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최근 두 아이들의 실손의료보험을 새로 가입했다. 아이들이 병원에 갈 일이 생겨도 큰돈 들지 않는다는 생각에 아이들 보험 가입을 미뤄왔는데 막상 한번 아프면 입원을 하게 되고, 그에 따른 병원비가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입하고 보니 본인과 배우자, 아이들까지 4명의 보험료가 만만치 않다. 보험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매월 빠져나가는 보험료가 아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보험료는 만기에 돌려받는다고 하지만 80세 혹은 100세가 되어 나오는 보험금이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푼돈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보험을 가입하지 않고 살기에는 부담스럽다. 큰 병에 걸리는 것도 무섭고, 막상 암에 걸리면 일을 못 하게 되고 아이들 학교에 보내는 것조차 힘들어질 것이라는 걱정도 떨칠 수 없다.
보장성 보험은 상해, 질병 대비하기 위해 가입
보험료는 미래를 위한 저축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현재를 위해 소비하는 비용으로 분류해야 할까? 엄밀하게 말하면 우리가 납입하는 보험료는 매월 지출하는 비용이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보험이란 연금보험이나 저축보험과 같은 저축성 보험이 아니라 종신보험, 암보험, 상해보험과 같은 순수보장성 보험에 한정하기로 한다. 보장성 보험은 우리가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위험(상해 또는 질병) 때문에 겪게 될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가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장성 보험의 보험료는 대개 비싸지 않은 대신 대부분 보험사고(상해 또는 질병)가 발생하든 하지 않든 간에 보험기간이 끝나면 완전히 소멸한다.
자동차 보험을 예로 들면 이해하기가 쉽다. 자동차 보험은 통상 1년 만기로 가입하는데 1년간 사고 발생 여부에 관계없이 납입한 보험료는 모두 소멸하고 보험(보장)은 종료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로 저렴한 자동차 보험을 찾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최근 고객이 온라인을 통해 직접 상품을 선택하는 다이렉트 보험의 점유율이 50% 가깝게 성장하는 것은 저렴한 가격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자동차 보험은 보장 내용이 표준화되어 회사별로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선택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람을 보장 대상으로 하는 보험은 자동차 보험과는 다르다. 회사별로 보장의 구성이 다르고, 같은 회사의 상품이라도 상품의 종류나 상품의 이름에 따라 보장 내용, 보험료, 보장기간까지 모두 다르다. 따라서 가격이라는 한 가지 기준으로 보험상품을 선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또한 대부분의 보장성 보험은 만기에 보험금을 돌려받는 만기환급형 상품도 있기 때문에 보장성 보험을 선택하는 고객은 고려해야 할 것이 더 많다.
만기 환급은 어떻게 이뤄지나?
생명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는 평균적으로 소득의 11.1%를 보험료로 지출하고 있는데, 보험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이 보험료가 굉장히 아깝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보험사에서 제공하는 만기 환급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보험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납입한 보험료를 돌려줄 수 있는 것일까?
보험료는 크게 3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위험보험료는 다수의 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모아 확률적으로 발생하는 보험 사고에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한 비용이다. 실제 보장에 쓰이는 보험료라고 볼 수 있다. 둘째, 부가보험료는 보험회사의 영업 활동에 사용되는 비용으로 설계사에게 모집수당을 지급하는 신계약비, 유지비, 수금비로 구성된다. 세 번째가 바로 저축보험료이다. 이 부분이 적립되어 쌓인다. 동시에 공시이율에 따라 이자도 붙는다. 저축보험료가 만기 환급을 가능하게 한다. 낸 보험료를 모두 돌려받는 100% 만기환급형 보험은 고객이 낸 돈을 모았다가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저축보험료와 이자를 더하여 만기에 고객이 낸 돈의 합과 일치하도록 만들어진 상품인 것이다. 따라서 순수보장성 보험은 만기환급형 보험에 비해 저렴하다.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보험회사는 전체 보험료에서 저축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을 조절해 환급률(납입한 보험료 대비 만기에 돌려받는 보험금의 비율)이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보장 내용이 같은 상품인데 보험료가 매우 저렴하거나 환급률이 획기적으로 높은 상품은 존재할 수 없다. 보험료가 저렴하면 보장 내용이 작고, 보장기간도 짧을 수밖에 없다. 보장 내용도 좋고 환급도 많이 받으려면 매월 비싼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보장 설계하려면 순수보장형이 유리
그렇다면 보험을 어떻게 가입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할 기본적인 원칙은 보험료가 매월 지출하는 비용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보장을 설계하려면 만기 환급이 전혀 없는 순수보장성 보험이 유리하다.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할 것은 바로 고객 본인의 성향이다. 보험료를 비용으로 인정하고 만기 환급을 포기할 수 있다면 순수보장성 보험이 유리하다. 하지만 일어나지도 않는 보험 사고에 돈을 내는 것이 억울한 생각이 든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만기환급형 보험을 선택하면 된다.
보험상품별로 나누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암보험, 실손보험, 상해보험, 어린이 보험은 보장 내용이 단순하고 보험기간이 정해져 있다. 이와 같은 상품에 가입하고자 한다면 되도록이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순수보장성 보험이 유리하다.
경제가 발전하고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보험의 중요성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제 보험료는 현대인이 어쩔 수 없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다. 우리가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조기 사망 혹은 암과 같은 위험이 닥쳤을 때, 경제적인 문제로 불행해지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우선 본인과 가족에게 적정한 수준의 보험금(사망보험금 또는 암 진단금)을 가늠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양한 보험상품을 비교해보고, 본인의 성향과 경제적 능력에 맞는 보험을 가입한다면 보험은 가족의 행복한 삶을 지켜나가는 행복 지킴이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