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는 '2016년 매경 아웃룩' 필자를 대상으로 2016년 한국 사회를 규정할 수 있는 키워드를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는 'MIRACLE GEO'다
1. M : Monthly Economy 월세경제
전세 물량이 감소하면서 전세 거래는 줄고 월세 거래는 늘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 2015년 9월까지 누계 기준 월세 비중은 38.1%지만 아파트 외 주택은 48.9%에 이른다. 통계가 나와 있는 2011년 이후 최고치다. 특히 서울의 경우 아파트외 주택 월세 비중은 2015년 9월까지 누계 기준으로는 처음 50%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시대가 황혼으로 저무는 것이다. 매경 아웃룩에선 이를 '먼슬리 이코노미'로 규정했다. 1~2년 단위의 계약에서 월 단위로 지급하는 게 일상이 된 것이다. 렌털 비즈니스 역시 모양새는 비슷하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물건을 사지 않고 빌려 쓰는 렌털족이 늘어나면서 월 단위 지급이 이미 깊숙이 자리 잡았다. 과거 렌털 품목이 정수기 정도에 그쳤다면 이제는 침대 매트리스, 노트북, PC, 주방용품 등으로 영역이 점점 넓어져 관련 업체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2.I : Image
백문이 불여일견
두 번째는 Image(이미지)의 I 다. 스마트폰은 바야흐로 '이미지 시대'를 열어젖혔다. 구구절절한 글(text)대신 직관적인 이모티콘이나 그림, 동영상으로 대화하는 게 일상이 됐다.
실제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토어 방문자 수는 월평균 2700만명에 달한다. 카카오톡 이용자(월 3800만명) 10명 중 7명 이상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이모티콘 스토어를 이용한다는 얘기다.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도 성장세가 매섭다. 유튜브에는 1분에 300시간 분량 동영상이 올라온다. 유튜브 방문자 수는 매년 40%, 동영상 시청 시간은 50% 이상 증가하고 있다. 100개 문장보다 짧은 동영상 하나를 보여주는 게 더 나은, '백문이 불여일견'시대가 온 셈이다.
3. R : Robot
아이, 로봇
1950년에 쓰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나는 로봇이야(I, Robot)'는 로봇을 주인공으로 한 많은 소설, 영화의 모태가 된 작품이다. 작품에 보면 아홉 종류의 로봇이 나온다. 소녀를 사랑한 로봇, 자존심 때문에 사라진 로봇, 개구쟁이 천재로봇, 대도시 시장이 된 로봇 등이다.반세기 전 나온 이야기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드론은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태생은 군사용이었지만 장난감, 고공 촬영용, 운송용, 대기 측정용 등으로 범이가 확장 중이다. 무인차도 마찬가지다. 일본과 유럽, 미국 등 자동차 업체들을 중심으로 무인차 개발 열풍이 불고 있다. 우리나라고 현대. 기아차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2020년에는 무인차 출시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4. A : Asia
아시아
2015년 상반기 한국 경제는 암초를 만났다. 메르스 사태다. 메르스로 인한 경제 타격의 상당 부분은 요우커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 때문이다. 실제 국내 유입되는 중국인 관광객은 해마다 늘어 2018년 1000만명을 바라본다. 유통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면세점 유치에 나선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관광객뿐 아니다. 이미 중국은 한국의 제1경제 파트너로 부상했다. 중국이 기침하면 독감이 걸리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한국 경제와 사회에 아시아의 중요성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각국과의 관계 설정이 2016년에는 무엇보다 중요할 전망이다. 당장 한.중, 한.베트남FTA 가 국회에서 대기하고 있다. 북한은 굳이 2016년이 아니더라도 늘 최고 화두다.전문가들은 새해에는 '6자회담의 개최' '남북 간 화해무드'가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5. C : Cliff
성장절벽
매경이코노미는 성장 한계에 봉착한 경제 상황을 '성장절벽'이라 규정했다. 이제까지는 양적인 성장이 가능한 시대였지만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확대, 팽창식 경제를 바라기는 힘들어졌다. 한국 경제는 3%미만 저성장, 2% 미만 저물가. 1%대 저금리 등 '3저 현상'이 고착화됐다. 성장이 힘든 경제 속에서 뛰어난 실력과 스펙을 쌓은 젊은이들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고전 중이다. 저성장이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다가오자 산업계에서도 새로운 고민이 생겨난다. 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향상을 노리게 된 것. 그간 '성장'이라 부르던 것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기준, 가치 부여가 필요해졌다. 핀테크. 빅데이터 같은 혁신이 신무기로 활용될 여지도 커졌다.
6. L : Leisure
일보다 여가
한국이 경제적으로 세계 10위권의 국가가 됐다고는 하지만 한국 노동자의 노동 시간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여전히 길고 국민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 역시 최하위권이다. 때문에 최근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를 넘어 '행복한 삶'을 만들기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일보다 여가' '저녁이 있는 삶' 등이 대표적 슬로건이다. 남성들 역시 '일중독'에서 벗어나 가정, 여가, 휴식, 레저에 방점을 찍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주 5일제 전면 도입으로 생활에 여유가 생겼는데도 국민의 81.3% 이상은 여전히 피곤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일과 여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노력이 2016년에는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7. E : Experience Shopping
경험쇼핑
먹방. 쿡방, 백화점 맛집 유치 경쟁, 자유여행, 체험형 매장....
요즘 국내 유통 업계 트렌드는 단연 '경험쇼핑'이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데 그쳤다면 , 요즘은 제품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가에 더 관심이 많다.
맛집 열풍은 이 같은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맛을 찾는 맛집 탐방족이 급증했다. 이에 발맞춰 백화점 3사는 홍대, 이태원, 경리단길 등 각 지역 맛집과 글로벌 디저트 브랜드 입점에 공을 들인다. 백화점 프리미엄 식품관에선 해외에서 공수한 고급 식자재가 불티나듯 팔린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2015년 상반기 식품 매출 신장률은 10.1%를 기록, 백화점 매출 평균 신장률(5% 안팎)을 2배가량 넘었다. 여행 업계에선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소셜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자유여행 상품 판매율은 최근 2년 사이에 11배 이상 증가했다. 기존 대세였던 패키지 여행보다 비싸고 품도 더 들지만, 남들이 안 가본 새로운 관광 명소를 찾는 이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이 같은 '경험쇼핑'은 2016년에도 꾸준히 인기를 끌 전망이다.
8. G : Generation ConFlict
'사도(思悼) 증후군'
2015년 말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청년층과 노년층이 제한된 일자리와 복지 예산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다. 저성장과 고령화가 지속되며 일어난 현상이다. 매경 아웃룩은 이를 '사도 증후군'으로 명명했다. 아들을 뒤주에 가두고 죽음에 이르게 했던 영조와 사도세자 의 부자 갈등이 최근 전사회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세대 갈등은 다양한 분야에서 발견된다. 임금피크제를 통한 청년 일자리 확충 요구,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제도 축소 논란, 기초노령연금에 대항하는 청년 배당 도입 움직임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역사에선 사도세자가 영조의 권력에 속절없이 당했지만, 2016년 한국에선 청년 세대 일자리 요구 등 기성세대와 힘겨루기가 그 어느 때보다 거세질 전망이다.
9. E: Sharing Economy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듯
소비 트렌드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더 이상 목돈을 들여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잠깐씩 빌려 쓰는 공유경제가 일반화되는 모양새다. IT 기술 발달로 정보 교류가 활발해지고 거래비용이 감소한 덕분이다. 저성장이 계속되면서 자산 가치가 오히려 감소하는 '디플레이션' 시대로 접어든 것도 한 원인이다.
'전세가 고공행진' 현상이 대표적인 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둔화되면서 주택 구입((매매) 대신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자동차도 사지 않고 빌려 탄다. 카셰어링 서비스 업체 '쏘카'는 2014년 매출이 2013년 대비 6배 증가한 147억원을 달성했다. 2016년에는 회사 설립 후 손익분기점을 넘길 전망이다.
10. O : Online
온라인 .모바일
쇼핑도 이젠 손안에서 간편하게 이뤄지는 시대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쇼핑 규모는 2014년 13조원.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2015년에는 그 규모가 2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식품, 생필품뿐 아니라 가구, 가전까지도 모바일을 활용한 온라인 구매가 일반화됐다. 온라인몰,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 전자상거래 업체들에 이어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전 유통 업체들이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에선 상품의 질이나 가격에 더해 '배달'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진다. 구매 후 상품 배송은 이제 당현해졌고, 당일 배송 등 스피드에 대한 고객 기대도 커졌다. 서울 주요 지역에선 주문 후 3시간 이내 '총알 배송'서비스까지 등장했다. 1인 가구 증가도 모바일 쇼핑의 기폭제가 됐다 맞벌이 부부나 워킹맘 등 쇼핑할 시간이 여유롭지 않은 이들에게도 모바일 쇼핑의 매력이 더 크게 다가온다. 한 번에 많은 양을 구매하기보다 수시로 필요한 만큼, 손쉽게 소비할 수 있는 모바일 쇼핑은 2016년을 넘어 앞으로도 계속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