감회
2009년 3월 3일 저녁 7시, 홍대 상상스쿨에선 《인디 속 밴드 이야기》의 일러스트와 사진 전시와 함께 첫 뮤지션 음감회가 있었다. 에디터들끼리 서로 좋은 음악을 추천하며 음악을 같이 듣는 것으로 시작된 음감회는 2월 21일 첫 회원 음감회에 이어 뮤지션이 준비한 음악을 같이 듣고, 뮤지션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뮤지션 음감회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첫 뮤지션 음감회의 주인공은 밴드 ‘내 귀의 도청장치’의 보컬 이혁이었다. 이번 뮤지션 음감회의 시작은 7시였지만 몇몇 회원들은 시작하기 40~50분 전에 와서 기다리는 등 높은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회원들끼리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상상스쿨에 전시된 공연 사진들과 일러스트를 감상하기도 하고 사진도 찍어가며 기다리던 중 7시 정각에 김기자의 사회로 첫번째 뮤지션 음감회가 시작되었다. 곧이어 에디터들과 회원들이 준비해온 음식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서로 나누었는데, 다른 회원들을 위해 음식 뿐만 아니라 종이컵, 나무젓가락까지 가져온 회원들도 있었다. 음식이 모두 준비되자 '내 귀의 도청장치'의 보컬, 이혁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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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시가 되기만을 기다리는 회원들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으며 등장한 이혁은 최근에는 매니아적인 음악보다는 멜로디가 좋고 영화음악 같은 대중들도 좋아하는 음악을 즐겨 듣는다면서 'Radiohead'의 3집 'OK Computer'의 수록곡 'Exit Music'을 첫 곡으로 택하였다. 음식을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수선한 분위기였는데,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에서의 시작이었지만 음반 'OK Computer'의 부클릿을 돌려 보기도 하며 점차 누그러졌다. 평소에 이어폰으로만 듣던 곡을 상상스쿨을 가득 메우는 좋은 음향 시스템을 통해 들으니 더욱 더 음악에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곡을 만들 때 어떠한 상황을 상상하며 작업 한다는 이혁은 마치 여고생이 길에서 펑펑 우는 모습이 상상이 된다는 'AIR'의 'Yawn'을 두 번째 곡으로 소개했다('Sexy Boy'로 유명한 프랑스의 일렉트로니카 듀오 'AIR'가 아닌 일본 밴드 'AIR'이다). 짧은 곡이었지만 소박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라인이 모두를 숙연케 했다. 이혁이 이 날 준비 해온 곡은 다 우울하고 조용조용한 곡들이었는데 그는 이러한 성향의 노래를 잘 부르지는 못하는 편이라서 더 좋아한다고 한다.
Q(김기자): 왠지 오늘 준비하신 음악들이 전부 우울한 노래일것 같아요. 그리고 좋아하시는 음악들이 '내 귀에 도청장치'가 하는 음악과도 차이가 있군요? A(이혁): 요즘은 우울한 노래들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비록 저희 음악이 이런 스타일은 아니지만요. 원래 좋아하는 거랑 실제로 연주하는건 다르거든요. 우리 음악같은 스타일은 찾으려고 해도 잘 없어요. 옛날의 제 목소리가 '스웨이드'나 '라디오헤드'와 비슷할 순 있어도 음악이 많이 달라요. 멤버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옛날 블루스나 락, 정통 메탈을 많이 좋아하다가 현재로 넘어왔기 때문에 여러가지가 믹스됐죠. 저는 취향이 일반적이지 않다보니까 확실하게 어떤 그룹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더라구요.
Q. 혁이씨는 언제 제일 우울하세요? 힘이 많이 빠진다던가. A. 제가 되게 하찮고 아무것도 할 줄 아는게 없고 그렇게 느껴질 때. 주위사람들에게 별로 인정을 못받을 때라던가, 아니면 너무 나약해서 할 수 있는게 없다던가. 그렇게 느껴질 때 제일 우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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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혁씨와 김기자님과의 대담
'시인과 촌장' 노래의 가사를 좋아한다는 이혁은 세 번째 곡으로 '시인과 촌장'의 '비둘기에게'를 들려주었다. 국내 모 전화기 광고에도 삽입되었던 곡으로 이 곡 또한 어쿠스틱 기타로 진행되는 곡이었다. 영어 곡 하나와 일어 곡 하나를 듣고난 후 한글로 된 곡을 들으니 가사 전달이 잘 되어 음악에도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외국에 나가면 그 곳 사람들은 한글 가사를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가을 쯤 발매 예정인 내 귀의 도청장치의 새 앨범은 한글 앨범과 영어 앨범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하였다. 회원들이 음감회에 지원할 때 미리 보내준 몇 가지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하고 난 후 영화 'Closer'에 삽입되어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 'Damien Rice'의 'Blower's Daughter'를 감상하였다. 이 곡은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고 좋다고 하며 추천하였는데, 명상을 좋아하는 그가 특별히 부탁하여 촛불로 실내를 밝힌 상상스쿨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Q. 혁이씨는 명상에 상당히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A. 영화 '삼사라'에도 나오는데, 모든것에는 '도'가 있다라는 말이 있거든요. 그 어떤 것이든 목수도 그렇고 그림그리는 사람도 그렇고 정점에서 만나면 인생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 것에 도가 텄다던지, 너무 잘 만들면 예술이라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그런 에너지는 서로 통하는데 음악도 마찬가지로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선 그런걸 연결짓지 않으면 안되더라구요.
Q. 명상이 혁이씨한테 어떤 점에서 많이 도움이 되세요? A. 저는 그림으로 치면 묵직하고 남자답거나, 멋있어지고 싶은데 팔랑거리는 가벼움이 있거든요. 그런 단점을 보완해주죠. 자연과 인간이 따로 살 수 없듯이 명상과 음악도 하나로 연결되어있는데, 명상은 깊이를 더해주고 어떤 조화를 이루어내요. 자연적으로 여기 이 공간을 떠돌아다니는게 다 명상 에너지니까 그 연결을 안짓고 만드는건 아무것도 아닌게 되버리는 셈이죠. 어떤 것이든지 명상이나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마치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것 같아도 실제로는 어떠한 흐름이 생성되요. 예를 들어서 음식 만드는 사람이 음식을 정말 열중해서 만들면 그것도 명상이거든요? 음악을 들을 때도 그 음악에 빠져있을 수 있으면 그것도 명상인 거죠. 잡념이 안들고 대상에게 집중하는거죠. 어떤 사람을 사랑할 때 그 사람에게 푹 빠져서 열렬히 집중하면 그것도 명상인거죠. 그렇기 때문에 사실 명상이란 건 생활이나 삶에서 떨어져있을 수는 없는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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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나누며 음악을 듣는 인디속 회원들
이어서 다섯 번째 곡은 저 유명한 'John Lennon'의 아들 'Sean Lennon'의 중독적인 곡 'Parachute'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션의 이번 앨범은 그가 마치 배운 이론을 직접 적용하는 것 같아 아쉽지만, 어쨌든 이 곡 만큼은 좋다고 하며 소개하였다. 비음이 많이 들어간 것이 좋은 창법은 아니지만 Sean Lennon의 비음 섞인 노래는 개성 있고 좋다고 하였는데, 그가 밴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어서 그런지 목소리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Q. 혁이씨도 노래부르는 창법이 독특하신데 어떻게 그렇게 되신건지? 의도하신 바가 있었던건지요? A. 일부러 그런건 아닌데 제가 좋아하는 취향이나 노래 부르는 사람들이 그런 독특한 창법을 쓰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스탠다드한 것은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너무 재미 없게 느껴지더라구요. 예를 들어서 뮤지컬 창법, 특히 우리나라에선 뮤지컬 창법이 좀 비슷비슷하잖아요. 남자들이 부르면 꼭 성악처럼 발성하고, 그런 스탠다드한 발성을 저는 듣기 싫어해요. 그게 꼭 나쁜 건 아닌데 너무 정통적이면서 어디 갇혀버리는 느낌이 들어서요. 저는 그러한 정형화에서 벗어난,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자기 스타일이 있는 그런 가수들을 좋아하는 편이죠.
Q. 그런 창법을 위해서 따로 연습도 많이 하시고, 연구도 많이 하신건가요? A. 따로 연습하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예전에 고등학교 때는 홍대 캠퍼스에서 노래하는 걸 좋아했었거든요. 노래를 부르다보니까 자연히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정식으로 연습한 적은, 예전에 레슨받은 적이 있는데 거기 레슨 방법이 의자에 앉아서 벽보고 계속 소리지르는 거였어요. 2집 내기 전에 그걸 했었는데, 그 레슨 방법이 제가 볼 땐 바람직하진 않다고 생각했지만 일단 벽보고 하루 종일 한 8시간정도 했거든요. 회사에서 시킨 것도 아닌데 제가 녹음을 잘하고 싶어서 했고, 계속 소리를 내다보니까 담당 선생님이 가르쳐준게 아니더라도 스스로 터득하는 게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때 많이 발전할 수 있었죠. 그리고 뮤지컬을 하게되면 다들 보컬분들이니까 서로 듣고 얘기하면서 배우는게 많아지는 것 같아요.
준비해온 곡들이 '내 귀의 도청장치'의 음악과 조금 거리가 있는 음악들이었는데 'Pantera'나 'Marilyn Manson'같은 강한 음악도 듣지만 최근엔 멜로디가 좋은 곡들이나 재즈를 좋아하고, 티벳이나 아랍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여성보컬이 특이하게 음을 꺾는 음악도 좋아한다며 다음 곡으로 밴드 'Juliette & The Licks'로도 활동하고 있는 여배우 'Juliette Lewis'의 'Hardly Wait'를 재생시켰다. 영화 'Strange Days'에서 'Juliette Lewis'가 부르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 원곡은 'PJ Harvey'의 'Rid Of Me'에 수록된 곡이다. 'Juliette Lewis'는 이 곡을 'PJ Harvey'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불렀는데 '내 귀의 도청장치'도 이 곡 카피 연습을 해봤지만 잘 어울리지 않아 연습으로만 그쳤다고 한다. 일곱 번째 곡도 여성보컬의 곡이었는데 21세기에 가장 앨범을 많이 판매한 뮤지션 중 하나인 'Dido'의 'Here With Me'를 소개하였다. 보컬의 멜로디 진행이 기분좋게 한다는 이 곡은 'Dido'가 유명해지기 전에 1999년에 발표한 1집에 수록되어있으며 영화 'Love Actually'의 OST에도 수록된 곡으로 어쿠스틱 사운드와 일렉트로니카가 잘 어우러진 트립합 곡이었다.
Q. 미래의 꿈을 위해 특별히 하고있는게 있으신지? A. 지금 하고있는 건 아니고 앞으로 하려는 건데,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고 싶어요. 아마 두가지 버젼으로 여행할 생각이에요. 하나는 나라마다 토속 신앙이 있잖아요? 심령술사라든지 인디언 주술자라든지. 그런 주술적인 경험을 하는거랑, 다른 하나는 그 나라의 젊은이들의 퇴폐문화를 경험하고 싶어요.
Q. 굉장히 상반된 것이 공존하는 여행이네요? A. 음악도 그렇고, 제가 극과 극을 달리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그렇게 여행을 하려면 영어를 잘 해야 되기 때문에 영어를 공부할 예정입니다. 제가 말만 명상이라고 했지 제대로 명상 코스를 밟은 적이 없어서 이번에도 명상원에 다니고 있는데, 언젠가는 네팔이나 인도에서 그런 사람들과 경험을 해 볼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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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과 명상에 대해 설명하는 이혁
앞서 명상에 관해 이야기 하고, 쉴 때 명상을 즐기고 명상원에도 간다며 명상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던 이혁은 여덟 번째 곡으로 명상곡을 준비해왔다. 주변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 나는 소리들을 감상해보았는데 실제로 컴퓨터가 돌아가는 소리, 부스럭거리는 소리,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 등 주변의 소리에 집중하며 4분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의 에너지를 교류했다. 이 때 만큼은 이혁도 등받이 없는 의자에서 허리를 똑바로 세우고 바른 자세에서 가만히 명상을 하였다. 이혁의 개인적인 것에 대한 질문들 후에 아홉 번째 곡으로 'Janis Joplin'의 'Summertime'을 감상하였다. 죽을 때까지 히피로 살다가 마약 중독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 'Janis Joplin'과 히피에 관한 설명을 잠깐 했다. 마지막 곡은 2008년 팝&소울계를 강타한 'Corinne Bailey Rae'의 'Like A Star'였다. 영국계 혼혈인 'Corinne Bailey Rae'의 타고난 목소리 또한 이혁이 부러워하는 감미로운 목소리였는데, 그는 미국적인 사운드보다는 영국적인 사운드를 선호한다며 'The Beatles'의 녹음실이었던 'Abbey Road'에서의 라이브 영상을 함께 감상하며 이혁이 준비해온 10곡은 끝이 났다.
Q. 나중에 명상음악을 해도 좋으실 것 같아요. A. 네. 그런데 사실 그 쪽으로는 조예가 깊지 않아서 좋아만 하고 있고, 정통적으로 한다기보다는 저희 음악에 가미를 한다던가 그러겠죠.
Q. 뮤지션이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하셨을 것 같아요? A. 점보시는 분들은 제가 무당 됬을거라 하는데 음악하는 사람들은 무당의 기운을 가진 사람이 많데요. 계속 노래 부르고 뛰어야 하는 걸 타고난 거라서. 전에 1년 동안 병원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제가 좀 많이 아팠었어요. 무대에 안서면 몸이 아프더라구요. 사실 저희 윗대의 선조에서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 중에 사람을 고치는 능력을 가진 사람도 있었어요. 옛날에 의사가 없을 때 동네에서 사람 고치는 일을 저희 외할아버지가 하셨었나봐요. 아마 저도 그런 기운을 받은 것 같아요. 무당까지는 안됐을 것 같고, 아마도 사람을 고치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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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곡은 Corinne Bailey Rae의 Like A Star
준비된 10곡이 모두 끝난 후 이 날 참석한 회원들의 짧은 소감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회원들은 평소 무대의 모습과는 달리 조리있게 언변을 잘 이어나가는 이혁의 색다른 모습을 보게 되어 다들 매우 만족해했다. 준비된 순서는 다 끝났으며 편하게 음악 듣다 가라는 김기자의 말에 이혁의 긴급 제안으로 '내 귀의 도청장치' 새 앨범에 수록될 미공개 곡 3곡을 깜짝 공개하였다. 그렇게 3곡을 듣고난 후 마지막으로 단체사진을 찍음으로써 첫 뮤지션 음감회는 끝이 났다. 회원들끼리의 음감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진행된 이번 뮤지션 음감회에선 비록 에디터들이나 회원들끼리의 교류는 많지 않았지만 뮤지션이 직접 골라온 곡을 들으며 그에 대한 설명과 개인적인 생각을 바로 앞에서 들어볼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내 귀의 도청장치' 무대 위에서의 열정적인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우울하고 아름다운 멜로디의 음악을 즐기며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이혁의 모습을 눈 앞에서 볼 수 있었다. 또한 이 날 참석한 회원들이 낸 참가비는 전액이 뮤지션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 뮤지션의 음악활동에 도움이 될 예정이어서 더욱 뜻깊었던 것이다. 앞으로 매 달 진행될 회원 음감회와 뮤지션 음감회, 일러스트와 사진 전시, 하우스 콘서트 등 회원들의 오프라인 참여가 두드러지는 행사들이 계속 될 예정이니 다음달 행사가 벌써 기대가 된다.
※아래는 뮤지션 음감회 중간중간에 있었던 인터뷰 중 일부이다.
리얼 라이브 톡! _ 이혁 인터뷰
Q. 요즘 활발하게 활동은 하지 않으시는데, 쉬실 땐 어떤 걸 하세요? A. 쉴 때는 아르바이트도 하고 명상원에 가기도 하고, 영화를 봐요.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는 아침에 제가 늦게 일어나는 스타일이라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고, 일을 하면 음악도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구요.
Q. 현재 새 앨범의 곡 작업 상황은 어느정도 되었나요? A. 8곡정도 좋은 곡이 나와있어요. 전에는 대중적인 것 반과 하고싶은 것 반 섞어서 음악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하고싶은 좋아하는 스타일의 노래를 만들고 있어요. 이번에 기타리스트가 바뀌게 됬는데 같이 하던 김태진은 레이니선에 전념하고, 2집때 같이 하던 이주원과 다시 하게 됬어요. 여름 쯤에 데모앨범을 발매하고, 가을에 앨범을 발매 할 예정이에요. 영어버젼과 한글버젼으로 만들 계획이고, 후회없는 명반을 만들거에요.
Q. 이혁씨가 진짜 하고싶은 음악이라면 어떤 음악을 말하는 건가요? A. 진정성이 있는 음악을 하고싶고 진정성에 다가가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있어요. 진정성에 대해서 사랑을 예로 들자면 외모나 학벌 등 외적인 조건을 보지 않는 것이 진정한 사랑인거죠.
Q. 음악을 만들 때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는지? A. 영화나 여행의 기억은 참고만 하고 그 때 그 때 느끼는 것을 표현해요. 전에는 제가 통기타를 치며 만든 곡과 잼 하며 만든 곡 반반이었는데 이제는 멤버들이 같이 모여서 주제와 분위기를 정하고 어떤 감정으로 할 지 미리 다 생각해놓고 작업을 시작해요.
Q. 어쿠스틱한 음악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지요? A. 네. 그래서 저희 곡들을 어쿠스틱 버젼으로도 연습을 해봤는데 제 목소리가 그렇게 감미로운 목소리가 아니라서 연습은 하지만 잘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전 감미로운 목소리를 가진 사람을 부러워해요.
Q. 오늘 들은 음악들이 내귀의 도청장치의 음악과는 좀 차이가 있잖아요? 이러한 음악들이 어떤 영향이 있나요? A. 오늘 가져온 음악들은 제가 요즘 좋아하는 거고, 사실 그 때 그 때 바뀌죠. 재즈를 좋아할 때도 있고 '판테라'나 '마릴린맨슨'을 좋아할 때도 있는데 요즘 좋아하는 것들이 이런 분위기인거죠. 저희 음악에 영향을 미치긴 하는데 요즘엔 멜로디 좋은걸 듣다보니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다만, 평범하게 영향을 미치기 보다는 좀 더 매니아적으로.
Q. 매니아적이라 하시면? A. 영화음악에 들어가더라도 컬트영화나 공포영화 음악에 들어간다던지. 아니면 다큐멘터리. 저는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음악을 불러보고싶어요. 티벳 다큐멘터리나 아랍 다큐멘터리에 나올 때 여자보컬이 멜로디 희한하게 꺾는거 있잖아요? 그래서 대장정을 떠나야 할 것 같은 음악을 좋아해요.
Q. 음악 오래하신 분들을 보면 처음엔 혈기왕성할 때 시작을 하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변화가 있을 수 있는데, 밴드의 입장에서는 음악적으로 유지되야할 부분이 있잖아요? 이런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젊을 때는 젊은 에너지가 많아서 분출할 데가 없어서 그렇게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고, 나이가 들면서는 뭔가 더 깊이있는 에너지가 나오는 듯 해요.그리고 사실, 그렇게 변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수용할 만한 범위 내에서라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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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종 밝은 미소를 보여준 이혁
Q. 어떨 때 가장 행복하세요? A. 좋은 공연을 마치고나서 잘 때, 좋은 공연을 마치고나서 술 마실 때가 제일 행복해요. 술은 잘 안마시지만 공연 끝나고는 마시는 편이에요.
Q. 좋은 공연이란 어떤 공연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A. 노래나 연주도 이상이 없는 상황에서, 제가 집중이 잘 되는 상태로 공연을 했을 때가 잘 된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관객의 호응은 그 다음이고. 일단 제가 집중이 잘 되서 최대한 표현을 했을 때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옛날에는 제가 굉장히 잘한 공연이라고 했는데 팬이 못했다고 그런 적도 있었고 완전히 망쳤는데 엄청 좋았다고 한적도 있었고. 제가 보는 것과 팬이 보는 것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Q. 그럼 평균적으로 좋은 공연의 비율이 어느정도 되나요? A. 예전에 몇년 전까지는 비율이 약 6:4. 6번정도 잘 했다고 생각했고 지금은 한 8번정도.(웃음)
Q. '내 귀에 도청장치'의 공연시 현란한 퍼포먼스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시는지? A. 무대에서 하는건 음악도 어울려야 하지만 무대에서 어울려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월드디제이페 스티벌' 때 선보인 화려한 무대를 조그만 클럽에서 하면 안 어울리듯이, 어울리는 무대에선 그렇게 하고 아니다 싶으면 하지 않아요. 영감을 얻는 소스는 주로 영화나 평소에 관심있는 문화 그리고 이미지.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컬트 영화를 많이 봤었어요. 컬트영화가 왜 재밌나면 일반적이지 않은 표현들을 이미지로 넣거든요. 거기에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가 있으니까. 예를 들어 밑에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위에는 브라만 입었다면 감독은 그런 이미지를 통해 권력의 대립이라든지, 노동자와 부유층간에 대립을 표현하려고 했다든지 한 것이라고 봐요. 그런 방식들이 재밌으니까 그런 표현기법들을 음악으로 표현하면 또 다른 표현이 나올 수 있어서 재밌기 때문에 그런 표현에 관심이 있었죠. 저희 음악과도 어울리고 무대에도 어울리면 더 좋죠.
Q. 다양한 퍼포먼스를 하다보면 공연하다가 아찔한 순간이나 실수도 있으실텐데. A. 있어요. 그런것도 일종의 재미죠. '부산락 페스티벌' 때 붕대갑고 초록색 물감으로 칠했었는데, (기타의) 태진이가 붕대를 덜 감아서 중요부위가 노출이 될 뻔한 적이 있었어요.
Q. 이혁씨에게 팬들의 존재는 어떻게 다가오시는지? A. 팬들은 저에게 아주 소중한 존재에요. 만약 팬들이 없다면 저희가 음악을 할 가치가 많이 상실되는 것이니까 굉장히 소중하죠. 같이 음악을 만들고 듣고 교류하는 것이 좋으니까요. 팬분들이 많으면 좋겠지만 사실 숫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 음악을 서로 알아주고 공유할 수 있고 교류할 수 있는게 더 중요한 것이죠. 제가 표현하고 싶은걸 서로 알아주고 그것을 느껴주는 팬이 비록 소수라도 분명하게 있는 게 더 중요하답니다.
글 / 정호재
사진 / 김성애, 문성연
에디터/ 조성현
2009.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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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혁님이 점점 더 좋아지고 신비하게 느껴집니다..아무쪼록 내 귀님들이 경제적인 고민 없이 자유로운 음악 활동을 하실 수 있도록, 4집 대박나길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