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다녀 온 미국여행Ⅱ-1
(Vancouver에서 Bozeman까지)
캐나다 뮤즈 한국 청소년 교향악단
상임 지휘자, 수필가 박혜정
차로 다녀온 미국여행Ⅰ은 작년 겨울 밴쿠버에 어마어마한 눈이 왔을 때 밴쿠버를 떠나 I-5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미국의 워싱턴, 오리건, 캘리포니아의 3개 주를 거쳐 LA와 멕시코 국경 앞의 도시인 샌디애고까지 다녀와서 쓴 글이고, 차로 다녀 온 미국여행Ⅱ는 이번 여름에 다녀와서 쓰게 되었다. 처음 계획은 지난겨울에 요세미티 공원에 가보고 싶었지만 겨울이라 공원이 폐쇄되었다는 말에 가보지 못해서 요세미티만 거쳐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남편이 옐로우스톤도 가보자고 했다.
구글 맵으로 알아보니 그곳까지 걸리는 시간은 시애틀에서 요세미티까지 15시간, 시애틀에서 옐로우스톤까지는 12시간, 옐로우스톤에서 솔트레이크까지 6시간, 솔트레이크에서 요세미티까지 11시간, 만약 바로 옐로우 스톤에서 요세미티까지 바로 가면 16시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여행전문가들이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곳으로 추천했고 영화 2012년의 배경이 되었던 곳으로, 지금 아니면 언제 가 보겠느냐는 말에 그냥 옐로우스톤까지 강행하기로 했다.
이번 여행은 2010년 7월24일부터 8월1일까지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으로 해서 요세미티 국립공원, LA, 허스트 성(Hearst Castle), 샤스타(Shasta) 동굴까지. 밴쿠버를 떠나 미국의 워싱턴, 아이다호, 몬태나, 와이오밍, 네바다, 캘리포니아 다시 오리건, 워싱턴, 캐나다 BC주까지의 미국 7개주를 거쳐 돌아왔다.
아침 일찍 떠나고 싶었지만 TOM LEE에서 주최하는 코리안 아이돌(Korean Idol) 행사가 있었다. 한인문화의 날 본선 진출자를 결정하는 중간 결선 심사였기에 다 끝내고 가다 보니 출발이 늦어져 오후 4시경이 되었다. 국경에 도착했는데 다행이도 차가 별로 없어서 20분쯤 걸려 바로 통과하였다. 하지만 국경에서 비자를 받느라 시간이 좀 더 걸렸다. 그리고 가는 도중 씨애틀 아울렛에 들려 필요한 것을 사고 그곳에서 저녁을 먹고 나니 밤 9시경이 되었다.
한국에서 오신 한국 예술 종합대학 백효죽 교수님이 마침 시애틀에 강의를 하러 오신다기에 저녁에 만나 뵙기로 했다. 첫 날은 교수님이 계신 곳에 숙소를 정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곳에 빈 방이 없었다. 그래서 교수님과 많은 이야기도 나누지 못 하고 그 근처에서 방을 찾으러 다녔다. 그런데 전혀 빈 방이 없었다. 이제는 어디에 숙소를 정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네비게이션을 이용하려고 꺼내 보니 충전 코드가 없어졌다. 교수님이 계신 숙소를 찾을 때 네비게이션을 사용한 후 교수님을 만나 뵙는 시간이 늦어져서 급하게 차에서 내리다가 잃어버린 것 같았다. 왜냐하면 차에서 내릴 때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지만 그 때는 가방 끈이 부딪친 것이라 생각하고 무시했었던 것이 생각났다.
이 긴 여행을 그 편리한 네비게이션없이 가려니 까마득한 생각이 들었다. 일단 급한 순간에 쓰려고 네비게이션은 두고 지도책을 이용해서 길을 찾기로 했다. 지도책을 보니 시애틀에서 90번 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가야 했다.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옐로우스톤 가까운 쪽으로 가서 숙소를 정하자는 생각으로 다시 길을 떠났다.
90번을 조금 타고 가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숙소부터 찾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전부 sold out이란다.” 이젠 걱정이 되었다. 주위는 깜깜하고 얼마나 더 가야 숙소가 나오는 것인지. 카체스 강(Kachess River)를 따라 카체스 호수(Kachess Lake)가 나왔다. 음력으로 보름이 가까워서인지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눈앞에 떠 있었다. 가로등도 없는 도로에 그나마 달빛이 위로가 되었다. 새벽 2시가 가까워졌다. 조금 가니 드디어 클레 일룸(Cle Elum)라는 도시에 숙소가 있다는 간판이 보인다.
첫 번째 있는 모텔에 가니 담배 냄새가 지독한 방만 한개 있다고 하면서 좀 더 가면 모텔이 4-5개가 더 있으니 거기에 가보라고 한다. 그 곳에 가니 딱 한 곳에 방이 있었는데 바로 우리 앞에 있던 어떤 커플이 먼저 차지 해 버렸다. 담배 냄새 나는 방마저 없다면 밤새 길을 헤매야 한다는 생각에 얼른 차를 돌렸다. 이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만약 그 방에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았다면 우리 차지가 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그나마 방이 하나 남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방에 들어와 20-30분 정도 에어컨을 틀고 환기를 하니 잘 만 했다.
다음 날 모텔에서 주는 아침을 먹고 다시 길을 떠났다. 계속 90번 도로를 따라 워싱턴 주(WASHINGTON)에 있는 스포큰(Spokane)이란 도시에서 점심을 먹고, 아이다호 주(IDAHO)도 지나고, 몬태나 주(MONTANA)의 보우즈맨(Bozeman)에서 두 번째 밤을 묵기로 했다. 시간도 밴쿠버보다 1시간 더 지나있어서 이미 늦은 시간이 되었고 더 이상 가다가는 지난밤처럼 숙소를 찾지 못 할까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반갑게도 밴쿠버에서 온 관광버스도 있었다. 다행히 숙소도 많이 있어서 가격이 싸고 깨끗한 곳을 골라서 묵기로 했다. 짐을 나르다 보니 뒷문 쪽 주차장이 더 가까운 것 같아 차를 옮기고 짐을 날랐다. 그런데 이게 웬일? 주차장 바로 앞이 공동묘지였다. 하지만 어제 하도 고생을 해서 묵을 곳이 있기만 해도 감사할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 방의 위치가 그 반대편이라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좋기만 했다. 저녁에는 미리 준비해 온 음식- 카레, 햇반, 김, 참치캔- 등으로 해결을 했다. 오늘 자고 내일 2시간정도만 가면 드디어 1차 목적지인 옐로우스톤 공원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