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구:.국사광복국민운동본부장.
동해의 국제적 명칭이 일본해 표기로 굳어가고 있다. 19세기 이전까지 일본에서 나온 고지도에서는 동해를 한국해, 조선해, 동양해라고 했다. 자신들이 늘 그렇게 불러온 한국해 또는 조선해(Sea of Corea, Sea of Korea)로 우리가 주장한다면 반대할 명분이 약화될 것임에도, 한국은 1991년 유엔 가입을 계기로 1992년부터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의 병기표기를 추진하고 있는 바, 이는 결국 일본의 의도에 동조해 주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바보 같은 외교행위인 것이다. 병기는 곧 세계인들이 일반 명칭인 동해보다는 일본해, 특히 Japan 즉 일본만을 기억하게 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또한 병기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국제적 관례이다.
동해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지만 중국이나 베트남 등도 황해나 남중국해를 각기 동해로 부르듯 동쪽 바다라는 일반명칭으로 치부될 수 있는 만큼 국제적 지지확보에 불리하다. 일본은 그런 약점을 파고들었다. 그러니까 만약 한국해(조선해)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그 차선책으로써 국제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창해(蒼海)’ 또는 ‘평화의 바다’ 등 다른 대안을 검토하여, 적극적인 외교로써 어떤 일이 있어도 ‘일본해’로 단독표기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런데 1929년 국제수로기구 창립회원국인 일본의 주장으로 국제수로기구 문서(해양경계)에 처음 일본해라고 다독 표기하여 수록한 뒤로 국제화됐다. 유엔 산하 국제수로기구(IHO)에서 발간하는『해양경계』란 책자는 세계 각국 지도에 바다 이름을 표기할 때 일종의 기준 노릇을 한다. 1937년과 1953년에 나온 2판과 3판도 이를 유지했다. 이후에는 판갈이가 되지 않고 있다.
이같이 근대 이후, 특히『해양경계』에 3차례에 걸친 게재 이후 국제지도에서 일본해 표기는 독점권을 누려 왔다. 일본의 우월한 외교와 로비력과 그리고 기득권에 집착하는 대국들의 관행 탓이 컸던 것이고, 또한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시기에 한국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결정적인 때『해양경계』에 일본해 단독 표기가 이뤄졌다. 일본이 1894년 청일전쟁, 1904~5년 러일 전쟁 당시까지도 그들의 대다수 지도에 동해를 조선해로 표기했었다.
일본해란 명칭은 원래 일본열도 동쪽의 태평양 근해를 지칭한 이름이었다. 근대 일본인들은 일본 동쪽 바다를 ‘대일본해’라고 표기했다. 동해를 일본해로 바꾼 것은 일본의 범죄적 제국주의의 강탈행위인 바, 일본해란 명칭은 그 속에 있는 독도를 세계인들에게 ‘일본 영토 다케시마’로 각인시킬 소지가 크다. 일본은 당연히 그런 효과까지 노려서 일본해로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동해’의 국제적 명칭 표기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영국이 최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공식 의견을 국제수로기구(IHO)에 제출한 바 있다. 해사 분야에 영향력이 큰 미국이 한국의 항의에도 공식 견해를 바꾸지 않을 경우에는 우리의 입장은 난감해질 것이다. 국제관례상 병기표기를 허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병기표기를 요구해 온 우리의 멍청한 외교는 혈맹이라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일본의 손을 들어준 것은 외교 실패의 좌절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만약에 동해가 일본해로 굳어진다면 일본의 영토 안에 독도가 있게 된다. 이를 어찌 용인할 것인가 말이다. 병기 표기의 어리석은 외교 대신 저들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한국해 또는 조선해로 하자고 맞서야 할 것이다. 만약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차선책으로 창해(蒼海) 혹은 평화의 바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떠할까? 이제 더 이상 병기표기 주장으로 일본에 말려드는 어리석음을 제발 반복하지 말자!